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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53화 (153/505)

00153  조건(條件)  =========================================================================

153.

“괜히 불안해했네. 소연이 네 말을 듣고 나니 이제 마음이 놓인다.”

“정말 불안했어?”

“응!”

“왜?”

“그냥.”

“그냥이 어디 있어?”

“흐흐흐~”

“넌 혼자였다면 불안함 따윈 생기지도 않았을 거야. 상급 레드몬을 만나도 자신을 지켜낼 능력은 충분하니까. 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우리가 다치는 걸 두려워해서야. 레드몬을 처리하지 못하며 우리가 다칠까봐 그게 걱정된 거야.”

“그런 것도 보여?”

“그럼. 난 네가 생각하는 걸 언제나 듣고, 보고 있는 걸.”

“스토커였어?”

“그렇게 되나?”

“오늘따라 무섭다.”

“호호호호호~”

소연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독심술도 한몫했지만, 진짜 이유는 언제나 내 처지에서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행동과 말투, 표정 등 어느 것 하나 빠뜨리지 않고 관찰하는 소연은 작은 일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이런 소연이 내 마음을 꿰뚫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야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다는 뜻으로 수많은 사람이 얽혀 살아가는 복작한 인간사회에선 꼭 필요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어려운 일로 살아온 생활, 관념, 철학, 사상, 하다못해 사는 형편도 모두 달라 남을 이해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구나 나 자신도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고, 부모·자식·형제간에도 서로를 이해 못해 등을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타인을 이해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이건 부부도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이혼 사유 1위가 성격 차이였다. 성격 차이도 결국엔 서로를 이해 못 해 일어난 파국이었다.

「나는 아내들의 마음을 십 분의 일이나 이해하고 있을까? 한숙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서인이 어떤 마음일지, 아영의 고민이 뭔지 아무것도 모르잖아. 후유~ 큰일이네.」

“오빠! 룰라 다 실바 특사님! 정말 조국과 국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하신 말씀 중에 거짓이 하나도 없었어요.”

“정말?”

“네, 그것도 대단하지만, 말할 때마다 느껴지는 진실의 향기가 오빠와 언니들만큼 찐하게 풍겼어요.”

“진실의 향기? 그건 뭐야?”

“말의 무게가 있듯 진실도 말하는 사람의 진심과 열정이 얼마만큼 배어있느냐에 따라 향기가 달라요. 룰라 특사님처럼 조국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담아 진실을 말하면 진한 향기와 함께 감동이 밀려와요. 반대로 진실이라 해도 감정이 없다면 팍팍한 느낌밖에 없죠.”

“룰라 특사가 도와달라는 말이 그렇게 진심 어린 말이었어?”

“네, 오빠가 언니들과 아영이, 저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사랑과 열정을 가득 담아 표현하던 것과 같았어요.”

「칭찬이야? 아니면 앞으로 그렇게 하라는 거야? 열라 찔리네...」

“도와주고 싶어?”

“네!”

“룰라 특사가 브라질을 대표하는 대통령도 아니고 존경 받는 정치인도 아니야. 훗날 어떻게 될지 몰라도 지금은 나진시에 파견된 일개 특사일 뿐이야. 개인의 숭고한 마음은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이 브라질 전체의 마음이라고 말할 순 없어.”

“그런 사람이 특사로 왔다는 것만 해도 브라질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만난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대표들을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잖아요.”

“그건 맞는 말인데...”

“열정과 사랑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거예요. 전 룰라 특사님이 브라질을 지금보다 더 나은 나라로 만들 거로 확신해요.”

“상아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들어야지. 알았어.”

“고마워요, 오빠! 역시 오빠밖에 없어요. 까르르~”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능력자 4명을 파견한 중국이었다. 중국은 나를 유혹할 생각이 일본보다 더욱 확고한지 입이 쩍 벌어질 미인들로 대표단을 구성했다.

회의에 참석한 4명 모두 능력자로 대표인 슝다이린만 피지컬리스트였고, 나머지 세 명은 멘탈리스트였다.

1. 슝다이린(熊黛林) : 중국 투자단 대표

소속 및 출신 : 화이 공대, 한족.

생년월일 : 1970. 3. 22

신체 : 신장 172cm, 몸무게 50kg, 글래머.

직업 : 하급 피지컬리스트(체력형)

능력치 : 힘-85  민첩-83  체력-135  총합-303  멘탈포스-22

스킬 : 없음

2. 아이샹젠(艾??) : 중국 투자단 부대표

소속 및 출신 : 화이 공대, 영국계 혼혈.

생년월일 : 1971. 5. 20

신체 : 신장 175cm, 몸무게 52kg, 글래머.

직업 : 하급 멘탈리스트

능력치 : 힘-28  민첩-27  체력-60  총합-115  멘탈포스-360

스킬 : 욕망의 발현(대상의 욕망을 촉발해 탐욕을 부추김.)

3. 주위동(周韋?) : 중국 투자단 법률자문

소속 및 출신 : 화이 공대, 조선족.

생년월일 : 1971. 11. 11

신체 : 신장 173cm, 몸무게 51kg, 날씬한 청순가련형.

직업 : 하급 멘탈리스트

능력치 : 힘-25  민첩-22  체력-55  총합-102  멘탈포스-355

스킬 : 착시(물체를 다르게 하거나 여러 개로 보이게 함.)

4. 하탁언(何琢言) : 중국 투자단 법률자문

소속 및 출신 : 화이 공대, 한족.

생년월일 : 1972. 12. 15

신체 : 신장 172cm, 몸무게 51kg, 날씬한 청순가련형.

직업 : 하급 멘탈리스트

능력치 : 힘-30  민첩-32  체력-73  총합-135  멘탈포스-428

스킬 : 매혹(수컷 또는 남성을 유혹함.)

재밌는 건 중국 투자단 정보를 미국 데이비드 액설로드 특사와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특사가 각각 한숙에게 넘겨주며 손쉽게 정보를 획득했다는 것이었다.

중국 투자단의 정보를 넘겨받은 강승원 국장은 안전보장국 요원을 중국에 급파해 미국과 러시아가 넘겨준 정보가 확실한지 조사에 들어갔고, 하루 만에 이들이 넘겨준 정보가 바르다는 걸 확인했다.

출생지와 각성 시기, 활동 내용 등 스킬을 뺀 신상정보가 모두 포함돼 있어 사실을 확인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미국과 러시아 덕분에 손 안 대고 코를 푼 격이지만, 이들의 정보력에 놀라고 우리 속내를 파악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며 기분이 영 찝찝했다.

“회장님께서 중국에 귀화하면 옌볜 조선족 자치주를 떼어드리겠습니다. 이곳은 앞으로 영원히 회장님의 땅으로 자치주 안에서 사람을 죽이든 살리든 모든 권한은 회장님에게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외교적인 것을 빼면 모든 권한이 회장님에게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하던, 왕국을 만들든, 중앙정부는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젊은 여성 100만 명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공산주의 국가와 반대되는 왕국을 건설해도 되고, 거기에 여성 노예 100만 명까지 지원한다. 정말 파격적인 내용이네요.”

“사실 저와 여기 있는 대표단 모두 회장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입니다. 귀화 전에 미리 드리는 선물이니 언제든 회장님 뜻대로 하시면 됩니다.”

슝다이린 대표는 자신을 선물이라 말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떳떳하게 말했다.

부대표인 아이샹젠과 주위동, 하탁언도 철저한 교육을 받았는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야릇한 눈웃음으로 나를 유혹하려 했다.

「내가 처신을 더럽게 못했나 보네. 마누라들 앞에서 이게 무슨 개망신이야. 젠장!」

“중국이 원하는 건 뭡니까?”

“저희가 바라는 것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일원 활동하며 가끔 중국에 도움을 주는 것뿐입니다. 일 년에 한두 번만 도움을 주면 되는 일이라 크게 번거롭진 않을 겁니다.”

중국은 파격이 아니라 추잡하다고 말이 어울릴 만큼 엉뚱한 제안을 해왔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제안에 한숙은 물론 참을성이 대단한 소연과 상아의 눈살마저 찌푸리게 했다.

“파격적인 제안 감사합니다. 하지만 앞서 다른 나라 대표에게 말했던 것처럼 귀화는 절대 불가합니다. 또한, 투자도 아직은 필요치 않습니다.”

“이렇게 각국 투자단을 만나면서 투자도 귀화도 안 된다는 말씀은 다른 생각이 있다는 뜻처럼 들리는군요.”

“그건 아직 밝히기 곤란합니다.”

“서로가 다 아는 처지에 이럴 필요가 있을까요?”

“기회는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과 한국은 수천 년을 함께한 이웃 사촌입니다. 어려울 때 서로 돕고, 힘들 때 서로 의지하던 진정한 이웃 사촌인 중국이 피부색도 다른 미국, 러시아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서야 하겠습니까?”

이웃 사촌? 참으로 황당한 말이었다. 침략과 굴욕으로 점철된 양국관계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이따위 표현은 쓸 수조차 없는 말이었다.

아무리 때린 놈은 기억을 못하고 맞은 놈만 기억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정도가 있는 것이었다.

가깝게는 한국전쟁에 중국 인민해방군 75만 명을 파병해 한반도 통일을 방해했고, 멀게는 임진왜란 때 전쟁터를 한반도로 한정하기 위해 조선에 군대를 파병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것도 모자라 왜와 몰래 화친해 조선을 토막 내려 했고, 병자호란 때는 삼전도의 굴욕과 함께 수십만 명의 포로를 잡아가는 등 침략이 끊이질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조공책봉체제로 내정간섭이 극에 달해 세자책봉은 물론 작은 일까지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국론을 분열시켰다.

또한, 중국을 등에 업은 매국노들도 이에 편승해 국정을 농단하며 민생을 파탄지경으로 몰아가는 등 중국으로 인한 피해는 집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났다.

“저희도 그 부분은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우리 사이가 어디 보통 사이인가요?”

「지랄을 하네. 입을 확 찢어 버릴까?」

“3일 후 까치살무사 공개가 있습니다. 슝다이린 대표님과 투자단 여러분도 함께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네.”

“중국 방송사는 어디를 초청할 생각이신가요?”

“신화통신사를 초청할 계획입니다.”

“CCTV(China Central Television)를 초청하세요. 시청률이 신화통신사보다 훨씬 높아 홍보하기엔 CCTV가 유리합니다.”

“알겠습니다.”

“궁금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조만간 한가족이 될 텐데 서로 도와야 하지 않겠어요?”

“네, 그래야죠.”

슝다이린 대표의 행동에 속에서 천불이 났지만, 지금은 친한 이웃 사촌(?) 인양 참고 기다릴 때였다.

최대한 우려먹은 다음 뒤통수를 날려도 늦지 않았다. 조금만 참으면 평생 무료 봉사단과 짭짤한 이익을 취할 수 있는데 그걸 못 참으면 장부가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모두 메르스 조심하세요. 걸리면... 큰일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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