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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43화 (143/505)

00143  공짜는 양잿물도 마신다.  =========================================================================

143. 공짜는 양잿물도 마신다.

“김일권이 나섰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요?”

“최소한 사망자는 없었을 겁니다.”

“다른 피해 상황은 없습니까?”

“군인 721명과 민간인 38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500여 명에 달합니다. 서남쪽 회산동 방어벽이 뚫리며 재산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언론에선 뭐라고 합니까?”

“군인과 민간인 피해는 최초 1회 발표 후 완전히 묵힌 상태입니다. 대신 김일권 공대장과 김아리 힐러, 오성 공대의 업적을 찬양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요?”

“아직 조용합니다.”

“언론에 자료는 넘겼습니까?”

“네, 어제저녁 6시 국내 언론사에 모두 배포했습니다.”

“대한당 연락해 기자회견을 열라고 하세요. 그리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해외 유력 언론에 자료를 넘겨주세요.”

“알겠습니다.”

정부와 언론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김일권과 김아리를 광적으로 치켜세우며 영웅 만들기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더불어 오성 공대와 오성 그룹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TV와 신문에 도배하며, 국민 공대와 국민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그에 반해 A급 엘리트 레드몬 까치살무사의 사냥 소식과 청진에 대한 뉴스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가 손수 예쁜 사진과 자료까지 정리해 넘겨줬지만, 십여 개가 넘는 대형 언론사와 3개 지상파 TV 중 어느 한 곳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우리 이름이 거론되지 않는 건 이미 예견했던 일이라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오성 그룹은 자신들의 이름을 띄우기 위해 당연히 우리 이름이 거론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했고, 우리를 미워하는 수많은 정치인과 기업인도 두 팔을 걷어붙여 이상할 게 없었다.

문제는 기업과 정부의 행동보다 기자들의 불성실한 태도와 양심을 저버린 언론의 행동이 문제였다.

기자라면 최소한 국민이 입은 인적·물적 피해는 상세하게 보도하고,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해 더욱 안전한 대응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장을 열어야 했다.

언론의 의무는 정확하고 공정한 사실을 국민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권력과 자본 휘둘리지 않고 공정한 사실을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고 정권의 잘못을 지적해 올바른 민주주의 국가로 나갈 길을 열어주는 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이었다.

힘 있는 자와 권력의 이해에 따라 나팔 불어 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사명이 아니었다.

민주주의의 본산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는 ‘국가는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어떤 법도 제정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권력이 온 힘을 다해 묻어버리려던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 국민 앞에 내놓은 뉴욕 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일어난 사실만이라 제대로 보도해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없도록 토론할 기회를 제공하는 양심을 가진 언론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국내 언론사 지배구조와 자본 상태를 상세를 조사하세요.”

“인수할 언론사를 몇 개쯤 생각하고 계십니까?”

“두세 곳은 돼야 합니다. 그래야 절반이라도 사실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메이드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조사하세요. 느낌이 안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서재를 나와 침실로 들어갔다. 아침이 다돼서야 잠이 든 탓에 다섯 명 모두 깊은 잠에 취해 있었다.

잠이 보약이라고 깨우지 않고 혼자 식당으로 내려왔다. 한숙과 조은영, 소희, 아정, 아솔, 아림이 식탁에 둘러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곤하지 않아요?”

“푹 잤어. 괜찮아.”

“사체는 12시 이전에 항구에 도착할 거예요. 오빠는 모레쯤 오기로 했어요.”

“고생했어.”

볼에 입을 맞추어주는 것으로 한숙의 노고를 위로했다. 우리가 잠든 사이 한숙은 밤늦게까지 까치살무사의 뒤처리와 나진시 경비 상태를 점검했다.

내가 없으면 소연이 나진시에 대한 모든 권한을 행사했고, 소연도 없으면 은비가, 은비도 없으면 한숙이 권한을 넘겨받았다.

“조금 전 방에 올라가 보니까 언니들 다 자던데, 어디 아픈 건 아니죠?”

“나 간호 한다고 잠을 못 자서 그래. 오후엔 모두 깨어날 거야.”

“오빠! 어디 아프셨어요?”

“아니, 조금 피곤해서 그런 거야. 멀쩡해!”

“정말 다행이네요.”

“걱정해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도움도 못 되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마음이면 충분해.”

까칠하던 소희는 마음이 열리자 정도 많고, 애교도 많은 원래 성격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다.

훈련에 동참한 이후 아침, 점심, 저녁 세끼 모두 우리와 함께 먹자 표정도 많이 밝아졌다.

홀아비인 차영철 박사가 가장 걱정하고 어려워하던 일은 소희의 아침, 점심, 저녁밥을 챙겨주는 일이었다.

아침은 어찌어찌 챙겨 먹여도 점심과 저녁은 스스로 찾아 먹어야 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오죽 기뻤으면 우리 집에서 세끼를 해결한다고 하자 물개처럼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푸짐한 아침 식사가 끝나자 한숙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오후에 있을 일본 투자단 접대에 관해 간단하게 상의한 다음 침실로 올라가 곤히 잠든 아내들 사이에 끼어들어 TV를 켰다.

자석에 끌리듯 좌우에 달라붙더니 자연스럽게 고추를 만지작거렸다. 내 아내들만 이런 게 여성 대부분이 남편이나 애인의 고추를 만지며 잠을 잤다.

소유욕일 수도 있고, 끊임없이 확인하는 버릇일 수도 있고, 말랑말랑한 느낌에 길들여진 중독성일 수도 있었다.

[이번 호그질라 사냥에 성공한 오성 공대 김일권 공대장님과 김아리 힐러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피지컬리스트와 힐러로 그동안 도시에 침범한 레드몬을 수없이 격퇴한 진전한 영웅들이십니다.]

[맞습니다. 두 분의 업적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하십니다. 이번에도 김일권 공대장의 강력한 예기와 김아리 힐러님의 엄청난 힐링 스킬이 없었다면 호그질라를 이렇게 쉽게 사냥할 순 없었을 것입니다.]

죽은 호그질라에 올라탄 김일권의 모습을 배경으로 깔아놓은 스튜디오에선 오성 공대와 김일권, 김아리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한두 명 아니고 토론자 6명과 사회자까지 동참해 칭찬 일색으로 토론을 진행하자 이게 방송인지 특정인 찬양 프로그램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KBS1, KBS2, MBC로 채널을 바꿔봤지만, 판박이처럼 내용이 똑같았다.

세계적으로도 엘리트 레드몬 사냥이 흔한 일이 아니라서 김일권과 김아리를 칭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김일권 혼자서 호그질라와 혈투를 벌여 쓰러뜨린 것 같은 분위기로 몰아간다는 것이었다.

이건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 목숨을 잃은 사람, 다친 사람 모두를 폄하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김일권과 김아리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죽어간 능력자들과 젊은 군인, 강릉 시민을 생각하면 내가 다 미안하고 창피할 지경이었다.

계속 보고 있으면 정말 화가 날 것 같아 TV를 껐다.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들을 부각하는 것이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방송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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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이런 오지에 관심을 주신 게 고마울 따름이죠.”

미쓰비시 상사 이름으로 나진시를 방문한 일본 투자단은 총 10명으로 일반인 7명에 능력자가 3명이었다.

일본 측 대표는 20대 중반의 아름다운 여성으로 미국계 혼혈인지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대단한 미인이었다.

10명 중 5명이 여성으로 능력자 3명은 모두 여성이었다. 직책도 대표, 부대표, 법률자문 등 나이와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직책을 맡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나를 놀리는 거야? 아니면 일부러 미인만 골라 보낸 거야? 무슨 뜻으로?」

우리 쪽 대표는 내가 아닌 한숙으로 얼마 전 영입한 서정재 변호사가 옆에 동석해 도움을 줬다.

서정재 변호사는 변병석 대표의 오랜 친구로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타국 법률에도 조예가 깊어 미래 레드몬 법무팀 팀장으로 스카우트했다.

나는 짙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한숙 옆에 앉아 일본 투자단의 행동을 관찰했고, 자다 끌려 나온 상아도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거짓과 진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전에 미리 말씀드린 것처럼 우린 외부 자본을 유치할 생각도 투자받을 계획도 없습니다.”

“지분이나 땅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냐진시에 모자라는 부분을 저희 미쓰비시 그룹이 채워드리겠다는 뜻입니다.”

“저희는 이제 겨우 시작한 작은 어촌에 지나지 않습니다. 모자라는 것도 필요한 것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저희가 필요한 것입니다. 앞으로 나진시가 발전하려면 해운업이 함께해야 합니다. 그 일을 미쓰비시가 대신해드릴 수 있습니다.”

대표를 포함해 회의에 참석한 5명 모두 한국어 실력이 대단해 일본인이란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정보를 캐러온 만큼 상대방 언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억양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 건 좀 지나치단 생각이 들었다.

“저희가 나진시에 맞춰 준비해온 투자계획서입니다. 검토해 보시면 마음에 쏙 드는 게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검토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살짝 짧아 보이는 까만 치마와 하얀 블라우스로 통일한 일본 투자단이 빠져나가자 검지를 입에 붙여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며 회의실과 복도, 화장실 등을 돌며 초소형 도청장치를 모두 수거해 파괴했다.

“그사이에 많이도 심었네.”

“항구에도 있겠네요.”

“그건 안전보장국에서 찾을 거야. 김도형 대장님!”

“네!”

“여기 거둬들인 도청장치는 일본 투자단 대표에게 오늘 중으로 전달하세요. 한 번 더 이런 짓을 하면 바로 쫓겨난다는 것도 알려주시고, 함부로 돌아다닐 수 없게 숙소 주변도 차단하세요.”

“알겠습니다.”

“상아야! 어때?”

“절반은 거짓이고, 절반은 진실이에요.”

“진실이 절반씩이나 돼?”

“네, 투자는 진심이었어요. 협력관계는 당연히 거짓이고요.”

“투자를 빌미로 이곳에 확실한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뜻이겠지?”

“그렇다고 봐야죠.”

“강승원 국장님!”

“네!”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세요. 특히 세 명의 능력자에 대해선 최대한 빨리 알아봐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대표와 법률자문은 하급 멘탈리스트였고, 부대표는 하급 피지컬리스였다. 일반인 7명도 능력치가 높은 것으로 보아 고도로 훈련된 요원이 틀림없었다.

내각정보조사실 소속이 확실해 보이는 일반인 7명은 음지에서 활동했거나 이번 작전이 처음이면 신원을 파악하기 힘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능력자 3명은 활동기록이 군데군데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커 이르면 내일 중으로 신원을 파악할 수도 있었다.

============================ 작품 후기 ============================

항상 변하지 않는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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