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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15화 (115/505)

00115  문정수  =========================================================================

115.

“아침 5시 문정수가 직접 전화를 걸어왔네. 공대원들을 모두 이끌고 원산으로 급히 오라 하더군. 큰일이 난 줄 알고 아침도 거른 채 부랴부랴 달려갔네. 원산이 공격받고 있다고 생각해 가슴이 조마조마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조용하더군. 사무실로 가자 대뜸 배에 타라고 하기에 올라타자 곧장 북쪽을 향했네. 그때까지만 해도 근방이나 멀리 가봐야 김책이나 가는 줄 알았지. 김책을 지나 배가 계속 올라가기에 궁금함을 참을 수 없어 물었더니 그제야 나진시에 간다고 알려주더군. 어이가 없어서...”

“형님을 처음부터 이용할 계획이라 알려주지 않았을 겁니다.”

“장세룡 장관과 조득렬 차관은 배에 탄 줄도 몰랐네. 나진항에 배가 접근하자 그제야 얼굴을 내밀더군. 제대로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옆을 지키고 있어 전화조차 할 수 없었네. 정말 미안하네.”

상아를 쳐다보자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거짓 없는 진실이란 뜻으로 김갑수가 이런 일로 우릴 속인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은 알 수 없어 확인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이미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 때문에 문정수와 장세룡이 나진시에 발을 디디게 됐는데, 어찌 마음이 편할 수가 있겠나. 나만 없었다면 자네가 그들을 내려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자네 부하들이 고생하지 않아도 될 일 아닌가.”

“원래 그런 일을 하라고 고용한 직원들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형님이 지금까지 저에 대해 함구해 주신 것만 해도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가족으로써 당연히 지켜야 할 일이었네. 그걸 고마워하면 내가 부끄러워지네.”

장세룡과 문정수 일행이 머물 숙소는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임시 숙소로 항구 야적장 뒤편에 마련됐다.

컨테이너 숙소는 5~10명의 인부가 함께 사용하는 숙소로 방만 덩그러니 있지 화장실과 주방이 없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또한, 냄새도 심해 평생 최고급 아파트와 맨션에서만 살아온 문정수는 단 1분도 버티질 못했다.

내가 자신을 무시했다고 화가 단단히 난 문정수는 숙소까지 형편없자 이서인을 데려오라며 3시간째 소란을 떨어댔다.

장세룡과 조득렬도 크게 다를 것은 없어 레드포스 대원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들을 통제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지난달 중순까지 좌동과 우동의 부서진 건물 잔해를 모두 철거하고 하수도와 상수도, 가스, 전기 등 기반공사가 시작된 지 이제 겨우 열흘째였다.

나진시에 제대로 된 집은 우리 집과 항동에 지은 레드포스 대원들의 숙소가 전부라 컨테이너가 아니면 내줄 방도 없었고, 불청객에게 컨테이너 숙소를 제공한 것만 해도 나름 성의 표시는 충분히 한 거라 개선해줄 생각도 없었다.

“이술 한잔 드셔보십시오. 능사주라고 몇 달 전에 엘리트 레드몬 능구렁이를 잡고 담근 술입니다.”

“엘리트 레드몬 능구렁이면 레드스네이크를 말하는 건가?”

“네!”

“허허~ 같은 엘리트 레드몬이라도 레드스네이크는 사냥이 매우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정말 대단하군.”

“운이 좋았습니다.”

“캬하~ 술맛이 기막히군. 쌉쌀하면서도 부드러운 게 고급 양주보다 맛이 더 좋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한잔 더 하십시오.”

“고맙네!”

“워낙 큰 놈이라 술 양이 제법 됩니다. 가실 때 몇 병 챙겨드릴 테니 남 주지 마시고 혼자만 드십시오. 이게 남자에겐 최고로 좋은 보약입니다.”

“아이고~ 이렇게 귀한 걸 나까지 주고... 하하하~”

최고의 정력제란 말에 쌓였던 근심이 멀리 달아나는지 김갑수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능사주를 담글 때 하수오, 음양곽, 동충하초 등 몸에 좋은 약재를 듬뿍 넣어 숙성시킨 결과 보약이라 불러도 될 만큼 몸에 좋은 술이 완성됐다.

할아버지와 장인어른께 1ℓ 병으로 5병씩 보내드리자,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더 없느냐고 물어올 만큼 마른 고목에도 꽃이 피게 할 최고의 정력제였다.

“저녁은 숙소 옆 공터에 멧돼지와 노루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게 준비해줬습니다. 밥과 반찬은 주방에서 따로 만들어 보내줬습니다.”

“고생했습니다.”

김갑수가 저녁을 먹고 돌아가자 이번엔 배가 고프다고 난리 쳐 주방에 불청객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시켰다.

“오빠! 남의 땅에 함부로 들어온 놈들에게 밥까지 챙겨줘? 거기에 고기까지?”

“치사하게 밥 가지고 그러는 거 아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은 줘야지.”

“밥 먹고 그 힘으로 레드포스 대원들 괴롭히는 건 생각 안 해?”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어본 베테랑들이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대원들은 놈들 때문에 온종일 고생인데, 고생시킨 놈들은 팔자 좋게 고기도 구워먹고 대원들이 좋아하겠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했어. 일단 먹여놓고 때리든 괴롭히든 하자.”

저녁 식사 후 옥상 잔디밭에 누워 달콤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밤하늘을 구경했다. 불청객들로 항구는 종일 시끄러웠지만, 옥상 정원은 세상과 동떨어진 곳인 양 조용하기만 했다.

“우리 집 옥상처럼 세상이 조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조용해도 재미없어. 그리고 너무 조용하면 무서워.”

“그런가?”

“아무 소리도 없는 조용한 방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봐. 어떨 것 같아?”

“적막하려나?”

“적막 그 이상이지. 무섭고, 두렵고, 괴물이 나올 것 같고, 온갖 상상을 다하게 되겠지. 뭐든지 적당한 게 좋은 것 같아. 치우침 없이.”

어차피 우리가 조용하다고 느끼는 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음역 안에서만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세상엔 우리가 들을 수 없는 다양한 소리가 있어 우리가 조용하다고 느낄 때 다른 생물은 귀가 찢어지는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먼 곳에서 나는 소리는 들을 수 없어 내 주변만 생각하고 세상이 평화롭다 조용하다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우린 나와 내 주변서 일어나는 일을 마치 세상 전체의 일처럼 생각하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다.

“문정수도 그렇고 장세룡 장관과 조득렬 차관도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텐데 어떻게 할 생각이야?”

“어떻게 하긴 밀어내야지.”

“청와대와 정부, 대유 그룹까지 한 통속이라 인명사고가 날 경우 우리도 곤란한 처지에 놓일 수 있어.”

“정 안되면 깡그리 죽이고 이 나라 뜨면 되지. 돈도 198조 원이나 있는데, 어디서든 못 살겠어?”

“진심이야?”

“아니! 농담!”

“지금 농담 할 때야? 난 속이 타 죽겠는데 웃음이 나와?”

딴에는 재미난 농담이라 생각하고 말했는데, 소연은 재미가 없는지 미간을 좁히며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소연과 은비 집안은 내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대한민국과 한민족을 사랑했다. 그런 사랑이 있었기에 목숨까지 바치며 무장독립투쟁과 계몽운동에 앞장설 수 있었다.

나처럼 나쁜 기억만 가득해 이 나라에 대한 애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과는 차원이 달랐다.

내가 이 나라에 남아 있는 건 첫째 아내들 때문이었고, 둘째 할 줄 아는 말이 한국어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소연과 은비가 대한민국과 한민족을 사랑해 차마 떠나지 못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떠난다고 해도 며칠 잡아놓을 생각이었어.”

“그게 무슨 말이야? 분명 내일 아침 일찍 떠나라고 말했잖아.”

“일부러 자극하려고 그런 거야. 그래야 숨기는 게 있다고 확신하고 더 머무르려 발악하지.”

“잡아둬서 우리에게 유리할 게 없잖아. 계속 소란만 피울 텐데.”

“내일부턴 그럴 여력이 없어. 방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죽을 둥 살 둥 뒹굴고 있을 테니까.”

“살기를 사용하게?”

“응!”

“일반인에게 살기를 사용하면 고통이 심하다고 했잖아.”

“우릴 염탐하려 첩자를 보내고 서인이를 10년 넘게 괴롭혔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 앙갚음이라고 할 수 있지.”

“하긴 서인 언니를 괴롭힌 걸 생각하면 그냥 둘 순 없지.”

“평생 두려움에 벌벌 떨며 문지방도 못 넘게 만들어 놓을 거야.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럽게 만들 거야.”

“문정수는 고통 받아 마땅해! 근데 나진시에 들어온 인원 전체가 그러면 독을 사용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잖아.”

“그건 걱정하지 마! 장세룡과 조득렬, 문정수를 빼곤 집에 돌아갈 땐 멀쩡한 상태로 돌려보낼 테니까.”

새벽 2시 조용히 집을 빠져나가 놈들이 자빠져 자고 있는 숙소 옆 야적장으로 스며들었다.

200명에 달하는 대원들이 서치라이트로 주변을 대낮같이 밝힌 채 장세룡과 문정수 일행이 잠든 컨테이너를 지키고 있었다.

놈들도 우리가 잠든 사이 해코지를 할까 걱정해 보초를 열 명이나 세워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숙소로 제공한 9개의 컨테이너 중 한 개는 문정수와 여성 경호원이 질퍽한 정사 후 홀딱 벗고 자고 있었다.

냄새나고 더러워 못 잔다고 난리를 치더니 여성 능력자와 들어가 괴성을 질러대며 섹스에 열중하곤 뻗어 잠이 들었다.

장세룡과 조득렬도 불편하다고 생떼를 써 둘만 같이 쓸 수 있게 컨테이너 하나를 따로 배정했다.

「따로 있으니 작업하긴 더 좋네. 크크크~」

먼저 장세룡과 조득렬부터 시작했다. 살기를 최대한 줄여 1분 간격으로 5번 투사하고 기감으로 놈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살기로 인해 지독한 악몽을 꾸는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끙끙거렸다. 거기다 심한 가위에 눌렸는지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고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강도를 조금씩 높여갈 생각이라 놈들을 내버려두고 이번엔 문정수와 예쁜 여성 능력자를 공략했다.

문정수는 장세룡과 조득렬보다도 심지가 약한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숨을 격하게 몰아쉬었고, 여성 능력자는 살기를 조금 높였더니 오줌까지 지렸다.

잠시 문정수와 여성을 쉬게 한 후 국토안전부와 대유 레드몬 직원 절반을 뚝 잘라 놈들과 같이 살기를 투사해 괴롭히기 시작했다.

새벽 2시 30분부터 시작된 고문은 5시 30까지 1시간 간격으로 돌아가며 3번에 걸쳐 진행됐고, 다음 날 아침 심한 몸살로 30명이 몸져누워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심한 오한이 들어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네.”

“서울이나 원산보다 훨씬 추운 곳이라 감기 기운이 있나 보군요.”

“그냥 감기가 아니네. 땀을 비 오듯이 흘리고 몸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네. 문정수 혼자도 아니고 30명이나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어.”

“흐음...”

“그래서 말인데... 약도 좀 얻었으면 하고... 하루만 더 쉬어갔으면 하는데... 하아~ 미안하네!”

아침 일찍 찾아온 김갑수는 어제보다 표정이 더 어두웠다. 분명 오늘 아침 떠나라고 했는데, 아프다는 핑계로 더 있게 해달라고 말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기만 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약과 의료진을 보내겠습니다.”

“고맙네.”

“하지만 오늘까지만 입니다. 내일은 꼭 나가셔야 합니다.”

“알겠네. 그렇게 전하겠네.”

「내일이 아니라 모레도 못 나갈걸! 흐흐흐~」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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