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139화 (139/505)

00139  까치살무사  =========================================================================

139.

“삐익~”

지독한 비명에 신속히 칼을 빼 들고 뒤로 물러나자 놈이 입을 크게 벌리고 하얀 독 안개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목숨이 위태롭다고 느꼈는지 전력을 다해 독 안개를 뿜어내자 뿌연 연무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허리에 찬 정화수를 급히 들이키고 꼬리에 올라타 칼을 마구 내려쳤다. 칼에 찔린 부위가 크게 벌어져 간신히 몸을 흔드는 정도라 올라탄 채 마음껏 칼을 휘두를 수 있었다.

30초쯤 신명 나게 내려치자 꼬리부위가 잘려나가며 피가 쏟아졌다. 생명력이 질긴 뱀이라 그런지 잘린 꼬리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댔다.

꼬리가 잘려나가자 독 안개를 피해 뒤로 물러났다. 독성이 지독한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온몸이 따끔거렸다.

눈을 감고 숨을 참은 상태에서 칼을 휘둘렀기에 망정이지 코와 입으로 숨을 쉬었다면 중독으로 쓰러졌을 수도 있었다.

머리가 깨어질 것처럼 아파왔고, 몸도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혈기탄 두 방을 허리를 쏘아주고 독 안개에서 멀찍이 물러났다.

황급히 정화수를 마시고 맑은 숨을 크게 들이쉬자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또렷해졌다.

독 안개를 뿜어내는 동안은 움직일 수 없는지 다친 부위를 최대한 숨긴 채 똬리를 틀고 있었다.

증상이 사라지자 가까운 나무로 다가가 생명력을 빨아들였다. 나무에서 뽑은 생명력으로 혈기탄을 만들어 연속으로 쏘아냈다.

“펑! 펑! 펑!”

“캬악~”

다친 허리와 꼬리에 혈기탄이 파고들어 터질 때마다 까치살무사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똬리를 풀고 도망가면 내가 따라올 것을 아는지 고통의 비명을 질러대면서도 쉬지 않고 독 안개를 품어냈다.

독 안개를 계속 뿜어내자 뿌연 연무가 반경 1km를 덮었다. 독 안개가 퍼지자 곤충과 나무, 잡초 등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깡그리 죽어 나가며 죽음의 땅으로 변해갔다.

놈이 최후의 발악을 하는 걸 기감으로 지켜보며 간간이 혈기탄과 냉기탄을 쏘아 보냈다.

숨을 참고 달려들면 1분 정도는 충분히 버티며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며 달려들 이유가 없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독 안개를 평생 뿜어낼 수는 없었다. 놈이 독 안개를 뿜어낼 수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숨통을 끊어놔도 늦지 않았다.

상대의 숨통을 끊는 마지막 순간이 가장 위험한 때였다. 힘이 다한 줄 알고 여유를 부리다가 상대가 아닌 내가 죽을 수도 있었다.

평범한 인간도 마지막 순간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발악하는데, 엘리트 레드몬이 넋 놓고 죽기를 바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30분간 쉬지 않고 독 안개를 뿜어대던 까치살무사도 한계가 왔는지 내뿜는 양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나 역시 흡기를 과도하게 사용해 생명력을 갈취하자 몸에 부하가 걸리며 손발에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다.

“퍽! 퍽!”

생명력을 계속 흡수할 경우 내가 먼저 쓰러질 수 있어 혈기탄 대신 암기로 놈을 공격했다.

중급 레드보어의 본스틸과 텅스텐 합금으로 만든 뾰족한 원뿔 모양의 암기가 간신히 비늘을 파고들었다.

비늘이 보통 단단하게 아니라서 파란 예기와 상급 피지컬리스트이 힘이 더해진 암기로도 겨우 살갗을 파고들 뿐이었다.

“삐익~”

달아날 것으로 예상했던 놈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며 쏜살같이 달려왔다. 영악한 놈은 도망가 봐야 얼마 못 가 잡힐 것을 알고 삼십육계 줄행랑 대신 정면 승부를 택했다.

나는 듯이 기어온 놈이 날카로운 송곳니로 드러낸 채 한입에 나를 삼키려 했다. 블링크를 사용해 뒤로 달아나며 놈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했다.

발악하는 놈과 정면 대결로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없었다. 도망만 다녀도 잘린 꼬리와 터진 몸통에서 피와 내장이 흘러내려 얼마 못 가 지칠게 확실했다.

계속 달아나자 10분도 못가 입을 크게 벌리고 숨을 몰아쉬었다. 나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기동하며 상처가 더욱 크게 벌어져 허리 부분이 절반 가까이 찢어져 있었다.

찢어진 부위에서 내장이 튀어나와 바닥에 끌리고 있었다. 이 상태면 A급 엘리트 레드몬이라도 살아남긴 힘들었다.

“찌이이이잉~”

끝이 보이는 순간 기다란 뿔이 까맣게 변하며 사방에 칙칙한 검은 빛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심장을 터질 것 같은 위험 신호에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어둠이 빛을 잠식하듯 퍼져나가자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가 까맣게 타 죽였다.

심지어 땅까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시꺼먼 죽처럼 변했다. 하얀 독 안개가 생명체만 죽이는 점잖은 독이라면, 검은 독 안개는 보이는 모든 것을 태우고 녹이는 악독한 독이었다.

멀찍이 물러나 독이 퍼지는 모습을 기감으로 관찰했다. 검은 안개는 악마의 검은 입김처럼 식물과 곤충의 몸에 닿는 순간 몸을 녹이는 동시에 태워버렸다.

강력한 부식성을 가졌는지 접촉하는 순간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녹아들었고, 종래엔 모두 태워 까만 재만 남았다.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처럼 보인 건 반응 속도가 눈으로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때문이었다.

「이건 나도 못 버티겠는데.」

나무와 꽃, 잡초들이 두려움에 바들바들 떠는 게 느껴졌다. 두려움에 떠는 건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는 것으로 잡초도 우리와 같은 생명과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뜻이었다.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할 수 있는 사람만이 영혼을 가졌다고 믿는 종교도 많지만, 그건 생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었다.

생각하지 못한다고 영혼이 없는 게 아니었다. 인간이란 우월함과 살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영혼이 없다고 변명을 만든 것뿐이지 개, 고양이, 참새, 독수리, 금붕어, 거미, 바퀴벌레, 이름 모를 잡초도 우리와 같은 영혼을 가진 존재였다.

「내가 흡기를 사용해 생명력을 갈취할 때도 나무들이 이렇게 떨어댔겠지? 놈이 뿜어내는 독이나 내가 사용하는 흡기나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는 건 똑같네.」

“오빠! 괜찮으세요?”

“응! 괜찮아.”

“지홍아! 다친 곳은 없어?”

“멀쩡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잠시 상념에 빠진 사이 소연과 은비, 서인, 아영, 상아가 다가와 다친 곳이 없는지 몸을 만져댔다.

한꺼번에 손이 열 개나 더듬자 조금 우습긴 했지만, 나를 걱정해주는 이가 이렇게 많다는 것에 마음은 한없이 뿌듯하고 행복했다.

“오빠! 조심해야 해.”

“알았어. 위험하니까 모두 뒤로 물러서 있어.”

“지홍씨! 사...”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금방 갔다 올 테니까 얌전이들 있어.”

“네!”

아영이 등에 손을 붙이고 전력을 다해 정화 스킬을 사용하자 향긋한 꽃냄새가 진동했다.

같은 2단계라도 아영이 온 힘을 기울인 정화 스킬이 정화수보다 효과가 두 배는 뛰어났다.

아영의 노력에 무거웠던 몸이 조금 가벼워졌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기분이 좋은지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펑!”

“캬악~”

혈기탄이 터지자 상처가 더욱 벌어지며 몸통이 위아래로 끊어질 듯 아슬아슬한 모습이었다.

지독한 고통과 극심한 포스 소모로 검게 빛나던 뿔이 원래의 하얀 모습으로 돌아오자 검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이젠 움직일 수도 없어 똬리로 상처를 감추는 것이 전부였다. 글라디우스에 중간을 잡고 포스를 집중하며 번개주얼을 힘도 함께 모았다.

3m로 자라난 파란 예기에 강력한 전류가 소용돌이치자 지체 없이 놈을 향해 던졌다.

“쑤우웅~”

투수가 전력을 다해 공을 던지듯 칼을 던지자 파란 예기가 선명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펑~”

단단한 비늘을 뚫고 들어간 칼이 목에 박히자 거대한 까치살무사의 몸이 하얀 전류에 휩싸였다.

강력한 전류가 몸을 헤집어도 비명도 몸부림도 치지 못했다. 힘이 다한 놈이 머리를 땅에 처박은 채 혀를 길게 빼물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암기를 던져 피트 기관과 야콥슨 기관을 부숴버렸다. 연구원들이 보면 귀중한 연구 자료를 망가뜨렸다고 피를 토할 일이지만, 싸움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상대를 쓰러뜨리면 그만이었다.

이 부위는 뭣 때문에 안 되고, 저 부위는 저래서 망가뜨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멈칫멈칫하다가 되레 내가 골로 가는 수가 있었다.

싸울 땐 잡스러운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 것인지,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만 생각해야 했다.

놈을 잡으면 얼마를 벌고, 어디에 쓰고, 어떤 레드주얼이 나올지 이런 것을 생각하면 집중력이 흐려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제 끝난 거야?”

“아직 아니야. 숨이 붙어 있어.”

“정말 질긴 놈이네. 몸통이 거의 잘리고 꼬리도 없는데, 아직 살아 있다는 게 말이 돼?”

“부럽지 않아?”

“아니. 죽을 땐 깨끗이 죽고 싶어. 저렇게 죽지도 살지도 못한 모습으로 버티고 싶진 않아.”

“네 말이 말이 맞는 것 같다.”

1시간쯤 지나자 마침내 까치살무사의 숨이 끊어졌다. 그래도 모를 일이라 암기를 던져 놈의 뇌를 박살 냈다.

죽음과 함께 몸을 보호하던 포스가 사라지자 단단한 비늘과 뼈가 손쉽게 뚫렸다.

레드몬의 가죽과 비늘은 그 자체만으로 대단한 방어력을 갖췄지만, 포스의 공급 여부에 따라 극심한 방어력 차이를 보였다.

이 때문에 같은 방어구도 능력자가 사용하는 것과 비능력자가 사용하는 것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아우~ 징그러운 놈. 드디어 죽었네.”

“뱀은 원래부터 생명력이 강했어. 목을 잘라도 손을 물만큼 지독해. 다른 레드몬도 마찬가지지만 뱀 종류는 특히 조심해야 해.”

뱀은 생명력이 강해 토막을 쳐도 한동안은 꿈틀거렸다. 또한, 가만히 있어 죽은 줄 알고 다가섰다가 물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한숙에게 전화해줘. 처리했다고.”

“강승원 국장한테도 전화할게.”

“그래.”

소연이 전화를 거는 사이 독이 없는 마른 땅으로 끌고 왔다. 뿔에서 뻗어 나온 검은 안개와 입에서 뿜어낸 하얀 안개는 독성이 지독해 나를 빼곤 다가갈 수도 없었다.

바람이 불 수도 있어 2km나 끌고 간 다음 배를 가르고 심장에서 11cm짜리 레드스톤을 꺼냈다.

뿔은 통째로 뽑아낸 다음 최대한 다치지 않게 뿌리에서 구멍을 뚫어 레드주얼을 꺼냈다.

3cm 크기의 눈처럼 하얀 레드주얼이 모습을 드러냈다.

============================ 작품 후기 ============================

항상 변하지 않는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셔 장지에 갔다 와야 합니다.

연재가 1~2개 빠질 수도 있어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죄송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