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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36화 (13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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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까치살무사

“일본 미쓰비시 상사에서 투자단을 파견하고 싶다고 연락을 취해왔어.”

“그게 무슨 소리야?”

“김관웅 사장이 조금 전 보고한 내용이야. 어젯밤에 미쓰비시 상사에서 중공업과 전기 관련 분양을 투자할 수 있냐는 의향을 물어왔대.”

“미쓰비시 상사가 왜?”

“왜겠어? 일본 정부가 뒤에 있으니까 그렇지.”

“정부가 나서긴 그러니까 회사를 이용해 접근하겠다는 생각인가?”

“그렇다고 봐야지.”

“근데 왜 하필 미쓰비시야?”

“그러게 말이야. 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아주 나빠.”

일본 3대 재벌 기업 중 하나인 미쓰비시(Mitsubishi)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집으로 선두 주자이자, 아시아의 피로 성장한 제2차 세계대전 전범 기업 중 하나였다.

조선과 광업 부문을 토대로 전기, 항공기, 화학, 석유 등 중화학공업에서 큰 성장을 이룬 기업으로 2차 대전 당시 A6M 제로센, J2M 라이덴 잭 등 일본을 대표하는 항공기와 일본의 상징이라고 불렸던 야마토 전함을 포함해 수많은 무기를 만든 회사였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점령군의 명령으로 재벌이 해체되었다가 한국전쟁으로 일본 경제가 부흥하자 해체되었던 회사들이 재결합해 1954년 미쓰비시 상사로 부활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든 대한민국 삼X그룹이 미쓰비시의 한자 이름인 삼릉(三菱)을 흉내 내서 만들었다는 말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난 일본 쪽과 엮이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일본이 움직였다는 건 조만간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도 나진시를 찾는다는 뜻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직접 만나서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나도 일본은 진짜 싫지만, 상대의 의중을 정확히 알려면 만나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

“둘 다 생각이 그러면 그렇게 하자고.”

이중첩자를 이용해 상급 능력자란 정보를 내가 흘려놓고 강아지처럼 마당에 꼬리를 말 이유는 없었다.

적을 알아야 백번 싸워도 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상대를 알려 노력해야지 꼴보기 싫다는 이유로 피하면 그만큼 상대를 알 기회는 놓치는 것이었다.

“언제 온다고 했어?”

“우리 쪽에서 오케이하면 바로 출발한다고 했어.”

“오늘 중으로 연락해. 인원은 열 명 이내라고 통보하고.”

“알았어.”

강승원 국장의 예상대로 일본이 연락을 취하자 하루도 지나지 않아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브라질 등 10여 개국 기업에서 투자단이라 이름으로 나선시 방문을 요청해왔다.

기다리던 소식이라 두말없이 승낙했다. 그들은 나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았고, 우린 그들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라 만남이 서로에게 손해나 악영향을 끼칠 염려는 없었다.

“오라곤 했는데 잘 때가 있을지 모르겠네.”

“초동에 지은 전원주택에 재우면 돼. 특급 호텔만은 못해도 며칠 쉬어가기는 불편하지 않을 거야.”

“미래 호텔하고 미래 레드몬 본사 건물은 언제쯤 완공되는 거야?”

“빨라도 6월은 넘어야해.”

“블록식인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려?”

“전기 공사도 하고 내부 인테리어 공사해야지. 건물만 덩그러니 올린다고 사람들이 들어가 일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런가?”

“그럼. 시내에 짓고 있는 건물들 공사 진척도가 50%밖에 안 돼. 외부는 거의 완성됐는데, 내부 공사를 시작도 못 해 진척도가 반도 안 되는 거야.”

“입주하려면 몇 달은 더 걸리겠네?”

“6월은 지나야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사람은?”

“미래 레드몬과 레드포스 대원 가족들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어.”

“모자라지 않아.”

“아직 인원이 얼마 없잖아. 모자라는 사람은 인구가 늘어나면 그때그때 채워 나가도 돼.”

1993년 4월 1일부로 미래 레드포스는 1,750명으로 인원이 늘어났고, 해안경비대 350명, 정비대대(공병·정비·통신 등) 150명, 안전보장국 300명으로 나진시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원은 2,550명에 달했다.

이들 가족과 미래 레드몬 가족을 합쳐 어제까지(4/13) 120,891명이 이주했고, 이달 말까지 32,141명이 이주할 계획이었다.

“사체, 가죽, 본스틸 공장 등이 가동되면 직원들이 한꺼번에 늘어나잖아. 초동에 지은 집만으로 한참 모자라겠는데.”

“시내 공사 끝나면 좌이동에 주택공사 시작할 거야. 그리고 선봉군도 올해 안에 정리하면 땅이 모자라진 않아.”

“아이고! 20만 명도 안 되는데 왜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이 많냐?”

“처음이라 그래. 조만간 시청이 돌아가면 신경 쓸 부분이 많이 줄 거야.”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은비가 살짝 덤벙거리긴 해도 맡은 일은 잘하잖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은비를 나진시 시장에 앉힌 건 활달한 성격과 사교성 때문이었다. 모르는 사람도 10분 안에 친해질 만큼 넉살이 좋아 분위기를 띄우고 화합을 다지기엔 은비만한 사람이 없었다.

일까지 잘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훈련과 사냥까지 병행하며 일까지 잘하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었다.

업무는 유능한 부시장과 부서장을 임명하고, 판단할 수 없는 일은 내가 결정해주면 되는 일이라 시장직을 수행하는 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투자는 어때?”

“언니가 정말 잘하고 있어. 진짜 천재는 천재야.”

“그래?”

“응! 국내에 투자한 주식이 벌써 20%나 올랐어. 모두 우량주라 가지고 있으면 10년 안에 최소 올라 열 배는 오를 거래.”

“헉! 열 배? 인재는 인재네.”

“언니한테 잘해. 한숙 언니만큼 헌신적인 여자도 없어.”

“잘하고 있잖아.”

“못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안아줘. 언니 혼자 있는 거 보면 마음이 불편해.”

“네에~ 그렇게 하겠습니다.”

“레드스톤은 값싼 중국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사들이고 있어. 그쪽이 국내나 미국보다 30%나 싸대. 해외 투자는 미국 우량주와 IT산업 위주로 하고 있고.”

“IT산업이 뭐야?”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장비 관련 서비스와 부품을 생산하는 산업을 통칭해서 IT산업이라고 해. 언니는 인터넷과 휴대전화 관련 산업, 게임 등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거로 예상하고 계셔. 지금은 아직 크게 뜨지 않아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이 없는 회사들이 많다고 하셨어. 이쪽을 공략하면 앞으로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셔.”

“건물은 안 사?”

“뉴욕과 워싱턴 쪽으로 알아보고 있어.”

“투자는 얼마나 했는데?”

“지난달 말까지 3조 원 투자했고, 올해 안에 30조 원까지 늘릴 계획이야.”

투자는 꼼꼼한 소연과 천재 한숙이 같이 하는 일이라 이러쿵저러쿵 간섭하지 않았다.

이렇게 가뭄에 콩 나듯 대략적인 것만 한 번 묻고 지나갈 뿐 어디에 투자하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일을 맡겼으면 결과가 날 때까지 믿고 기다려야 했다. 맡겨 놓고 하루에 12번씩 묻고 감시하는 건 일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망치라는 뜻이었다.

물론 믿고 맡길만한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생선을 고양이에게 맡긴다면 그건 다 먹어치우라는 뜻으로 제대로 망하겠다는 행동이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설마... 고양이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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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빨리 와봐. 큰일 났어.”

“무슨 일인데 그래?”

“TV에서 청진과 강릉에 엘리트 레드몬이 나타났다고 난리야.”

“한숙이 어디 있어?”

“지금 KM 정근욱 회장님 전화 받고 있어.”

“헬기 준비하고 10분 내로 현관에 모두 모여.”

“애들도 데려가?”

“놓고 가. 헬기에 태울 자리 없어.”

3월 28일 유로콥터 AS365 돌핀 2대가 도착했다. 최고속도 306km, 항속거리 963km로 한 번에 부산까지 갈 수 있지만, 3m가 넘는 풍산개 5마리를 싣고 가기엔 자리가 너무 협소했다.

이 때문에 대형 헬기의 필요성이 대두하여 러시아에서 개발한 초대형 수송헬기 MI-26 헤일로(Halo)를 알아보고 있었다.

C-130 수송기와 맞먹는 수송능력을 갖춘 MI-26 헤일로는 성인 남성 90명 또는 최대 20ton 달하는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역사상 가장 큰 헬기로 원래 개발용도는 ICBM 등 대형 미사일 수송이었다.

전장 40.03m, 전고 8.15m, 총중량 28,200kg, 최대속도 295km/h, 순항속도 255km/h, 실용상승 한도 4,600m, 항속거리 800km(1,952km, 항속거리 연장형)로 풍산개을 싣고 다니기엔 가장 적합했다.

TV에서 속보라는 자막과 함께 국토안전부 브리핑룸이 생중계 대고 있었다. 사건 내용을 전달할 국토안전부 직원이 도착하지 않은 브리핑룸은 기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만 요란했다.

자막으로 강릉과 청진에 하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의심되는 레드몬이 접근 중이라는 내용과 강릉시, 청진시에 대피령이 떨어졌다는 글자만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30초 정도 지나자 50대 남성이 단상에 올라섰다. 국토안전부 레드몬 방어국 국장이란 자막이 올라오자 남성이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오늘 오전 8시 50분경 강릉시 외곽 10km 지점에서 호그질라로 추정되는 엘리트 레드몬이 발견됐습니다. 같은 시각 청진시에서도 엘리트 레드몬으로 추정되는 레드바이퍼가 발견돼 현재 조사 중입니다. 강릉과 청진은 9시 주민 대피령이 발령되어 군과 경찰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대피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걱정하지 마시고 생업에 종사해주시기 바랍니다. 국토안전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레드몬 방어국 국장은 준비한 원고를 재빨리 읽고 도망치듯 브리핑룸을 떠났다. 기자들이 손을 들고 마이크를 얼굴이 들이댔지만, 입을 꾹 닫은 채 카메라 밖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저게 긴급 브리핑이야? 그냥 통보지.”

“그러게요. 브리핑이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레드몬의 등급이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발견했는지, 피해는 어느 정도인지 이런 걸 말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무것도 모르고 대책도 없다는 뜻이겠지. 정말 무능의 극치다.”

“국토안전부 장관과 차관이 아직 부재라서 그렇겠죠?”

“장세룡과 조득렬이 있어도 똑같을걸.”

“하긴 그렇겠네요.”

기자들이 긴급 브리핑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사이 은비와 아영은 국토안전부의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며 무능을 탓했다.

경찰과 군대, 레드몬 사냥팀을 동원할 권한도 없고, 협조도 이루어지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

구걸하던 애걸하든 책임부서로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국민에게 알려주는 게 의무였다.

안전하다는 거짓말로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는 건 무능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행위였다.

============================ 작품 후기 ============================

항상 변하지 않는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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