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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19화 (119/505)

00119  주목(注目)  =========================================================================

119.

문일권 회장은 정·관계, 재계, 학계, 법조계 등 사회 전 분야에 두루 인맥을 갖춘 덕망 있는 인물로 사업수완까지 갖춰 대유 그룹을 국내 10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대단한 사람이었다.

사회사업에도 관심이 커 대유 어린이 재단, 문화 재단, 복지 재단 등을 직접 운영해 소외된 계층을 돌보는 일에 앞장섰다.

더불어 육상, 수영, 사격, 핸드볼, 펜싱, 테니스, 역도, 복싱 등 10여 개가 넘는 비인기 종목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꿈나무를 육성해 대한민국 체육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입지전적(立志傳的)인 인물이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외부홍보용이었고, 실제 성격은 소시오패스(Sociopath)로 이익을 위해선 범죄 행위도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 파렴치한이었다.

탈세, 자금세탁, 하청업체 착취, 불법 파견, 뇌물, 독과점, 환경파괴, 날림공사 등등 이루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지만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성격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못할 짓이 없는 반사회성 인격 장애인이었다.

또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약자에게 위세를 과시하고 괴롭히는 걸 취미로 삼는 망종(亡種)이기도 했다.

“근본도 없는 개잡종이 감히 내 아들을 건드려?”

“아직 위해를 가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넌 저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잘도 나오는구나. 동생이 말도 못하고 누워 벌벌 떨고 있는데 그런 말이 나와?”

“아버지! 지금 비디오 때문에 야당에서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지금 잘못 나서면 정수를 교도소에 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누가 내 아들을 교도소에 보내? 어떤 쌍놈의 검사새끼가 감히 내 아들을 교도소에 보내~”

문일권 회장의 자식 사랑은 끔찍할 만큼 유명해 누가 아들의 심기만 건드려도 경찰과 검찰 심지어 깡패들까지 동원해 상대를 무참하게 짓밟았다.

그것이 설령 아들의 잘못이라 해도 아들에게 대들거나 말을 함부로 하는 건 자신까지 모독하는 일이라 생각해 가만두지 않았다.

한 예로 문정수와 놈의 패거리에 집단으로 성폭행당한 여학생 부모가 경찰에 신고하자 역으로 여학생을 창녀로 몰아 돈을 뜯어내려 했다고 뒤집어씌웠다.

결국 여학생은 수치심에 자살하고, 엄마는 딸의 죽음에 화병으로 따라죽고, 아빠는 울분에 욕했다고 교도소에 갇히며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

오직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 생각하는 문일권 회장의 행태로 인해 세 아들 모두 품행이 엉망으로 폭력과 강간, 마약, 도박 등 온갖 나쁜 짓은 안 해본 게 없었다.

“당장 변호사와 검사들을 불러들여!”

“아버지!”

“놈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작은 꼬투리라도 잡아 지근지근 밟아야 사람들이 우리를 우습게 보지 않는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은 내가 놈을 두려워해 꼬리를 말고 있다고 비웃을 거다.”

“아버지! 화만 낼 일이 아닙니다. 대한당 뒤에는 최광석이 있습니다. 겨우 열석 밖에 안 되는 작은 정당이지만, 놈들이 떠들면 조용히 묻힐 일이 세상에 드러나게 됩니다.”

“흐음...”

“지금 대한당에서 장세룡과 조득렬은 물고 늘어지면서 정수 이름은 꺼내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와 싸울 생각이 없다는 뜻입니다. 화가 나셔도 이번 일은 참으셔야 합니다.”

첫째 아들 문정준의 말에 문일권의 고심이 깊어졌다. 괜히 놈을 잡겠다고 들쑤시고 다니다 일이 잘못되면 반병신이 된 아들은 교도소로 가고 자신까지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었다.

여론이야 냄비 근성이 강해 며칠만 지나도 까맣게 잊어버려 걱정할 게 없지만, 들불처럼 일어나는 대한당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최광석이 뒤를 봐주고 있는 대한당은 교수들과 언론지식인은 물론 종교계까지 물먹는 솜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대한당의 기세는 쉽게 꺾일 기세가 아니라서 지금은 겨우 10석이지만 앞으로 30석, 50석, 100석이 될 수도 있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고 했다. 원수를 갚기 위해선 쓰디쓴 쓸개를 씹으며 괴로움을 참고 견뎌야 했다.

그래야 최광석과 박지홍의 간과 심장을 도려낼 기회가 찾아온다. 마음을 정하자 용솟음치던 화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한국에서 10대 재벌로 살아남으려면 사갈(蛇蝎) 같은 마음과 인내심은 필수였다. 지금은 잠시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려야 할 때였다.

“정준아!”

“네. 아버지!”

“삼 년 후에도 놈이 멀쩡하게 살아있으면 넌 회사를 물려받을 자격이 없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예! 그 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안에 놈과 최광석을 깨끗이 정리하겠습니다.”

“남자는 모욕을 참을 순 있지만, 잊고 살아선 안 된다. 또한, 당한 것의 열배를 갚아야 남자인거다. 알았느냐?”

“예!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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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동이 틀기도 전에 인터폰이 시끄럽게 울려 됐다. 소연이 머리맡에 있던 수화기를 받아들자 긴박한 목소리와 함께 클레이모어 터지는 소리와 총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꽝~ 꽝~ 꽝~”

“탕탕탕탕탕~”

재빨리 일어나 방어구를 걸치고, 글라디우스만 챙겨 들고 눈썹이 휘날리게 방어벽을 향해 달렸다.

“모두 일어나서 옷 입어! 빨리!”

“으응~ 무슨 일인데 그래?”

“습격이야! 시간 없어 빨리 옷 입어!”

“이씨~ 이것들이 자는데...”

서치라이트가 환하게 켜진 좌이동 방어탑에서 M2 브라우닝 기관총과 Mk.19 고속유탄 기관총, M61 벌컨까지 발사하며 레드몬이 방어벽을 넘지 못하게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방어벽 위로 뛰어올라 아래를 내려다봤다. 어지럽게 부서진 장애물 속에 중급 레드보어 3마리가 방어벽을 깨고 도시로 진입하기 위해 맹렬히 달려들었다.

대원들이 레드보어의 돌진을 저지하기 위해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지만, 중급 레드몬을 상대론 분당 6,000발을 쏘아대는 M61 벌컨도 무용지물이었다.

중급 레드몬을 잡으려면 전차에서 주로 사용하는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 정도의 관통력은 있어야 놈을 잡을 수 있었다.

폭발력이 없는 APFSDS는 관통력에 치중한 무기로 건물이나 함선같이 내부공간이 넓은 물체엔 작은 구멍만 뚫고 지나가 피해를 주기 어렵고, 관통자가 길고 가늘어 소형 총기류에 적용하기 힘들다.

하지만 뛰어난 관통력으로 중급 레드몬의 질긴 가죽과 강력한 본스틸까지 단번에 뚫을 수 있어, 미국은 25mm M242 부시마스터라는 기관포를 작년 말 개발해 실전테스트 중이었다.

“쿵~”

레드보어의 머리에 들이 받친 방어벽이 부서질 듯 울려대며 거미줄처럼 쩍쩍 갈라졌다.

벌써 여러 번 들이 받쳤는지 곳곳에 균열이 보이며 당장에라도 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

강화 콘크리트와 강철을 섞여 만든 방어벽은 레드몬의 공격을 막는 용도가 아니라 잠시 저지하고 시간을 끄는 게 목적으로 중급 레드보어를 상대로 이만큼 버틴 건 자기 몫을 다한 것이었다.

중급 레드몬 레드보어

전투력 : 1917

지능 : 97

스킬 : 알 수 없음

“사격중지! 사격중지!”

살기를 투사하자 3마리 모두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몸을 날려 바닥에 내려서자 적대치 최고조로 달한 놈들이 전차처럼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몸을 살짝 띄우며 스쳐 지나가는 놈의 이마를 번개같이 찔렀다. 파란 예기가 자라난 글라디우스가 이마를 뚫자 놈은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른 채 바닥을 거칠게 구르며 숨이 끊어졌다.

가족의 죽음에 화가 났는지 나머지 2마리가 흉광을 토해내며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돌진했다.

기다란 엄니가 얼굴에 닿으려는 찰나 몸을 팽그르르 돌리며 목에 칼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달려가는 속도에 목부터 꼬리까지 일직선으로 몸통이 잘려나가자 피와 함께 내장이 우르르 쏟아졌다.

발끝으로 땅을 툭 차자 신형이 쭉 늘어나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동료의 죽음에 잠깐 얼이 빠져있던 놈의 이마에 칼을 박아 넣었다.

내가 갑자기 나타난 게 믿기지 않는지 놈은 눈을 부릅뜨고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힘없이 모로 쓰러지며 숨을 거뒀다.

중급 레드보어 3마리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1분 정도였다. 방어벽에 서서 싸움을 구경하던 대원들의 눈에 놀람이 가득했다.

중급 레드몬을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대원들은 잘 알고 있었다. 기관총과 유탄으론 상처조차 입힐 수 없고, 너무 빨라 맞추기도 쉽지 않아 동물이 아닌 괴수로 생각했다.

그런 괴물을 1마리도 아니고 1분 만에 3마리나 잡았으니 놀람을 넘어 경외심마저 들었다.

“충성! 수고하셨습니다.”

“사상자는 없습니까?”

“다행히 열영상감시장비에 레드보어의 움직임이 미리 관측돼 방어벽 일부가 파손된 것을 빼면 인명피해는 없습니다.”

“다행이군요. 포상으로 레드보어 고기를 모두 보내드릴 테니 대원들과 맛있게 드시고 노고를 위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부대 차렷! 회장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충성!”

100여 명이 넘는 대원이 김도형 대장의 구령에 맞춰 절도 있게 경례를 붙였다. 목소리만 들어도 진심에서 우러나온 경례란 걸 알 수 있었다.

그 마음이 전해지자 온몸에 전율이 일며 마음속에 뜨거운 기운이 올라왔다. 진정성을 담아 답례의 경례를 붙였다.

“충성!”

고개를 들어 방어벽 위에 있는 대원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여 주곤 자세를 바로잡았다.

“벌써 끝난 거야?”

“왜 나왔어?”

“사랑하는 낭군이 가셨는데 당연히 나와야지. 아내는 반드시 남편을 따라야 한다는 여필종부 몰라?”

“하하하~ 그냥 자지 피곤하게 뭐하러 나와! 금방 끝나는데.”

“그래도 그건 아니지. 고생도 같이, 즐거움도 같이 누려야지.”

말은 왜 왔냐고 했지만, 소연과 은비, 상아, 아영, 서인까지 나를 돕기 위해 모두 따라 나오자 기분이 좋았다. 거기다 풍산개들도 모두 나와 꼬리를 흔들고 있어 흐뭇한 마음이 배가됐다.

“나온 김에 한 바퀴 돌고 들어가자.”

“우씨~ 나 졸려!”

투덜대는 은비를 풍비 등에 태우자 모두 각자의 애마(?) 위에 올라타 천천히 내 뒤를 따랐다.

“미래 공대 규모를 키워야겠어.”

“우리끼리도 충분하잖아.”

“나선시도 방어해야 하고, 선봉항도 개발해야 하고, 북쪽에 있는 은덕, 경원, 온성, 회령까지 모두 재건하려면 우리만으론 안 돼. 몸이 열 개가 아니라면.”

“능력자들이 나선시까지 오겠어?”

“네 실력을 알리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어. 큰 나무 밑엔 나무가 자라지 못해도, 큰 사람 밑엔 큰 사람이 자라난다고 하잖아. 좋은 스승을 구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이 지원할 거야.”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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