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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27화 (127/505)

00127  대한당  =========================================================================

127.

“헬기에서 나진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잘해야 레드몬을 몰아내고 방어벽을 만들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 이렇게 주변 정리가 끝나고 수많은 건물이 올라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제 겨우 시작입니다.”

“30년 넘게 거들떠보지도 않고, 들어오려고도 하지도 않던 버려진 도시를 단 10개월 만에 이렇게 바꿔놓으셨습니다. 이곳에 레드몬이 얼마나 많고 위험한 곳인지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대단한 일을 하셨는데 이제 겨우 시작이라니요? 겸손이 지나치십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대로 모습을 갖추려면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를 일입니다.”

“제가 건축 일은 잘 몰라도 보는 눈은 있습니다. 이 속도면 올해가 가기 전에 멋진 항구도시로 모습을 갖출 게 분명합니다.”

대한당 의원 모두 초라한 어촌을 생각하고 왔다가 도시를 통째로 만드는 대역사 현장에 매우 놀란 모습이었다.

할아버지도 은비에게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스케일이 클 줄 몰랐는지 뿌듯해 하면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이런 어마어마한 공사를 외부 도움 없이 꾸려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소문이 과장 된 겁니다. 할아버지와 여기 계신 KM 정한숙 사장님 그리고 약혼자인 민소연양과 최은비양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줬기에 가능했습니다. 저 혼자 한 일이 아닙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그러나 외부 차입금 하나 없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이는 회장님이 상급 능력자라 가능한 일일 겁니다.”

오늘 점심은 은비, 소연, 한숙만 같이했다. 서인과 상아, 아영은 다른 남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입방아에 오르는 것도 싫어 자리를 같이하지 않았다.

은비는 할아버지 손녀라 반드시 참석해야 했고, 소연은 미래 레드몬 부회장으로 실무자라 빠질 수 없었다.

한숙은 워낙 소문이 자자해 자리를 함께하지 않으면 불미스러운 소문이 날 수 있어 부득이하게 자리를 같이하게 됐다.

“정형운 회장님께서 병환 중이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하신 회장님께서 빨리 쾌유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변병석 대표는 한숙에게 고개를 숙였다. 국내 재계 3위 KM 그룹의 위상은 나만 모를 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재계 10위권 안에 민족 정서를 가진 유일한 기업으로 자선 사업과 후원 활동을 가장 많이 했고, 투명한 윤리경영으로 국민이 뽑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에 10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미래 정밀과 함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몇 안 되는 기업으로 재야인사들의 존경까지 받는 기업이었다.

아들인 정근욱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후 아버지만큼 그릇이 크지 못해 실리주의로 노선을 변경하면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KM 그룹을 최고의 기업으로 꼽길 주저하지 않았다.

대한당 변병석 대표도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정형운 회장을 존경하고 있어 한숙에게 대신 존경을 표하는 것이었다.

“지난달 후원회 주신 당사 건물과 수련원, 차량에 대해 당원들이 모두 감사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덕분에 사무실도 커지고 더부살이를 벗어나게 되어 당원들이 아주 좋아하고 있습니다.”

“작은 도움을 드린 겁니다. 마음 쓰지 마세요.”

“들이신 돈이 얼마고 저희를 생각해주신 뜻이 어딘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지난달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에 있는 10층짜리 건물과 용인 수련원을 사들여 대한당 당사와 수련원으로 쓰게 무료로 빌려줬고, 차량도 50대나 기부했다.

이뿐만 아니라 매월 미래 레드몬 직원 이름으로 대한당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기부했고, 대한당 이름이 걸린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찬조금을 냈다.

이는 가장 합법적이며 편법적인 후원 방법으로 나는 후원회 회장이란 이름에 걸맞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당이 깨끗한 정치를 외치지만, 돈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할 회의실도 필요했고, 이들이 일할 건물도 있어야 했다.

또한, 당원들을 교육할 수련원도 필요했고, 이들이 움직일 자동차와 기름 그리고 먹고 마실 걸 살 돈도 있어야 했다.

각계각층에서 후원금 기탁하고 국회에서 월급과 보조금이 나오지만, 이걸로는 사무실 월세 내고, 직원들 월급 주고, 밥 먹고, 술 먹고, 커피 마시면 남는 게 없었다.

“대한당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많이 노력해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험비에 올라타 방어벽과 공사가 한창인 나진시를 돌아왔다. 하늘에서 보는 것보다 바로 옆에서 보자 공사 규모가 훨씬 크다는 걸 알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개인적인 바람은 나진시를 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 리우데자네이루, 나폴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만드는 것입니다.”

“시설이 워낙 훌륭하고 풍광이 아름다워 몇 년 후엔 큰 항구도시가 될 겁니다. 하지만 특색을 갖추지 못하면 명성을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명성이 있어야 그들만큼 큰 도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특색이라면... 랜드마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랜드마크(LandMark)는 국가나 도시, 특정지역을 대표하는 시설이나 건축물을 뜻하는 것으로 역사적인 건조물이나 여행자가 자기위치를 알 수 있는 유명한 산, 교량 등의 지형, 지물을 가리키기는 말이었다.

대표적인 랜드마크는 인도의 갠지스 강, 이스라엘의 요르단 강, 이집트의 피라미드, 프랑스의 에펠 탑,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등이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거대 예수상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같은 도시를 상징할 건물이나 조형물이 있으면 홍보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으음... 좋은 생각이군요.”

여행의 추억은 뭐니 뭐니 해도 사진이었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첫 번째 하는 게 사진 찍기로 음식과 로맨스도 평생 잊지 못한 추억으로 남지만, 사진 만큼 두고두고 확인할 수 있는 추억은 없었다.

“그럼 우리도 나진시 입구인 초동 연두봉에 근사한 석상 하나 만들면 되겠네?”

“그것도 좋지만 남과 다른 특색을 갖춰야 랜드마크라 할 수 있지 따라 하면 아류밖에 더 되겠어?”

“그래! 특색이라... 레드씨오터는 어때?”

“그게 무슨 말이야?”

“비파도에 있는 레드씨오터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거야. 레드몬을 바로 옆에서 구경하고 먹이도 줄 수 있게. 사람들이 엄청나게 좋아할 거야.”

“기발하긴 한데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온순한 녀석들이라 사람을 공격하진 않을 거야. 그리고 문제가 생길 놈은 미리 솎아내면 되잖아.”

“녀석들도 문제지만, 레드씨울프는 어떻게 하려고?”

“레드씨울프가 들어올 수 없게 비파도 주변을 둘러싸면 되잖아. 아니면 레드씨오터를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기던지. 방법을 찾으면 되는 거야. 핵심은 우리가 레드씨오터를 관리할 수 있고, 그걸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랜드마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거지. 어때? 괜찮지?”

“나도 은비 생각에 찬성이야. 레드씨오터만큼 특색 있고, 단기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명물은 흔치 않아.”

“여기에 풍산개까지 더하면 난리 나는 거야. 풍비의 부드러운 털을 만지고 싶어 여자들과 아이들을 줄을 설걸?”

은비 의견은 위험부담이 큰 대신 성공하면 단번에 나진시의 이름을 세상을 알릴 기막힌 아이디어였다.

사람들은 레드몬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지만, 한편으론 레드몬을 가까이에서 구경하고 만져보고 싶어 했다.

동물원에 사자와 악어를 가둬두고 구경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두려움과 호기심은 양면의 동전처럼 언제나 함께했다.

나진시 투어를 끝내고 1층 로비에 모여 앉은 의원들의 얼굴엔 자부심? 든든함? 이런 감정들이 가득했다.

세계에서 두 명밖에 없는 상급 능력자에 항구도시를 가진 든든한 후원회 회장이 뒤를 받쳐주는 걸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할아버지가 대한당 의원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쳤다. 강렬한 눈빛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오늘은 대한당을 총후원회 박지홍 회장을 모시고 얼굴을 익히는 첫 번째 상견례 자리입니다. 나는 이런 좋은 자리는 정기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임을 활성화해야 조직의 연대가 강화되어 대한당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 힘을 바탕으로 다음번엔 스무 명, 그 다음번엔 백 명의 국회의원이 이 자리에 모일 수 있다 확신합니다.”

“........”

“지금 이 자리에 앉아 계신 여러분이 대한당의 주축입니다. 이점을 잊지 말고 끊임없이 분발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

“명예 총재님의 말씀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 첫 모임인 만큼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간략하게 하겠습니다. 최 의원님부터 시작하시죠.”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정책 실장을 맡은 최재일입니다.”

최재일을 시작으로 변병석 대표까지 열 명의 의원이 짧게 자기소개만 하는데도 1시간이 걸렸다.

말 많은 정치인이라 그런지 순서만 돌아오면 쉬지 않고 떠들었다. 의원들은 서로 잘 아는 사이라 자기소개는 사실 내게 하는 프로필 설명이나 다름없었다.

그걸 알기에 참고 듣는 것이지 평소 같으면 셀프 칭찬하는 모습에 울컥해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게 분명했다.

지루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앞으로 대한당이 나가야 할 방향과 정책에 대해 간략하게 2시간이나 떠들었다.

기감을 통해 의원들의 상태를 살피며 듣고 있어 간신히 참아냈지, 글자만 바꿔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재미도 없고 짜증났다.

지루한 3시간을 간신히 참아내고 변병석 대표와 할아버지만 모시고 서재로 자리를 옮겼다.

나머지 의원들이 지루하지 않게 풍산개를 구경시켜주기로 했다. 아직 풍산개가 레드독이란 사실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은 각국 첩보기관에 전달한 상태라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다.

“난 올해까지만 명예 총재의 자리를 맡고 그만둘 생각이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한당이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어르신이 계셔야 대한당이 결집한다는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늙은이가 정치에 너무 오래 참여하면 생각이 고루해지고 발전이 더뎌지네.”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자네 생각일세. 남들은 날 곱게 보지 않아.”

“그건 자유당과 친일파들의 생각이지 국민의 생각은 아닙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네. 대한당이 민족정기를 회복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려면 나 같은 뒷방 늙은이는 빠져주는 게 맞네.”

“어렵게 만든 대한당을 버리실 생각이십니까?”

“나 대신 박지홍 회장이 맡으면 되는데 뭐가 문젠가?”

할아버지가 갑자기 나를 거론했다. 언제가 내게 대한당을 넘기고 물러날 거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전 그럴 역량도 없지만, 조만간 레드몬 사냥을 위해 밖으로 돌아다녀야 해 시간이 없습니다.”

“크게 시간 드는 일도 아니고, 자네가 명성을 쌓일수록 대한당은 위상도 커져 내가 맡는 것보다 자네가 맡는 게 이익이네.”

“명성이 높아진다고 도움이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리고 명성이 하루 이틀에 쌓이는 일도 아닙니다. 또한, 할아버님을 믿고 대한당에 투신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안 될 일입니다.”

“흐음...”

“다음번 총선까진 어르신께서 맡아주시고, 그 다음 박지홍 회장님께 넘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변변석 대표가 중재안을 내놓았다. 대한당을 창당한 건 온전히 최광석의 힘으로 창당한 지 1년 만에 최광석이 당을 떠나면 악소문은 물론 내분에 휩싸일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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