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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20화 (1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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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내가 큰 사람이야?”

“그럼! 상급 피지컬리스트에 최초의 듀얼 리스트인데, 큰 사람이지 작은 사람이야?”

“싸움은 자신 있지만, 머릿속에 든 지식과 인격 수양은 형편없다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

“공대원들이 들어오면 인성 교육까지 하려고? 너무 많은 걸 가르치려 하지 마. 그건 진짜 오버야!”

“그런가?”

“네가 알고 기술과 노하우를 가르쳐준다고 하면 구름처럼 많은 능력자가 몰려들 거야.”

“기감력을 알려주라고?”

“아니! 승무도를 배우면서 느꼈던 거나, 능력이 향상하면서 몸으로 체득한 거, 예기를 좀 더 쉽게 끌어낼 방법,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서킷 트레이닝 등 네가 아는 것 중 아무거나 하나만 알려줘도 초급자들에겐 엄청난 배움이 될 거야.”

“그런 것들 포스 학교에서 안 알려줬어?”

“그걸 알려줬으면 내가 신랑에게 배우겠어?”

“포스 학교에 대체 뭘 배운 거야?”

“국어, 산수, 영어 그리고 학교만큼 세상에도 양아치가 득실댄다는 것. 이게 내가 학교에서 배운 전부야.”

“좋은 거 많이 배웠네.”

“하하하~ 맞아! 인생을 배웠지.”

학교에서 배운 게 어지간히 없는지 소연은 수학을 산수라고 했다. 내게 승무도를 가르쳐주신 이기석 사범 같은 분이 학교에 한 분만 계셔도 이런 말은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폴로 공대가 세계에서 가장 큰 레드몬 사냥팀이 될 수 있었던 건 록펠러 가문의 지원이 가장 큰 이유지만, 아폴로 윌리엄스의 명성도 무시할 수 없어. 지금도 많은 잠능자들이 아폴로를 선망의 대상이자 자신의 롤모델로 삼을 만큼 인기가 대단해. 그만큼 명성은 중요한 거야.”

“난 명성이 전혀 없잖아.”

“그거야 일부러 실력을 드러내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 원하기만 하면 한 달 안에 아폴로보다 더 큰 명성은 쌓을 수 있으면서 왜 그래.”

“네가?”

“그럼! A급 엘리트 레드몬 한 마리만 잡아봐. 단번에 아폴로를 젖히고 네 사진이 전 세계 아이들의 책상을 점령하게 될 테니까.”

“그게 목적이라면 난 사양하겠어. 난 사진 절대 안 찍을 거야.”

“정말 사진은 왜 안 찍는 거야?”

“못 생겨서!”

“말도 안 돼! 난 우리 신랑처럼 잘 생긴 사람은 본적도 없어.”

“눈이 삐었거나 콩깍지가 제대로 씌웠네.”

“정말이야!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잘생겼어! 진짜라고~”

절세미인인 소연이 세상에서 가장 잘생겼다고 말해주는데 싫어할 이유는 없지만, 정상적인 외모 기준이 아닌 콩깍지가 씌운 내 아내들 기준이라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솔직히 누가 봐도 그저 그런 얼굴로 하루 12번 보지 않는 한 너무 평범해 기억도 못 할 얼굴을 잘생겼다고 말하는 건 욕이나 마찬가지였다.

“네 실력은 6월쯤 공개하는 게 적당할 것 같아.”

“하려면 일찍 하지 왜 6월까지 기다려?”

“온다고 해도 수용할 시설이 없잖아. 그리고 건물이 좀 올라가야 찾아와도 정착할 마음이 생기지 아무것도 없으면 들어올 마음이 생기겠어?”

“하긴 잠능자나 능력자들은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아니니까 레드포스 대원들처럼 믿음 하나로 붙어있진 않겠지.”

“그럼! 이들은 철저하게 고용주와 피고용주로 생각해야지 미래 레드포스 대원과 안전보장국 요원처럼 충성을 기대하면 안 돼!”

방어벽을 따라 한 바퀴 돌고 항구를 거쳐 좌동으로 올라갔다. 좌동으로 들어가기 전 인부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컨테이너를 쭉 둘러봤다.

나진시는 신도시처럼 도시 전체를 새로 만드는 것이라 공사를 한꺼번에 진행하고 있어 기술자와 인부가 무려 20,000명 넘게 들어와 매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일하는 사람들 불편하지 않게 잘 좀 챙겨! 가족들 먹여 살리겠다고 먼 타지까지 와서 고생하는 사람들이야.”

“숙소가 컨테이너지만 난방도 잘 되고, 샤워시설과 화장실도 잘 갖춰져 있어 크게 불편하진 않을 거야.”

“먹는 건?”

“식당만 열 곳이야. 식자재와 고기는 질 좋은 거로 넉넉하게 주고 있어 다들 좋아해. 의료진도 오십 명이나 상주하고 있어 다치거나 아픈 사람은 바로바로 치료해줘 다들 고마워하고 있어.”

“뭐니 뭐니 해도 돈을 많이 줘야 좋아해! 그래야 일도 열심히 할 수 있고.”

“남쪽보다 1.5배나 많이 주고, 특근·야근 수당도 꼬박꼬박 챙겨주고 있고.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힘든 일 하는 사람은 왜 그렇게 챙겨?”

“여기 일하러 온 사람 대부분 가난한 노동자야. 오죽 가난하면 마누라 애들 놓고 여기까지 일하러 오겠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게 가난이야. 잘해주진 못해도 홀대하고 싶진 않아.”

“알았어! 좀 더 신경 쓸게.”

경영, 개발, 투자 등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은 소연과 은비, 한숙에게 모두 맡기고 사냥과 안전, 보안 등만 신경 쓰고 있어 공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지 못했다.

이렇게 업무를 분담하는 건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알 필요도 없고, 판단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난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다. 소심하고, 편협하고, 여자를 죽도록 좋아하지만, 회사를 이끌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못하는 일을 무리하게 할 생각은 없었다.

모든 걸 손에 쥐려는 건 제왕적 권위주의자 취하는 행동으로 능력이 출중하면 그나마 불만이 적겠지만, 능력이 형편없는데도 혼자 다하려 하면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일이었다.

“잠깐 대기!”

“왜 그래? 레드몬이 들어왔어?”

“아니! 첩보원 또 들어왔네.”

“일반인? 능력자?”

“능력자!”

“몇 명이나 있는데?”

“생각보다 숫자가 많아. 잠시만 기다려!”

한 번에 기감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100명이라 20,000명이 넘는 인원을 모두 기감하려면 시간이 좀 걸렸다.

처음 기감에 걸린 놈은 컨테이너 숙소 뒤편에서 어슬렁거리던 놈으로 소변을 보러 나온 줄 알고 그냥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수첩에 뭘 끄적거리고 있어 의심이 들어 몸을 기감하며 능력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1시간을 투자해 기술자와 인부들을 모두 기감하자 무려 17명의 첩보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상아하고 아영이는 지금 즉시 김도형 대장하고 강승원 국장 불러와! 상황 설명하고 놈들 태울 차도 가져오라고 해”

“네!”

“지금부터 잡아올 테니까 은비하고 서인이는 창고에 사람 못 들어오게 잘 막고 있어.”

“알았어.”

소연과 함께 숙소를 돌며 놈들을 모두 잡아냈다. 살기투사는 사용하면 비명을 질러댈 수도 있어 소연이 홀드로 놈들을 묶으면 재빨리 들어가 사람들이 깨기 전에 둘러업고 나왔다.

대부분은 자던 중 홀드에 걸려 걸린 줄도 모르고 업혀왔고, 깨어 있던 4명은 발각된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다 뒤통수를 오지게 맞고 꿈나라고 간 후에야 끌려왔다.

“집에 가 있어. 난 이놈들 어디서 보냈는지 알아보고 갈게.”

“오빠! 제가 옆에 있으면 조금이라도 도움 되지 않을까요?”

“그렇긴 한데... 심문이 보여줄 만한 모습이 아니야.”

“전 그런 거 무섭지 않아요.”

“피 흘리는 것도 봐야 하고, 비명도 들어야 해.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끔찍해!”

“전 정말 괜찮아요! 잘할 수 있어요.”

“흐음... 알았어!”

상아와 함께 미래 레드포스 본부 지하에 마련된 취조실로 들어갔다. 상아는 내 옆에 붙어 놈들이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토해내는지 알려줬다.

본스틸과 텅스텐을 섞어 만든 단단한 합금 팔찌와 발찌를 채우고, 레드보어의 심줄을 꼬아 만든 포승줄까지 온몸에 칭칭 감아 달아날 수 없게 만든 후 한 명씩 끌어내 배후를 캤다.

심문은 배후와 관련자를 모두 불 때까지 살기를 투사하는 방식으로 지독한 공포에 정신을 잃으면 아영의 정화수를 먹여 살짝 회복시키고 다시 알고 있는 내용을 모두 털어놓을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됐다.

“버터 봐야 소용없어. 그럴수록 너만 힘들어.”

“으아악~”

고문훈련까지 받은 능력자도 공포 앞에선 어쩔 수 없는지 길어야 3시간을 버티지 못했다.

녀석이 쏟아낸 진술은 상아의 진실의 눈을 통해 사실인지 거짓인지 바로 알 수 있어 거짓을 말할 경우 더욱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했다.

중국은 국가안전부 소속 하급 피지컬리스트 3명과 하급 멘탈리스트 1명, 최하급 멘탈리스트 1명을 침투시켰고,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소속 하급 피지컬리스트 2명을 보냈다.

러시아는 연방보안국(FSB) 소속 하급 피지컬리스트 3명을 보냈고, 일본은 내각정보조사실 소속 하급 피지컬리스 2명과 하급 멘탈리스트 1명을 침투시켰다.

프랑스는 해외안보총국(DGSE)에서 최하급 피지컬리스트 2명을, 우리나라는 국정원에서 최하급 피지컬리스트 2명을 동시에 선물로 보내줬다.

“오빠! 미국과 중국, 일본 놈들이 첩보원을 우리 땅에 침투시킨 목적이 뭐야? 여기에 그들이 원하는 거라도 있어?”

“우리 정부가 나진시와 나를 주목하자 이곳에 무언가 숨겨둔 게 있다고 생각하고 첩보원을 파견한 것 같아.”

“확실한 게 있어서 온 게 아니라는 뜻이네?”

“응! 미국이 보내니까 러시아도 보내고, 중국도 보내고, 일본도 보낸 것 같아.”

나진시에 가장 먼저 첩보원을 침투시킨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이 움직이자 러시아가 움직였고, 다음은 중국, 프랑스, 일본 순으로 친구 따라 강남 가듯이 나진시로 몰려들었다.

“어떻게 처리할 거야?”

“지난번 강승원 국장이 말한 대로 이중간첩을 만들어볼 생각이야?”

“세뇌하려고?”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한 번 해보려고.”

“이중간첩을 만들면 이들의 시선이 사라질까?”

“한 번 의심하며 계속 주목하게 되니까 시간을 벌 순 있지만, 완벽하게 벗어나긴 힘들 거야.”

“개발을 서둘러야겠다.”

“갑자기 왜?”

“그래야 네가 세뇌 같은 일을 않아도 되지. 우리가 힘이 있다면 세뇌까지 하면서 시간을 벌 이유가 없잖아.”

소연은 내가 첩보원들을 세뇌하며 인성이 메마를까 걱정하고 있었다. 레드몬 사냥도 생명을 죽이는 일이라 마음을 황폐해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하물며 같은 사람을 세뇌하는 일은 동물을 죽이는 것보다 충격이 훨씬 강해 마음을 다칠 수도 있었다.

“나 그 정도 나약하지 않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널 못 믿어서 그런 게 아니야. 그런 일을 계속하면 누구나 변할 수밖에 없어.”

“알았어! 이번 일 끝나면 최대한 자제할게.”

걱정하는 소연에게 계속 괜찮다고 말할 수 없어 최대한 자제한다고 말했다. 독심술로 내 심리를 꿰뚫고 있는 소연이 거짓임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알아도 어쩔 수 없다. 상대가 날 죽이려 덤벼드는데 멍청히 손 놓고 있다 사랑하는 아내들을 잃을 순 없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했다. 누군가 우릴 죽이려 한다면 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놈을 먼저 죽일 생각이었다.

정의 사회? 세상에 그런 건 없었다. 정의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었다.

지킬 힘이 없으면 정의도 없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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