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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31화 (131/505)

00131  마인드컨트롤  =========================================================================

131.

나진만을 빠져나와 대초도를 크게 한 바퀴 돈 요트는 속도를 올려 빠르게 비파도로 향했다.

우린 5층 옥상에 있는 수영장 소파에 앉아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탁 트인 바다를 감상했다.

“바다는 육지와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푸른 파도와 푸른 하늘이 정말 아름다워요.”

“상아 바다 나온 거 처음이지?”

“네, 오빠 만난 날 그때 처음 봤어요.”

“나오니까 좋아?”

“네, 정말 좋아요. 까르르!”

“이제 배도 생겼으니 자주자주 나오자.”

“네, 오빠!”

소희는 내 품에 안겨 방긋방긋 웃는 상아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는지 입술이 삐죽이며 눈을 못 뗐다.

“오빠! 다음엔 여기서 수영하고 맛있는 거도 먹으면서 놀아요.”

“그러자. 다음엔 제대로 챙겨서 먼 곳까지 갔다 오자. 아정이하고 아솔이, 아림이도 다 데리고 2박 3일로 가는 거야.”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나요.”

“나도 그래.”

아영이 왼팔에 달라붙어 아양을 떨자 소희의 입이 오리처럼 점점 자라났다. 그냥 두면 삐칠 것 같아 상아를 내어주자 그제야 표정이 풀렸다.

요트가 비파도에 다가가자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대구경 탄환이 든 상자를 가지고 선수로 이동했다.

“겁을 많이 먹었어요.”

“절반 이상 죽었는데, 멀쩡하면 그게 이상한 거야. 두려워 피하는 게 정상이라 봐야지.”

“새끼까지 다 합쳐도 139마리밖에 없어요. 레드씨울프가 한 번만 더 나타나면 비파도에서 레드씨오터를 보긴 어려울 거예요.”

“똑똑한 녀석들이니까 한 번에 다 털어먹진 않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겁을 잔뜩 집어먹은 레드씨오터들은 요트가 나타나자 비파도로 잽싸게 달아났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녀석들이 그 짝이었다.

“그래도 모르니 일이니 더 늦기 전에 레드씨오터들의 안전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하지 않을까요?”

녀석들이 걱정되는지 상아는 해상공원 설치를 서두르자고 졸랐다. 현재 계획은 비파도와 아래 길게 뻗어 나온 육지를 막아 그 안에서 녀석들을 살게 할 생각이었다.

완벽하게 막아 호수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고, 3m 간격으로 콘크리트 기둥을 박아 물과 고기, 레드씨오터는 자유롭게 드나들게 할 계획이었다.

또한, 기둥 위에 다리를 놓아 사람들이 오가면 녀석들도 구경하고 바다낚시도 즐기게 할 생각이었다.

“방어벽 공사가 끝난 다음에야 해상공원 공사를 시작할 수 있어. 그전에는 위험해서 공사 차량이 다닐 수가 없잖아.”

“내일 문스톤을 장착할 차량이 도착한다고 했죠?”

“응!”

“그럼 내일부터 방어벽 공사 시작하겠네요?”

“선봉군 전체를 감쌀 방어벽 길이가 40km가 넘어. 레드몬 방어용 차량 한 대로는 1년이 더 걸릴 수도 있어.”

“나진시 공사한 것처럼 우리가 도우면 되잖아요.”

“6월부턴 자주 비워야 하잖아. 지금처럼 계속 붙어있긴 어려울 것 같아.”

“그래도 최대한 도우면 올해 안에 끝낼 수 있잖아요.”

“알았어. 그렇게 할게.”

상아가 준 문스톤을 활용해 레드몬 방어용 차량을 제작했다. 공사장에 투입해 인부들의 안전을 책임질 차량이라 경사가 심하고 땅이 고르지 못한 지역도 잘 다닐 수 있게 미군 스트라이커 장갑차처럼 바퀴가 8개나 달려있었다.

“어, 새끼 한 마리가 다가와요.”

“겁 없는 녀석이 있었네.”

크기가 어미 반만 한 녀석이 호기심을 참지 못해 요트로 다가왔다. 요트에 다가온 녀석은 손으로 요트를 두드려보기도 하고 고개를 들어 우리를 쳐다보는 등 해달과 전혀 다름이 없는 모습이었다.

새끼 한 마리가 물꼬를 트자 호기심이 강한 20여 마리가 배 주위를 돌며 장난을 쳤다.

그렇게 30분쯤 지나자 대부분이 요트로 다가와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우리를 구경했고, 개중에는 커다란 조개를 잡아와 건네주는 등 레드몬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게 행동했다.

“어때?”

“경계심은 있어도, 적대감은 없어.”

“다행이다.”

“너도 녀석들이 예뻐?”

“여자들은 다 예뻐할 거야. 하는 짓 좀 봐. 정말 귀엽잖아.”

소연이 좋아한다고 하면 다른 이에겐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하는 행동만 봐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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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포스협회에서 매년 세계능력자격투기대회를 개최한다는 소리를 할 수 있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어. 경쟁을 통해 능력자들의 실력을 향상할 수 있는 일이니까.”

“언니! 정말 그렇게 생각해? 지금도 음성적인 경기 때문에 매년 수십 명이 죽고 있어. 레드몬을 막는 것도 힘에 부치는데, 공식적인 경기까지 생기면 능력자들이 대거 빠져나갈 수도 있어.”

“아마추어 경기야. 큰돈이 걸린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봐.”

“프로 레슬링이나 권투처럼 프로 격투 스포츠로 바꾸자는 요구도 있어. 세계선수권 대회가 프로를 위한 포석일 수도 있잖아.”

“아직 그 단계까지 간 것도 아니고 여론이 그렇게 흐른다는 보장도 없어. 일단 지켜보는 게 순서라고 생각해.”

3월 28일, 세계포스협회는 국가 간의 우호증진과 능력자들의 실력향상을 위해 세계나이트 격투기대회(World knight Combat Games)를 내년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각국 포스협회에 개체 공문이 내려오자, 은비와 한숙처럼 두 패로 나뉘어 의견이 충돌했다.

한쪽은 은비처럼 결사반대를 외쳤고, 한쪽은 한숙처럼 긍정적인 면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업성을 표방한 순수 아마추어 경기로 내년 2월까지 각국 대표 5인을 선발해 3월 말까지 세계포스협회에 명단을 제출하고, 추첨을 통한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국을 가리게 된다.

하지만 비상업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세계포스협회의 발표가 있은 다음날부터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투어 스폰서 계약을 맺고, 방송사들이 중계권 협상에 뛰어들며 상업적이란 비판이 일었다.

여론이 악화하자 제임스 존스(James Jones) 세계포스협회 회장이 직접 기자들을 불러 모아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아마추어 정신에 어긋남이 없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말만 그럴싸할 뿐 개선 대책이 뒤따르지 않아 세계포스협회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너무 속 보이는 짓 아니야?”

“주최가 자본주의의 메카인 미국이란 점을 생각하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

“온전히 돈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각국 인재를 스카우트하겠다는 생각도 있겠지.”

“국가대표로 나설 정도면 실력도 있고 돈도 있을 텐데, 굳이 미국으로 전향할 이유가 없잖아.”

“꼭 1~2등을 원하는 건 아니야. 능력자면 누구나 환영이라고 봐야지.”

미국의 꼭두각시인 세계포스협회가 세계나이트 격투기대회를 개최하려는 이유는 소연의 생각처럼 인재를 스카우트하려는 속셈이 가장 컸다.

프로 스포츠화를 통한 상업성도 염두에 둔 포석도 있지만, 큰 땅덩어리에 비해 능력자 수가 부족한 미국은 능력자 영입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뿌려댔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979명의 능력자를 보유했지만, 9,826,675㎢의 넓은 면적과 3억 명에 달하는 인구수를 생각하면 한없이 적은 수였다.

미국보다 면적이 100분의 1, 인구는 6분의 1도 안 되는데 대한민국이 2,234명의 능력자를 보유했다는 걸 생각하면 중국만큼이나 형편없는 숫자였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11,979명 중 미국에서 태어난 능력자가 절반도 안 되는 5,000명 수준이었다.

나머지는 이민이란 이름으로 영입한 외국인들이었다. 이는 능력자 출산율이 매우 낮다는 증거로 미국 정부는 낮은 증가율을 메꾸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국 능력자를 영입했다.

“능력자들이 많이 몰릴까?”

“적진 않을 거야. 특히, 저개발 국가에선 많은 수가 몰릴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보고 있으니까.”

“본선 참가 상금이 1억 원, 우승 상금이 겨우 30억밖에 안 되는데.”

“돈보단 지명도를 올려 좋은 조건에 미국으로 건너가려고 참가하겠지. 불법 경기에서 출전하는 능력자들도 이름을 알려 파이트머니를 올리기 위해 출전할 테고.”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

“미국 정부가 배후라 모르는 척 수수방관할 가능성이 커. 함부로 입을 놀렸다간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다가 능력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 어쩌려고?“

“미국이 우리를 도와줄 거로 생각하겠지.”

“심각하네.”

“이번 정권이 친미정권이잖아.”

“왜 우리는 민족정권이 없고 매일 친미, 친일 정권만 있는 거야?”

“그러게 말이야.”

세계포스협회의 발표가 있은 지 일주일 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남부의 로스앤젤레스에서 100여 명에 달하는 기자와 5,000여 명의 능력자가 운집한 가운데 세계나이트연합이 성대한 발족식이 열렸다.

세계나이트연합은 세계포스협회의 횡포에 맞서 나이트들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설립한 순수 능력자연합이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미국과 유럽 능력자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단체로 초대 회장엔 미국의 중급 멘탈리스트 리암 스미스가 선출됐다.

대천사 레미엘(Remiel)이라 불리는 리암 스미스는 미국 TTC 방송이 선정한 미국 내 10대 능력자 중 한명으로 미국인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유명인이었다.

세계나이트연합은 설립과 동시에 세계포스협회가 발표한 세계나이트 격투기대회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인류를 지킬 유일한 수단이자 새로운 세상을 이끌어나갈 귀중한 인재를 오락용으로 사용하려는 것은 인류의 고통을 가중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 주장했다.

“그동안 능력자들의 소통창구가 없었는데 잘된 일 아닌가?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나쁠 건 없지. 근데 세계나이트연합이라고 해놓고 가입한 사람은 미국인과 유럽인인 서양인밖에 없어. 집행부도 거의 백인이고, 회원들도 아프리카나 아시아인 찾아볼 수 없고. 있다고 해도 국적이 모두 미국 아니면 영국이야. 이러면 세계나이트연합이 아니라 백인나이트연합이라고 불려야 하는 거 아닌가?”

“그야 초창기라 그럴 수도 있잖아.”

“물론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첫 단추를 잘 맞춰야 한다는 말처럼 시작부터 편향적인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아.”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어?”

“물론이지.”

전부터 능력자의 목소리를 낼 단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국가와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세계포스협회를 견제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돌아가는 모습이 백인의, 백인에 의한, 백인을 위한 협회(연합)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항상 변하지 않는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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