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154화 (154/505)

00154  조건(條件)  =========================================================================

154.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창피한 줄도 모르고... 정말 참기 힘드네요.”

“잘 참았어.”

“마음 같아선 아구창을 한 대 날리고 싶었어요.”

“내가 왜 너를 회의 대표로 세웠겠어? 영어를 잘해서? 머리가 좋아서? 물론 그것도 이유가 되지. 하지만 진짜 이유는 넓은 포용력과 인내심 그리고 대국을 이끌어가는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대표로 세운 거야.”

“정말요?”

“그럼.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 중 너 만큼 똑똑하고 잘난 여자는 본적이 없어. 넌 베스트 오브 베스트야.”

“욕하는 거 아니죠?”

“무슨 소리야? 당연히 칭찬이지.”

“뉘앙스가 좀 이상한데요. 좋은 말 같은데 생각할수록 기분이 묘하네요.”

“어허~ 어디 하늘 같은 남편 말에 토를 달고... 나 못 믿어?”

“믿죠. 태양을 반딧불이라고 해도 믿어요. 그런데 지금 말은 좀... 음... 느낌이...”

“나 배고파. 빨리 밥 먹으러 가자.”

“크크크~”

한숙의 손목을 잡고 급히 차에 올랐다. 중국과의 회의가 길어져 저녁때가 한참 지난 8시라 배가 등가죽에 달라붙어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우리가 올 때까지 쫄쫄 굶었는지 은비와 서인, 아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끝났어?”

“마지막 중국 대표가 할 말이 많은지 계속 붙잡고 늘어져서 이제야 끝났다.”

“이것들이 우리 예쁜 신랑을 굶겨 죽이려고 작정을 했나. 내일 아침에 다 쫓아 버릴까?”

“그거 좋은 생각이네.”

“정말이야?”

“농담이야.”

“이씌~

온종일 심심했는지 은비와 아영은 밥을 먹는 내내 옆에 꼭 달라붙어 오늘 있었던 일들을 쉬지 않고 물어왔다.

서인도 옆에 붙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손을 잡자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농염한 색기가 철철 흘러넘치는 고혹적인 미녀가 이럴 때 보면 부끄러움이 많은 새색시나 다름없었다.

“슝다이린 대표도 룰라 특사님처럼 거짓이 없었어요.”

“황당한 말들이 모두 진실이었어?”

“그게 좀 애매해요.”

“어떤 부분이?”

“진실이긴 한데 감정변화가 거의 없어 진심이라고 느껴지진 않았어요.”

“나도 좀 이상하다고 느꼈어. 보통은 말을 할 때 표정이나 손짓이 함께하는데, 그런 동작이 거의 없었어.”

상아와 소연 둘만 이상함을 느낀 게 아니었다. 나도 기감으로 슝다이린 대표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며 감정 기복이 없는 모습에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훈련을 받은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해요?”

“고문을 이겨내는 훈련도 받는데 감정 억제 훈련이야 당연히 있겠지.”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사람이 아니라 걸어 다니는 무기라고 봐야겠네요. 인성이 사라진 능력자는 영화에 나오는 터미네이터와 다를 게 없잖아요.”

일부 단체나 국가에선 세뇌에 가까운 정신교육을 통해 능력자를 인간병기로 양성했다.

능력자도 일반인과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정신 수준이라 각성 초기부터 교육하면 얼마든지 세뇌할 수 있었다.

어릴 적 정신 교육을 통해 양성한 인간병기는 살기투사로 세뇌한 어른들과는 질적으로 달라 스스로 자아를 찾기 전까진 주인의 말에 절대복종했다.

자아(自我)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여자를 만난다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경험과 인간관계 그리고 교육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어릴 적 세뇌당한 능력자는 상아의 말처럼 평생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터미네이터가 될 확률이 높았다.

“중국 정부에서 각성한 아이들을 따로 모아 교육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게 사실인가 보네.”

“화이 공대가 모두 그렇게 조련한 능력자들 아닐까요?”

“워낙 인권이 무시되는 나라니까 그럴 가능성도 있지.”

“책에서 보니까 일본처럼 대리모를 동원해 능력자를 양산하는 국가도 있던데,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요?”

“어렵겠지.”

“부모의 사랑도 못 받고 짐승처럼 조련된다니... 생각만 해도 불쌍해요.”

상아의 말을 듣고 나자 슝다이린 대표가 좀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처럼 조련 됐는지 알 순 없지만, 감정을 억제할 만큼 혹독한 교육을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정상적인 대화를 원한 것 자체가 모순이었다. 절대 뚫을 수 없는 방패를 가진 사람에게 모든 것을 다 뚫을 수 있는 창이 있다고 말한다면 그 말 믿겠는가?

“다 먹었으면 그만 풀장으로 가자.”

]

“오늘도 하게?”

“당연한 거 아니야?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알았어.”

접시에 남은 음식을 급히 입에 쑤셔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번 약속대로 어제부터 은비에게 수영을 배우고 있었다.

어류형 레드몬이 득실거려 강이나 바다에 뛰어들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필요할 때가 있을지 모른다는 판단에 죽기보다 싫은 수영을 배우게 됐다.

“수영 배우는데 트렁크가 웬 말이야? 창피하게.”

“너도 비키니 입고 있잖아.”

“난 교관이잖아.”

“삼각도 없고, 사각도 없어. 그리고 있다고 해도 입을 수도 없고. 왠지 알잖아.”

“차라리 벗어. 물속에 있으면 볼 사람도 없으니까.”

“이상하잖아.”

“침실에선 잘만 벗고 돌아다니면서 왜 그래? 창피해?”

“첨벙~”

은비의 말을 무시하고 풀장에 뛰어들었다. 얕은 곳도 3m가 넘어 물어 뛰어들자마자 잽싸게 벽에 달라붙어 머리를 내밀었다.

“오빠! 우리도 같이해요.”

소연과 서인, 한숙, 아영, 상아까지 모두 야한 비키니 차림으로 몰려나왔다. 가슴과 국부만 살짝 가린 요염한 비키니를 보는 순간 가슴까지 끌어올린 트렁크를 뚫고 고추가 튀어나왔다.

“첨벙~ 첨벙~ 첨벙~”

“아! 시원하고 좋다.”

“오빠, 제가 손잡아 드릴 테니 어제처럼 물장구 쳐보세요.”

“알았어.”

아영의 손을 꽉 붙잡고 요란하게 물장구를 치자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힘이라면 누구에게 뒤지지 않아 물장구는 자신 있었다.

“지금 장난해? 물을 살살 차주면서 나가야지 물을 때리면 어떡해. 풀장 밖까지 물이 다 튀잖아.”

“이렇게 하는 거 아니야?”

“물속에서 유연하게 움직여야지 물 밖에서 첨벙거리면 무슨 소용이 있어.”

답답한지 은비가 물속에 들어와 하체와 배를 손을 받치며 요령을 설명했다. 하지만 물과는 상극인지 앞에서 잡고 중간에서 띄워주는데도 몸은 앞으로 나가지 않고 밑으로 가라앉기만 했다.

“뭐가 문제인 것 같아?”

“몸무게?”

“무게가 문제면 쇳덩어리로 된 배는 어떻게 뜨냐. 오빠 바보야?”

“그럼 왜 그런 거지?”

“내가 보기엔 이게 문제인 것 같아.”

은비가 발기한 고추를 양손으로 꽉 잡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다. 표정이 모든 문제가 고추에 있다는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우리 똘똘이가 너무 길고 두꺼워서 앞으로 나가는 걸 방해하고 있어.”

“말도 안 돼는 소리하지 마. 방어구를 입으면 지금처럼 삐져나오지도 않는데 방해한다는 게 말이 돼?”

“그런가? 키키키~”

놀리는 재미에 푹 빠진 은비는 수영을 가리키는 건지 희롱을 하는 건지 30분이나 고추를 잡고 물장구를 치게 했다.

황당한 건 몸을 받쳐주는 것이나 고추를 잡아주는 것이나 효과도 같다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웃긴지 상아도 은비처럼 반대편에서 고추를 잡고 내 몸을 띄웠고, 소연과 서인, 한숙은 물속에서 짓궂게 귀두를 만지작거리며 나를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오빠는 물하곤 정말 상극인가보다.”

“내가 말했잖아. 물하곤 안 맞는다고.”

“숨은 얼마나 참을 수 있어?”

“글쎄? 한 30분은 참겠지?”

“그렇게 오래 참아?”

“시간을 재본 적이 없어서 정확한 건 아니야.”

레드몬과 싸울 때 숨을 쉬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되자 나도 모르게 숨 참는 시간이 늘어났다.

레드몬과 싸울 때 숨을 쉬면 코나 입으로 독이 들어올 수도 있고, 호흡으로 인해 동작이 끊길 수도 있어 레드몬과 멀리 떨어지지 않는 한 숨을 쉬지 않았다.

“수영이 안 되니까 먼저 잠수라도 배워두자. 바닥만 차고 올라도 웬만한 깊이는 빠져나올 수 있잖아.”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블링크로 순발력을 최대로 올리면 도약력이 40m에 달해 깊지 않은 강이나 해안가에선 물에 빠져도 도약만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눈뜨고 최대한 오래 참아.”

“알았어.”

1ton이 넘는 본스틸 쇠사슬을 몸에 칭칭 감고 풀장 바닥에 가라앉았다. 수영은 못해도 숨 참는 건 자신이 있어 침대에 걸터앉은 것처럼 편안한 자세로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아내들도 쇠사슬을 붙자고 옆에 앉거나 고추를 잡고 달라붙는 등 나름(?) 훈련에 도움을 주었다.

5분이 지나자 다들 숨을 참기 힘든지 물 밖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난 10분이 지나도 전혀 숨이 차지 않았다.

물속에서 숨 오래 참기 세계 신기록은 헝가리인 다비드 메를리니가 세운 20분 39초로 중급 피지컬리스트라면 나처럼 물을 두려워해도 10분은 무난히 버틸 수 있었다.

15분이 지나도 별다른 변화가 없자 이젠 아내들이 불안한지 그만 올라가자고 재촉했다.

그러나 이왕 시작한 거 숨을 얼마나 참는지 확인할 겸 끝까지 버티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20분이 지나도 몸에 무리가 없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눈을 감고 기감을 운용했다.

평생 땅만 밟고 살아 물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어 처음엔 생경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시원하면서도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따뜻함이 무언지 고민하다 생명의 기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은 생명의 원천으로 인간의 몸은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간은 음식물 없이 물만 있어도 최대 90일을 살 수 있지만, 물이 없으면 일주일도 버티지 못했다.

몸 안에 물이 2% 부족하면 심한 갈증과 통증을 느끼고, 5%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이르고, 12% 부족하면 사망에 이른다.

생명의 원천이란 생각이 들자 기감력을 터득한 아영이 물속에서 수련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유력을 우주 만물을 이루는 금(金)·목(木)·수(水)·화(火)·토(土) 오행(五行)에 대입하면 물(水)에 해당하는 능력으로 아영이 물과 친해지면 능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아~ 하아~ 하아~”

“와! 45분이나 참았어. 인어아가씨라고 불러도 되겠는데.”

“내가 인어야?”

“그럼 상어야?”

“하하하~”

============================ 작품 후기 ============================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걸리면... 큰일납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