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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25화 (125/505)

00125  복혼제(Polygamy)  =========================================================================

125.

“펑~”

키가 1.6m에 달하는 포베로미스는 매우 특이한 놈으로 기척도 없이 날아간 혈기탄을 환도로 정확히 베어냈다.

눈으로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른 혈기탄을 쾌검으로 베어내는 것도 신기했고, 환도에 하얀빛이 맺힌 모습은 신기를 넘어 기가 찰 노릇이었다.

글라디우스에 예기만 살짝 두른 채 놈에게 다가갔다. 레드몬이 칼 쓰는 법을 배웠을 리는 없지만, 놈의 뛰어난 실력을 보자 칼을 섞고 싶은 호승심이 일었다.

번개같이 다가가 목을 찔렀다. 1m나 되는 긴 환도를 양손으로 움켜잡은 놈이 귀신같은 솜씨로 칼을 쳐내고 가슴을 베어왔다.

“팅~”

놈의 환도를 튕겨내고 재차 가슴을 찔렀다. 몸을 숙여 칼을 피한 놈이 창같이 날카로운 꼬리로 배를 찔러왔다.

왼손으로 꼬리를 잡아채자 발로 땅을 박차며 기다란 환도를 쭉 뻗어 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팅~”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환도를 튕겨내자 빼쪽한 뿔로 가슴을 찔러왔다. 꼬리를 확 잡아당기자 몸이 뒤로 확 젖혀지며 바닥에 벌러덩 자빠졌다.

단 몇 합이지만 지금까지 만난 레드몬 중 이놈만큼 임기응변이 뛰어나고 전투에 소질이 있는 레드몬은 A급 엘리트 레드몬 레드타이거가 유일했다.

풍산개처럼 길들일 수만 있다면 키우고 싶을 만큼 욕심이 나는 놈이었다. 잘만 키우면 호위무사로 써도 될 만큼 실력과 감각이 뛰어났다.

하지만 눈에 이글거리는 적개심을 본 순간 마음을 접었다. 노력해서 되는 일이 있고 안 되는 일이 있었다.

놈은 정성을 아무리 쏟아도 절대 길들일 수 없는 맹수였다. 무리의 왕이자 맹수로 자란 놈은 결코 길들일 수 없었다.

아쉽지만 마음을 접어야 했다.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을 정하고 왼손을 크게 휘둘렀다.

“툭!”

놈의 몸이 하늘로 붕 떠올랐다 바닥에 떨어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놈이 바닥에 패대기쳐져야 했지만, 들려온 소리는 꼬리가 바닥에 떨어지는 작은 소리가 전부였다.

「정말 재미있는 녀석이네!」

위기가 찾아오자 놈은 스스로 꼬리를 잘라내고 위기를 벗어났다. 놈의 뿔이 초록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꼬리가 잘려나간 자리에 꼬리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2m나 되는 긴 꼬리가 30초 만에 다시 자라나는 모습은 진정 기사(奇事)가 따로 없었다.

꼬리를 재생하는 동안 기감을 통해 레드주얼과 놈의 상태를 관찰했다. 주얼을 3개나 보유하고 있지만, 효율적으로 사용한다고 장담할 수 없어 기회가 날 때마다 레드주얼을 사용하는 레드몬의 모습을 관찰했다.

레드주얼이 생명력을 빨아들이자 꼬리 세포가 급격히 증식하며 똑같은 모양의 꼬리를 만들어냈다.

블링크를 사용해 놈에게 다가갔다. 파란 예기가 팔을 베어 가자 놈이 환도를 들어 칼을 막았다.

불쑥 옆에 나타났는데도, 놈은 내가 나타날 걸 예감하고 있었다는 듯 가볍게 칼을 막아냈다.

하지만 파란 예기가 빛을 발하자 환도가 두 동강이 나며 왼팔이 팔꿈치부터 잘려나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제자리로 돌아와 놈의 상태를 관찰했다. 잘려나간 팔에서 분수처럼 뿜어지던 피가 금세 멈추고 서서히 팔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팔이 자라나는 동안 레드주얼 든 뿔이 초록색으로 빛났다. 팔이라 그런지 재생하는데 10분이나 걸렸다.

사라진 신체 부위를 재생하는 일이 쉬지 않은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또다시 놈에게 다가가 이번엔 다리를 잘라냈다.

많이 지쳤는지 피하지도 못하고 다리가 잘려 쓰러졌다. 이번에도 역시 피가 멈추고 잘려나간 부위에 새로운 다리가 자라났다.

하지만 체력과 생명력 소모가 극심한지 다리를 재생하는데 1시간이나 걸렸다. 얼굴에 핏기가 사라진 놈의 목에 칼을 꽂았다.

“큭~큭~”

또다시 뿔이 초록색으로 빛나며 다친 목을 치유하려 했다. 피를 게우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상처가 아물고 있었다.

“우두룩!”

칼을 비틀자 목을 비트는 소리가 났다. 한 바퀴 더 돌려 목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자 놈이 바닥에 쓰러졌다.

살기 위해 레드주얼에 필사적으로 생명력을 공급하자 몸이 쪼그라들 듯 체격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목에 난 상처가 치명적이었고, 그 전에 꼬리와 팔, 다리를 연속으로 재생하면 체력과 생명력이 얼마 남지 않아 상처를 치료하지 못했다.

1분쯤 지나자 불이 꺼지듯 뿔에 들어온 초록색 빛이 희미해져 가더니 결국엔 불이 커지며 놈도 숨을 거뒀다.

“이건 숲 같은데.”

“전 푸른 잔디밭 같아요.”

2cm 크기의 레드주얼은 초록색 구슬로 은비 말처럼 싱그러운 숲 같기도 했고, 상아 말처럼 끝없이 펼쳐진 푸른 잔디밭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것만 있으면 팔다리가 잘려도 재생할 수 있는 거야?”

“놈이 그랬다고 똑같다는 보장은 없어. 실험해봐야지 알지.”

“그럼 빨리해봐!”

주얼을 손에 포스를 불어넣었다. 그런데 주얼이 포스를 거부하며 밀어냈다. 한 번도 없던 일로 좀 튕기는 주얼인가라는 생각에 포스양을 늘려보았다.

하지만 초록색 주얼은 요지부동으로 내 포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손에 쥐고 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으로 흡기를 사용해 몸 안에 품어보려 했다.

“이상한데.”

“왜?”

“이 녀석이 날 거부하는데.”

“그래? 나 줘봐. 내가 해볼게.”

주얼을 손에 쥐 은비가 얼굴이 빨개지도록 포스를 밀어 넣었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포스를 밀어내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뭐가 이래? 이거 불량 아니야?”

“너도 나처럼 상성이 안 맞아서 그럴 수 있어. 돌아가면서 누가 맞는지 실험해보자. 소연이부터 해봐.”

“응!”

소연도 상성이 맞질 않는지 30초 만에 포기하고, 서인에게 주얼을 넘겼다. 서인도 얼굴이 빨개지도록 용만 쓰다가 상아에게 넘겼고, 상아도 10초 만에 포기하고 아영에게 넘겨줬다.

아영이 손에 쥐고 포스를 주입하자 5명을 거부하던 레드주얼이 초록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얻은 레드주얼은 치유 계열 포스만 반응하는지 우리 중엔 아영만이 유일하게 쓸 수 있었다.

“축하해! 아영아!”

“임자는 따로 있었네. 축하한다. 아영아!”

“아니에요. 이건 오빠가 쓰셔야죠.”

“아까 봤잖아. 난 가지고 있어 봐야 쓰지도 못해. 네가 쓰는 게 맞아.”

“그래도...”

“너 아니면 쓸 사람도 없어. 어서 받아!”

손에 레드주얼을 쥐여주자 아영은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거렸다. 얼굴이 빨개지고 눈에 당황한 빛이 역력한 게 가지면 안 될 물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제가 어떻게 이런 귀한 걸 써요. 가지고 계시다가 다른 사람 주세요.”

“아영아! 넌 이것보다 백배 천배 더한 걸 받아도 돼! 네 값어치를 가볍게 생각하지 마!”

“지홍이 말이 맞아. 네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데 그래. 설령 도움이 안 된다고 해도 넌 우리 가족이야. 세상에서 가장 값진 걸 다 줘도 아깝지 않은 가족이라고!”

“언니!”

소연의 말에 아영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었다.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아영을 소연이 품에 등을 쓰다듬었다.

“밤마다 정화수 만든다고 고생하는 거 알고 있어. 우리 모두 말은 안 했지만,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에요. 칭찬받을 일이 아니에요”

“동생들도 돌봐야 하고, 성질머리 나쁜 언니들도 챙겨야 하고, 온종일 놀아달라고 보채는 남편도 안아줘야 하고, 할 일이 얼마나 많아. 그렇지?”

“네에~”

“그것 봐! 사냥에 훈련까지 잠잘 시간도 부족한데, 정화수까지 만들고. 네가 고생한 걸 생각하면 이것보다 만 배 더한 걸 받아도 돼.”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언니들도 없는데 제가 어떻게 이걸 받아요. 그럴 순 없어요.”

“야! 너 먼저 받아도 아무도 뭐라 안 해! 부담 갖지 마!”

“은비 언니 말이 맞아! 레드주얼은 시간이 지나면 다 가지게 될 거야. 그리고 네가 이걸 가져야 다음번 얻는 사람도 부담이 안 되지. 네가 계속 이러면 다음번 얻게 될 사람도 부담 돼서 못 받아.”

상아까지 나서서 어서 받으라고 권하자 아영은 그제야 레드주얼을 손에 쥐었다. 그래도 여전히 미안한 마음이 큰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어떤 기능이 있는지 알아봐!”

“네!”

기능을 확인하라고 하자 그제야 레드주얼을 양손에 꼭 쥐고 포스를 주입했다. 아영이 차지한 레드주얼은 기대와 달리 재생 능력도 없었고, 치유 능력도 없었다.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 오빠! 저놈 팔다리 자른 거 맞아? 살짝 상처만 낸 거 아니야?”

“아무래도 내가 눈이 삐었나 보다. 잘못 본 게 틀림없어.”

“다운그레이드 버전도 아니고, 아류도 아니고, 이건 완전한 짝퉁이잖아. Made in China라고 쓰여 있는지 봐봐!”

“후유~ 본래 갖추고 있던 기능보다 떨어지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하게 차이가 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기대를 모았던 초록색 레드주얼은 정화 스킬을 2배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정화력을 2배 빨리 회복해줄 뿐 재생 능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정화 효과라도 향상한다면 이렇게까지 열이 받진 않았을 것이다. 질보다 양으로 경쟁하는 주얼인지 철저하게 기대를 저버렸다.

“전 이것만 해도 만족해요.”

“스킬 증대 효과도 없잖아.”

“대신 정화 스킬을 두 배로 사용할 수 있어, 하루에 25병 생산하던 정화수를 이젠 50병까지 생산할 수 있어요. 두 배 빨리 회복하는 기능까지 계산하면 100병을 만들 수 있어요”

“그렇긴 하지만...”

“2단계 정화수 100병이면 한 사람당 하루 14병씩 돌아가요. 풍영이네까지 계산해도 8병이나 돌아가고요. 이걸 아침저녁으로 나눠 마시면 피로가 훨씬 덜 쌓일 거예요.”

“그래! 네 말이 맞다. 당장 스킬 효과를 올려주는 것도 좋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양적인 면이 더 이익일 수도 있지.”

“그럼요! 멘탈포스가 늘어나는 만큼 하루 생산량도 네 배씩 늘어나잖아요. 양이 네 배수로 늘어나면 공대에서 사용하고 남는 것도 있을 거예요. 그땐 외부에 팔아도 되잖아요.”

“으음~”

“건강 음료로 팔아도 제법 짭짤할 거예요.”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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