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7 주목(注目) =========================================================================
117. 주목(注目)
“이 주일이면 된다고 큰소리 뻥뻥 치더니 벌써 이십 일이 지났네. 자네 대체 뭐 하는 사람인가?”
“죄송합니다.”
“자넨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나? 어떤 결과든 결과를 가져와야 상부에 보고하고 도움을 요청하든 자리에서 쫓겨나든 할 것 아닌가?”
화가 난 호소카와 모리히 총리가 얼굴이 빨개지도록 소리치자 에비스 겐이치 내각정보조사실 실장이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다.
“1,300명을 조사할 결과 의심스러운 능력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그럼 외국인이 한국에서 팔아먹고 도망가기라도 했다는 뜻인가?”
“그렇진 않습니다.”
“그럼 말하려 요지가 뭔가?”
“의심 가는 범인이 한 명도 없다는 건 저희가 직접 조사하지 못한 곳에 범인이 있다는 뜻으로 범인은 북쪽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찾았나? 못 찾았나?”
“범인을 찾진 못했지만, 의심 가는 곳을 찾아냈습니다.”
“의심 가는 곳? 거기가 어딘가?”
“함경북도 나진시입니다.”
“나진시?”
“지난해 6월부터 개발이 시작된 도시로 미래 레드몬이란 회사에서 한국 정부에 돈을 주고 권한을 이양 받은 곳입니다.”
“그래서?”
“조사 결과 한국 정치권과 정보부가 이곳을 주목해 간자를 계속 투입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문스톤과 무슨 상관인가?”
“들여보낸 간자가 모두 연락이 끊겼습니다. 이건 무언가 숨기는 게 있다는 뜻으로 문스톤을 대량으로 보유했거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특별한 걸 숨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간자가 사라진다고 나선시에 범인이 숨어 있다고 단정 지을 순 없잖은가?”
“미국과 중국도 나선시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래?”
“놈들이 주목하고 있는 만큼 늦기 전에 우리도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이번에 나온 문스톤보다 더 크거나 더 엄청난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한 보고서를 지금 즉시 준비하게. 오늘 중으로 아베 회장님은 만나 뵙고 도움을 청하겠네.”
“알겠습니다.”
에비스 실장은 대한민국 여당인 자유당 내 친일 인사들과 골수 친일파 모임인 황국신민회 등을 이용해 국정원과 포스협회의 정보를 빼내 대한민국 능력자들을 조사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 영국, 러시아 등 각국 대사관과 무관들을 24시간 감시해 범인의 윤곽을 잡고자 노력했다.
처음 도망친 범인(?)의 향방을 조사할 땐 남쪽에 비중을 뒀다. 돈을 가지고 북쪽으로 돌아가 봐야 돈을 쓸 곳도 없고, 행적이 남아 쉽게 걸려들 것으로 예상해 남쪽에 모든 인력을 투입했다.
하지만 조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만 시선이 북으로 옮겨갔다. 친일 인사들이 물어온 내용 중 국정원과 기무사, 국토안전부에서 나진시로 침투시킨 간세 20여 명이 모두 사라졌다는 대목에서 무언가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했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도 나진시를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무언가 큰 이슈가 그곳에 있고 그것이 문스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소카와 총리의 재가를 받은 에비스 실장은 내각정보조사실 1급 요원 와타베 타츠야, 츠마부키 요헤이, 쿠사나기 오사무를 나진시로 은밀히 잠입시켰다.
셋 다 사무라이로 타베 타츠야와 츠마부키 요헤이는 하급 피지컬리스트였고, 쿠사나기 오사무는 하급 멘탈리스트였다.
셋 다 하급 사무라이지만 경험과 실력 모두 최고 등급으로 십여 차례 침투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베테랑들이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와 각국 대사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스파이를 나진시에 급파했다.
미국이 2명, 러시아가 3명, 중국은 무려 5명의 능력자를 나진시에 침투시키며, 바야흐로 세계의 이목이 나진시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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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만 지고 가네. 소연아! 은비야! 미안하다. 다음에 정식으로 사과하마!”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조심해서 돌아가십시오.”
“오빠! 도착하면 전화하세요.”
“갑수 오빠! 잘 가!”
다음 날 장세룡 장관과 조득렬 차관, 문정수는 3일 만에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원산과 서울에서 불러들인 구급 헬기에 실려 급히 서울로 이송됐다.
심한 탈수증상으로 얼굴이 홀쭉해지고, 공포신경증으로 악을 쓰며 울며불며 소란을 떠는 바람에 병세가 위중하게 보였지만, 사실은 몸살감기 수준으로 음식만 잘 먹이면 건강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만병의 근원이 마음속에 있어 차차 몸이 더 나빠져 종래엔 뼈만 앙상하게 남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장기나 근육에 손상이 없어 CT, MRI, 심전도 등 할 수 있는 온갖 검사를 다 한다고 해도 정상으로 나와 내가 손을 썼다고 우기기가 쉽지 않았다.
국토안전부와 대유 레드몬 직원들 그리고 경호원들은 타고 왔던 배에 올라 원산으로 돌아갔다.
이들 모두 나선시에 올 땐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과 계략을 가득 담아 왔지만, 돌아갈 땐 축 처진 패잔병으로 모습으로 돌아가야 했다.
“오빠! 이거 받으세요!”
“이건 아버지 유품이잖아!”
“유품 아니에요. 아빠가 냇가에서 주워온 돌멩이에요.”
“그래도 가족과 관련된 유일한 물건이잖아. 그냥 간직하고 있어.”
“가지고 있어 봐야 쓸모도 없어요. 오빠가 가지고 있다가 필요한 곳에 쓰세요. 그게 더 뜻깊은 일인 것 같아요.”
상아가 내 손에 쥐어준 건 문스톤으로 상아의 목숨을 구해준 보물이자 가족을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유품이었다.
“없으면 허전할 텐데. 괜찮겠어?”
“그럼요. 문스톤보다 더 든든한 오빠가 있잖아요. 전 이제 필요 없어요.”
문스톤을 내게 준다는 건 상아가 가진 모든 것을 주는 것과 같았다. 상아는 이걸 줌으로써 나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
“고마워!”
“그럼 상으로 뽀뽀해주세요.”
귀엽게 입술을 내미는 상아를 품에 안고 입을 맞추자 목을 끌어안고 혀를 쏙 내밀어 치아와 혀를 더듬었다.
상아의 부드러운 혀가 입안을 휘젓자 달콤한 사과향이 콧속까지 퍼지며 향기가 온몸을 자극했다.
“하아~ 하아~ 키스만 해도 기분이 너무 좋아요!”
“나도 그래!”
“저도 빨리 언니들처럼 몸이 예뻐져 오빠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요.”
“난 상아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정말요?”
“그럼! 이렇게 손만 잡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품에 안고 있으면 시름이 다 사라지는 것 같아.”
“헤헤헤~ 그럼 오늘은 종일 오빠 품에 있어야겠어요. 오빠 마음속에 있는 시름이 다 사라질 때까지요.”
“하하하~”
상아가 기증한 문스톤은 차량용으로 개조해 방어벽 공사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크기가 5cm에 불과하지만, 감마선을 조사(照射)하면 반경 600m를 안전지대로 확보할 수 있어 공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돈은 가지고만 있으면 손해에요. 부동산이든 증권이든 레드스톤이든 적당한 투자처를 찾아야 값어치를 유지할 수 있어요.”
“그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아는 게 있어야 투자를 하지.”
“제가 MIT에서 경영학만 공부한 게 아니에요. 경제학도 공부했고, 투자에 대해 공부도 했어요. KM 레드몬 맡기 전엔 KM 투자컨설팅에도 3년이나 일했어요. 저게 맡겨주시면 지홍씨를 위해 열심히 일할게요.”
“사장으로 있는 KM 레드몬은 어쩌고?”
“어차피 그쪽은 하는 일도 별로 없어서 일주일에 한 번 결재만 해주면 돼요.”
“회장님께 혼나는 거 아니야?”
“오빠가 절 혼내요?”
“응!”
“으하하하~ 제가 최대주주인데 어떻게 절 혼내요. 그리고 오빠는 저에게 꼼짝 못해요. 어렸을 때부터 쭉~ 제 밥이었어요.”
“그래?”
“네! 오빠는 워낙 덜떨어져 아빠에게 매일 혼만 났고, 전 워낙 똑똑해 매일 칭찬만 들었어요.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 회사를 물려준 거지 아들이 하나 더 있었거나, 제가 아들이면 오빠는 계열사 사장 자리 하나도 얻기 힘들었을 거예요.”
“정말?”
“그럼요. 회장은 오빠가 맡았는데 KM 최대주주는 제가 된 이유가 뭐겠어요? 저에 대한 총애도 있지만, 오빠가 회사를 말아먹지 못하게 막으려는 아빠의 깊은 뜻도 있는 거죠.”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큰소리 뻥뻥 친다고 비웃겠지만, 이건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로 한숙의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현재 와병으로 칩거 중인 정형운 명예회장은 똑똑하고 영민한 한숙을 아기때부터 끔찍이 사랑했다.
그에 반해 평범한 정근욱 회장은 눈 밖에 나 주워온 자식이란 소문이 날 만큼 모질게 대했다.
이 때문에 정근욱 회장은 동생인 한숙에게 매일 쥐어터지면서 살았고, 나이가 들어서도 한숙 앞에선 고양이 앞에 쥐처럼 꼼짝 못했다.
회사 지분도 한숙이 정근욱 회장보다 2배나 많이 가지고 있어 바지 회장이라 불릴 만큼 한숙 앞에선 기를 못 폈다.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겠어?”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려하면 증시와 레드스톤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부동산은 넘치도록 많이 가지고 있어 피하는 좋겠어요.”
“국내만 투자할 거야?”
“해외도 투자해야죠. 투자금도 충분하고 먹을 건 해외가 더 크니까요.”
“알았어. 소연에게 말해 놓을 테니까 잘해봐!”
“실망하지 않게 열심히 할게요.”
“당연히 그래야지. 이 돈이 나 혼자 거야? 아니잖아! 우리 모두의 것인데 잘 키워야지. 안 그래?”
“네~”
1992년 3월 19일 초기 자본금 50억 원에 미래 레드몬 설립을 하며 내가 78%, 소연 10%, 은비 10%, 할아버님(최광석) 1%, 장인어른(민정국) 1%로 정했었다.
올 1월 13일부로 자본금을 1조 원으로 증액하며, 지분율은 내가 68%, 소연 5%, 은비 5%, 한숙 5%, 아영 5%, 상아 5%, 서인 5%, 할아버님(최광석) 1%, 장인어른(민정국) 1%로 조정했다.
미래 레드몬은 앞으로 설립할 사체가공 공장, 본스틸 공장, 가죽 가공공장, 미래 제약, 미래 신소재 등 계열사의 주식을 100% 소유한 지주회사로 우리 모두의 꿈이 담긴 결정체였다.
미래 레드몬의 지분을 넘겨준다는 것은 내 사람이란 뜻으로 아직 합방도 안 한 서인에게 주식 5%를 넘겨주자 펑펑 울며 좋아 어쩔 줄 몰라 했다.
서인뿐만 아니라 상아와 아영도 그 뜻을 알고 품에 매달려 뽀뽀를 100번도 넘게 했고, 한숙도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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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