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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14화 (114/505)

00114  문정수  =========================================================================

114.

“문정수가 절 찾았죠?”

“네!”

“전 어떻게 해야 하죠?”

“아무것도 안 해도 됩니다. 놈이 돌아갈 때까지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지홍씨와 동생들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아요.”

“문정수가 우리에게 줄 피해도 없지만, 전 서인씨를 지켜드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내들이 목욕하는 사이 이서인이 날 찾아왔다. 이서인은 본능적으로 문정수를 두려워하는지 몸까지 떨고 있었다.

이서인에게 트라우마는 문정수였다. 닭모가지를 비틀 듯 언제든 놈을 죽일 힘이 있지만, 본능적으로 몸과 마음이 두려워해 문정수 그림자만 봐도 고양이 앞에 쥐처럼 얼어붙었다.

“왜죠?”

“뭐 말씀하시는 겁니까?”

“절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도와주시는 거죠? 동정심인가요?”

“단언컨대 동정심은 절대 아닙니다.”

“그럼 뭐죠? 제가 지홍씨께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불쌍해서 데리고 있는 것도 아니면 절 보호해주는 이유가 뭔가요?”

“그걸 꼭 말로 해야 합니까?”

“전 들어야겠어요. 직접 들어야만 안심할 수 있겠어요. 한숙 언니도 지홍씨의 여자가 됐고, 상아도 지홍씨 옆에 있어요. 그런데 전 뭐죠? 첫사랑이란 이름으로 예쁘게 포장된 추억 속의 인형처럼 평생 구경하면 괴롭힐 생각인가요?”

참고 참은 울분을 토해내듯 이서인이 마음속 이야기를 토해냈다.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보호해주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랑을 주지 않은 결과였다.

“전 서인씨 상처가 아물기를 바라며 기다린 것이지 값싼 동정심으로 곁에 둔 게 아닙니다.”

“지홍씨가 보기에 제 상처는 놔두면 알아서 치료되는 상처였나요? 찰과상처럼 시간만 지나면 감쪽같이 사라지는 그런 상처냐고요?”

“흐음~”

“어떤 상처는 놔두면 아물지만, 어떤 상처는 치료하지 않으면 곪아 터져 결국엔 사람을 죽게 해요. 왜 상처가 다 똑같다고 생각하세요?”

“미안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전 지홍씨가 제 손을 잡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어요. 지홍씨도 제 마음을 알고 있었잖아요. 근데 왜 모르는 척 외면하셨죠? 제가 더럽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죠?”

“아.아.아닙니다. 절.절대 그런 적 없습니다.”

“흑흑~ 그럼 이유가 뭐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서 왜 절 비참하게 만드셨어요?”

이서인의 고민이 이토록 깊을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나를 정말 사랑하는지 확인하려고만 했지, 이서인의 상처 따윈 생각도 안 했었다.

서러움에 눈물을 뚝뚝 흘리는 이서인을 살며시 끌어안고 등을 쓰다듬자 가슴에 고개를 묻고 아기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여자가 울면 이렇게 등을 쓰다듬는 것밖엔 해줄 게 없었다. 그러다 이거 해줘! 저거 해줘! 다음부턴 그러지 마! 그러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여자와 싸울 수도 없고,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마음이 약해져 결국엔 원하는 것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자의 눈물을 무기라고 하는 것 같았다. 여자는 남자에게 없는 무기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다.

눈물과 애교, 귀여운 표정, 사랑할 때 내는 사랑스러운 신음까지 남자의 마음을 녹일 무기를 수백 개는 가지고 있었다.

“언니는 왜 울렸어?”

“울리려고 그런 게 아니라 얘기하다가 보니...”

“내가 뭐라고 그랬어? 언니 그만 괴롭히지 데리고 살라고 했지. 내 말 안 들으니까 언니 눈에 눈물이 나잖아. 좋아하면 같이 살면 되지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아?”

“후유~ 미안하다.”

“오빠가 판단을 빨리했으면 문정수가 와도 언니가 이렇게 불안해하진 않았을 거야. 동생들도 없이 혼자 외롭게 지내는 거 뻔히 알면서 고의적으로 방치하고, 언니가 주위를 맴도는데도 모른 척 방관하고, 오빠 정말 너무한 것 같아.”

서인을 기만한 건 사실이라 변명하면 할수록 사람 꼴만 우스워져 은비의 타박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솔직히 서인을 그물 속에 걸린 물고기쯤으로 생각하고 만만하게 본 건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침대에 끌어들여 도장을 찍었을 것이다.

“언니! 울지 마세요!”

“언니! 걱정할 거 없어. 우리가 있잖아. 만약 놈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면 내가 평생 남자 구실 못하게 만들어 줄게!”

샤워를 마친 아내들이 서재로 들어와 울고 있는 서인을 위로했다. 계속 있어 봐야 욕만 먹을 것 같아 서재를 빠져나오자 상아와 아영이 쪼르르 따라와 양쪽에서 팔짱을 껴왔다.

“오빠가 이해하세요. 은비 언니가 서인 언니 마음 풀어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저도 아영이와 같은 생각이에요. 은비 언니는 대변인으로 언니들이 말하기 어려운 일을 오빠에게 대신 말해주고 있어요. 하기 싫은 말을 대신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어요.”

“내가 계속 있으면 서인씨가 계속 울까봐 나온 거지 기분 나빠서 나온 거 아니야.”

“다행이다. 오빠 화났으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걱정하는 아영의 입술에 입을 맞추어주고 눈을 빤짝이는 상아의 입술에도 입을 맞춰졌다.

“오빠! 우리 그네 타요.”

“그네? 나 그네 싫어해. 개들이나 보러 가자.”

“네!”

개집은 우리 집과 붙어있어 잠자고 먹는 시간을 빼면 온종일 아내들과 붙어있다 시피 했다.

아침저녁으로 우리와 함께 훈련하고, 사냥하고, 쉬는 시간엔 저택을 돌아다니며 아내들과 놀아주고, 가끔 시간이 나면 집주변 숲에 들어가 짐승을 잡아먹기도 했다.

“풍아야~”

“풍영아~”

상아와 아영이 이름을 부르자 낮잠을 늘어지게 자던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재롱을 부렸다.

말이 좋아 개집이지 크기가 100평으로 녀석들이 사는 집은 호화 맨션만큼 잘 꾸며져 있었다.

개인 침실과 커다란 목욕탕, 거실, 주방까지 갖춰져 있고, 방마다 녀석들이 좋아하는 인형과 장난감이 가득했다.

또한, 수의사 2명과 사육사 5명이 24시간 상주하며 녀석들의 건강과 발육상태를 매일 체크했다.

“상아야! 풍아도 눈을 보면 진실과 거짓을 알 수 있어?”

“풍아는 싫다 좋다는 있지만, 사람처럼 누굴 속이거나 그런 건 할 줄 몰라서 거짓과 진실을 알 수 없어요. 항상 거짓 아니면 진실 둘 중에 하나죠.”

「난 이도 저도 아닌데... 더럽게 찔리네.」

1시간쯤 개들과 놀아주고 집으로 돌아오자 침실에 한숙과 소연, 은비, 서인이 모두 모여 있었다.

네 명 모두 짧은 핫팬츠에 티셔츠만 입은 편안한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척 조용히 서인과 소연 사이게 들어가 베개를 끌어안고 비디오를 봤다.

비디오는 작년 가을 미국에서 개봉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판타지 영화 ‘아폴로’로 제목만 봐도 누가 만들고 내용이 뭔지 알 수 있는 영화였다.

세계 최대 공대인 미국의 아폴로 공대를 소재로 최상급 레드몬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한다는 상투적인 내용의 상업영화였다.

마지막 신이 압권으로 주인공 아폴로가 입에서 레이저를 쏘아 머리가 셋 달린 최상급 레드몬 케르베로스를 죽이는 영상만 뛰어난 영화였다.

성인 영화라 여배우들이 가슴과 엉덩이를 자주 드러냈고, 찐한 정사 장면도 세 번이나 있어 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했다.

난 영화를 보는 내내 왼손은 소연의 핫팬츠에 넣고 꽃잎과 항문을 만지작거렸고, 오른손은 옷 위에서 서인의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럴 때마다 서인의 호흡이 거칠다 못해 자지러져 한숙과 소연, 은비가 곁눈질로 쳐다보며 낄낄거렸다.

“그래픽 정말 화려하네. 내용도 그래픽만큼 충실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미국 SF·판타지 영화는 대부분 내용보단 외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럴 거예요.”

한숙이 아쉬운 부분을 토로하자, 서인이 미국 영화를 짧게 논평했다. 얼굴이 많이 밝아진 것으로 보아 아내들이 잘 다독이고 옆에 누워 더듬어주게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이 영화는 영웅주의와 애국심 고취밖에 남는 게 없어. 아무리 영화지만 중요장면에 어김없이 성조기가 휘날리고 미국을 표방하는 행동들이 무차별적으로 나와. 내용이라도 알차면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숫자만 많은 아폴로 공대를 최고라고 선전하고 아폴로 윌리엄스는 영웅을 신격화까지 하잖아. 어떻게 이따위 졸작이 흥행 1위야? 이해가 안 돼!”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

“하나 있어.”

“뭔데?”

“여배우들의 가슴! 열라 부러워!”

“하하하~”

내 질문에 툴툴대던 은비가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가죽옷을 뚫고 나올 것 같은 여자 주인공의 터질 듯한 가슴이었다. 남자인 나만 구경한 줄 알았는데, 은비도 신경이 쓰였는지 가슴 얘기를 했다.

“언니! 여자 주인공처럼 수박만 한 가슴을 가진 능력자가 있어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멜론 크기는 많지.”

“멜론이면 엄청나게 큰 거잖아요?”

“미국하고 유럽, 러시아는 능력자도 가슴이 큰 편이야. 우리 중에 한숙 언니가 75B로 가장 크지만, 그쪽과 비교하면 절벽이라고 봐야지.”

“야! 난 능력자도 아닌데 거기 왜 들어가?”

“말이 그렇다는 거잖아.”

상아의 질문에 은비가 한숙의 가슴 크기를 서양 여성들과 비교하며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했다.

능력자들은 대부분 미끈한 체형이지만, 국가별로 차이가 좀 심했다. 아시아의 경우 남녀 모두 호리호리한 체형이었고, 서양의 경우 글래머와 근육질이 공존했다.

아프리카는 대체로 호리호리한 체형이지만, 기골이 장대한 사람들도 많았다. 남미는 서양에 가깝고, 아랍은 아시아에 가까운 체형이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동서양의 기준을 따르는 건 아니라서 국내 능력자 중에도 가슴이 유달리 큰 여성도 있고, 키가 2m에 육박하는 남성 능력자도 있었다.

“오빠! 자리 비켜줄까?”

“왜?”

“서인 언니 엉덩이가 그렇게 좋아? 비디오 보는 내내 주물럭거리던데, 그 좋은 걸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어?”

“흐흐흐~”

“언니도 기분 좋았어? 신음이 장난 아니던데. 키키키~”

“.......”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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