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2 최동주 =========================================================================
132. 최동주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야 항상 잘 지내고 있지.]
[국정원과 대유 그룹 본사에 자주 불러가셨다고 들었어요.]
[지난달까지는 그랬지만 이젠 괜찮아졌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저희 때문에 오빠가 고생하시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아니야. 대유에서 밥 빌어먹고 사는 내 잘못이 크지 네가 무슨 잘못이야. 그런 생각 하지도 마.]
[갑수 오빠! 회양은 그만 포기하고 나진시로 오세요.]
[그게... 하아~]
[거기 있어 봐야 미래도 없잖아요. 그만 포기하고 나진시에서 새로 시작하세요.]
문정수, 장세룡, 조득렬이 나진시에 무단 침입해 협박까지 한 사건은 야당과 대한당에서 기자회견까지 열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3일도 지나지 않아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때마침 터져 나온 톱스타 김연수와 정일준의 열애 스캔들과 미국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의 취임행사가 온통 TV를 점령하며, 북쪽 촌 동네에서 일어난 일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정부와 대유 그룹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일로 나진시에 같이 갔던 사람들을 모두 불러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법인에 가까운 심문으로 사람들의 피를 말렸다.
그중에서도 김갑수가 단언 으뜸으로 경찰, 검찰, 국토안전부, 국정원, 대유 그룹까지 두 달 넘게 죄인처럼 끌려다니며 치도곤을 당했다.
언론에선 문정수와 장세룡, 조득렬이 나진시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크게 다쳐 입원 중이라고 짧게 나왔지만, 셋 다 극심한 공포와 대인 기피증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돼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있었다.
대유 그룹은 사랑하는 막내아들이 반병신 되어 간신히 숨만 붙어 돌아오자 애꿎은 김갑수만 괴롭혔다.
친인척이라 사전에 교감이 있었다는 생각과 문정수가 아픈 이유를 알고 있다는 의심까지 겹치며 김갑수는 고문에 가까운 취조를 받아야 했다.
[내가 지금 그쪽으로 넘어가면 매제가 다시 곤란해 질 수도 있어.]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아니다. 도움을 못 줄망정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거기 있어 봐야 일할 수도 없잖아요.]
[그렇지 않아. 대유 그룹은 아직 나를 필요로 하고 있어. 그러니까 공대원을 두 명이나 소개해주지.]
[두 명이나요?]
[그래! 화염계열 멘탈리스트 한 명과 체력형 피지컬리스트 한 명을 공대원으로 넣어줬어.]
[다행이네요.]
[이 오빠가 아직 쓸모가 있다는 증거 아니겠냐? 그러니 매제에게도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다오.]
두 달 넘게 불려다닌 김갑수는 대유 그룹에서 자신을 내쫓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공대원을 두 명이나 붙여주고, 전보다 지원도 두 배로 늘려주며 더욱 끈끈한 파트너가 되길 요구했다.
대유 그룹 문일권 회장은 친구는 가까이에 두고 적은 더 가까이에 두라는 명언대로 언젠가 써먹을 날이 있다는 심산으로 김갑수에게 작은 선심을 베풀며 손에 쥔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
[혹시 매제 친구 중에 최동주라는 이름 들어봤어?]
[최동주요?]
[그래.]
[네, 들어봤어요.]
[매제와 같은 학교에 다니던 친구 사이라고 하던데?]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학교에 다닌 사람 중 그런 이름이 있어요.]
[가끔 매제 이름을 거론하기에 혹시나 했는데, 사실이었군.]
[뭐라고 하던가요?]
[어렸을 적 아주 친한 친구 사이였다고 하더라. 같이 몰려다니며 장난도 치고, 여자애들도 놀리고 그랬다고. 말하는 거로 봐선 둘도 없이 친한 사이 같더라.]
[그런 사이는 아니에요. 그저 이름만 아는 정도에요.]
[그렇지? 어쩐지 이상하다 했다. 그런 놈을 매제가 좋아할 일이 없지. 암! 그렇고말고.]
[오빠가 어떻게 최동주를 아세요?]
[이번에 새로 온 체력형 피지컬리스트가 최동주야. 문정수와도 같은 학교에 다녔다고 하더라. 아마 서인이도 놈을 알고 있을 거야.]
[어떤 사람이죠?]
[휴우~ 한마디로 말해 인간발종이야. 아주 골치 아픈 놈이야. 걸핏하면 말도 없이 사라져 원산에서 술 처먹고 행패 부리고, 겨우 잡아다 놓으면 여자들에게 몹쓸 짓이나 하고...]
[그걸 그냥 두셨어요?]
[마음 같아서 두들겨 패서 쫓아내고 싶지만, 위에서 절대 건들지 말라니 어쩔 수 없이 지켜만 보고 있다.]
정부와 대유 그룹에서 김갑수를 들들 볶는 걸 알고 있었다. 김갑수가 나진시에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니었고, 사전에 문정수와 모의한 것도 아니라서 미안한 마음이 컸다.
소연에게 미안함을 대신 전하게 하고, 나진시로 불러들여 나진시 방어 책임자로 쓸 생각에 전화를 걸게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최동주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며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이름이 ‘최동주’였다. 어린 시절 지독하게 나를 괴롭히고 욕보이던 놈으로 내가 세상과 사람을 미워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지홍아!”
“괜찮아.”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고 눈엔 핏발이 서 있었다. 잊고 지내던 놈의 이름을 다시 듣게 되자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심장을 마구 후벼 팠다.
아프고 괴롭고 화가 나는 기억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뎌지는 게 아니라 상처가 배가 되고 분노는 활화산처럼 들끓었다.
“이거 마셔!”
“고마워!”
소연이 건네준 얼음물을 한잔 마시자 불타던 속이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정신적인 부분이 얼음물에 잦아드는 게 우습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강 국장님? 민소연이에요.]
[충성! 미래 안전보장국 강승원입니다.]
[알아봐 주실 일이 있어요.]
[말씀하십시오.]
[원산 회양 기지에 있는 신선 공대 공대원 최동주를 조사해주세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조사해주세요.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 주변 인물까지 모두 조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조사는 왜?”
“알아두면 좋잖아.”
“모두 지난 일이야.”
“알고 있어. 그냥 알아두자는 거야. 몰랐다면 나도 굳이 들출 생각은 없어. 하지만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됐는데,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알아두는 게 좋잖아. 안 그래?”
“알았어.”
소연의 알아두는 정도가 아니었다. 지나온 삶을 빠짐없이 조사하고, 가족의 신상까지 모두 털도록 지시해놓고, 그걸 그냥 알아두는 차원이라 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뭔가 생각하는 게 없다면 이런 일을 시킬 수가 없었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왜 그런 일을 하는지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다.
말만 안 했을 뿐 난 놈이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항상 궁금했었다.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 내가 당한 10분의 1만이라도 놈에게 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무수히 많이 했다.
남자가 구차하게 어릴 적 일로 앙심을 품는다고 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본인이 그런 고통을 당해보지 못해 하는 말이었다.
나이 들어 당하는 고통보다 성장기에 당한 고통의 기억이 훨씬 오래가 심할 경우 한 사람의 인생을 파탄으로 몰아갈 수도 있었다.
작은 예로 아이 때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극도의 불안과 두려움, 우울증, 무력감, 적개심, 분노, 복수심 등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았다.
가해자는 단순한 호기심과 욕망, 재미 등으로 이런 짓을 하지만 피해 여성은 죽을 때까지 참을 수 없는 모욕과 고통을 느껴야 했다.
더 화가 나는 건 가해자는 지난 일을 잘 잊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속담에 맞은 놈은 두 다리 뻗고 자도, 때린 놈은 편히 못 잔다는 말이 있다.
이 말 역시 노예적 근성을 키우기 위해 만든 위정자들의 거짓말로 세상에 얻어맞고 편히 잘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나 역시 무진장 얻어맞고 온갖 모욕을 당해본 사람으로 두 다리를 뻗기는커녕 두 다리로 아구창을 날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능력자가 됐어? 악연은 악연인가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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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를 최대한 넓게 잡고 지형지물을 먼저 머리에 숙지해.”
“으악~”
“장애물을 뛰어넘고 묘기를 부리라는 뜻이 아니야. 주변의 지형과 사물을 유용하게 활용해 A지점에서 B지점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이동하라는 말이야.”
“말처럼 잘 안 되니까 그렇지.”
“착지할 때 무릎과 허벅지로 충격을 흡수하면서 앞으로 굴러주면 되잖아. 짚고 넘기 힘들면 이렇게 등을 대고 구르면 되고.”
“마음처럼 굴러가지가 않아.”
“그럼 이렇게 한 손으로 짚고 두 발로 넘어. 아니면 두 손으로 짚고 한발씩 넘든지.”
“이건 좀 쉽네.”
“벽을 오를 때는 이렇게 발로 벽을 찬 후 튀어나온 부분을 손으로 잡고 벽을 다시 차올리며 위로 오르는 거야. 그러다가 옆 벽이나 바위로 이동할 때는 손과 발을 한꺼번에 밀치며 개구리가 뛰어오르듯 풀쩍 뛰어서 이동하면 돼.”
“이런 것도 해야 해?”
“평생 가만히 서서 싸울 수만 있다면 이 짓 안 해도 돼. 하지만 그게 안 된다는 걸 알잖아. 레드몬이 죽여 달라고 가만히 있어? 만나는 레드몬이 모두 느려 터진 달팽이 같아? 아니잖아. 그럼 어떻게 해야겠어?”
“뛰어다녀야지.”
“바로 그거야. 그래서 이런 훈련을 하는 거야. 불만 갔지 말고 어서 시키는 대로 해. 볼기짝 맞기 전에.”
“우씌!”
“이번엔 공중돌기야. 앞 공중돌기는 이렇게 발목과 무릎을 이용해 튕겨주면 돼. 달려갈 때는 강하게 땅을 차듯이 하면 되고. 옆 공중돌기는 손을 대고 돌거나 앞 공중돌기에서 방향만 바뀌면 되는 거야. 뒤 공중돌기는 허리를 젖혀서 양손을 짚거나 무릎과 허리 반동을 이용해 돌면 돼.”
“이건 더 어렵잖아.”
“잔말 말고 연습이나 해.”
“으악~”
“은비야! 너 멘탈리스트야. 일반인이 아니잖아. 어떻게 이걸 못해?”
“일반인과 능력자의 차이는 운동신경이 아니잖아. 왜 여기서 능력자가 나와?”
“힘, 민첩, 체력 수치가 일반인보다 최소 다섯 배나 높잖아. 그럼 발 구르기만 제대로 해도 몇 배나 높이 뛸 수 있어. 그 체공력만 이용해도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서인 언니도 못하는데.”
“죄송해요!”
“정말 큰일이다. 어째 둘 다 일반인보다도 운동 신경이 더 없냐?”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 걸 어떻게 하라고.”
“세계 7대 불가사의보다 니들이 능력자가 된 게 난 더 불가사의하다.”
“우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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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변하지 않는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서평에 몇몇 분이 상습적으로 욕을 올려 서평란을 삭제합니다. 이해해 주시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