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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47화 (147/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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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허세(虛勢)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대책위원회를 꾸리다 보니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내일 아침 강릉에서 출발합니다.]

[헬기를 보내드릴 테니 그걸 타고 오세요]

[감사합니다. 갈 때 기자도 몇 명 데리고 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김도형 대장, 강승원 국장, 홍은하 소장, 소연, 은비, 한숙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20여 개국 투자단이 제안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일본, 중국 등 일부 국가는 구체적인 투자내용이 담겨 있었고, 미국과 러시아 등은 전폭적인 지원과 우호적인 교류를 제안해왔다.

“누구야?”

“대한당 변병석 대표.”

“무슨 일로 전화한 건데?”

“대책위원회를 꾸렸다고 내일 의원들과 함께 온대.”

“사진 찍으러 오는 거야?”

“기자들도 함께 온다고 했으니 사진만 찍고 가진 않겠지.”

“자료 보낸 지가 언젠데 이틀이나 지나서 찾아온다는 거야?”

“대책위원회 꾸린다고 첫날부터 전화 왔었어.”

“느려 터져가지고...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30명쯤 오는 것 같으니까 헬기 좀 섭외해서 보내.”

“알았어요.”

열 받고 골치 아픈 일들이 한꺼번에 생기자 신경이 날카로워진 은비가 짜증을 냈다.

200명이 넘는 투자단이 일시에 들이닥치자 김도형 대장은 치안유지에 골머리를 썩였고, 강승원 국장은 신원조회와 감시 및 보안 문제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홍은하 소장은 투자단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파악하느라 밤을 새웠는지 머리가 부스스했고, 한숙은 손님 접대에 온종일 뛰어다니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국이었다.

은비는 나진시 시장으로 투자단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쓸데없이 바쁘게 돌아다녔고, 소연은 투자단이 제출한 제안서에 타당한 사업계획이 있는지 검토하느라 어제부터 서류와 씨름 중이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나진·선봉지구를 비롯해 우리 땅 안에선 어떠한 외부 투자도 받지 않겠습니다. 교류와 우호증진은 있어도 직접투자, 간접투자, 저금리 대출 등 외부 자본 유입은 절대 없습니다.”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면 좋은 조건의 투자는 받아들이는 게 맞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순수하게 우리 돈으로만 도시를 육성할 생각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꾸려지면 그때 외부 투자를 고려하겠습니다.”

“좋은 조건의 투자를 받아들이면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도시를 육성할 수 있습니다.”

“자본은 우리도 충분합니다. 자본이 모자라 투자를 못하는 게 아니라 레드몬을 방어할 방어벽이 세워지지 못해 도시개발이 느려지는 것뿐입니다. 돈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홍은하 미래 전략연구소 소장의 의견을 무시할 생각도 없었고, 좋은 조건의 투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맞다고 생각했다.

남의 돈이나 은행 돈으로 사업해야지 자기 돈으로 사업하면 바보라는 말도 있고, 공짜는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도 있지만, 나는 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빚지고 사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이 또한 어렸을 적 가난이 원인으로 엄마 혼자 힘겹게 버는 돈으론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나를 먹여 살리기도 급급해 다 쓰러져 가는 판잣집 월세도 제때 못 내는 일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뚱뚱한 주인집 아주머니가 찾아와 엄마에게 욕설을 퍼붓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돈 없는 게 죄라고 ‘죄송하다고’ ‘한 번만 봐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비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아무리 좋은 조건도 빚은 절대 사양이었다. 그것이 빚이 아닌 직접 투자라 해도 부담은 여전했다.

“능력자 감시는 내가 맡을 테니 치안 문제는 3단계 방어 준비 태세로 임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강승원 국장도 능력자를 제외한 나머지 투자단만 감시하시고, 신원파악에 주력하세요.”

“알겠습니다.”

“한숙도 일정표에 맞게 움직이고 나머지 불필요한 요구는 모두 거절해. 우리가 오라고 사정한 손님도 아닌데. 끌려다닐 필요 없어.”

“네!”

“소연이도 제안서 대충 훑어보고 끝내. 투자받을 생각도 없는데 제안서는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봐?”

“알았어.”

“은비도 평소 하던 대로 돌아가게 내버려둬. 관광객 맞이하는 것도 아니고 뭘 그렇게 가꾸고 청소하고 그래?”

“알았어. 안 하면 되잖아.”

“난 이들을 손님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친서를 가져오고 우호적인 관계를 요구하지만, 그건 우리가 힘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힘을 가졌을 땐 친구가 될지 몰라도 힘을 잃으면 바로 승냥이로 돌변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이점을 절대 잊지 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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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10시 대한당의 의원들과 레드몬 관련 전문가 10명 그리고 3개 언론사 기자 10명이 헬기를 타고 나진시에 도착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큰일을 해내셨는데 도움을 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정부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왜곡한 것이지, 대표님과 대한당 의원들의 잘못은 아니라고 봅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 말씀하시니 더욱 송구스럽습니다.”

헬기에서 내린 변병석 대표와 대한당 의원 9명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많이 미안했는지 얼굴을 들지 못했다.

작년 11월 창당한 대한당은 전체의석 299석 중 겨우 10석을 차지한 신생정당이었다.

여당인 자유당이 절반인 149석을 차지하고, 야당인 민주당이 97석, 통일국민당이 24석을 차지할 걸 생각하면 말이 제3야당이지 국회에서 낼 수 있는 목소리는 미미하기만 했다.

1996년에 치러질 제16대 총선을 내다보고 힘을 기르고 있는 신생정당이 거대 여당과 재벌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를 도와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래도 각계각층의 전문가와 기자를 포함한 대책위원회를 꾸렸다는 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라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이러실 게 아니라 레드바이퍼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알겠습니다.”

까치살무사를 구경시켜준다는 말에 의원들과 전문가들, 기자들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A급 엘리트 레드몬 까치살무사는 미국에서 사냥한 상급 레드몬 에오히푸스 다음가는 강력한 레드몬으로 국회의원도 직접 실물을 구경한다는 건 평생 찾아오기 힘든 기회였다.

준비한 차량을 타고 미래 연구소로 들어서자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규모에 놀랐는지 30명이 넘는 남자들이 모두 입을 쩍 벌린 채 고개를 좌우로 돌려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직 기자재와 연구원이 모두 채워지진 않았지만, 7개 연구소 모두 외형 완공한 상태라 겉으로 보기엔 아주 그럴싸했다.

더구나 300명에 이르는 미래 레드포스 대원들이 중무장한 채 정문부터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모양이 아주 그럴싸해 보였다.

김일섭 선임연구원의 안내로 레드몬 연구소에 딸린 10층 높이의 대형 실험실로 들어갔다.

실험실 한쪽엔 전날 몸체를 다시 맞춰놓은 길이 12m의 대형 레드몬 까치살무사가 유리관 속에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머리 부분은 아직 가죽을 벗기지 않은 상태라 원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고, 뽑아냈던 뿔도 다시 맞춰놓자 원래의 흉포함이 그대로 살아났다.

최정준 박사의 요구로 몸통은 일부 해체한 상태지만, 그걸 신경 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 대단하군요. 이렇게 엄청난 레드몬을 사냥하시다니 제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겸손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그런가요? 하하하~”

사람을 한입에 삼킬 수 있는 거대한 삼각형 머리, 살아있는 것 같은 섬뜩한 눈, 전설의 동물 유니콘의 이마에 달린 것 같은 기다랗고 하얀 뿔, 팔뚝 크기만 한 날카로운 독니까지 까치살무사는 보는 사람의 오금을 저리게 했다.

놈을 바라보는 순간 의원들과 기자들, 심지어 전문가라 자처하는 박사들도 경악을 넘어 경기에 가까운 공포를 느꼈다.

이는 비단 이들만 느끼는 공포는 아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미래 레드포스 대원들과 미래 연구소 연구원들도 처음 놈을 본 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공포를 느꼈다.

수많은 레드몬 사체를 접한 연구들도 공포를 느낄 정도였으니 레드몬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던 의원들이 느꼈을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증거가 필요할 테니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으셔도 됩니다. 필요한 자료는 김일섭 수석연구원에게 요청하시면 최대한 들어드릴 겁니다.”

“감사합니다.”

촬영을 허락하자 언제 겁을 집어먹었느냐는 듯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찍으며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이런 기회는 평생 다시 올 수 없는 기회로 의원들은 사진 몇 방만 잘 찍어놓으면 죽을 때까지 선거 홍보용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자랑용으로, 기자들은 헤드라인을 장식할 특종으로 사용할 수 있어 가져온 수십 통의 필름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사실 이것 말고도 A급 엘리트 레드몬이 한 마리 더 있습니다.”

“그.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작년 10월에 이놈보다 좀 더 강한 레드타이거를 잡은 적이 있습니다. 한 번 보여드릴까요?”

“네!”

변병석 대표의 커다란 목소리에 시선이 집중됐다. 김일섭 연구원에게 레드타이거도 보여주라고 지시하자 실험실을 가로막고 있는 차단문을 열고 옆 칸으로 의원들을 데려갔다.

길이가 14.5m에 무게가 6.5ton으로 까치살무사보다 훨씬 큰 레드타이거가 유리벽 안에 밀폐된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레드타이거의 가죽은 이미 우리가 입고 있는 방어구로 제작했고, 본스틸도 일부 무기를 만드는데 사용해 원형은 머리만 남아 있었고, 다리와 몸통은 뼈대만 남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자중을 압도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는지 웅장한 레드타이거의 모습에 모두 할만을 잃은 채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혹시... 이것 말고도 더 있으시면 미리 알려주십시오. 너무 놀라 경기를 일으킬 것 같습니다.”

“옆방에 B급 엘리트 레드몬 호그질라도 있습니다. 그 외에 3마리 더 사냥했지만, 모두 C급이라 분해해 냉동고에 보관중입니다.”

“.......”

“아쉬우면 레드스톤을 보여드릴 수 있는데 그거라도 구경하시겠습니까?”

“네~”

============================ 작품 후기 ============================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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