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2 까치살무사 =========================================================================
142.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아~ 네, 잠시만요. 소연 언니! 강승원 국장님 전화에요.”
“응!”
상아에게 전화를 넘겨받은 소연은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스피커 버튼을 누른 후 TV 볼륨을 줄였다.
[1분 전 호그질라를 상대하기 위해 오성 공대가 숙소를 떠났습니다. 인원은 총 106명으로 팀을 세 개로 나눴습니다. 최명수가 이끄는 1팀이 가장 먼저 호그질라를 상대하고, 다음은 이심학이 이끄는 2팀, 우고열이 이끄는 3팀이 돌아가며 상대할 계획입니다.]
[김일권 공대장은 빠진 건가요?]
[아닙니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나설 겁니다.]
“정말 얍삽한 놈이네.”
“그러게요. 힘 다 빼놓으면 그때 나서 대미를 장식하겠다는 뜻이잖아요.”
[김아리 힐러는요?]
[1·2·3조 모두 지원할 계획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변화가 생기면 다시 보고하겠습니다.]
[네, 수고해주세요.]
아직 오성 공대의 출동 사실을 모르는지 아나운서와 토론자들은 호그질라의 무서움과 해외 사례들을 소개하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언니! 오빠 아픈 거 아니죠?”
“흡기와 혈기탄을 무리하게 사용해서 지친 것뿐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난번보다 더 심하잖아요. 혹시 까치살무사의 독에 중독된 거 아닐까요?”
“확인해 봤는데, 중독 현상은 없었어.”
“근데 왜 이러는 거죠?”
“지난번보다 훨씬 더 무리해서 그럴 거야. 며칠 쉬면 툭툭 털고 일어날 거야. 지홍이가 얼마나 강한지 너도 알고 있잖아.”
소연은 상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동생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속으론 겁이 덜컥 나 손발이 떨려왔다.
상아의 말처럼 중독 증상으로 잠이 들었다면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아무렇지 않은 듯 얼굴을 지나 살며시 가슴에 손을 올려 심장이 잘 뛰는지 확인했다.
평소처럼 우렁차게 뛰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자 불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서인과 은비도 아영의 말에 많이 놀랐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소연의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소연이 손을 잡고 안심하라며 고개를 끄덕여주자 그제야 경직된 표정이 풀리며 TV로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진 않는지 풀이 죽은 고추와 축 처진 고환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오! 선다.”
“그렇지. 그렇지. 잘한다.”
고개를 숙인 고추가 서서히 힘을 찾으며 고개를 들어 올리자 시선이 모두 고추에 집중됐다.
은비가 다리 가운데로 들어와 귀두를 입에 물고 자극하자 금세 자라나 평소처럼 강건한 모습을 되찾았다.
“아휴! 이제 안심이 되네.”
“저도요. 이제 마음이 놓이네요.”
“나는 고추가 서 있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지 처음 알았어.”
별것도 아닌 일에 활기를 찾은 아내들이 폭풍 수다를 떨어댔다. 고작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평소처럼 다시 선 것에 지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는 표시로 불안하던 마음을 확실하게 해소해주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아내들이 난리를 치는 동안 육체를 떠났던 영혼이 서서히 돌아오는 것처럼 귀가 닫히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24시간 쉬지 않고 주위를 살핀 기감 덕분인가?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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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시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자 아직 날이 밝지 않았는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좌우로 고개를 돌리자 왼쪽엔 아영과 은비, 오른쪽엔 상아와 서인이 달라붙어 쌔근거리며 잠을 자고 있었다.
넷 다 떨어지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꼭 달라붙어 고추를 꽉 붙잡고 있었다. 손 네 개가 고추를 잡고 자고 모습은 재밌기도 했지만, 안쓰럽기도 했다.
아내들에게 나는 평생 믿고, 의지하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런 존재가 사라지면 아내들에게 남는 건 상처와 상실감, 고통과 두려움뿐이었다.
내가 아프고 힘든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만,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아내들이 고통받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끝까지 지켜줄게. 걱정하지 마.」
“좀 더 자지 않고 왜 일어났어?”
“충분히 잤어.”
“어디 아픈 곳은 없어?”
“응! 아주 개운해.”
“정말 다행이다.”
“왜 안 자고 있었어?”
“그냥.”
“그냥이라니?”
“네 얼굴을 보고 있으니까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
“거짓말 많이 늘었네.”
“.......”
“내게 무슨 일이 있을까봐 걱정돼서 잠도 못 자고 밤새워 지켜본 거잖아.”
“마음이 불안해 잠들 수가 없었어. 서인 언니와 동생들도 계속 지켜보다가 조금 전에야 간신히 잠들었어.”
“앞으론 그러지 마.”
“알았어.”
“이리와!”
아내들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몸을 빼내 소연을 품에 안았다. 아기처럼 안고 등을 토닥이자 5분도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까치살무사의 비명에 노출돼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을 텐데, 내 걱정에 억지로 밤을 새우며 몸이 많이 상해있었다.
포스를 이용해 전신을 살살 주물러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자 숨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푹신한 베개를 받쳐준 다음 은비와 서인, 상아, 아영도 차례로 온몸을 주물러 근육을 풀어주었다.
가운을 걸치고 1층 로비로 내려가자 젊고 예쁜 메이드가 다가와 시원한 오렌지 주스를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아니에요.”
수줍게 말하며 돌아서는 메이드의 뒤태에 시선이 꽂혔다. 궁금함을 참지 못해 기감을 사용해 전신을 훑어봤다.
늘씬한 몸매와 고운 피부, 화산한 외모까지 메이드가 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 살림이 늘어나자 메이드도 숫자가 늘어나 25명의 메이드가 상시 저택에 머물며 청소와 세탁 등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모두 나이가 젊은 아가씨들로 메이드 교육을 받은 전문직 여성들이었다. 보수도 호텔보다 두 배나 높고 생활환경도 매우 쾌적해 아직까진 그만둔 메이드가 한 명도 없었다.
「밤새 간호해준 아내들을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미친 거 아니야? 근데 내가 언제부터 메이드에게 관심이 있었지? 이상하네.」
문을 열고 현관을 나서자 풍산개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녀석들을 데리고 집 주위를 크게 한 바퀴 돌자 해가 완전히 떠올라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습니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습니다.”
“방위 준비 태세를 4단계로 내리세요.”
“알겠습니다.”
미래 레드포스는 방위 준비 태세인 디펜스 레디니스 컨디션(Defense Readiness Condition)와 유사한 5단계 전투 적응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5단계는 적의 침입이 없는 평화상태, 4단계는 레드몬의 침입을 경계하는 강화태세, 3단계는 적과 레드몬의 도발에 대응하는 준비태세, 2단계는 국지도발 또는 강대한 레드몬의 침입에 해당하는 준 전투태세, 1단계는 전시에 해당하는 전투태세로 숫자가 줄어들수록 위험한 상태였다.
5단계는 평화 상태라 발령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수시로 레드몬이 도발하는 특성상 평소 4단계인 경계 강화 태세를 유지했다.
내가 나진시를 떠나면 3단계로 방위 준비태세를 격상했고, 이번처럼 엘리트 레드몬을 상대하러 떠나면 2단계인 준 전투태세를 유지했다.
“일본 투자단은 몇 시쯤 도착합니까?
“2시 나진항을 통해 입항할 예정입니다.”
“경계태세는 그대로 유지하고 주요 방어시설만 인원을 보강하세요.”
“알겠습니다.”
김도형 대장이 서재를 나가자 강승원 국장이 들어와 어제 있었던 오성 공대와 호그질라의 전투와 강릉 피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16시 30분, 오성 공대와 C급 엘리트 레드몬 호그질라의 전투가 시작했습니다. 먼저 최명수가 이끄는 1팀이 호그질라를 강릉 방어벽에서 1km 후방인 금산리로 유인했습니다. 이때부터 속도가 빠른 민첩형 피지컬리스트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멘탈리스트의 각종 스킬을 사용해 3개 팀이 20~30분 단위로 돌아가며 호그질라를 상대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4시간 37분 만에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피해는요?”
“3명 사망, 4명 중상, 34명 경상입니다.”
“김아리 힐러가 있는데, 사망자와 중상자가 나왔단 말입니까?”
“사망자는 모두 방패조로 손쓸 틈이 없었습니다. 중상자 4명은 모두 팔다리가 잘려 중상자로 분류됐습니다. 경상자는 현재 치료가 끝난 상태입니다. 김아리 힐러가 있어 이 정도였지 없었다면 피해가 더욱 심각했을 것입니다.”
“전투 상황을 요약해주세요.”
“빨 빠른 민첩형 피지컬리스트들이 화살과 암기를 사용해 호그질라를 전후좌우에서 유인하고 빠지면, 멘탈리스트들은 이들에게 다가서는 호그질라를 스킬로 묶거나 공격해 자잘한 상처를 주며 체력을 소진시켰습니다. 하지만 호그질라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멘탈리스트들의 수준이 낮아 초기 1시간 동안 사망자와 중상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김일권 공대장은 전투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호그질라가 완전히 지쳐 스킬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된 다음에 전투에 참여했습니다.”
“재미있는 친구군요. 흐흐흐~”
“사망자 3명은 멘탈리스트들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강릉에 나타난 C급 호그질라는 냉기탄과 같은 특별한 스킬은 없었지만, 강력한 돌파력과 빠른 속도, 뛰어난 상처 치유력을 갖추고 있어 피해가 극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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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변하지 않는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