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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13화 (113/505)

00113  문정수  =========================================================================

113.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나본데, 넌 우리에게 예의를 논할 자격이 없어. 우리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는 하층민일 뿐이야. 어디서 같은 레벨인 줄 알고 입을 함부로 놀려!”

“하층민?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대한민국에 카스트제도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하층민이라니... 참으로 어이없는 말씀이군요.”

“계급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존재했어. 절대다수의 하층민과 그들을 이끌고 선도할 우리 같은 소수의 고귀한 인간은 항상 존재했다. 너처럼 덜떨어진 놈들만 그걸 모른 채 찧고 까불며 평등사상이 어쩌고, 사람의 가치가 어쩌고 떠들어대지. 하지만 시대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

“이번 정부 최고의 기관이라 일컫는 국토안전부 차관께서 대한민국을 계급사회로 생각하고 계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듣나? 넌 국토안전부의 조사를 거부할 권한이 없는 하층민이야. 그걸 거부한 것만으로도 큰 중벌을 받아야 해.”

두려움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악의 감정으로 걱정과 염려, 불안과 의심, 분노와 짜증, 낙심과 절망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악한 감정을 유발한다.

사람은 두려움이 크면 오감이 굳어 몸을 움직일 수 없고,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한다.

하지만 두려움이 이겨낼 만한 수준이면 그에 대항하려는 습성이 있어 상대를 공격하거나, 침착해지거나 자신의 평소 성격에 따라 다양한 행동을 취한다.

조득렬에게 투사한 살기는 아주 미미한 양으로 심지가 굳고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면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흥분해 화를 내기보단 방어적 자세를 취해 말을 아끼게 된다.

하지만 조득렬처럼 옹졸하고 편협하며 자기가 대단한 존재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극도로 불안을 느껴 분노와 짜증, 불안과 의심을 극복하고자 타인을 공격했다.

특히 상대가 하찮아 보일수록 적개심이 더욱 커지며 평소 쓰지 않는 거친 용어도 마구 쏟아내며 원수처럼 대했다.

이런 반응은 살기투사를 첩자들에게 사용하면 알게 된 것으로 훈련받은 첩자도 두려움의 강도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두려움에 투항해 용서를 구하는 자, 끝까지 맞서는 자, 울고 웃고 희로애락을 발산하는 자 등 심지(心地)와 성격에 따라 다양한 행동을 보였다.

조득렬에게 살기를 투사한 건 놈이 어떻게 나오나 보기 위함이자,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미끼였다.

놈이 걸려들면 증거로 사용하면 되고 걸려들지 않으면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다행히 놈이 도발에 걸려들며 채집조의 비디오에 확실한 증거를 남겨 차후 놈과 장세룡을 공격할 수단을 얻게 됐다.

이런 일은 증거가 확실해야 상대를 꼼짝 못하게 묶을 수 있었다. 명백한 불법행위지만, 기관고장으로 입항했다고 우기면 제재할 방법이 없었다.

또한, 몸으로 밀고 들어올 정도면 빠져나갈 구멍도 여럿 준비했을 게 분명해 자백만큼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잊고 계시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곳은 개인 사유지이자 치외법권 지역으로 국방과 외교를 뺀 모든 권한이 저에게 있습니다.”

“뭐? 치외법권? 모든 권한이 너에게 있어?”

“전 여러분과 싸우고 싶은 마음도 없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먼 길을 오셨으니 야박하게 바로 쫓아내진 않겠습니다. 하루 푹 쉬고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가 주십시오.”

“넌 돈을 주고 국가로부터 잠시 땅을 빌린 임차인에 불과해. 그런 계약서 따위는 내가 입만 뻥끗해도 휴지조각으로 변해 쓰레기통에 버려지게 되지. 그렇게 되면 이 땅은 다시 국고로 환수되고 넌 투자금을 한 푼도 못 챙긴 채 쫓겨나 거지가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그것도 재미있겠군요. 능력이 되시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십시오.”

“최광석을 믿고 까부나 본데 우리가 그런 늙은이를 무서워할 것 같아? 헛다리짚었어. 돌아가는 즉시 네놈이 원하는 대로 거지를 만들어주마. 마누라 할아버지 믿고 까불다가 어떻게 되는지 본때를 보여주겠어.”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지나쳐? 너 같이 레드몬 좀 잡는다고 겁도 없이 설치던 놈들이 어떻게 된 줄 알아? 그놈들 지금 공사판에서 노가다하고 있어. 어디서도 받아 주는 곳이 없어 평생 공사판만 전전하다 죽게 될 거야. 네놈도 그놈들과 똑같이 만들어주마. 무식한 놈 같으니라고 힘 좀 쓴다고 어디서 말을 함부로 하고...”

“조 차관! 조 차관! 그만하게! 그만해! 이사람 실성했나 왜 이래?”

“선배님! 저놈 말하는 거 못 들으셨습니까? 근본도 없는 놈이 우리에게 예의가 없다고 하잖습니까.”

“평소 침착하던 사람이 왜 이래! 주위를 한번 둘러봐. 지금 상황이 어떤지.”

“주위를 둘러보다니 그게 무슨....”

장세룡의 만류에 주위를 둘러보던 조득렬은 자신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는 미래 레드포스 대원들을 보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마음껏 화를 발산하며 살기투사로 인한 두려움이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진짜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자 몸이 얼어붙어 움직이지도 못했다.

장세룡과 문정수를 태운 배가 기습적으로 나선항에 나타나자 미래 레드포스에 비상이 걸렸다.

아직 해안경비대에 크루즈요트와 모터보트가 전달되지 않아 바다에서 배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매뉴얼에 따라 완전무장한 미래 레드포스 대원 500명이 이들을 막기 위해 부두로 출동해 주변을 겹겹이 에워쌌다.

이 중 50명이 진압봉만 휴대하고 장세룡과 문정수 일행이 배에서 내리지 못하게 몸으로 막아섰다.

그러다 노득렬이 나를 겁박하자 김도형 대장이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출동명령을 내렸고, 숨어 있던 중무장 대원들이 뛰쳐나와 이들을 둘러싸고 총을 겨누었다.

지난해 말로 미래 레드포스 1,450명, 해안경비대 250명, 정비부대 100명, 안전보장국 150명으로 병종이 다양해지며 인원도 총 1,950명으로 늘어났다.

장비도 기동성 확보를 위해 고성능 사륜구동 장갑차량 험비(Humvee) 100대를 도입해 레드몬 가죽으로 방어능력을 향상하고, M2 브라우닝 기관총을 장착해 군용보다 더 강력한 성능으로 개조했다.

험비차량 50대와 MP5A2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미래 레드포스 대원 500명이 에워싸자 조득렬과 장세룡, 문정수만 놀란 게 아니라 이들을 보호하기 따라온 경호원 30명도 놀라 권총을 빼 들었다.

“김도형 대장!”

“네! 회장님!”

“난 괜찮으니 병력을 물리고 이들을 숙소로 안내하세요.”

“알겠습니다. 모두 뒤로!”

김도형 대장의 명령에 레드포스 대원들이 나타날 때와 같이 바람처럼 물러나 모습을 감췄다.

이 모습만 봐도 평소 훈련이 얼마나 잘돼 있는지 알 수 있는 예로 최고의 용사들을 데려다 최고의 장비와 최고의 혜택을 베푼 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상황 대처가 아주 마음에 듭니다. 소연아! 전 대원에게 보너스 100% 지급하고, 고기하고 술 넉넉하게 보내줘.”

“알았어.”

“감사합니다.”

“다른 곳은 어떨지 몰라도 이곳에선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고 총기도 함부로 꺼내지 마십시오. 이시간부로 총기를 꺼내면 적으로 간주하겠습니다. 알겠습니까?”

“.......”

“형님! 이따 뵙겠습니다.”

“그...그래! 어.어서 올라가게.”

“박지홍씨!”

외제차 한 대 값은 몸에 처발랐는지 고급스러움이 지나쳐 싸구려 티가 팍팍 나는 문정수가 말을 걸어왔다.

“누구신지?”

“대유 레드몬 사장 문정수요.”

“그러시군요. 초면인데... 제게 볼일이 있습니까?”

“이서인이 이곳에 있소?”

장관 일행보다 문정수 일행이 많은지 신선 공대원 13명을 빼고도 놈 주위에 검은 양복은 입은 깍두기가 30명쯤 몰려 있었다.

그 안엔 하급 피지컬리스트도 2명과 최하급 피지컬리스 1명도 끼어있었다. 최하급 피지컬리스트인 여성은 능력이 형편없는 대신 인물이 반반하고 몸매가 뛰어나 경호원보단 고급 창녀일 가능성이 컸다.

「계집까지 끼고 왔어. 정말 웃기는 새끼네. 관광 온 거야?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놈일세.」

재미있는 건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인데도 놈은 소연과 은비, 아영, 상아에 관심을 보이며 빤히 쳐다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두터운 외투로 몸을 가리고 선글라스로 얼굴까지 가리고 있어 시선이 갈 곳이 없는데, 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내들의 몸을 노골적으로 훑었다.

“있습니다.”

“만나야겠소.”

문정수는 다이아몬드 숟가락을 물고 태어나서 그런지 혀가 심하게 짧았다. 반말은 아니었지만, 말투는 하인을 부릴 때 쓰는 명령형 말투라 듣는 사람 기분을 더럽게 했다.

“근무 중이라 만날 수 없습니다.”

“난 지금 만나야겠소. 불러주시오.”

“근무 중이라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냥 불러주면 되는데 뭐가 어렵다는 거요?”

“난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까 말한 대로 내일 아침 일찍 나선시를 떠나주시기 바랍니다. 이만!”

“박지홍씨! 박지홍씨!”

문정수의 애타는 부름을 외면하고 험비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장세룡, 조득렬, 문정수의 공통점은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남을 업신여기며 자기 뜻을 관철하려 했다.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흔히 쓰는 수법으로 상대방에게 모욕을 줌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세웠다고 착각하는 대표적인 행위였다.

“오빠! 그 새끼 우리 쳐다보는 눈빛 봤어?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는데 온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줄 알았어.”

“맞아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홀딱 벗겨 놓고 감상하듯 위아래로 계속 훑어봤어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재수 없네! 들어가자마자 샤워부터 해야겠다. 아영아! 너도 씻을 거지?”

“그래야겠어요. 몸이 가려워서 미치겠어요.”

“은비 언니! 저도 같이 씻을게요.”

“나도 씻어야겠다. 그냥 있으면 온종일 기분이 나쁠 것 같아.”

대범한 소연까지 씻겠다고 할 만큼 문정수의 눈빛은 탐욕과 욕정에 가득 차 있었다.

야한 옷을 입은 여자에게 시선이 가는 건 남자가 가진 동물적 본능으로 인력으론 막을 수 없었다.

여자는 청각에 끌리고, 남자는 시각에 끌리는 동물로 대다수 남성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 잠시 바라보며 지나가는 자연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놈은 빈틈이라곤 조금도 없는 아내들의 옷을 비키니 입은 것처럼 뚫어지게 바라봤다.

다른 남자의 여자를 그렇게 쳐다보는 건 동서양을 불문하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짓으로 아내들이 능력자라는 것을 알고 탐심을 가진 고의적인 행동으로밖엔 볼 수 없었다.

「놈도 나처럼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나? 아니면 투시 안경이라도 꼈나? 그것도 아니면 날 모욕하려 그러는 건가? 일반적인 상식으론 이해가 안 되는 놈이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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