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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38화 (138/505)

00138  까치살무사  =========================================================================

138.

젊은 소위는 까치살무사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눈으로 보지 않아도 죽은 수비대를 먹고 있는 게 분명했다.

A급 엘리트 레드몬도 살아있는 생명체라 먹어야 움직일 수 있었다. 독 안개를 뿌리고 수비대를 상대하며 소진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놈은 즐거운 식사시간을 갖고 있었다.

별다른 도움이 안 됐다고 느끼는지 젊은 소대장은 고개를 푹 숙이고 죄인처럼 서 있었다.

“지휘부는 어디 있습니까?”

“바다에서 지휘하고 있습니다.”

“바다요?”

“시장님을 비롯해 지휘부를 태운 배가 청진 앞바다에 떠 있습니다.”

“수비대는 여기 계신 분들이 전부입니까”

“아닙니다. 일부 병력이 남아 부두에서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꽃다운 청춘들을 사지로 밀어 넣은 수비대 지휘부와 시장 일행은 일찌감치 배에 올라 안전을 도모했다.

부두에 남은 병력도 젊은 장교들과 말단 병사들로 권력을 가진 사람 중 청진에 남아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휴우~ 이곳은 우리에게 맡기고 부두로 피신하십시오.”

“전 이곳에 남아 공대장님께 상황을 보고하고, 안내하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돌아갈 수 없습니다.”

“할 일을 다하신 겁니다. 이제 돌아가도 됩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군인은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삽니다. 레드바이퍼가 있는 곳까지 안내하겠습니다.”

주먹을 움켜쥐고 결연한 표정으로 짓는 소위의 모습에서 자신이 큰일을 하고 있다는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용기는 가상했지만, 영웅 놀이에 불타는 젊은 소위를 진정한 군인이라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철없는 소위의 모습을 줄행랑을 친 웃대가리들의 목을 비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달아날 놈들이 정치인과 재벌이라 할 만큼 대한민국은 대가리가 완전히 썩었다.

부와 권력, 명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해야 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먼 나라 이야기로 권력과 돈을 가진 대한민국 상류층은 배부른 돼지 새끼처럼 특혜만 바랄 뿐 책임감이란 단어는 머리에 들어있지도 않았다.

“그게 소원이면 그렇게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소위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 까치살무사가 있는 숲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람처럼 사라지자 영웅 놀이에 심취한 소위는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입만 벌린 채 ‘어! 어!’ 소리만 내고 있었다.

데리고 가봐야 아까운 목숨만 날리는 일이었다. 이렇게 사라져줘야 소위와 부하들의 목숨도 살리고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 핑계도 제공할 수 있었다.

서문을 벗어나 서쪽으로 2km를 이동하자 잡목림이 나왔다. 제법 격렬한 전투가 있었는지, 부서진 나무와 차량, 총기 등이 어지러이 널려있었다.

하지만 죽은 수비대원들의 시체는 한 구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핏자국만 군데군데 남아 있을 뿐 2,000구가 넘는 시신은 찾을 수 없었다.

“냉기탄과 혈기탄으로 공격한 다음 근접전을 시작할 거야. 독 안개를 뿜어내는 놈이니까 접근하지 말고 원거리에서 공격해.”

”네!“

“지금 정화수 마셔! 바로 시작할 테니까.”

아영이 정성 들여 만든 정화수를 입안에 쏟아 넣었다. 향긋한 꽃 냄새가 입안에 퍼지며 온몸에 활력이 넘쳤다.

2단계 정화수는 30분간 활력을 20% 향상하고, 중급 레드몬의 이상 상태 공격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다.

A급 엘리트 레드몬 까치살무사의 신경독을 해독할 만한 효과는 없어도 독성이 몸에 퍼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나무에서 생명력을 갈취해 혈기탄 3발을 먼저 뽑아 놓고 글라디우스를 손에 쥐었다.

전력을 다해 놈을 향해 달렸다. 야콥슨 기관과 피트 기관이 발달한 까치살무사는 먼 거리에서도 우릴 찾을 수 있었다.

대다수 뱀은 시력이 매우 나빠 아주 가까운 거리만 볼 수 있었다. 색채를 구별할 수도 없어 간상체(빛을 감지하는 세포)와 추상체(시각세포의 하나)의 조합을 통해 물체를 확인했다.

이를 보완하는 기관이 혀와 얼굴에 있는 작은 구멍인 야콥슨기관과 피트기관이었다.

야콥슨 기관(Jacobson's Organ)은 공기 중의 화학 분자를 분석해 먹이의 위치를 찾는 감각기관으로 뱀이 갈라진 혀를 날림거리는 행동이 바로 야콥슨기관을 활용해 먹이를 찾는 모습이었다.

피트 기관(Pit Organ)은 0.001도의 온도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는 감각기관으로 어두운 곳에서도 정확하게 먹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잡초가 무성한 풀밭에 길이 13m, 무게 500kg에 달하는 거대한 까치살무사가 밧줄을 감아 놓은 것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다.

삼각형 머리에 유니콘처럼 길고 뾰족한 하얀 뿔이 돋아난 놈은 배가 부른지 커다란 머리를 몸에 기댄 채 잠이 들어 있었다.

피처럼 붉은 혈기탄이 비늘을 파고들자, 주먹만 한 냉기탄이 총알같이 날아와 놈을 순식간에 얼음덩이로 만들었다.

“삐익~”

“쾅~”

심장을 후벼 파는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울리자 비늘을 파고들던 혈기탄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고, 두텁게 몸을 감싼 얼음덩이도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독기가 바짝 오른 놈이 머리를 높이 쳐들어 나를 바라봤다. 재빨리 다가가 파랗게 물든 글라디우스로 꼬리를 강하게 내려쳤다.

“팅~”

똬리를 튼 몸이 팽이처럼 순식간이 휙 돌며 칼을 튕겨내곤 기다란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몸을 뒤로 날리며 연속 공중돌기로 신속히 물러났다. 날카로운 독니가 얼굴에 닿을 듯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노랗게 빛나는 눈을 노리고 글라디우스에 포스를 집중하자, 칼이 늘어나듯 파란 예기가 3m나 튀어나와 눈을 찔러갔다.

머리가 뒤로 휙 젖혀지며 가볍게 예기를 피해낸 놈이 반동을 이용해 망치를 내려치듯 얼굴을 찍어왔다.

“쾅~”

블링크를 사용하자 몸이 뒤로 쭉 늘어나며 간신히 놈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기다란 몸을 이용한 공격은 느려 보여도 속도가 붙으며 2배나 빨라져 피하기가 쉽지 않았다.

A급 엘리트 레드몬 까치살무사

전투력 : 8651

지능 : 79

스킬 : 알 수 없음

지난번 잡은 레드타이거보다 전투력과 크기 모두 떨어지는 놈이었다. 하지만 공격방법이 변칙적이라 레드타이거보다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빠르게 놈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놈도 똬리를 튼 채 상체를 높이 쳐들고 나를 따라 돌았다.

몸을 세운 까치살무사는 키가 5m가 넘었다. 먹이인 인간의 공격에 화가 났는지 코에서 하얀 연기를 뿜어져 나왔다.

갑자기 몸이 쭉 늘어나자 내 움직임을 놓친 놈이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빠르게 뒤로 돌아가 몸통에 일격을 가했다.

“티잉~”

철판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칼이 튕겨 나왔다. 내려치는 순간 몸이 출렁이며 정확한 타점을 놓치고 말았다.

지금까지 만난 레드몬 중에서 반응 속도가 단연 으뜸이었다. 그래도 충격이 없진 않았는지 몸을 뒤틀며 괴로워했다.

타격을 받자 제대로 화가 났는지 입을 벌리고 독 안개를 품어내기 시작했다. 독 안개를 뿜어내자 200m까지 접근한 소연과 은비가 놈을 공격했다.

소연이 발사한 데스 홀드가 꼬리에 연속으로 적중했고, 은비가 최대출력으로 발사한 벼락이 머리를 강타했다.

현격한 능력 차이로 큰 위력을 발휘하진 못해도 데스 홀드에 맞은 꼬리가 멈칫거렸고, 벼락 맞은 머리도 충격을 받아 독 안개가 뚝뚝 끊어졌다.

소연과 은비가 스킬을 연속으로 발사하는 동안 아영은 손을 등에 붙이고 전력으로 정화 스킬을 사용해 언니들을 돕고 있었다.

놈이 멈칫거리자 재빨리 다가가 몸통에 칼을 쑤셔 박았다. 폭발시키듯 글라디우스에 포스를 밀어 넣자 파란 예기가 3m나 자라났다.

여기에 번개주얼의 힘을 더하자 단단한 비늘이 힘없이 깨져나가며 손잡이까지 칼이 박혀 들었다.

강력한 전류가 흐르자 놈이 부들부들 떨어댔다. 몸통을 잘라내기 위해 힘을 주자 최후의 발악을 하듯 몸을 사정없이 요동쳤다.

칼을 놓고 뒤로 재빨리 물러났다. 미련하게 칼을 잡고 있다간 요동치는 놈의 몸에 깔려 가루가 될 수도 있었다.

“삐익~ 삐익~”

심장을 후벼 파는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바로 앞에서 울리자 일순간 정신이 멍해지며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200m 떨어진 소연과 은비, 아영도 충격이 큰지 바닥에 주저앉아 일어나질 못했다. 혀를 질끈 깨물자 피가 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으악~”

까치살무사의 비명을 깨뜨리는 포효에 소연과 은비, 상아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하지만 충격이 가시지 않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쾅! 쾅! 쾅!”

냉기탄이 연속으로 날아가 놈을 얼음덩이로 만들었다. 강력한 냉기탄으로도 고작 2~3초밖에 가둘 수 없지만, 상아와 서인, 조은영이 다가와 다친 일행을 안고 뒤로 물러날 시간을 벌기엔 충분했다.

“펑!”

칼이 박힌 부위에 혈기탄이 스며들어 폭발하자 상처가 커지며 피가 확 쏟아져 내렸다.

전류와 예기로 난자된 상처에 혈기탄이 더해지자 상처가 급격히 커지며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사람의 허리 부위에 해당하는 부위에 큰 상처를 입자 고통이 심한지 놈이 마구 몸부림쳐댔다.

“삐익~ 삐익~”

승기를 잡자 상처 부위에 혈기탄을 계속 쏘아 보냈다. 비명으로 혈기탄을 막는 것도 한계가 있는지 3~4차례 비명을 지른 다음부턴 똬리를 틀어 몸으로 혈기탄을 막아냈다.

그러나 눈깔사탕만 한 혈기탄은 작은 틈만 있어도 귀신같이 파고들어 상처를 벌리고 혈맥을 파괴했다.

혈기탄이 파고들어 터질 때마다 몸부림을 치자 상처가 점점 커져 몸통의 3분지 1이 떨어져 나갔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자 놈이 겁을 집어먹었는지 몸을 돌려 숲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쾅!”

냉기탄으로 놈의 발을 묶고 번개처럼 다가가 몸에 꽂힌 칼을 잡고 있는 힘껏 번개주얼에 포스를 주입했다.

“찌지지지지징~”

까치살무사의 몸에 하얀 전류가 흐르며 방전현상이 일어났다. 강력한 전류에 몸이 타들어 가자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고기냄새가 진동했다.

============================ 작품 후기 ============================

항상 변하지 않는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친구 아버님이 돌아가셔 장지에 갔다 와야 합니다.

연재가 1~2개 빠질 수도 있어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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