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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45화 (145/505)

00145  공짜는 양잿물도 마신다.  =========================================================================

145.

“이번 레드주얼은 모양이 참 단순하네.”

“그러게요. 안개가 뿌옇게 낀 걸 빼면 구슬 안에 움직임이 전혀 없네요.”

“네가 목에 걸고 다니는 치유주얼은 푸른 숲이 생생하게 살아있어 모두 액세서리로 알고 예쁘다고 난린데, 이번 건 모양이 너무 밋밋해서 목걸이로 쓰기엔 좀 별로다. 그렇지?”

“금이나 백금으로 모양을 내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오! 그럼 되겠네.”

은비와 아영이 까치살무사에서 얻은 레드주얼을 요리조리 살피며 모양이 어떠네, 목걸이 줄은 뭐가 좋겠네, 단순한 모양을 어떻게 보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둥 품평에 여념이 없었다.

말만 꺼내지 않을 뿐 소연과 서인, 상아도 은비와 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름 어떤 모양으로 꾸며야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보세요! 이건 액세서리가 아닙니다. 왜들 이러세요.”

“오빤 아영이 목에 걸린 치유주얼 안 예뻐?”

“예쁘지. 그래도 이건 모양보다는 기능이 중요하잖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쁘면 더 좋잖아.”

“예쁘기만 하고 기능이 형편없어도 좋아? 아니잖아. 쓸데없는 거 신경 쓰지 말고 기능이 뭔지 알려줄 테니까 이리 줘봐.”

“내가 언제 기능이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어?”

“아니!”

“모양도 좋고, 기능도 좋으면 더 좋겠다고 한 거야. 내 말이 틀렸어?”

“아. 아니. 트. 틀려다는 게 아니고...”

“미적 감각이 저렇게 없으니 허구한 날 가운 아니면 청바지에 면 티만 입고 다니지. 안 그래?”

“양복도 입잖아.”

“양복은 손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는 거고. 그것도 가뭄에 콩 나듯.”

“내가 직장인도 아니고 양복 입을 일이 뭐가 있어. 방어구와 청바지면 충분하지.”

“산책하고 운동할 때 멋진 트레이닝복도 입고, 나선시 순찰할 때 반듯하게 옷 좀 차려입으면 덧나?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매일 옷차림이 그게 뭐야. 창피하지도 않아?”

“난 이게 편해.”

“그렇겠지. 딱 달라붙는 바지와 트레이닝복을 어떻게 입겠어. 앞은 불룩하고 고추는 다 튀어나올 텐데. 그지?”

“.......”

언론사 얘기로 화가 단단히 났는지 은비가 사나운 암고양이처럼 발톱을 바짝 세우고 으르렁거렸다.

언론사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언론의 의무가 어쨌다는 둥, 전화하면 가만 안 두겠다는 둥 황당한 소리로 은비의 화를 한껏 돋아났다.

“오빠! 이번 건 기능이 뭐에요?”

“포스를 주입하면 검은 독 안개가 쫙 퍼지는 거 아니겠죠?”

눈치 빠른 아영과 상아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은비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어색한 미소를 띄웠다.

내가 미안해하자 화가 좀 풀렸는지 입술이 한 번 삐죽이더니 조용히 입을 닫고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랬다가는 큰일 나게.”

“그럼 효과가 뭐에요?”

“스킬 확산!”

“네? 그건 무슨 효과에요”

“말 그대로 스킬 효과를 좀 더 멀리까지 전달하는 기능이야.”

“이번에도 좀 생뚱맞네요. 전 마비 증상을 일으키는 비명이나 속도를 올려주는 그런 기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나도 그래. 그래도 스킬을 두 배 확산해주는 기능이 있어 나쁘진 않은 것 같아.”

까치살무사에서 얻은 레드주얼은 포스를 주입해 활성화한 후 사용하면 기감 거리가 두 배로 늘어났다.

하지만 예기와 블링크, 혈기탄, 살기투사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포베로미스를 잡고 얻은 치유주얼처럼 우리가 생각한 기능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기능으로 앞으로 얻게 될 레드주얼 중 상당수가 이와 같을 것으로 예상했다.

“돌아가면서 포스를 주입해봐. 이번 것도 치유주얼처럼 특정 포스에만 반응하는지 확인해보자.”

은비에게 레드주얼을 가장 먼저 넘겼다. 손을 꼭 붙자고 레드주얼을 넘겨주자 ‘흥~’ 콧소리와 함께 가자미눈을 뜨고 째려보더니 씩 웃으며 주얼에 포스를 주입했다.

“이번에도 내 것이 아닌가 보네. 언니가 해봐.”

소연과 서인, 아영을 거쳐 상아의 손에 도착한 레드주얼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탐지 스킬하고 상성이 잘 맞네. 아주 잘 됐다.”

“상아야! 축하해!”

“아니에요. 기감 거리를 두 배나 늘릴 수 있는데, 당연히 오빠가 쓰셔야줘.”

“네가 사용하면 집에서 움직이지 않고도 가장 먼 좌이동 방어벽에 레드몬이 접근하는지 알 수 있잖아. 내가 사용하는 것보다 네가 사용하는 게 더욱 효율적이야.”

“그건 지홍이 말이 맞아. 네가 사용하면 지금보다 나진시가 훨씬 안전해질 거야. 사냥할 때도 탐지 거리가 두 배로 늘어나 위험도도 현저히 줄어들 테고, 레드몬 지도를 만드는 일도 수월할 거야.”

“레드주얼은 각자 상성이 맞는 게 중요해. 그래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잖아. 아영이가 사용하는 치유주얼처럼 이번 레드주얼은 너에게 상성이 가장 잘 맞는 거야. 미안해할 필요 없어.”

소연이 내 말에 힘을 싣고 은비도 옆에서 적극적으로 거들었다. 서인과 아영도 상아가 사용하는 것이 맞는다고 계속 거들자 상아도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오빠! 언니들! 아영아!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 더욱 잘할게요.”

뿌연 안개가 가득 찼던 레드주얼이 상아의 포스를 머금자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보름달 같은 둥근 만월이 떠올랐다.

레드문 이전에 은은한 빛을 내뿜던 보름달이 레드주얼 중앙에 떠올라 하얀빛을 뿌리는 모습은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아름다움을 시선을 잡아끌었다.

“이렇게 아름답게 변할 줄 알았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내가 갖는 건데. 아깝다.”

“내가 더 예쁜 거로 구해줄게.”

“됐으니까 옷이나 잘 입고 다녀.”

“쫙 달라붙는 스키니진에 쫄티 입고 다닐까?”

“미쳤어? 고추 다 내놓고 다닐 생각이야?”

“그것 봐. 나도 몰라서 안 입는 게 아니라니까. 입을 수가 없어서 못 입는 거야.”

“정말 별것이 다 속을 썩인다. 확 잘라버릴까?”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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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투자단이 도착한 다음 날 아침부터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브라질 등 20여 개국이 넘는 국가에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투자단을 파견했다.

미리 투자단 인원을 10명 이내로 제한해 손님 접대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능력자가 한 명씩은 끼어 있어 감시에 비상이 걸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중국을 빼면 나이도 비교적 많고 90% 이상이 남자인 정상적인 조직으로 투자단을 꾸렸다는 것이었다.

중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인계를 쓸 생각인지 절반이 넘는 6명을 젊은 여성들로 채웠고, 그 중엔 능력자도 4명이나 끼어있었다.

“거짓 없이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나흘 전까진 박지홍 회장님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한 투자단을 꾸렸습니다. 하지만 사흘 전 A급 엘리트 레드몬 레드바이퍼를 사냥한 사실을 알게 된 후 파견단을 대대적으로 물갈이했습니다. 의심했던 점 먼저 사과드립니다.”

데이비드 액설로드(David Axelrod)는 빌 클린턴 대통령 선임 고문으로 3일 전 투자단 대표로 선임됐던 CIA 요원을 대신해 투자단 대표를 맡게 됐다.

“미국은 미래 레드몬 박지홍 회장님과 친구 그 이상의 돈독한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여기 빌 클린턴 대통령의 친서가 있습니다. 읽어보십시오.”

“감사합니다.”

홍은하 소장에게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될 거라는 귀띔을 미리 받긴 했지만, 빌 클린턴(Bill Clinton)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친서를 읽은 한숙이 내용을 귓속말로 알려줬다. 친서의 목적에 부합하게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친근한 어투로 작성됐음을 알려줬다.

액설로드 대표가 말한 친구 그 이상이란 표현을 빌 클린턴 대통령도 쓸 만큼 미국은 우리를 인정하고 가깝게 지내려 했다.

“빌 클린턴 대통령께선 회장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언제든 미국에 오시면 국빈으로 맞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미국 다음으로 만난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Adelina Sotnikova) 대표도 미국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보리스 옐친(Boris Yeltsin) 대통령이 직접 쓴 친서를 전달하고 국경지대를 맞댄 이웃으로 형제처럼 지내자는 말을 스스럼없이 뱉어냈다.

더욱 파격적인 건 우리가 오케이만 하면 옐친 대통령이 나진시로 바로 날아오겠다는 말까지 전달했다.

다음으로 만난 영국, 독일, 프랑스, 인도, 브라질은 친서까진 없었지만,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건 똑같았다.

8번째로 만난 중국은 분위기가 확 바뀌어 어제 만난 일본과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육감적인 젊은 여성들로 내 환심을 사려 했다.

일본처럼 공짜로 능력자를, 그것도 아름다운 여성을 4명이나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어 최대한 부드럽게 인사를 맞췄다.

오늘은 첫날이라 가볍게 인사만 나누고 구체적인 회의는 내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누군 좋겠어.”

“뭐가?”

“애첩이 왕창 생겼잖아.”

“애첩이라니?”

“일본 세 명, 중국 네 명, 합쳐서 일곱 명! 다들 예쁘고, 몸매도 좋고, 개중에는 글래머도 있더라.”

“놈들이 선물로 준 거라 세뇌해 이용할 생각이지 데리고 살 생각은 없어.”

“세뇌하면 어떤 꼴 나는지 알면서 그 짓을 또 하려고?”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다른 방법을 찾아보지도 않고 어쩔 수 없다고?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흐음...”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 그녀들도 희생당한 사람이야. 하고 싶어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잖아. 국가가 시키니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잖아.”

“사정은 이해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아.”

“적이라고 해도 남의 인생을 망가뜨릴 권한은 우리에게 없어. 어쩔 수 없이 생명을 빼앗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최대한 인간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해.”

은비의 말이 옳았다. 서로 총칼을 들고 싸우는 상황이라면 살기 위해 상대를 가차 없이 죽이는 게 맞았다.

하지만 반항할 힘도 없는 상대를 세뇌해 이용하는 건 비인간적인 행위를 넘어 절대 해서는 안 될 극악무도한 짓이었다.

더구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그 짓을 또 한다는 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

올 1월 이중첩자로 세뇌한 17명 모두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 중이었다. 정신이 붕괴하자 강인한 신체도 버틸 수 없는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고 있었다.

아영의 2단계 정화수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지만, 한번 부서진 정신은 다시 회복할 수 없는지 악화 속도만 조금 늦출 뿐이었다.

이 상태로 가면 길어도 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전문의 소견이 있을 만큼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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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

이틀 밤새고 장지에 갔다 오며 하루도 쉬지 못해 그만... 메르스... 는 아니고 몸살감기로 하루 연재가 중단됐습니다.

조만간 분발해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작품 후기 ============================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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