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8 허세(虛勢) =========================================================================
148.
“이번에 획득한 까치살무사의 레드스톤은 크기는 11cm, 에너지양은 48,551몬입니다. 나와서 만져보시고 직접 스톤 에너지 측정기로 측정해보셔도 됩니다.”
“정. 정말 만져 봐도 됩니까?”
“네, 가져가지만 마십시오.”
“하하하~”
직접 측정해보라는 말에 의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한 명씩 손에 올려놓고 만져보고 전구에 비춰보며 아름다움에 눈을 떼지 못했다.
레드스톤은 붉은 루비처럼 붉게 빛나는 계란형 보석으로 그 안은 짝은 빛들이 가득했다.
이런 신비한 모습과 색깔은 등급이 올라갈수록 더욱 확연한 차이를 보여 최하급 레드스톤이 옅은 붉은 색이라면 엘리트 레드스톤은 붉다 못해 피처 묻어나올 듯 빨갛고 그 안은 은하수처럼 황홀한 모습이었다.
신비로운 모습을 차례차례 구경한 사람들이 측정기에 레드스톤을 올려놓고 에너지양을 측정했다.
거짓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하급 레드스톤 10개와 하급 10개, 중급 10개를 준비해 무작위로 측정한 다음 까치살무사의 레드스톤을 측정하게 했다.
“참고로 까치살무사에서 나온 레드스톤의 가격은 오늘 날짜로 291억 3,000만 원입니다. 이 가격은 최저가격으로 프리미엄까지 생각하면 350억은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팔지 않고 10년만 가지고 있다면 가격은 최소 6배는 오를 겁니다.”
“우와~”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놈이 품고 있는 독을 연구하면 그 가치는 레드스톤과 사체를 합친 것보다 최소 수백 배에 달할 것입니다.”
“짝짝짝~”
예상대로 레드스톤과 사체 그리고 신경독을 연구해 얻게 될 이익을 알려주자 우렁찬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 번쯤은 모두 읽어본 어린 왕자를 보면 처음 페이지에 생텍쥐페리가 그림을 그만두게 된 이유가 나온다.
첫 번째 그림은 보아 구렁이가 코끼리를 삼킨 그림으로 어른들은 그 그림을 보고 모자를 연상했다.
답답한 생텍쥐페리가 속이 보이는 그림을 그려주자 그제야 그림을 알아봤다. 그림을 보고 놀라는 어른도 있었고, 이따위 그림을 그렸다고 꾸중하는 어른도 있었다.
그리곤 지리, 역사, 수학, 문법 그리고 성공과 돈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게 좋겠다고 충고했다.
눈에 보이는 것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생텍쥐페리는 화가의 꿈을 접었다.
나를 포함한 어른들을 가장 쉽게 설득하는 방법은 모든 일을 돈과 결부시켜 설명하면 된다.
이 직장은 월급이 얼마예요! 이 집은 얼마짜리에요! 이걸 하면 얼마를 벌 수 있어요! 이 레드몬의 가치는 얼마입니다.
난 생텍쥐페리가 실망했던 어른들의 마음을 돈과 결부시켜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들에게 엘리트 레드몬을 잡아 미래에 일어날 위험을 어떤 식으로 막았는지 구구절절 얘기한다면 맞장구는 치겠지만,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은 매우 적을 것이다.
하지만 300억, 1,000억 원을 불러주자 공부 잘하는 학생처럼 단박에 이야기를 알아듣고 환호했다.
「홍은하 소장의 말대로 골치 아프게 설명할 필요가 없네. 숫자 몇 개만 말해주면 그걸로 끝이네. 후유~ 좋아해야 하는 건지 답답해야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이건 지난 10월에 잡은 A급 엘리트 레드몬 레드타이거에서 나온 겁니다. 옆에 있는 작은 것은 B급 호그질라에서 나온 겁니다. 이것도 마저 구경하시고 측정해보십시오.”
“우와~”
상자에서 11cm짜리와 10cm짜리 커다란 레드스톤 두 개를 꺼내 보여주자 벅찬 탄성과 함께 탐욕에 물든 눈이 레드스톤에 집중됐다.
가격을 모를 땐 막연히 나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욕망이 있지만, 가격을 알고 나면 정말 가지고 싶다는 강한 욕심이 생겼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누구나 값진 보물을 보면 가지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대다수는 잠깐 그 마음이 들고 사라졌고, 극소수만이 그 마음을 떨쳐내지 못해 남의 물건에 손을 댔다.
적어도 이 자리에 모은 사람 중 그런 파렴치한은 없었고, 있다고 해도 서슬 퍼런 눈으로 지켜보는 미래 레드포스 대원들을 무시한 채 레드스톤을 주머니에 찔러 넣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음지에서 대한민국의 화근을 제거하고 계신 우리 회장님을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이따위로 푸대접하는 게 말이나 되는 짓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밖을 보십시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영국 등 수많은 나라에서 회장님과 친구가 되기 위해 투자단이란 이름으로 특사를 파견했습니다. 이들의 가슴속에 진정 품고 있는 생각이 뭐라고 보십니까?”
“영입이겠지요.”
“맞습니다. 우리 회장님을 자기들 나라로 모셔 가기위해 온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겨우 C급 엘리트 레드몬을, 그것도 100명이 넘는 인원을 동원해 사냥한 오성 공대를 띄우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이루지 못한 위대한 업적을 세우신 우리 회장님의 과업을 찬양해도 모자랄 판에 이게 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그냥 둬서는 안 됩니다. 우리 회장님은 우리 손으로 지켜야 합니다.”
“옳소!”
대한당 의원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며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장님이 말씀은 좋게 하시지만, 속마음까지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의원님들께서 마음을 헤아려주시니 뭐라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소연 사모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회장님의 명예와도 직결된 일입니다. 정부와 오성이 아무리 막강해도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습니다.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입니다.”
“변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희 힘이 미약하지만 이일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실을 밝혀 회장님의 불편한 마음을 해소해 드리겠습니다.”
“모두 잘 아시겠지만, 회장님의 능력을 탐내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당장 미국이나 러시아에 가도 지금 같은 푸대접을 받지는 않을 겁니다.”
“송구스럽습니다.”
“회장님은 누구보다 이 나라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척박한 나진시에 뿌리를 내리고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 항구와 도시를 개발하신 겁니다. 그런 마음을 십 분의 일도 헤아려주지 못하는 정부와 국민이 전 한없이 야속합니다.”
물주인 우리가 떠나면 대한당은 3년 후 16대 총선이 아니라 당장 올겨울을 걱정할 만큼 가난한 정당이었다.
우리가 손을 떼면 당을 운영할 경비도 충당하기 힘들어 내년에는 대한당이란 이름이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었다.
“사모님! 저희가 무슨 일이 있어도 회장님과 사모님들의 마음을 풀어드리겠습니다. 아무쪼록 섭섭하시더라도 조금만 마음을 가다듬고 기다려주십시오.”
“변 대표님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시니 저도 더는 말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이번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끝까지 확인할 겁니다.”
“믿고 지켜봐 주십시오.”
변병석 대표와 대한당은 이제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나와 소연의 마음을 돌려놔야 했다.
은비의 할아버지 최광석과 소연의 아버지 민정국을 생각하면 우리가 이 땅을 떠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라는 떠나지 않아도 실망한 대한당은 얼마든지 버릴 수 있었다. 그걸 알기에 사력을 다해 자신들의 가치를 내게 증명해야 했다.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자가 대한당 후원회 회장이면 다음 선거는 약진이 아니라 최소 제1야당은 떼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었다.
레드문과 함께 인류의 가장 큰 걱정은 안전이었다. 상급 피지컬리스에 엘리트 레드몬을 때려잡는 능력자가 대한당과 함께 하는데 마다할 사람이 없었다.
쉽게 말해 누구를 공천하든 내 사진과 얼굴만 있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이 한둘이 아니었다. 누구 사진을 크게 확대해 들고 다니고, 어느 당이라는 이름만 있어도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일부 지역에선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좁아터진 나라에서 고향을 묻고 어느 당인지 가려서 뽑는다는 게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미국의 일개 주보다도 작은 나라에서 서울,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를 나누는 것도 우스운데, 이쪽 지방 사람은 어떻다느니, 저쪽 지방 사람은 뭐가 문제라느니 떠들어대는 꼴을 보면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대권에 도전해도 되겠는데.”
“괜찮았어?”
“깜짝 놀랐어.”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을 살짝 건드려준 거야.”
“그런 것 같더라.”
“이번 일로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뀔 거야.”
“어떻게?”
“그전까진 돈만 대주는 물주였지만, 이젠 목숨 바쳐 충성을 다해야 할 상전으로.”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다음번 선거 때 봐봐. 네 이름, 네 사진만 들고 나가도 당선되는 사람이 속출할 테니까.”
“아오~ 제발 그 짓만은 안 했으면 좋겠다. 구역질난다.”
“호호호~”
사진촬영이 끝나고 기초적인 자료까지 모두 챙긴 다음 점심을 먹기 위해 모두 우리 집으로 몰려갔다.
연한 레드와피티와 레드래빗 고기에 송이버섯과 갖가지 자연산 약초, 채소를 더하자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흐를 지경이었다.
이외에도 주방장이 다양한 해산물 요리와 궁중 요리를 더하며 푸짐하다 못해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풍성했다.
“이번에 같이 온 기자들은 대한 일보와 단군 일보 소속 기자들입니다. 소신 있는 언론사라 도움이 될 겁니다.”
“반갑습니다. 박지홍입니다.”
“대한 일보 편집장 김상호입니다.”
“단군 일보 편집장 조진우 기자입니다.”
“먼 길 오셨는데 대접이 변변치 않습니다.”
“아닙니다. 음식도 기사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다행이군요. 두 분 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으실 것 같군요. 답변 가능한 선에서 말씀드릴 테니 물어보십시오.”
“감사합니다.”
그제나 저제나 인터뷰할 기회를 엿보던 김상호 기자와 조진우 기자가 급히 녹음기를 꺼내 들고 취재를 시작하자 카메라맨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소문대로 상급 피지컬리스트가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능력치가 얼마나 되는지, 스킬이 어떤 걸 사용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아시겠지만, 그건 비밀입니다.”
“언제 상급 피지컬리스트가 되셨습니까?”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미래 정밀에서 정밀 포스측정기를 사용한 다음에야 상급 피지컬리스트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신선 공대에서 보조사냥꾼으로 1년 넘게 활동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그때는 어리고 아는 것도 없을 때라 보조사냥꾼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은 다음 레드몬 사냥을 시작할 생각에 보조사냥꾼으로 일하게 된 것입니다.”
“혼자 시작할 생각이셨습니까?”
“네, 산에 혼자 있을 때 레드몬을 잡아본 경험이 있어 적당한 레드몬을 사냥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 작품 후기 ============================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