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6 대한당 =========================================================================
126. 대한당
작년까지 아영이 하루 생산할 수 있는 정화수는 250㎖ 기준 20병 정도로 공대 내에서 사용하기도 빠듯했다.
멘탈포스양이 늘어나며 살짝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효과가 뛰어난 2단계 정화수를 만들자 수량은 엇비슷해져 외부에 판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
“1단계 정화수는 몇 병이나 생산할 수 있어?”
“하루 200병요.”
“보관 기관이 며칠이지?”
“군용 알루미늄 수통을 사용하면 12시간까진 차이가 없어요.”
수량과 보관 기간을 생각하면 아직 외부에 파는 건 시기상조였다. 그래도 미리 준비하는 게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라 돌아가는 즉시 보관기관을 늘릴 방법을 찾도록 지시할 생각이었다.
또한, 김일섭 연구원을 불러 성분분석을 의뢰하고, 효과를 입증할 임상시험도 병행하게 할 생각이었다.
“소연아! 정화수 생산 시설을 미리 지어 놓는 건 어때?”
“언제쯤 생산할 계획이야?”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그럼 미리 준비해야지.”
“공장 단지 안에 지어도 될까?”
“정화수의 효과를 생각하면 연구 단지나 집 근처에 짓는 게 나을 거야. 효과가 알려지면 보안 문제가 심각해질 테니까.”
정화수의 효과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금세 입소문이 나게 된다. 마시는 순간 피로가 풀리고 활력이 넘치는 돼 그걸 모를 사람은 없었다.
또한, 레드몬으로부터 당한 상처를 빠르게 치유할 수 있고, 질병 예방은 물론 노화 방지까지 한 방에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라 건강과 젊음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찾을 수밖에 없었다.
“연구 단지 안에 짓자. 집 근처에 지으면 차하고 사람 왔다 갔다 해서 정신없어.”
“그럴게.”
“짓는 김에 규모도 넉넉하게 지어. 판매 시작하면 주문이 폭주할 수도 있으니까.”
“알았어!”
기대했던 중현동에선 레드주얼을 얻지 못했다. 중현동에서 잡은 포베로미스는 체구도 작고 뿔도 작아서 그런지 레드주얼이 없었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어 아쉬움은 컸지만, 워낙 귀한 물건이라 한 개를 구한 것만 해도 감지덕지했다.
하루 만에 선봉군 시내를 정리하며 1,752마리의 레드마우스와 제리 5마리, 포베로미스 2마리를 잡았다.
포베로미스에선 각각 1,750몬, 1,465몬 짜리 중급 레드스톤이 나왔고, 제리는 500대 중반의 하급 레드스톤 3개, 레드마우스는 166개의 최하급 레드스톤을 선물로 보내줬다.
몬당 가격이 20만 원으로 올라 레드스톤으로 69억 4,900만 원을 벌었고, 사체 값이 61억 1,600만 원으로 하루 동안 130억 6,400만 원을 벌어들였다.
「문스톤 이후 돈이 돈으로 안 보이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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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되자 나진시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반도 최북단 도시라 아직 아침저녁으로 차가운 칼바람이 불었지만, 낮엔 햇살이 따사로워 움직이는 건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날씨가 풀리자 공사에 탄력이 붙어 지난달 말로 바닥 공사가 모두 끝나며 건물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진시를 관리할 시청, 출입국 관리소, 경찰청, 법원, 미래 레드몬 빌딩, 미래 호텔, 대형 마트 등 굵직굵직한 건물들이 좌동과 우동 시내에 자리를 잡고 모양을 갖춰나갔다.
초동엔 미래 레드몬, 레드포스, 안전보장국 요원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한 예쁜 전원주택이 생겨났고, 아이들이 다닐 학교와 도서관, 체육관 그리고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위한 보육시설이 지어지고 있었다.
항구 아래 명호동에는 공항 활주로를 만들기 위해 바닷가에 터를 다지는 공사 중이었고, 좌이동에는 공업 단지를 조성하고 있었다.
대초도와 소초도엔 농사를 지을 준비가 한창이었고, 대초도 북쪽엔 해안경비대 본부가 마련돼 나진항에 들어오는 모든 배를 검문했다.
연구 단지가 들어설 우동엔 문스톤 연구소, 레드몬 연구소, 레드스톤 연구소, 신소재 연구소, 레드몬 탐지장비 연구소, 레드몬 무기 연구소, 능력자 무기·방어구 연구소, 정화수 생산시설 등이 목적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지어지고 있었다.
“첩보원들은 잘하고 있습니까?”
“나진시의 상황과 회장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본국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외부로 드러난 상황과 첩보원들이 보고한 내용이 100% 일치해 확실하게 믿는 분위기입니다.”
“당분간 첩보원을 추가로 파견할 일은 없겠군요?”
“만약 파견한다면 첩보원이 아니라 특사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다행이군요.”
세뇌당한 첩보원들은 매일 나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꼼꼼히 정리해 소속 첩보기관에 보고했다.
실력을 드러내기로 한 이상 레드주얼과 스킬에 관련된 핵심 내용만 빼고 나머지는 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6개국 첩보기관에 넘겨줬다.
조만간 실력을 드러내고 공식적으로 활동할 계획으로 첩보기관들은 본의 아니게 나를 홍보하는 전도사가 되어주었다.
“이상한 반응을 보이거나 몸에 문제가 있거나 그런 적은 없습니까?”
“아직 이상 보고는 없습니다.”
세뇌당한 첩보원들은 처음 나진시에 들어왔을 때 모습과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신분을 속인 채 인부들과 시시덕거리며 웃고 떠들고 같이 술도 마시며 돈을 벌기 위해 나진시에 온 것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겉모습만 그럴 뿐 살기투사의 후유증으로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정신질환은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는 정화수로도 고칠 수가 없었다.
내가 인위적으로 투사한 살기는 정화수로 씻어낼 수 있지만, 충격에서 오는 트라우마와 마음속 깊이 침습한 공포는 치료할 수 없었다.
내가 첩보원들을 세뇌한 방법은 매우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로 스킬로 정신을 지배하거나, 현혹으로 정신을 빼앗은 게 아니라 극심한 공포로 짐승처럼 길들여 복종시킨 것이었다.
“과정이야 어찌 됐던 우리 쪽 사람이 됐으니 강 국장이 잘 돌봐주세요.”
“일주일에 세 차례 정신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차차 나아질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를 염탐하기 위해 나진시로 온 사람들이지만, 이제 내 수족이 된 만큼 최대한 돌봐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
「이걸 바로 병 주고 약 주는 거겠지? 후유~」
“내 능력이 보고받은 게 지난달 초순인데, 아직도 조용한 게 좀 수상합니다.”
“진위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려 그렇습니다. 공식적으로 상급 능력자는 마샤 타이엘나 한 명밖에 없어 다각도로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 쪽 정부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국무총리, 장·차관, 군, 검찰, 국정원, 경찰, 감사원 등 대대적인 물갈이를 준비하고 있어 매우 어수선한 상태입니다. 빨라도 다음 달까진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것입니다.”
“우리 쪽은 관심도 없겠군요?”
“국정원과 기무사가 주시하고 있지만, 국정원장과 기무사령관 둘 다 조만간 바뀔 상황이라 크게 관심을 두진 못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는데, 나라가 들썩들썩하는군요.”
“권력이 대통령에 집중되어 있어 그렇습니다. 더 큰 이유는 정해진 임기를 보장하지 않고 자기 사람을 각급 기관에 낙하산으로 떨어뜨리며 혼란을 더욱 가중하고 있습니다.”
“업무 연속성을 생각하면 잘하는 사람은 유임하고 문제 있는 사람만 교체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한 사람이 끝없이 서 있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트럭으로 나눠주는 감사패와 위촉장은 모두 돈과 인맥을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입니다. 당선된 만큼 그들에게 자리를 나눠줘야 입지를 굳건히 지킬 수 있고 또한 다음 대선과 총선을 위해 선심 쓰듯 자리를 나눠주는 것입니다.”
“악순환의 연속이군요.”
“대한민국에서 정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부정과 부패는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 속에 단단하게 뿌리내려 있었다.
이걸 타파하는 길은 판을 흔들고 뒤집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나 뿌리가 일제강점기까지 올라가 판을 뒤엎어도 썩은 뿌리는 잡초처럼 살아나 대한민국을 괴롭혔다.
방법은 잡초의 원산지인 일본을 없애 뿌리가 살아갈 수 없도록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일본을 없앨 방법이 없어 뿌리를 제거할 방법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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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3월 15일 11:30
할아버지와 대한당 소속 국회의원 10명을 태운 헬기들이 나진시에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상급 피지컬리스트란 소문이 솔솔 풍기는 후원회 회장을 만나기 위해 대한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헬기 3대에 나눠 타고 나진시를 찾아왔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보낸 준 헬기 덕분에 편안하게 왔네. 고맙네!”
“아닙니다.”
“할아버지! 어서 오세요!”
“아이고~ 우린 소연이는 그새 더 예뻐졌네! 이제 애만 낳으면 되겠다.”
“감사합니다!”
“친손녀 안부는 묻지도 않고 다른 사람만 챙기는 거야? 난 사람도 아니야?”
“예뻐야 챙기든 말든 하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음에 드는 게 한 군데도 없는데, 너 같으면 반가운 마음이 들기난 하겠냐?”
“말 다 했지? 능사주, 송이버섯, 석청, 산삼, 레드와피티, 앞으로 이런 거 꿈도 꾸지 마! 국물도 없어~”
“사람이 치사하게 먹는 거로 협박하는 거 아니다.”
“흥~”
은비와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렇듯 만나자 마나 으르렁거리며 싸워댔다.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려도 부족할 텐데... 참으로 유별나게 애정을 표현하고 할아버지와 손녀였다.
“어서 오십시오. 박지홍입니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병석입니다.”
나에 대한 소문이 점점 커지자 변병석 당대표가 찾아오고 싶다는 전화를 수시로 걸어왔다.
무작정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서 이렇게 할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초대하게 됐다.
“무엇하나 준비가 된 게 없어 누추한 집으로 모시게 됐습니다.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누추하다니요?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저택은 이제껏 본 적이 없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한당 국회의원 10명과 일일이 악수를 한 후 1층 식당으로 안내했다. 인사를 나누는 자리라 같이 점심이나 들며 가볍게 소소한(?) 이야기나 나눌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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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