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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41화 (141/505)

00141  까치살무사  =========================================================================

141.

“직원들 내려보내지 않아도 되네. 내가 책임지고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잘 포장해서 내일 중으로 나진시로 올려보내겠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한 가지 있네.”

“말씀하십시오.”

“죽은 수비대대원들을 까치살무사가 다 먹어치웠다면 시체가 뱃속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저도 그게 이상해서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어떻게 됐나?”

“안타깝게도 시체는 한 구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모두 소화했다는 뜻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독 안개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는지 까치살무사가 삼킨 수비대원 2,000명은 뼈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시신이라도 찾아 제대로 된 장례라도 치러주고 싶었는데...”

“위령탑을 세우고 진혼제를 올려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넋을 달래고 이들의 업적을 후대까지 기리면 시민들도 청진을 사랑하게 될 겁니다.”

“알았네. 그렇게 하지.”

“외람된 말씀이지만, 지휘부와 시장 일행은 바꾸는 게 나으실 겁니다. 끝까지 남아 주민들을 대피시켜야 할 사람들이 주민들을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배에서 지휘한다는 핑계를 댔지만, 자신들의 안전만 도모한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청진시를 맡긴다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김 실장!”

“네, 회장님!”

“달아난 시장과 고위직 직원들, 청진 수비대 지휘부 이 시간부로 모두 면직시키고,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디디지 못하게 조치하게.”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여기 일이 마무리되면 바로 나진시로 가겠네. 그때 한잔하며 못 다한 얘기마저 나누도록 하세.”

“알겠습니다.”

호텔을 빠져나와 청진 헬기 이착륙장으로 이동했다. 위험이 사라지자 달아났던 주민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지 길거리엔 사람들이 바글댔다.

“새끼 없는 거 확실해?”

“상아의 탐지 거리 안엔 없었어.”

“더 먼 곳에 있을 수도 있잖아.”

“돌아가면서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은비의 말도 일리가 있어 까치살무사를 잡은 곳을 기점으로 수색 반경을 30km까지 늘여 샅샅이 바닥을 훑었다.

상아의 탐지 능력이 워낙 탁월해 헬기를 탄 채 공중에서 수색해도 정확도가 떨어지지 않아 반경 30km를 수색하는데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상아의 능력을 활용해 레드몬 서식지 지도를 만들어 놓는 건 어때?”

“그거 괜찮겠다.”

지능이 뛰어난 레드몬도 근본은 동물이라 대부분 자기 영역 안에서 활동했다. 외부 인자로 서식지에 자주 변화가 있겠지만, 천재지변이나 강력한 포식자의 등장만 아니며 급격한 변화는 없는 편이었다.

그리고 6개월 단위로 지도를 업데이트하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어 나진시 방어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상아야! 다음 주에 한 바퀴 돌자.”

“네. 오빠!”

사방에 레드몬이 들끓긴 했지만, 우려하던 까치살무사 새끼를 찾을 순 없었다. 50m 이상 굴을 파고 땅속에 숨으면 상아의 탐지 스킬로도 찾을 수 없어 100% 안심할 순 없었다.

하지만 달리 찾을 방법이 없어 집으로 돌아왔다. 온몸이 천근만근이라 더 돌아볼 힘도 없었다. 지금은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마중 나온 김관웅 사장과 김도형 대장, 강승원 국장, 경호팀 김가은 팀장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집에 도착했다.

“까치살무사의 죽은 모습을 영상에 담아 국토안전부에 보냈습니다.”

“뭐라고 하던가요?”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은 없습니다.”

“대한당과 방송국, 신문사엔 국토안전부에 보낸 것보다 더욱 상세한 내용을 편집해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많이 피곤하군요. 강릉 상황은 내일 아침 보고받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집에 도착하자 긴장이 풀리는지 눈꺼풀이 사정없이 감겼다. 보고할 내용이 산더미 같은 강승원 국장도 돌려보내고 침대에 꼬꾸라지듯 엎어졌다.

“지홍아! 아영이 준비한 정화수에 잠시 몸을 담갔다가 자. 그게 훨씬 나을 거야.”

“다 귀찮아.”

“넌 가만히 있어. 우리가 씻겨줄게.”

“응!”

가만히 누워있자 소연과 서인이 달라붙어 방어구와 속옷을 몽땅 벗겨내고 나체로 욕조에 넣어주었다.

아영이 준비한 따뜻한 정화수에 몸을 담그자 피로가 서서히 풀리며 몸이 한결 편해졌다.

하지만 정신적 피로는 어쩔 수 없는지 눈이 감겨 떠지지도 않았다. 상아와 은비, 아영이 욕조에 들어와 쓰다듬듯 전신을 마사지했다.

“으음~ 좋다!”

나긋나긋한 손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주물러대자 결리고 쑤시던 몸이 부드럽게 풀어지며 더욱 나른해졌다.

“은비 언니! 이거 보세요.”

“웬일이야! 고추가 다 시들하네.”

“이런 모습 처음이에요. 아우~ 오빠 불쌍해서 어떻게 해요?”

“한잠 푹자고 일어나면 괜찮아 질 거야. 그만 침대에 눕히자.”

“네!”

흡기와 혈기탄을 과도하게 사용하자 언제나 하늘을 향해 뻗어 있던 고추도 힘을 잃고 축 처져있었다.

내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지치고 피곤하단 걸 알게 된 아내들이 서둘러 물기를 닦고 침대에 눕혔다.

소연과 은비, 서인, 상아, 아영도 정화수로 피로를 풀고 서둘러 침대로 들어왔다. 아직 해가 충천에 떠 있었지만, 모두가 힘들고 지쳐 돌아다닐 기력도 없었다.

피곤할 땐 뭐니 뭐니 해도 잠이 최고였다. 잠이 보약이라고 푹 자고 일어나면 웬만한 피로는 말끔하게 풀렸다.

나를 기점으로 좌측엔 아영과 은비, 우측엔 상아와 서인이 누웠고, 머리맡엔 소연이 앉아 머리를 쓰다듬고, 가슴을 어루만지고, 힘 빠진 고추를 주물럭거리며 나란히 TV를 시청했다.

전 채널에서 속보로 강릉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건물 옥상에서 찍는지 거리가 멀어 화면에 현장이 잘 잡히진 않았다.

그래도 먼지와 요란한 총성, 폭탄 터지는 소리는 생생하게 들려 상황이 매우 급박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현재 100명이 넘는 오성 공대 공대원들이 강릉시에 집결해 엘리트 레드몬 호그질라를 처리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이 기자! 언제쯤 출동할 것 같습니까?]

[늦어도 30분 안에 준비를 마치고 출동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와 사회자의 대화 중에도 기관총과 벌컨포의 요란한 총성이 쉴 새 없이 들려와 전쟁터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김아리가 도착한 지 1시간도 넘었는데, 오성 공대는 왜 출동하지 않는 거야?”

“작전을 짜고 있어서 그렇겠지.”

“무슨 작전을 이렇게 오래 짜?”

“글쎄다.”

“김일권이 겁먹은 거 아니야?”

“그럴 수 있지.”

은비는 오성 공대의 답답한 행동에 화가 나는지 인상을 팍 구기며 김일권을 욕했다. 소연도 답답하기는 매 한 가지라 김일권을 좋게 보진 않았다.

[오성 공대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팀을 30~40명으로 나눠 돌아가면서 호그질라를 공격할 작전인 것 같습니다.]

[강력한 레드몬을 상대로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군요?]

[그렇습니다.]

“결국 차륜전이네.”

“예상했던 방법이잖아.”

“중급 피지컬리스트가 세 명이나 있고, 멘탈리스트도 서른 명이 넘는데 차륜전을 펼쳐? 힐러인 김아리도 있는데.”

“안전하게 가겠다는 뜻이겠지.”

“멘탈리스트 서른 명과 중급 피지컬리스트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면 금방 끝날 일이잖아. 왜 부하들을 위험으로 내몰아?”

“자기애가 강하니까 그렇겠지.”

“국내 최대 규모의 레드몬 사냥팀의 리더가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는 거야?”

“그러게 말이다.”

오성 공대의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스를 진행하는 사회자와 국토안전부 고위 관료, 레드몬 전문가들은 인명 피해보다 엘리트 레드몬을 잡았을 때 이익과 레드스톤의 크기에 관심이 많은지 상업적인 내용만 거론했다.

최초 전투지인 산북리는 마을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초토화됐고, 인명 피해도 500명을 넘었다.

방어벽도 손상이 커 언제 뚫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오성 공대의 투입만을 기다리며 젊은 군인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보도조차 없이 이익만을 거론하며 마치 피해가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짜증이 왕창 난 은비가 채널을 계속 돌려봤지만, 다른 채널도 내용이 크게 다르진 않았다.

정부가 고의적으로 피해 상황을 숨기지 않는다면 이렇듯 천편일률적인 방송이 나올 수가 없었다.

짜증은 났지만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그나마 멘트가 조금 덜한 채널에 TV를 고정한 채 오성 공대의 투입을 기다려야 했다.

분명 잠이 들었는데 TV 소리와 불만 가득한 은비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더 황당한 건 잠이든 상태에서 토론자의 수준을 좀 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전문가라고 앉혀놓은 토론자 대부분은 달랑 종이쪼가리 몇 장에 의지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만담 수준의 내용을 진짜인 것처럼 서슴없이 지껄여댔다.

예능도 아니고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속보 상황에서 무늬만 전문가인 토론자를 데려다 놓고 거짓 정보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은 명백한 기만이자 범죄행위였다.

더구나 일부 방송은 대놓고 정부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아 이것이 과연 뉴스인지 아니면 대국민 사기극인지 귀를 의심하게 했다.

“얘들 강릉시 다 부서지고, 사람을 다 죽은 다음에 시작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러려고.”

“시간 끄는 거 보면 그러고도 남겠는데.”

============================ 작품 후기 ============================

항상 변하지 않는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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