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8 대한당 =========================================================================
128.
“알았네. 다음번 총선까지만 명예 총재 자리를 맡겠네. 그다음엔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이니 그리 알게.”
“감사합니다. 어르신!”
“손주 사위도 그렇게 알고 차질 없이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후원회 회장에 이어 몇 년 후엔 명예 총재까지 떠안게 됐다. 할아버지가 이러는 이유를 알고 있어 싫어도 싫다고 할 수 없었다.
정치와는 벽을 쌓고 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사는 일이 모두 정치라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 살면 모를까 사회에 있는 한 정치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정치(政治)란 무엇이냐고 물으면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하는 일 또는 개인이나 집단이 이익과 권력을 얻거나 늘이기 위해 사회적으로 교섭하고 정략적으로 활동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건 말만 그럴싸하게 꼬아 놓은 거지발싸개 같은 소리로 그냥 살아가는 것이 정치였다.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선 움직여야 했고, 이 과정에서 서로 부딪치며 이해관계가 생겨났다.
이해관계가 생기며 집단이 생겨났고, 집단 안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했다.
또한, 한정된 재화를 얻기 위해 집단끼리 싸우고, 때로는 서로 동맹을 맺고, 때론 상대의 등에 칼을 꽂는 등 정략적으로 행동했다.
이렇듯 정치란 우리 삶과 완벽한 한 몸으로 싫든 좋든 정치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와 대한당 의원들을 태운 헬기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은비가 살며시 다가와 팔짱을 꼈다.
“지원도 많이 했는데, 필요한 것 좀 요구하지 그랬어?”
“필요한 게 있어야 요구하지. 설령 있다고 해도 들어줄 힘도 없고.”
“하긴 그러네. 겨우 국회의원 열 명으로 뭘 할 수 있겠어.”
“대한당은 이제 걸음마를 뗀 아기야. 먹을 것을 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지 무얼 바라면 안 돼!”
“언제쯤 도움이 될까?”
“10년? 20년?”
“너무 오래 걸린다.”
“난 대한당에 바라는 없어서 그런지 10년이든, 20년이든 상관없어.”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바라는 게 없어? 그럼 뭐 하러 그 많은 돈을 쏟아 부어?”
“대한당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니까.”
“그래?”
“그럼! 대한당이 국회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릴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큰 부담이야. 국민을 위한 정치도 저들과는 뜻이 맞지 않은 일이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돼!”
“그러다가 저들이 우리와 등을 돌리면 어쩌려고?”
“그래서 돈을 투자하는 거야. 건물도 빌려주고, 땅도 빌려주고, 차도 빌려주고, 사용하는 모든 것을 무료로 빌려주는 거야. 영원히 떠날 수 없도록.”
“너무 고차원적인데.”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고 했어. 난 앞으로도 대한당의 물주이자 후견인으로 정책에 관여하지도 않을 거고, 정치적인 문제에 간섭하지도 않을 거야. 정치는 그들이 하고, 우린 우리 일을 하는 거야.”
“알아서 갔다 받쳐라 이런 뜻이야?”
“그건 그들이 생각할 문제지 우리가 생각할 문제는 아니야. 단, 머리가 돌아가면 내가 바라는 게 뭔지 알겠지.”
“오오, 머리 좋은데.”
“기본이지. 음하하하~”
“근데 그거 오빠가 생각한 거야? 내가 아는 오빠는 그 정도로 머리가 좋질 않은데. 솔직히 불어! 누가 알려줬어?”
“표나?
“응! 아주 많이 표나.”
“에잇! 오랜만에 무게 좀 잡고 말한 건데... 전략연구소 홍은하 소장이 알려준 거야. 대한당을 어떻게 이용하는 게 좋은지.”
“가방끈이 길어서 그런지 우리랑 생각하는 게 틀리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나봐!”
“그러게 말이다.”
미래 전략연구소 홍은하 소장은 키 167cm, 몸무게 50kg의 기본 체형으로 눈썹이 짙고 눈동자가 까맣다는 것을 빼면 특별히 인상에 남는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말할 때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는 소연처럼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 같아 섬뜩했고, 막힘없는 화술은 나를 주눅 들게 했다.
그래도 성격이 털털하고 붙임성이 있어 가끔 얼굴을 맞대도 불편한 상대는 아니었다.
“또 다른 거 알려준 건 없어?”
“국내적인 문제는 그렇게 해결하고, 해외 일은 파트너를 찾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어.”
“파트너면 누구?”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악마와 일본만 아니면 그게 누구든 손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미 권력을 잡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 자기 살을 떼어주며 우리를 받아준다는 보장도 없고, 받은 주는 곳이 있다고 해도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가 된다는 보장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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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찰랑거리는 것 좀 봐! 금빛 물결이 따로 없네.”
“사람들이 왜 천사라고 부르는지 알겠네요. 같은 여자인 제가 봐도 정말 예쁘네요.”
“난 왜 머리카락이 까맣지? 금발로 염색할까?”
“언니도 마샤만큼 예뻐요. 검은 눈동자와 검은 머리카락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데 그래요.”
“정말?”
“그럼요.”
“에이, 그래도 마샤는 이길 수가 없어. 저 가슴을 봐. 옷을 뚫고 나오려고 하잖아.”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역시 빵빵한 가슴은 어쩔 수 없네요. 비교 불가에요.”
미국 TTS 방송사에서 제작한 ‘세계의 영웅들’이란 방송을 보며 은비와 아영은 해외 여성 능력자와 자신의 몸매를 비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제목은 유치하지만, 미국·유럽·아시아·남미·아프리카까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뛰어난 능력자 100명을 선정해 그들의 활약상과 능력을 소개하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아쉬운 점은 대한민국은 능력자 중 10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능력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만든 방송이라 실력이 앞서도 인지도가 떨어져 순위권 안에 들긴 힘들었고, 공신력이 높지 않은 오락 방송이라 순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고 화를 낼 것도 없었다.
“몸매는 브라질 세쌍둥이가 최고네요. 가슴도 크고, 엉덩이도 빵빵하고, 구릿빛 피부도 옷하고 너무 잘 어울려요.”
“눈은 왜 저렇게 크냐? 우리 두 배는 되겠다.”
“얼굴은 작고 이목구비가 커서 그래요. 그래서 더 예뻐 보이는 것 같아요.”
“세 자매가 완벽한 판박이네. 같은 옷 입혀 놓으면 찾지도 못하겠다.”
이번엔 순위 9위에 오른 브라질의 세쌍둥이 미녀 스텔라와 셀레나, 루나 자매의 몸을 스캔하며 침을 튀겼다.
셋 다 중급 피지컬리스트로 미국과도 바꾸지 않는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어 대는 브라질 국민요정이었다.
“아폴로가 왜 인기가 많은 거야? 코는 주먹만 하고, 얼굴은 귀신처럼 허옇고, 머리는 기름을 발랐는지 번지르르하고, 저런 스타일을 왜 좋아해?”
“저도 아폴로는 느끼해서 별로예요. 차라리 영국에 루크 에반스가 훨씬 나은 것 같아요.”
“그래? 난 러시아의 알렉산더 네브스키가 괜찮은 것 같은데.”
“알렉산더는 잘생기긴 했는데, 키가 2m가 넘고 몸이 너무 말라서 볼품이 없어요.”
“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야! 그렇지?”
“그럼요! 얼굴도 잘생겼고, 자상하고, 몸매도 끝내주잖아요.”
“물건은 더 끝내주잖아. 이런 건 세상에 없을걸!”
“키키키키키~”
TV에 푹 빠진 채 고추를 만지작거리는 은비와 아영은 능력자 외모에만 관심이 있을 뿐, 활약상과 능력에는 관심도 없었다.
미국 TTS 방송은 10년 전부터 능력자 순위를 매기고 매년 그에 대한 분석과 활약상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 발표했다.
순위와 전체적인 내용은 3월 1일 방송하고, 일주일에 한 명씩 1위부터 100위까지 좀 더 자세하게 인물을 소개했다.
1위는 3년째 변함없이 미국의 마샤 타이엘나가 차지했고, 2위는 아폴로 윌리엄스, 3위는 벤자민 링컨이었다.
1. 미국 마샤 타이엘나 : 상급 멘탈리스트 힐러 : 소속 없음
2. 미국 아폴로 윌리엄스 : 중급 피지컬리스트 힘계열 : 아폴로 공대
3. 미국 벤자민 링컨 : 중급 피지컬리스트 힘계열 : 링컨 공대
4. 프랑스 장 뒤야르댕 : 중급 피지컬리스트 민첩계열 : 잔 다르크 공대
5. 영국 루크 에반스 : 중급 멘탈리스트 화염계열 : 발키리 공대
6. 미국 트리플 에이치 : 중급 멘탈리스트 얼음계열 : 페가수스 공대
7. 러시아 알렉산더 네브스키 : 중급 피지컬리스트 민첩계열 : 차르 공대
8. 중국 진소춘 : 중급 피지컬리스트 힘계열 : 화이 공대
9. 브라질(세쌍둥이) 스텔라, 셀레나, 루나 : 중급 피지컬리스트 민첩계열 : 아마조네스 공대
10. 독일 베로니카 페레스: 중급 멘탈리스트 바람계열 : 탄호이저 공대
“저 순위가 진짜일까?”
“일부는 맞겠지만, 절반 이상은 아니라고 봐야죠. 그리고 저 안에 포함되지 않은 숨은 고수들도 많을 거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진짜 실력자는 오빠처럼 최대한 실력을 숨기려 할 테니까요.”
“서양 쪽은 우리하고 생각이 많이 다르잖아. 제들은 자기 자랑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애들이야.”
“그런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다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동양인 중에도 떠벌이지 못해 유난 떠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그렇긴 하지.”
“전 TTS 방송의 가장 큰 오류가 상급 능력자가 마샤 타이엘나 밖에 없다고 단정 짓는데 있다고 봐요. 오빠처럼 실력을 숨긴 상급 능력자가 적어도 4~5명은 있다는 게 전체적인 분위기인데 그걸 망각하고 있잖아요.”
“그렇지.”
“더 황당한 건 순위에 솔로몬 공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거예요. 전 세계의 부를 한 손에 쥐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대에 뛰어난 능력자가 없다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요?”
“고의적으로 숨긴다고 생각하는 거지?”
“네, 일부러 빠뜨리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고 보니 생각할수록 이상하네.”
“저도 그래요. 처음엔 몰랐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TTS 방송이 흥미나 재미 위주로 방송을 기획하기보단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능력자 간에 반목을 부채질하기 위해 고의로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사실이라 해도 모든 사람이 이 방송을 믿진 않잖아.”
“왜 TV가 바보상자겠어요? 없는 얘기도 지어내서 계속 방송하면 사람들이 그걸 믿게 돼서 바보상자라고 하는 거예요. TV 보고 있다고 머리가 나빠진다고 바보상자가 아니라니까요.”
“그런가?”
“우리나라 뉴스만 봐도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버젓이 내보내잖아요. 사람들은 또 그걸 진실이라고 믿고요. 그래서 독재정권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언론과 방송을 장악하는 거예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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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변하지 않는 관심과 성원에 감사합니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