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6 공짜는 양잿물도 마신다. =========================================================================
146.
“지난번엔 오빠를 도와줄 사람이 없어 저렇게 된 거지만, 이젠 든든한 소희가 있잖아. 소희가 옆에서 돕고 오빠가 잘 구슬리면 살기투사를 사용하지 않고도 오빠 사람으로 만들 수 있어.”
“내 사람으로 만들어?”
“소희의 암시만으로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어?”
“아니!”
“그럼 몸을 써야 할 거 아니야.”
“그게 몸으로 대는 일이야?”
“몸도 쓰고 마음도 쓰고, 그거로도 안 되면 치료할 수 있을 만큼 쬐~끔만 살기를 사용하면 되잖아. 남녀 사이는 원래 몸 섞고 살다보면 가까워지는 거 몰라?”
“내가 일본 여자에 중국 여자까지 데리고 살면 좋아?”
“누가 마누라로 데리고 살래? 가끔 안아주며 오빠 그늘 아래 데리고 있으라는 말이잖아. 그녀들이 어떻게 생각할진 몰라도 내가 생각하기에 세뇌당해 고통스럽게 죽는 것보단 이게 났다고 생각해.”
“하아~”
“나도 개인적으론 그녀들을 좋아하진 않아. 그래도 살길은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해.”
“아까는 내가 비인간적이라며.”
“그렇다고 죽일 순 없잖아. 내가 세뇌는 절대 안 된다고 하면 그냥 보내줄 거야?”
“아니!”
“그것 봐! 오빠는 자기 사람으로 만들지 못하면 무조건 죽일 생각이잖아.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단 이승이 났다고 했어. 그리고 오빠는 자기 여자를 막대는 사람이 아니니 고통을 주진 않을 거야.”
“뭐가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내 말도 문제가 많다는 거 알아. 하지만 세뇌해서 이용하다 버리는 건 절대 옳은 일이 아니야. 적어도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해.”
“무슨 말인지 알았어. 다시 생각해볼게.”
“이거 하나만 알아둬. 세상 사람 모두가 오빠를 욕해둬 우린 영원히 오빠 편이야.”
“알고 있어.”
소연과 약속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세뇌를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약속을 지킬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지만, 적어도 다른 대안을 찾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래야 약속을 어긴 변명이라도 할 수 있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고 입버릇처럼 떠들면서 정작 지키려는 노력은 단 한 번도 안 했네. 이러면 내가 싫어하는 그들과 다를 게 뭐가 있어? 나도 입만 살아있는 위정자들과 다를 게 전혀 없네.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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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래 레드몬 박지홍입니다.”
“최정준입니다.”
“명성이 자자한 박사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야 허명이고 공대장님이 진짜 실력자시죠.”
”아닙니다. 그동안 박사님이 발표하신 논문과 증명한 이론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말씀을... 겨우 레드몬 한 마리 잡은 저와 비교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잡은 최초의 능력자가 위대하겠습니까? 아니면 매일 방구석에 앉아 글이나 쓰는 나 같은 사람이 위대하겠습니까?”
“그거야....”
“말해 무엇합니까? 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인데.”
최정준 박사는 키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173cm 보통 체구에 마르지도 찌지도 않은 적당한 몸매, 나만큼이나 흔해 기억하기도 쉽지 않은 흔한 얼굴로 외모에선 비범함을 엿볼 수 없었다.
하지만 레이저가 나올 만큼 번뜩이는 눈과 좌우를 빠르게 훑어내는 시선, 살짝 꼬리가 올라간 입만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일반인 평균 10인 멘탈포스가 100이 넘는 비정상적인 모습까지 절대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일반인 중에도 최정준 박사처럼 멘탈포스가 이례적으로 높은 사람이 아주 드물게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멘탈리스트는 아니었다. 멘탈포스는 지능과도 큰 관련이 없는 정신력 수치로 카리스마, 신념, 자아 등 영혼이 강한 사람에게 이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렇다고 멘탈리스트가 이런 능력이 무조건 강하다는 뜻도 아니라서 소연처럼 양쪽 모두를 갖춘 멘탈리스트도 있지만, 영혼이 매우 약한 유리 멘탈을 가진 능력자도 있었다.
“매일 먹는 밥 한 끼 굶는다고 안 죽습니다.”
“그래도 식사는 하시고...”
“됐습니다. 까치살무사와 연구소부터 봐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 보시면 연락 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으니 기다리지 마십시오.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한 달 후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최정준 박사는 소문대로 성격이 상당히 괴팍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거침없는 말투와 싫은 것은 죽어도 하지 않는 고집불통으로 제멋대로인 면이 많았다.
그러나 돈에 구애받지도 않고, 권력에 아부하지도 않는 사람으로 성격이 좀 지랄 맡긴 해도 데리고 있는 연구원들을 종처럼 부리거나 박대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구시렁대는 사람은 많아도 욕을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더구나 단점을 모두 덮을 수 있는 엄청난 천재이자 세계 최고의 레드몬 권위자로 제자가 되고 싶어 찾아오는 학생이 구름처럼 많았다.
“이 친구가 뭐에 꽂히면 다른 건 쳐다보지도 않는 성격이라 그렇습니다. 이해해주십시오.”
“괜찮습니다. 어서 가보십시오.”
“죄송합니다.”
최정준 박사가 펑크 낸 점심 약속을 차영철 박사가 대신 사과했다. 내가 밴댕이 소갈딱지긴 해도 이런 일을 마음에 담아 두진 않았다.
열심히 일하겠다는 사람에게 화낼 이유도 없지만, 실력이 있는 사람이 부리는 성질은 얼마든지 받아줄 용의가 있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말투가 좀 거칠기로 서니 그걸 이해 못하면 제대로 된 리더가 아니었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건 실력도 없는 놈이 부모와 집안만 믿고 설치는 것과 쥐꼬리만 한 실력으로 윗사람에겐 아부하고 아랫사람은 마구 다루는 놈으로 이런 놈은 눈에 띄는 순간 사지를 비틀어버리고 싶었다.
“지홍씨!”
“응?”
“오빠가 지금 와도 되는지 물어봐 달라네요.”
“그럼. 언제든 오셔도 된다고 말해.”
“고마워요.”
내일 저녁쯤 올 것으로 예상했던 정근욱 회장이 생각보다 일찍 나진시를 방문했다.
전화를 끊고 20분 만에 도착한 것으로 보아 이륙준비까지 맞춰놓고 한숙에게 전화를 걸어 출발해도 대는지 물어본 것 같았다.
“일은 잘 마무리 지으셨습니까?”
“자네 덕분에 잘 마무리했네. 쓸모없는 놈들 이번 기회에 싹 정리하고, 죽은 수비대 가족들에겐 넉넉한 위로금과 신분보장을 약속해 마음을 달랬네. 위령탑과 추모공원은 올해 안에 완공하기로 했네.”
“잘하셨습니다.”
“모두 자네 덕분이네. 자네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자기들만 살자고 도망친 놈들을 아직도 믿고 일을 맡겼을 것이네. 그럼 청진시는 화합할 기회를 놓치고, 매일 잡음과 분란이 끊이지 않았겠지.”
정근욱 회장은 할 이야기가 많은지 집으로 이동하는 내내 청진시에 있었던 일들을 쉬지 않고 떠들어댔다.
“레드바이퍼는 무사히 도착했나?”
“형님이 신경 써준 덕분에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닐세. 자네 아니었으면 쪽박 차고 길거리에 나앉을 뻔했는데 내가 감사해야지. 그리고 레드바이퍼는 자네 물건인데 당연히 보내줘야 하는 일이었네. 감사라니 가당치도 않네.”
최정준 박사를 위해 준비했던 푸짐한 점심상이 졸지에 정근욱 회장 환영회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아내들을 모두 불러 인사하기엔 좀 미안한 감이 있어 한숙과 소연, 은비만 참석한 조촐한 환영회를 열어야 했다.
“TV와 신문을 보고 속에서 열불이 나더군. 정도가 있는 건데 이놈들은 해도 해도 너무들 하더군. 내가 이렇게 화가 나는데 자네 속이 어떨지 생각하니 내가 다 미안할 지경이네.”
“이미 예상하던 일이라 괜찮습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네. 그냥 넘어가선 절대 안 되는 일일세. 끝까지 따져 정부와 오성, 언론의 만행을 반드시 밝혀내야 하네.”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조만간 해외에서 소문이 날 것입니다. 잠시만 참고 기다리시면 됩니다.”
“그 이야기는 한숙에게 들었네. 꽤 많은 특사가 방문했다고 하던데...”
“일부 친서를 가져온 투자단도 있지만, 특사까지는 아닙니다.”
“대통령이나 수상의 친서를 가져왔다면 특사라고 봐야지. 미국과 러시아도 친서를 가져왔는가?”
“네!”
“참으로 통탄할 일일세. 해외에선 자네의 능력을 얻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데, 정작 조국은 소 닭 보듯 하고 있으니... 이래서야 어찌 인재를 붙잡고 나라를 부강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국내 사정은 시간이 지나면 차차 해결될 겁니다. 그만 걱정하시고 제 술이나 한잔 받으십시오.”
“무슨 술인가? 색깔이 아주 곱군.”
“엘리트 레드몬 능구렁이로 담근 능사주입니다.”
“저. 저. 정말인가?”
“네, 남자에게 최고로 좋은 술입니다. 드셔 보십시오.”
“꿀꺽! 캬하~ 술맛이 끝내주는군. 향부터 맛까지 아주 좋아.”
“귀한 약재를 아낌없이 쏟아 부은 술입니다. 마음에 드실 겁니다.”
“마음에 드는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좋은 술은 처음 마셔보네.”
정근욱 회장은 밥보다 술을 좋아하는 애주가로 전 세계의 미주를 두루 섭렵한 술의 고수였다.
그런 사람이 좋다고 할 정도면 능사주가 과히 나쁘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솔직히 술맛은 어떨지 몰라도 약효로 따지면 보약이 부럽지 않은 술이었다.
이걸 마시고 회춘한 사람이 한둘이 아닐 만큼 대단한 술로 들어간 약재와 엘리트 레드몬 능사를 생각하면 값을 따질 수 없는 남자들의 무가지보였다.
술의 고수답게 1~2잔 맛을 음미하자 최고의 명약이란 걸 알아챘는지 병을 빼앗듯 가져가 자작으로 잔을 채워 마셔댔다.
효과가 좋은 만큼 능사주는 매우 독한 술이었다. 소주 3~4병을 마시는 주당도 반병만 마시면 취할 만큼 독해 멋모르고 몸에 좋다는 소리에 병째 들이키다 나가떨어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캬하~ 정말 끝내주는군.”
“많이 있습니다. 천천히 드십시오.”
“걱정하지 말게. 짊어지고는 못 가도 뱃속에 채워갈 능력은 되네. 하하하~”
“엄청나게 독한 술이라서...”
“내가 이래봬도 술이라면 당한 적수가 없네. 거. 걱정하지 말고...”
말술도 끄떡없다며 두주불사(斗酒不辭)를 자처하던 정근욱 회장도 한 병을 채우지 못하고 식탁에 고개를 처박았다.
“이 웬수! 내가 그렇게 행동 조심하라고 말했는데, 이따위로 밖에 못해? 일어나기만 해봐. 넌 죽었어.”
“한숙아! 사. 살살해.”
“걱정하지 마세요. 다시는 지홍씨 앞에서 실수하지 않게 군기를 확 잡아 놓을게요. 그만 올라가 쉬세요. 여긴 제가 알아서 치울게요.”
“그. 그래. 아. 알. 알았어. 수. 수고해.”
「명복을 빕니다. 부디 살아남기를...」
============================ 작품 후기 ============================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