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4 복혼제(Polygamy) =========================================================================
124.
능력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을 기본 스킬이라 불렀다. 고유 스킬과 달리 강력한 위력도, 이상 상태를 유발하는 효과도 거의 없는 스킬로 스킬이라기 보단 포스의 효과적인 운용을 통해 속도와 파괴력 등을 향상하는 방법이라 정의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본 스킬은 방어형 피지컬리스트들이 주로 사용하는 도발 스킬로 레드몬을 향해 고함을 질러 시선을 끄는 것이었다.
공격형 피지컬리스트들이 많이 사용하는 샤프니스 스킬은 예기의 하위 버전으로 무기에 포스 담아 절삭력을 높이는 스킬이었고, 민첩형 피지컬리스트들은 포스를 다리에 모아 상대에게 빠르게 다가서는 대시 스킬을 많이 사용했다.
이외에도 어깨나 몸통으로 상대를 강하게 들이받는 차징 스킬, 방패에 포스를 담아 밀쳐내는 실드 스턴, 타격무기에 포스를 모아 내려치는 파워 스매시 등 다양한 기본 스킬이 있었다.
이런 스킬은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제대로 스킬을 구사하는 능력자는 흔치 않았다.
그건 능력자가 활동한 기간이 15년 정도라 아직 체계적으로 포스를 운영할 방법이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방법을 찾아냈다고 해도 자신만의 비법이라 포스 학교나 레드몬 사냥팀에 공개하는 능력자가 없어 각자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야 해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는 능력자가 매우 적었다.
“비법을 공짜로 알려주려고?”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조건을 달아야지.”
“노예 계약서라도 쓰려고?”
“오~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 한 10년 잡아놓고 일시키면 서로 손해날 건 없겠다.”
“왜 10년이야? 하려면 50년, 100년 아니 종신 계약서를 쓰지. 평생 부려 먹게.”
“종신계약? 크크크~ ”
“어디 가서 배울 때도 없는데 20년, 30년 불러도 되겠다.”
“10년이 가장 적당해. 지금은 스킬 연구도 부족하고, 능력자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낮아 대단한 능력처럼 보이지만, 10년 후엔 스킬 분석도 거의 끝날 거고, 포스 운용에 대한 이해도도 훨씬 높아져 중급 능력자와 상급 능력자의 수도 최소 열 배 이상 늘어날 거야. 그럼 이곳저곳 가르치는 곳도 많아질 테고, 기본 스킬의 운용 방법은 자연스럽게 공개된다고 봐야지.”
“고작 1%대에 머무는 중급 능력자가 10%로 늘어나고, 손에 꼽는 상급 능력자가 수백 명이 된다고?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야?
“처음엔 체계가 잡히지 않아 발전 속도가 느렸던 거야. 그리고 초창기 능력자들도 본격적으로 성장할 시기라 성장 속도는 몇 배 빨라질 거야.”
“늘어나는 건 나도 동의해. 하지만 오빠 생각처럼 급격하게 늘어나진 않는다고 봐. 중급 능력자가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도 아니고 10년 만에 열 배는 말도 안 돼. 그리고 성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퇴보하는 사람도 있고, 잘 먹고 잘사는 사람이 있으면 죽는 사람도 있어. 늘어나도 점진적으로 늘어나지 왕창 늘어나진 않을 거야.”
“그럴 수도 있겠지.”
“더 말이 안 되는 건 비법을 공개한다고 그 말! 작은 차이가 큰 차이라고 떠들어 대며 부품 하나만 바꿔도 비싼 값에 팔아먹는 세상에 비법을 무료로 알려준다고? 사람을 너무 좋게 보는 거 아니야?”
“공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퍼져나가지 않겠어? 공대나 문파를 통해서.”
“무협지 보면 중국 문파들 비법을 비전이라고 하면서 직계 제자가 아니면 가르쳐주지도 않아. 그걸 같은 공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가르쳐준다고? 꿈 깨!”
“모든 사람이 다 같겠어? 알려주는 사람도 한두 명은 있겠지. 그리고 그들이 알려주지 않아도 내가 공대원에게 알려주면 자연스럽게 퍼져 나가겠지.”
“성자 나셨네. 여러분! 밴댕이 소갈딱지인 줄 알았던 박지홍씨가 사실은 성자였습니다. 만인에게 비법을 공짜로 공개하는 성자였습니다.”
“하하하~”
은비에게 말은 쉽게 했지만 열거한 스킬 중 내가 사용하는 스킬은 단 한 가지도 없어 꽤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연구해야 체계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머리를 쥐어뜯을 만큼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다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하나씩 체계를 잡으면 내게 도움이 될지언정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은비에게 말한 것처럼 노하우 100% 공개할 수는 없지. 진짜 노하우는 내 사람들에게만 공개하고, 공대원들에겐 적당한 수준에서 알려줘야지. 성자?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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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 설치하니까 너무 편하다. 그렇지 아영아?”
“네! 빨리 달려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도 쉽게 잡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엉덩이도 안 아프잖아. 난 그동안 엉덩이 배겨 죽는 줄 알았어.”
“정말 그러네요. 폭신폭신한 게 하나도 안 아파요.”
덩치가 어미만큼 자란 풍산개 등에 안장을 채웠다. 풍산개는 신체 구조상 달리 때 말보다 요동이 몇 배나 심해 털을 잡고 납작 엎드리지 않으면 떨어지기 십상이었다.
이런 구조를 고려해 배와 가슴을 지탱해줄 보형물을 제작하고, 척추와 엉덩이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좌석 안에 스프링을 설치했다.
반쯤 엎드려 타는 모습으로 경주용 모터사이클인 레플리카(R차)를 타는 모습을 연상하면 흡사했다.
“안장 만든다고 김일섭 연구원이 두 달 넘게 밤 샜어. 만나면 고맙다는 인사라도 해.”
“정말 그래야겠네. 마음에 쏙 들어.”
“당연히 마음에 들어야지. 그거 하나 만드는데 들어간 돈이 얼만데.”
“많이 들었어?”
“개당 100억 들었어.”
“뭐? 100억?”
“그래! 가죽은 전부 엘리트 레드몬 레드보어 가죽이고, 좌석 안에 내장된 스프링은 초탄성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해 만든 거야.”
초탄성(Superelasticity)은 형상 기억 합금이 탄성을 발휘하여 미리 설정된 모습으로 돌아오게 하는 성질을 말하는 것으로 강철과 같은 일반 기계 부품에 쓰이는 용수철에 비해 탄성 변형의 허용 폭이 훨씬 컸다.
“그래도 그렇지 안장 하나에 100억 원은 너무 비싸다.”
“엘리트 레드몬 가죽은 써야 레드몬 공격에도 쉽게 파손되지 않고, 방어구 기능도 되니까 레드보어 가죽을 쓴 거야. 그리고 안장에 들어가는 스프링은 충격이 워낙 심해 일반 강철로는 버티질 못해. 그래서 초탄성 형상기억합금을 쓴 거고. 그 바람에 가격이 왕창 뛰었어.”
“부담된다.”
“걱정하지 마. 부담되지 않게 감가상각비를 100년 잡았으니까. 그때까지 망가뜨리지 말고 조심해서 사용해.”
“안장 하나 만들어주고 100년을 사용하라는 게 말이나 돼? 이게 무슨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레전드 아이템이야?”
“싫으면 엉덩이 부서질 때까지 그냥 맨 엉덩이로 타던지.”
“우씌~”
관곡동과 송평동을 모두 정리하고 강 건너 선봉군의 중심인 항구와 하현동, 중현동, 상현동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레드마우스가 가장 많이 몰린 곳으로 항구에 포베로미스 1마리와 제리 3마리가 있었고, 주택가가 밀집한 중현동에도 포베로미스 1마리와 제리 2마리가 있었다.
“하천 건너면 바로 레드마우스를 모을 거야. 은비는 준비하고 있다가 내가 놈들을 끌고 오면 뇌우로 한꺼번에 녀석들을 가둬.”
“알았어.”
“소연이는 빠져나가는 녀석들 잡아줘.”
“응!”
“서인이는 큰 소리만 나지 않으면 되니까 최대한 넓게 침묵 걸어줘.”
“알았어요.”
“아영이는 2단계 정화수 나눠주고 은비 옆에서 붙어서 상태 봐가며 2단계 정화 스킬 계속 걸어주고.”
“네!”
“상아는 레드몬 다가오는지 계속 확인하고. 특이사항 있으면 소연에게 즉시 알려주고.”
“네. 오빠!”
“너희는 다가오는 레드몬은 알아서 잘 처리해. 농땡이 피지 말고. 알았어?”
“왈왈~ 왈왈~”
하급 멘탈리스트로 승급한 아영은 새로운 스킬을 얻지 못한 대신 정화 스킬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2단계 정화 스킬은 몸속 피로 물질을 30% 제거하고, 활력 수치를 20% 향상시켰다. 이는 1단계 정화 스킬보다 피로 회복력은 50%, 활력은 2배 향상된 수치였다.
또한, 레드몬에 당한 이상 상태를 치료하고, 3개월 이상 장기 복용하면 면역력이 대폭 향상해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어 의약품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합!”
강을 건너 항구로 올라가며 짧은 기합으로 레드마우스의 주의를 끌었다. 상아의 디텍팅으로 확인한 레드마우스 수는 사방 2km 구역 안에 1,000마리가 넘었다.
기합에 끌려 레드마우스들이 모여들자 적당한 거리를 벌린 채 항구 주변을 한 바퀴 돌며 게으른 놈들까지 모두 불러 모았다.
“칙~ 900마리! 간다.”
무전으로 레드마우스의 숫자를 알려준 후 내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은비를 향해 놈들을 끌고 갔다.
당양 장판교의 조운을 쫓는 조조의 대군도 아니고 레드마우스들은 나를 잡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려들었다.
“우르르르릉~”
토네이도가 몰아치며 시퍼런 벼락이 비처럼 쏟아졌다. 은비의 뇌우가 나를 향해 떨어지자 내 뒤를 바짝 쫓아오던 레드마우스들이 벼락에 맞아 바닥에 쓰려졌다.
돌풍은 생각만큼 바람이 강하진 않았지만, 돌풍이 몸을 훑을 때마다 피부를 파고들어 간 멘탈포스가 세포를 파괴했다.
비처럼 쏟아지는 벼락은 강력한 전류를 띠고 있어 뇌우의 반경 안에 들어간 모든 물체를 감전시켜 부들부들 떨게 했다.
“으악~”
살기 띤 포효에 뇌우를 피한 레드마우스들이 바닥을 굴렀다. 재빨리 다가가 쇼크로 정신을 잃은 놈들의 머리에 글라디우스를 찔러 넣었다.
뒤를 바짝 쫓던 300여 마리가 뇌우와 포효에 죽자 레드마우스의 눈이 빨갛게 변하며 움직임이 달라졌다.
포베로미스가 버커서 모드를 발동하자 움직임이 2배로 빨라졌고, 제리가 놈들을 조종하자 잘 훈련된 군인처럼 무리를 나눠 좌·우 측면에서 공격해왔다.
내가 좌측을 맡자, 소연과 은비, 조은영이 우측을 맡았다. 블링크로 속도와 순발력을 4배로 올리자 신형이 땅에서 솟아나듯 바람처럼 움직였다.
칼에 예기와 전류를 함께 사용하자 스치기만 해도 몸을 떨어대며 죽어갔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찌르고 베자 순식간에 300여 마리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쾅~”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냉기탄이 바닥에 떨어지자 반경 30m가 얼음덩이로 변했다.
“모두 물어 죽여!”
명령을 내리자 기회를 노리던 풍산개들이 재빨리 뛰어나가 레드마우스를 물어뜯고 앞발로 후려쳐 때려잡기 시작했다.
아직 어미만큼 자라나진 못했지만, 이미 중급 레드몬에 올라선 상태라 레드마우스쯤은 가볍게 때려잡을 수 있었다.
풍산개들의 활약에 마음을 놓고 달아나는 포베로미스와 제리를 뒤쫓았다. 놈들은 전세가 불리하자 부하들을 버리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고 있었다.
“펑~ 펑~ 펑~”
제리 3마리가 혈기탄에 맞아 피를 뿌리며 쓰러지자, 달아나던 포베로미스가 재빨리 돌아서 칼을 빼 들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놈은 녹이 잔뜩 슨 환도를 들고 있었다.
중급 보스 레드몬 포베로미스
전투력 : 1786
지능 : 83
스킬 : 알 수 없음
「빙고!」
50cm나 되는 기다란 뿔 속에 작은 레드주얼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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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