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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30화 (130/505)

00130  마인드컨트롤  =========================================================================

130.

마인드컨트롤은 타인의 정신을 조작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하는 능력으로 국내에선 아직 보고된 적이 없는 매우 희귀한 스킬이었다.

정신 조작은 세뇌와 효과는 비슷하지만, 세뇌가 특정 이념이나 생각을 반복적으로 주입해 정신세계를 바꿔놓는 것에 비해 마인드컨트롤은 상대의 뇌에 자기 생각을 단번에 입력하는 것이라 차원이 다른 능력이었다.

인격은 그대로 두고 대상의 잠재의식을 조작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게 할 수도 있고, 본래의 인격을 억누르고 붕괴한 후 새로운 인격을 심어 넣을 수도 있었다.

또한, 암시와 최면, 텔레파시 등 다양한 형태로 응용할 수 있고, 능력에 따라 집단암시나 집단최면도 걸 수 있었다.

환각, 혼란, 공포 등은 마인드컨트롤처럼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상대를 두려움과 정신적 혼돈 상태에 빠뜨리는 것으로 정신 조작 계열에 포함하지 않았다.

“지금 나에게 스킬을 사용한 거야?”

“헉! 왜 이러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왜 안 먹히는 거지?”

“내 정신을 조작하려고 했지?”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뭐야?”

“저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암시를 걸은 거예요.”

암시(Suggestion)란 언어나 자극을 통해 상대가 알지 못하는 사이 어떤 관념이나 결심, 행동 등을 유발하게 하는 상태로, 암시에 걸린 피암시자는 암시자의 말을 자기가 생각한 것으로 믿고 암시자의 명령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호감만 가지게 한다고? 그건 아닌 것 같은데.”

“17살짜리가 뭘 더 할 수 있겠어요? 설마 정신을 장악해 제 뜻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거야 모르지. 네가 천재라 이미 그런 경지까지 도달했는지.”

“크게 봐주셔서 고맙지만, 죄송하게도 그럴 만한 능력은 없네요. 전 천재도 아니고 둔재도 아닌 평범한 학생이거든요.

“너... 이거 자주 사용하지?”

“아니요!”

“말 몇 마디에 발끈해서 스킬을 사용했으면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고? 내가 보기엔 조금만 맘에 안 들어도 마구 사용할 것 같은데.”

“.......”

“말해봐. 사람들에게 마구 사용하지?”

“아니에요. 절 괴롭히는 사람한테만 썼어요.”

“내가 널 괴롭혔어? 너와 난 오늘 처음 만난사이야. 대화도 고작 10분 정도밖에 안했고.”

“상아 언니를 괴롭혔잖아요.”

“내가 상아를 괴롭혀? 상아가 나 때문에 괴롭다고 했어?”

“그건 아니지만... 꼭 말로 해야 하나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어요.”

“하하하하하~”

너무 어이가 없어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웃음이 나왔다. 한창 말도 안들을 나이에 딱 봐도 고집이 엄청날 것 같아 이러쿵저러쿵 말해봐야 말이 통하지도 않을 것 같아 그냥 웃고 넘기기로 했다.

“능력자들을 상대로 암시를 사용한 적은 있어?”

“포스 학교 동기하고 선배들에게 많이 사용했어요.”

“잠능자?”

“네.”

“허허허, 내가 왜 안 걸렸다고 생각해?”

“성격이 지랄 맞아서 그랬을지도 모르죠.”

“하하하~ 하급 능력자를 상대로 사용한 적도 없지?”

“네.”

“스킬을 사용할 땐 상대를 잘 가려서 사용해야 해. 피지컬리스트들은 모두 멘탈포스가 낮아 스킬이 잘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물론 그런 사람도 있어. 하지만 피지컬리스트 중에도 멘탈포스가 높은 사람도 있고, 체력과 민첩 수치가 높아 스킬을 회피하거나 걸려도 빠르게 벗어나는 능력자도 있어. 상대를 잘 모르면서 함부로 스킬을 사용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짓이야. 알았어?”

“학교에서 그런 얘기하는 사람이 없던데요.”

“학교 선생 중에 상급 피지컬리스트 있어?”

“아니요.”

“친구 중엔 있어?”

“없어요.”

“그럼 누구 말이 맞을 것 같아?”

“아저씨가 진짜 상급 능력자인지 어떻게 알아요? 미국에 달랑 한 명 있는 상급 능력자가 우리나라에, 그것도 이런 오지에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에요?”

“잘 봐! 아무것도 없지?”

왼손을 내밀어 앞뒤로 보여준 다음 작은 나뭇가지를 꺾어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그리곤 나무에 포스를 불어넣었다.

평범한 나뭇가지에서 파란 예기가 솟아 나오자 소희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좀 더 포스를 불어넣자 2m나 되는 기다란 예기가 뻗어 나와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

“어때? 이제 믿겠어?”

많이 놀랐는지 고개만 정신이 끄덕였다. 여자아이에게 인정받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살짝 고민도 됐지만, 스카우트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 생각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네가 마인드컨트롤러인걸 아는 사람이 있어?”

“아니요. 아빠도 몰라요.”

“잘했어.”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아이 취급하지 마세요.”

소희는 성격이 제멋대로긴 해도 나이에 비해 조숙한지 자기 스킬을 떠벌리고 다니진 않았다.

소희의 능력을 정부나 기업, 단체 등이 알게 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끌어들이거나 용의하지 않으면 납치해서라도 이용하려 할 것이었다.

마인드컨트롤러는 직접적인 공격 능력은 없지만, 상대를 일시에 그로기 상태로 만들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능력자였다.

가령 적성국가의 정부 수반이나 군 통수권자를 마인드컨트롤러가 지배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숫자로 따지면 단 한 명을 지배한 것이지만, 그 한 명을 지배함으로써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라 국가를 지배할 수도 있고,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스킬에 관해 자세히 얘기해봐.”

“제가 왜요?”

“나도 스킬 보여줬잖아. 그럼 당연히 너도 알려줘야지.”

“예기도 고유 스킬에 들어가나요? 포스만 많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본 스킬 아닌가요?”

“네 말처럼 쉬운 스킬이면 학교에서도 자주 받겠네?”

“흥!”

“TV에서라도 봤어? 못 봤잖아. 그것도 2m 되는 건 평생 구경할 수도 없는 일이야. 감사한 줄 알아.”

“아저씨도 자랑 엄청나게 하시네요.”

“이 정도면 자랑할 만하잖아. 아니야?”

“에휴! 그렇다고 하죠.”

예기를 본 이후 말투는 여전해도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호기심과 동경심, 존경심 등 비호감에서 호감 쪽으로 살짝 넘어간 상태였다.

“아직 능력이 낮아 일시적으로 호감을 올리는 것밖에 안 돼요.”

“얼마나 지속하는데?”

“사람마다 달라요. 짧으면 삼일, 길면 오 일까지 가요.”

소희의 암시 스킬은 이제 겨우 친근감을 유발하는 수준으로 상대의 정신을 완벽하게 장악하려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실망할 건 없었다. 나이 이제 17살에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적도 없다는 걸 생각하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언제 깨달았어?”

“15살 여름에 우연히 알게 됐어요. 누굴 죽도록 미워했더니 황당하게 호감을 올리는 스킬을 얻게 됐죠. 웃기죠? 사람을 미워하는데 호감이 웬 말이에요. 크크크~”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지 소희의 눈이 빨개졌다. 더 물어볼 것도 없고, 분위기도 그래 말없이 밤바다만 바라봤다.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한두 가지 고민과 말 못할 사연은 있기 마련이었다.

내 여자면 안고 다독여주겠지만, 그럴 사이도 아니라서 분노가 잦아들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이제 가요.”

“좀 더 있다가도 돼.”

“이제 괜찮아요.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 아빠가 걱정하실 거예요. 빨리 가야해요.”

“그래.”

“아저씨!”

“응?”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요.”

“고맙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오빠라고 불러드릴게요. 고맙죠?”

“눈물 나게 고맙다.”

“고마우면 다음에 부탁 한 가지 들어주세요.”

“그래! 들어주마!”

응접실로 돌아온 소희는 쪼르르 달려가 상아 옆에 착 달라붙었다. 상아와 소희는 만난 지 하루 만에 친자매처럼 살가워져 있었다.

차영철 박사는 딸과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함이 가득했지만, 끝내 물어보진 않았다.

“오빠! 오늘 상아 언니랑 같이 자도 돼요?”

“그건 상아에게 물어봐야지.”

“언니가 오빠 허락 맡아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

“앗싸!”

「뭔가 큰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뒷조사를 한 번 해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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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정말 근사하다.”

“책자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커요. 길이가 대체 얼마나 긴 거예요?”

“높이도 생각보다 높고, 넓이도 엄청나게 넓다.”

“여기서 살아도 되겠는데요.”

돈의 위력으로 원래 날짜보다 5개월이나 빨리 요트를 인도받았다. 은비가 매일 요트 요트 노래를 불러 잔금과 추가 요금 10%를 일시금으로 지급하자 공장에서 찍어내듯 배가 뚝딱 만들어졌다.

길이 85.36m, 선폭 14.44m에 달하는 초호화 슈퍼요트는 헬기 착륙장과 고성능 레이더가 달린 떠다니는 특급호텔로 침실, 응접실, 수영장, 주방, 식당, 욕실, 칵테일바 등 세계 일주도 가능할 만큼 모든 것을 갖춰져 있었다.

“오빠! 이거 타고 레드씨오터 보러 가자.”

“저도 바다에서 보고 싶어요.”

“음료수라도 싣고 나가야지 빈손으로 나갈 순 없잖아.”

“알았어. 내가 준비할게.”

“언니! 같이 가요.”

신이 난 은비와 아영이 먹을 것을 챙기기 위해 집으로 내달렸다. 소연과 한숙, 서인, 상아도 요트가 마음에 드는지 소파에 앉아, 침대 눕고 이것저것 만져보고 구경하느라 신이 났다.

“오빠! 소희도 데려가실 거죠?”

“그래. 같이 가. 차영철 박사님도 같이 가자고 말씀드려.”

“아빠는 멀미가 심해 배 타는 거 싫어하세요.”

“그래도 말씀은 드려야지. 소연아! 같이 가시자고 말씀드려.”

“알았어.”

간단한 음료수만 챙겨 비파도로 향했다. 항구를 벗어난 배가 속도를 내자 힘찬 엔진음과 함께 바다 위를 나는 듯이 달렸다.

고요한 바다를 가르며 빠르게 달려나가는 것은 장애물이 가득한 땅 위를 달리는 것과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가슴이 뻥 뚫리며 걱정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을 나만 느끼는 게 아닌지 아내들도 모두 일어나 양팔을 벌린 채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야아아아아아~”

“야~호~”

“소희야! 너도 크게 소리 질러봐. 그럼 기분이 훨씬 좋아질 거야.”

“정말요?”

“그럼! 스트레스가 확 풀려.”

“야아아아아아~”

바다를 향해 목청껏 울분을 토해내자 표정이 조금 밝아진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항상 변하지 않는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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