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1 조건(條件) =========================================================================
151.
“홍은하 소장의 예측이 거의 정확하네.”
“까치살무사 사냥으로 실력이 입증된 만큼 미국이 취할 행동은 이미 정해졌다고 봐야지.”
“그렇긴 하지.”
까치살무사 사냥 이전까진 상급 피지컬리스트가 사실인지 확인한 수준으로 찔러보는 단계였다.
하지만 찔러보기도 전에 A급 엘리트 레드몬 까치살무사 사냥에 성공하며 영입으로 전략이 전면 수정됐다.
급히 전략이 수정되며 준비가 충분하진 못했지만, 미국이 제시할 내용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대통령 자리를 줄 수도 없고, 미녀를 사용해 꼬드길 수도 없다면 남은 건 돈과 땅뿐이었다.
이외에 자잘한 것들은 말해봐야 품위만 떨어지는 것들로 대한민국보다 더 많은 것을 제시해 우리 환심을 사느냐 그것이 관건일 뿐이었다.
“3일 후 레드몬 사체를 보여주면 더 큰 제안이 쏟아질 거야.”
“귀화할 생각이 없는데 더 좋은 조건이 나오면 뭐해?”
“귀화와 상관없이 저들은 우리를 무조건 필요로 할 수밖에 없어. 우린 그걸 이용해 최대한 유리하게 사냥 계약을 맺고 영향력을 확대하면 되는 거야.”
“오~ 계약! 아주 좋은 방법인데.”
“마음에 들어?”
“응! 계약보다 네가 내 여자라는 게 더 마음에 들어.”
“으음~”
사랑스러운 소연을 품에 안고 달콤한 입술을 사정없이 빨아대며 잘록한 허리와 엉덩이를 마구 주물러댔다.
볼수록 예쁘고 사랑스러워 마음 같아선 옷을 홀랑 벗기고 격렬한 사랑을 통해 내 여자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10분 후 러시아와 회의가 잡혀 있어 입술과 손으로만 내 여자라는 확인하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재물을 얻으려면 장사를 하고, 천하를 얻으려면 사람을 얻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여불위(呂不韋)는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의 친아버지로 중국 허난(河南) 푸양(?陽) 출신 거상이었다.
조나라에 볼모로 잡힌 자초(子楚)에게 자신의 아이를 밴 애첩을 준 다음 거금을 들여 자초를 진나라 장양왕(莊襄王)으로 즉위시킨 후 권력을 잡은 효웅이었다.
여불위가 얼마나 영악하고 똑똑한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의 아버지와 나눈 대화를 보면 알 수 있었다.
‘가을에 곡식을 거두기 위해 봄에 씨앗을 뿌린 다음 밭에 나가 일하면 몇 배의 이문을 남길 수 있을까요?’ ‘아마 열 배는 되겠지.’
‘진주나 옥과 같이 귀한 물건을 팔면 몇 배의 이문을 얻을 수 있을까요?’ ‘백배는 될 것이다.’
‘그럼 나라를 세우게 도와준 다음, 그 군주를 산다면 몇 배나 벌어들일 수 있을까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이문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여불위같이 뛰어난 효웅(梟雄)이 아니라서 사람을 사거나 얻는 방법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을 사랑하면 진심으로 사랑하고, 믿으면 끝까지 믿었다.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뛰어난 6명의 아내를 얻었고, 김도형 대장과 강승원 국장, 홍은하 소장, 김관웅 사장 등 매우 유능한 사람들을 곁에 둘 수 있었다.
「이게 모두 소연을 얻음으로써 얻게 된 복이지 내가 잘나서 얻은 복이 아니야. 세상에 이런 보물이 어디 있어? 자초를 얻은 여불위보다 소연을 얻은 내가 백배, 천 배는 복 있는 사람이지. 안 그래?」
해가 갈수록 레드몬 수가 급격히 증가하자 엘리트 레드몬의 출현 빈도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이와 더불어 도시와 농촌, 공공시설 등에 침입하는 레드몬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었다.
현재 C급 엘리트 레드몬을 큰 피해 없이 사냥할 수 있는 국가는 30여 개국 정도로 주요경제국인 G20과 유럽 국가들이 이에 속했다.
이들을 뺀 170여 개국은 C급 엘리트 레드몬만 나타나도 도시와 마을이 비우고 모두 도망치기에 급급할 만큼 엘리트 레드몬은 재앙이자 사신과 같은 존재였다.
B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더욱 심각해져 G20조차 총력을 기울여야 간신히 퇴치할 정도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적·물적 피해는 가히 천문학적이라 말할 수 있었다.
소연은 이를 활용해 금전적 이익과 함께 명성과 영향력도 동시에 확대해 나간다는 생각이었다.
잠깐 숨을 돌린 후 러시아와 회의를 시작했다. 러시아는 중국, 일본과는 걸어가는 길이 다른지 키도 작고 뚱뚱한 여성 특사를 파견해 아내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성격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소트니코바 특사는 막무가내라고 할 만큼 끈질기게 달라붙는 성격으로 사람을 아주 피곤하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회장님과 사모님들께 러시아 시민권과 세금면제, 불체포 특권은 물론 시베리아와 캄차카반도에 나진·선봉지구보다 다섯 배나 넓은 영토를 무상증여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박지홍 회장님께서 받으실 땅은 러시아 내 자치국가와 같은 형태로 외교권을 뺀 모든 권한을 마음껏 누리실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제시한 금액만큼의 땅도 추가로 양도할 생각도 가지고 계십니다.”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세요. 벌써 세 번이나 같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만큼 중요한 내용이라 반복해드린 겁니다.”
“저희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리고 처음부터 말씀드린 것처럼, 귀화는 논의 대상이 아니에요. 우리 회장님은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분이세요. 절대 떠날 생각이 없어요. 그러니 귀화 얘기는 그만 좀 꺼내세요.”
“박지홍 회장님과 아름다운 사모님들이 러시아에 정착하시면 한국에서 받은 푸대접을 다시는 받지 않게 될 겁니다. 우리 위대하고 강력한 러시아는 블러디 나이트를 영웅으로 대접하는 힘 있는 국가입니다. 부디 옐친 대통령과 러시아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 주세요.”
“으드득~”
1시간째 앵무새같이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소트니코바 특사의 무식한 행동에 참을성이 바닥난 한숙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한숙과 소트니코바 특사는 집요함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든 비슷한 성격이지만, 자석의 S극과 S극이 만나 서로 밀어내는 상극의 조합으로 사사건건 대립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러시아와 등을 진다고 아쉬울 건 없지만, 홍은하 소장과 미리 의논해둔 게 있어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면 모를까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었다.
테이블 밑에서 한숙의 부드러운 허벅지를 어루만지며 이제부터 내가 맡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소트니코바 특사님!”
“네, 회장님!”
내가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주자 소트니코바 특사의 뱁새같이 작은 눈이 찢어질 듯 크게 떠졌다.
자신의 지극한 노력이 나를 감동하게 했다고 생각하는지 한껏 기대에 부푼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소모적인 논쟁보다 서로 도움이 되는 그런 제안을 하면 어떨까 합니다.”
“말씀하세요. 뭐든 들어드릴 준비가 되어 있어요.”
“전 러시아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러시아도 회장님의 영원한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서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울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럼요. 백번 지당하신 말씀이세요.”
“그래서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합니다.”
“꿀꺽~”
제안이란 말에 소트니코바 특사가 크게 긴장했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사람들이 시선이 모두 쏠릴 만큼 소리가 컸지만, 정작 본인은 긴장해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1991년 12월 25일 저녁 7시, 소련 연방이 해체된 이후 러시아와 러시아부터 해방된 나라들은 아직도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위대한 러시아는 잠시 고난을 시간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조만간 소련의 성쇠를 다시 찾아 미국을 누르고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그걸 말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럼?”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구매하고 싶습니다.”
“네에?”
“경제난으로 운용하지 못하는 최첨단 무기가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우린 그 무기들을 수입하고 싶습니다. 무기 외에도 인공위성 기술과 발사체 기술도 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블라디보스토크와 항로를 연결해 레드몬 관련 사업도 함께 진흥하고자 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레드몬 관련 사업 연계는 무조건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무기와 기술 이전은 제가 판단할 수 없습니다.”
“3일 후 까치살무사와 그보다 더 강력한 레드타이거를 투자단과 언론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한국 신문에서 봤습니다.”
“레드몬 공개 후에 미국과 엘리트 레드몬 사냥 계약을 체결할 생각입니다.”
“계약이요?”
“네, 정기적인 사냥 또는 퇴치 계약을 맺을 생각입니다.”
“아아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일한 강대국 러시아가 빠져서야 하겠습니까?”
“그럼요. 당연하죠.”
“러시아도 엘리트 레드몬 때문에 피해가 크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특사님도 아시겠지만, 우린 나진시도 개발해야 하고, 나머지 땅도 개척해야 해, 밖으로 나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부분을 고려하면 잘해야 4~5국 정도와 레드몬 사냥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 일도 많으신데 4~5개국이나 생각하시고, 역시 회장님은 생각이 남다르십니다.”
내가 러시아를 포함했다고 생각한 소트니코바 특사는 맞장구를 치며 작은 눈을 최대한 크게 뜨고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 안에 러시아도 포함되려면 서로에게 모자란 것을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사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 물론이죠.”
“우리는 러시아를 위해 위험한 엘리트 레드몬도 잡아드릴 수 있고, 경제적 도움도 드릴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습니까?”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옐친 대통령께 회장님의 제안을 전달하겠습니다.”
우리가 차지한 함경북도 북부를 방어하기 위해선 나와 미래 공대의 노력만으론 부족했다.
그래서 미래 레드포스와 미래 안전보장국을 만들었다. 하지만 만든다고 끝이 아니었다. 유능한 인재와 뛰어난 무기가 있어야 우리 땅을 지킬 수 있었다.
다행히 인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없지만, 이들이 사용할 첨단무기를 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우리를 싫어하는 정부는 소총 한 자루도 팔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국제 암시장을 통해 무기를 구하고 있지만, 가장 필요로 하는 최첨단 요격미사일, 공격헬기, 해상 전투함은 구할 수 없었다.
홍은하 소장과 강승원 국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를 끌어들이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미국과 거래하는 것이 이로울 것 같지만, 미국은 의회 승인을 받아야 첨단무기를 수출할 수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술이전을 받기 어려웠다.
더구나 동맹국에 무기를 수출하며 무기 성능을 하향하는 건 기본이었고, 약속한 기술이전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아 미국은 협상 대상에서 처음부터 제외했다.
미국 다음으로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이스라엘, 중국 등이 거론됐지만, 중국은 기술력 부족으로, 나머지 국가는 미국과 같은 이유로 제외됐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선정한 나라가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옐친 대통령이 승인하면 곧바로 무기를 수입할 수 있다는 장점과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첨단무기 생산국으로 우리가 원하는 수준을 충족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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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