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4 공짜는 양잿물도 마신다. =========================================================================
144.
“일본이 20대 젊은 여자들로 투자단을 꾸린 속셈이 뭘까요?”
“정보를 캘 수 있는 적임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젊은 여성이 대거 뽑혔겠지.”
“대표와 법률 자문은 멘탈리스트니까 오빠처럼 상대의 능력치를 알아볼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지.”
“그런 능력자가 흔한가요?”
“글쎄?”
“제가 알기엔 오빠를 빼면 한 명도 없는 거로 아는데. 제가 잘못 알고 있었나요?”
“그거야 드러나지 않아서 그런 거지. 나도 그렇잖아.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신기한 스킬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까요. 근데... 회의 중에 저 빼고 스킬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었나요?”
“모르겠어.”
“기감으로 계속 감시했는데, 그걸 몰라요?”
내가 회의에 참석한 이유는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인 대한민국의 접대문화를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었고, 나를 만나기 위해 불원천리(不遠千里) 달려온 일본의 숭고한(?) 뜻을 존중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놈들이 야료를 부리지 못하게 감시하고, 속내를 파악하기 위해 귀찮음을 무릎 쓰고 억지로 나온 것뿐이었다.
이들이 정말 나진시에 투자할 마음이 있어 찾아왔다고 해도 김관웅 사장과 관련 직원들만 내보내도 충분했다.
상대가 스킬을 사용하면 기감을 통해 미세한 파동이나 포스의 움직임을 잡아낼 수 있었다.
사용량이 적고 표시가 나지 않는 스킬의 경우 파악하기가 매우 까다롭지만, 한 번 사용하고 끝나게 아니라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었다.
내가 레드몬을 상대할 때 눈을 뜨고 싸우는 것보다 눈을 감고 싸우는 것이 더 유리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물론 아영의 기감수준으론 어림도 없는 일로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가능한 능력이었다.
“미인계를 말하고 싶은 거야?”
“네!”
“상아야! 너처럼 예쁘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마누라가 여섯 명이나 있는데, 미인계를 쓴다고? 말도 안 돼!”
“속담에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가 없다고 하잖아요.”
“넌 나를 뭐로 보고 그러냐?”
“여자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우리 오빠이자 제 낭군이요. 까르르~”
“이런...”
빨라도 일주일은 걸릴 거라 생각했던 일본 투자단 신원파악은 명령을 내린지 반나절 만에 소속과 과거 이력을 비교적 상세히 알아냈다.
전체가 아닌 능력자 3인에 대한 정보로 일반인 7명은 얼굴이 알려지지 않아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았다.
이들 3인에 대한 정보를 이토록 빨리 알아낼 수 있었던 건, 활동한지 5~10년 된 베테랑들로 화려한 전적을 가진 대단한 능력자이기 때문이었다.
“대표인 스기모토 유미는 흑룡회, 부대표인 이시하라 사토미는 일본회의, 법률자문 타베 미카코는 겐요샤 소속입니다.”
“셋 다 극우단체 아닙니까?”
“맞습니다. 극우단체 중에서도 우익의 선봉에 선 대표주자들입니다.”
흑룡회(黑龍會)는 1901년 2월 23일 조직된 일제의 국가주의 우익 조직으로 한국병탄(韓國倂呑)에 앞장선 대표적 폭력조직이었다.
송병준과 독립협회 출신 윤시병, 유학주, 동학교 이용구 등이 조직한 친일 단체 일진회(一進會)를 배후에서 조종해 조선 침략과 병탄의 앞잡이로 사용했고, 병탄 이후에는 만주와 일본 등지에서 한국인 학살을 주도하고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하는 등 한반도와 중국침략의 선봉에 선 극우조직이었다.
겐요샤는 명성황후 시해의 주범으로 조선 국권침탈 준비, 초기의 중국 혁명 지원 및 정치·전쟁·테러를 배후 조종한 일본 야쿠자의 전신이자 극우 정치단체였다.
일본회의(日本會議)는 기관지 ‘일본의 숨결'을 매달 발행하는 일본 최대의 극우 단체로 조직원만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일본 우경화의 핵심단체였다.
“소속이 다 다르군요.”
“소속은 달라도 일본 우익의 지배자인 아베 마사히코의 수중에 있는 단체들입니다. 같은 소속이라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내각정보조사실도 그놈 밑에 있는 겁니까?”
“총리와 자민당 모두 아베 마사히코 수중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왕하고 동급이군요.”
“그 이상으로 실질적인 일본의 지배자입니다.”
일본제국 시절 일왕(日王)은 세계가 모두 일왕의 지배 아래에 있다는 천황제 파시즘과 황국사관의 근본사상을 뒷받침하는 신이자 절대 권력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세워진 종이 인형으로 아무런 권한도 없는 허수아비였다.
“강 국장이 생각하기에 이들 보낸 일본의 저의가 뭐라고 보십니까?”
“회장님을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고, 다음은 미인계를 통합 포섭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군요.”
“기분 나빠하실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쪽발이들이 나를 여자에 환장한 놈으로 생각하는데, 기뻐해야 합니까?”
“그런 뜻이 아닙니다. 실리를 따지면 선물로 생각하셔도 된다는 뜻입니다.”
“선물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들은 회장님을 포섭하기 위한 미끼입니다. 그것도 그저 그런 미끼가 아니라 최상급 미끼입니다. 하지만 미끼는 미끼일 뿐입니다. 낚시에 성공하지 못하면 미끼는 버려집니다. 그래서 선물이라 말씀드린 겁니다.”
1. 스기모토 유미(Sugimoto Yumi) : 흑룡회 소속, 일본 투자단 대표
나이 : 1966. 7. 15
신체 : 신장 172cm, 몸무게 50kg, 글래머, 미국계 혼혈
직업 : 하급 멘탈리스트
능력치 : 힘-25 민첩-23 체력-50 총합-98 멘탈포스-345
스킬 : 마비
2. 이시하라 사토미(Ishihara Satomi) : 일본회의 소속, 일본 투자단 부대표
나이 : 1969. 3. 20
신체 : 신장 173cm, 몸무게 52kg, 글래머, 순수 일본인
직업 : 하급 피지컬리스트 : 민첩형
능력치 : 힘-89 민첩-115 체력-95 총합-299 멘탈포스-23
스킬 : 없음
3. 타베 미카코(Tabe Mikako) : 겐요샤 소속, 일본 투자단 법률자문
나이 : 1968. 10. 05
신체 : 신장 169cm, 몸무게 48kg, 날씬한 체형, 한국계 혼혈
직업 : 하급 멘탈리스트
능력치 : 힘-26 민첩-25 체력-58 총합-109 멘탈포스-401
스킬 : 수면
“선물만 받고 입을 싹 닫자?”
“그렇습니다.”
“그것도 재밌겠군요. 아주 마음에 듭니다.”
「능력자를 공짜로 세 명이나 보내 주고, 아베 마사히코에게 감사의 편지라도 한 장 보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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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처구니가 없다. TV만 그런 게 아니라 신문도 다 똑같네. 호그질라와 김일권, 김아리, 오성 그룹이야기 밖에 없어. 우리 얘기는 빼놔도 피해 상황은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이렇게 양심 없게 신문 팔아먹어도 되는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화낼 거 없어.”
“이게 화낼 일이 아니야?”
“화내봐야 바뀌는 것도 없다는 뜻이야.”
저녁때가 돼서야 일어난 은비는 신문을 보곤 불같이 화를 냈다. 밤새 TV를 보며 신문은 조금 다르겠지 생각했는데, 더하면 더했지 다를 것이 없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언론사는 언제 인수할 거야?”
“강 국장에게 쓸 만한 언론사가 있는지 알아보라고 했어.”
“최대한 빨리 알아보라고 해. 속에서 천불이 나 죽겠어.”
“알았어.”
“신문사 인수만 해봐! 그때부턴 이놈의 거지같은 정부 가만 안둘 거야. 사사건건 따지고 물고 늘어질 거야.”
“언론에 관여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
“왜?”
“그건 우리 일이 아니니까.”
“내가 없는 걸 써달라는 할 것도 아니고, 잘못한 걸 지적하고 바르게 고치라고 요구할 건데 뭐가 문제야?”
“나나 우리 생각을 신문에 반영하면 거짓 여론을 조성하는 그들하고 다를 게 없어. 언론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작게는 우리 스스로를 돕는 길이고, 나아가선 이 나라 사람 전체를 돕는 길이야. 행여 나 몰래 전화라도 하다 걸리면 혼날 줄 알아.”
“아이고~ 성인군자 나셨네.”
“칭찬으로 들을게!”
“우씌~”
낮 12시 나진항에 도착한 까치살무사의 사체는 가죽을 벗긴 다음 열 토막으로 잘라 완벽하게 밀봉한 후 영하 30도 이하의 냉동고에 집어넣었다.
레드몬 연구에 필요한 기자재가 한 달 뒤에 도착할 예정이라 그때까진 차가운 냉동고에 보관해 부패를 막아야 했다.
강대한 힘을 가진 A급 엘리트 레드몬도 죽으면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한 그냥 두면 악취와 함께 썩었다.
“최정준 박사가 내일 나진시를 방문하고 싶다는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우리와 함께하기로 한 겁니까?”
“아직 동의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가 아는 최정준은 쉽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이 온다고 직접 연락을 취해온 건 완전히 넘어왔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최정준 박사는 세계 최고의 레드몬 전문가로 그동안 영입제의를 번번이 거절하며 애를 태웠다.
그러다가 어제 까치살무사 얘기를 꺼내자 단박에 넘어왔다.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실험재료로 마음껏 제공한다는 한 마디에 세계적인 석학도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고생은 회장님이 다하셨고, 전 다 된 밥에 숟가락만 얻은 것뿐입니다.”
“숟가락을 제대로 꽂아야 일이 마무리되는 겁니다. 어설프게 꽂으면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입니다.”
“역시 회장님은 생각하는 게 고차원이십니다. 하하하~”
차영철 박사가 연구소 소장을 맡자 미래 레드몬 연구소로 인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급여과 바다가 보이는 전원주택, 자동차, 빵빵한 연구비 지원 그리고 연구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건까지 너무도 파격적인 혜택이 인재를 끌어들인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걸 믿을 수 있게 해준 건 차영철 박사의 인맥과 신뢰도였다. 같은 말을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말의 무게가 달라졌다.
나처럼 듣도 보도 못한 놈이 이런 혜택을 줄 테니 오라고 소리치면 사기꾼으로 몰리기 십상이었다.
“내일 헬기를 보내겠습니다. 오시면 같이 점심이라도 드시면서 얘기 나누시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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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변하지 않는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