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23 복혼제(Polygamy) =========================================================================
123.
“나진시에 들여보낸 간자에게 다른 소식은 없었나?”
“아직 이렇다 할 내용이 없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들도 역시 특별한 움직임이 없습니다.”
“한국 정부가 마찬가진가?”
“그렇습니다.”
“헛다리를 짚은 건 아니겠지?”
“박지홍의 집과 미래 레드포스 본부를 확인하기 전까진 아직 실패했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 주십시오. 길어야 한 달이면 됩니다.”
호소카와 총리와 에비스 실장은 일주일에 세 번씩 꼬박꼬박 보내온 쿠사나기 오사무 조장의 암호문을 철썩같이 믿었다.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쿠사나기 조장이 보내온 내용과 첩보위성을 통해 감시한 나진시의 모습이 일치하고, 와타베 타츠야와 츠마부키 요헤이가 따로 보낸 내용도 같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중국, 프랑스, 대한민국 국정원도 사정은 같았다.
사전에 약속한 시각과 방법으로 암호문을 보내는 왔고, 혼자가 아닌 같이 보낸 첩보원들도 각자의 방법에 따라 정확한 정보를 보내오고 있어 100%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생각지도 못한 큰 정보를 물어오며 이들이 이중첩자가 됐다곤 생각할 수도 없었다.
“놈이 상급 피지컬리스트인 게 확실한 건가?”
“조장인 쿠사나기 오사무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성이 많은 요원입니다. 허튼소리를 할 요원이 아닙니다.”
“하긴 그 정도 실력이 있으니까 단기간에 나진시를 수복하고 도시를 개발했겠지.”
“문스톤을 찾아내지 못해도 박지홍이 상급 피지컬리스트란 것과 민소연, 최은비가 중급 멘탈리스트라는 것을 알아낸 것만 해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할 수 있습니다.”
“휴우~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아쉽군. 어떻게 조그마한 조선에서 상급 피지컬리스트가 나타난단 말인가?”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 인구를 보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보나 우리 대일본제국에서 태어나야 하는데... 정말로 안타깝고 분한 일입니다.”
“놈을 회유할 방법은 없겠나?”
“한국 정부와 사이가 매우 나빠 기대해볼 만 하지만, 놈이 데리고 사는 최은비와 민소연이 걸림돌입니다.”
“그년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최광석과 민정국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최광석은 위대한 대일본제국에 대항한 불순분자로 황군을 50명이나 죽인 천인공노할 폭도입니다. 민정국의 조부인 민조용 역시 계몽운동의 이름으로 반기를 든 불순분자로 놈의 아들인 민정국도 사사건건 우리 일본을 욕하고 헐뜯고 있는 불순분자입니다.”
“박지홍의 성향은 어떤가?”
“이렇다 할 정치적 노선은 없는 인물입니다. 대한당 후원회 회장을 맡아 정치후원금을 내고 있지만, 이는 박지홍이 한 일이 아니라 최광석이 한 일입니다.”
“회유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가?”
“여자를 엄청나게 밝히는 만큼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데리고 있는 여자가 여섯이야. 그중 다섯은 능력자고. 자네도 여성 능력자가 어떤 존재인지는 데리고 자봐서 알 것 아닌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네!”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가 없다고 했습니다. 여자를 좋아하는 만큼 시도해볼 가치는 있습니다.”
“알았네. 자네가 그렇게까지 확신하니 지원을 아끼지 않겠네. 책임지고 일을 성사시키게. 놈만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우리 일본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미인계(美人計)는 손자병법 31계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즐겨 사용하는 계책이자, 지금도 어디서나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계책이었다.
미인만큼 무서운 무기는 없어 한 시대를 풍미한 장수도,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왕도 벗어나지 못했다.
하 왕조를 멸망으로 몰고 간 말희, 은 왕조를 망하게 한 달기, 주 왕조를 망조 들게 한 포사, 오나라를 망하게 한 서시, 동탁을 죽음으로 몰고 간 초선, 당 현종을 죽게 한 양귀비 등 미인들이 망쳐놓은 영웅호걸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에비스 실장도 미인계를 사용해 수많은 정보를 빼냈고, 수많은 사람을 포섭했고, 수많은 사람을 망가뜨렸다.
이번에도 역시 박지홍을 미인계로 포섭해 대일본제국의 주구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번 대통령도 지난번과 같이 우호적인 인사가 확실한가?”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통령도 우호적이지만, 자유당과 그 뒤를 받치고 있는 황국신민회, 조일 신문, 대동 신문 등 친일세력이 있는 한 우리 영향력이 줄어들 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 한시도 눈을 떼선 안 되네. 우리 일본이 발전하기 위해선 조선이 꼭 필요하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10년이면 지금보다 사무라이가 수가 최소 열 배는 늘어나게 될 거네. 그때가 되면 미국도 중국도 무서워할 이유가 없네. 그날까지 자네와 난 대일본제국이 발전할 수 있도록 신명을 다 바쳐야 하네.”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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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 은비야!”
“언니! 정말 축하해요!”
“모두 고마워! 특히 우리 신랑 정말 정말 고마워!”
1993. 2. 10 최은비 : 힘-35 민첩-35 체력-72 총합-142 멘탈포스-550
중급 멘탈리스트가 된 은비는 에너지 파동의 완전한 업그레이드 형인 뇌우와 일인 공격기인 벼락 두 가지 스킬을 얻었다.
뇌우(Thunderstorm)는 천둥, 번개, 돌풍 등을 동반한 비를 말하는 것으로 은비가 습득한 뇌우는 멘탈포스가 돌풍처럼 휘몰아치고 작은 번개가 비처럼 쏟아졌다.
돌풍은 에너지 파동처럼 대상의 내부를 으스러뜨리는 힘이 있었고, 쏟아지는 번개는 강한 전류가 흘러 상대를 마비시켰다.
포스를 1초 동안 모아 발사하면 피해 범위가 반경 5m였고, 3초가 10m, 10초가 30m로 에너지 파동과 비교하면 포스를 모으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고 범위는 훨씬 넓어졌다.
파괴력도 크게 향상해 최하급 레드몬은 5초, 하급 레드몬은 10초, 중급 레드몬은 30초 안에 숨이 끊어졌다.
엘리트 레드몬의 경우 C급은 중급 레드몬의 30%에 해당하는 데미지와 1초 정도 마비 증상이 있어 도움이 됐지만, B급은 데미지가 5% 이하에 마비는 걸리지도 않아 견제용으로 쓸 수 없었다.
사용횟수는 반경 5m가 20번, 10m가 10번, 30m가 3번으로 아영의 정화수나 정화 스킬의 도움을 받으면 사용횟수가 30% 증가했다.
사거리도 300m에서 500m로 늘어났고, 속도도 2배 빨라져 먼 거리에서 더욱 빠르게 적을 공격할 수 있었다.
벼락(Lightning)은 일인 공격기답게 뇌우보다 공격력이 훨씬 뛰어나 최대 출력으로 발사하면 중급 레드몬을 한 방에 죽일 수 있었고, C급 엘리트 레드몬도 다섯 방이면 잡을 수 있었다.
사거리는 뇌우보다 짧은 300m지만, 이름처럼 매우 빨라 손끝에 불꽃이 일어나는 순간 상대를 타격했다.
벼락 역시 뇌우와 같은 강력한 전류가 흘러 한 방에 상대를 죽이지 못해도 마비증상으로 전투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었다.
벼락은 포스양에 따라 데미지가 달라지는 스킬로 최대 출력일 경우 5번 사용하면 멘탈포스가 모두 소모됐다.
중급 멘탈리스트로 승급한 은비만 능력치가 향상한 건 아니었다. 열심히 수련하고 사냥한 아내들의 능력치도 모두 큰 폭으로 향상했다.
민소연 : 힘-38 민첩-39 체력-76 총합-153 멘탈포스-585
최은비 : 힘-35 민첩-35 체력-72 총합-142 멘탈포스-550
윤아영 : 힘-27 민첩-26 체력-50 총합-103 멘탈포스-253
손상아 : 힘-32 민첩-34 체력-71 총합-137 멘탈포스-475
이서인 : 힘-24 민첩-23 체력-40 총합-87 멘탈포스-245
정한숙 : 힘-8 민첩-6 체력-10 총합-24 멘탈포스-35
아영은 각성한 지 8개월 만에 하급 멘탈리스로 승급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고, 서인은 몸을 회복하자 지난날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하루가 다르게 능력치가 올라갔다.
상아도 몸이 회복한 지난달 말부터 훈련에 동참하며 정체됐던 능력치가 쭉쭉 올라갔고, 한숙도 보약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건장한 남성보다 더 튼튼하게 몸으로 변신 중이었다.
“오빠! 염화주얼을 사용하면 능력치 더 오르는 거 아니야?”
“맞아!”
염화주얼 사용 전 : 힘-378 민첩-398 체력-508 총합-1,284 멘탈포스-825
염화주얼 사용 후 : 힘-491 민첩-517 체력-660 총합-1,668 멘탈포스-1,073
“헉! 멘탈포스가 1,000이 넘네.”
“그럼 상급 멘탈리스트니까 새로운 스킬을 습득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영이 말이 맞네. 오빠! 새로운 스킬 없어?”
“없어!”
“왜 없어? 멘탈포스가 1,000이 넘었는데.”
“자기 능력이 아니잖아. 염화주얼 때문에 오른 수치잖아.”
“그래도 기준치를 넘었잖아.”
“기준치는 세계포스협회에서 만든 거라 정확하다고 할 수 없어. 그리고 도구의 힘을 이용해 능력치가 오른 거라 기준표가 정확하다고 해도 새로운 스킬이 없는 게 맞는 거고.”
“너무 야박하네.”
“야박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야. 그리고 스킬은 기준표에 맞는다고 나오고, 맞지 않는다고 나오지 않는 게 아니야. 특정 조건에 부합하거나, 한 우물을 파듯 자기 길을 가면 그에 맞는 능력이 개발돼 스킬로 구현한다고 봐야 해.”
“그럼 하급 피지컬리스트도 종일 바위만 때려면 스킬을 얻을 수 있겠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가치 있는 일이나 의미 있는 행동을 해야 능력이 빠르게 향상하고 스킬도 빨리 습득하는 거지,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건 투자한 시간이나 노력과 비교하면 성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지.”
“열심히 노력해도 시간 낭비란 거야?”
“우리가 훈련하는 걸 생각하면 시간 낭비는 아니지. 내 말은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자는 뜻이야.”
원숭이가 집을 짓고 집을 부수고, 다시 집을 짓고 다시 부수는 일을 반복한다고 열심히 일했다고 칭찬하거나 상을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훈련이든 목표의식을 가지고 정진해야지 맹목적으로 스킬이 발현하길 기대하며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건 감나무 밑에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오빠! 소연 언니랑 새로운 공대원 뽑는다고 했을 때 그들을 위해 예기를 좀 더 쉽게 발현하는 방법이나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했잖아요?”
“응. 그런 말했었어.”
“은비 언니랑 말씀하시는 걸 듣고 생각난 건데, 포스양이 적은 하급 피지컬리스트도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을 새롭게 만들거나, 기존에 있는 것을 좀 더 사용하기 쉽게 보완하면 어떨까요? 그럼 저희도 배울 수 있고, 신입 공대원들에게 가르쳐줘도 실력 향상에 도움도 되고, 스킬을 습득할 확률도 높아지잖아요.”
“으음~ 기본 스킬을 좀 더 체계적으로 가다듬자? 그걸로 훈련도 하고 한 우물을 파서 자신에 맞는 스킬도 발현하고?”
“네!“
“상아가 아주 좋은 생각을 했네. 고마워!”
“아니에요. 그냥 생각나는 것을 대충 말한 것뿐이에요.”
“어떤 일에 대해 구상하고, 고안하고, 착안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중요해. 아무리 많이 알고 있어도 그걸 서로 조합하고 실천할 방안을 찾지 못하면 죽은 지식이나 다름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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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