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2 문정수 =========================================================================
112. 문정수
“전방 3km 지점에 레드마우스 마흔일곱 마리 있어요. 우측으로 200m 떨어진 지점에 같은 레드마우스 쉰여덟 마리가 있고요. 2.8km떨어진 좌측 숲 주위에 레드마틴 네 마리와 레드무스텔라 마흔두 마리, 레드칩 아홉 마리가 있어요.”
“내가 앞에 있는 레드마우스를 맡을 테니까, 소연이하고 은비는 우측을 맡아.”
“알았어!”
상아의 합류로 레드몬 탐지 거리가 3배로 늘어나며 사냥경로를 미리 잡을 수 있어 사냥속도가 두 배나 빨라졌다.
“오빠! 좌측 3km 떨어진 숲에서 레드보어 네 마리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어요. 엘리트 레드몬 호그질라로 보이는 수놈 한 마리와 암놈 세 마리에요. 도착까지 길어야 삼분이에요.”
“소연아! 놈들을 잡아올 테니까, 여긴 내가 지휘해!”
“조심해!”
상아가 레드보어의 접근을 알려주자 지휘를 소연에게 맡기고 놈들을 저격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뛰어나갔다.
엘리트 레드모 호그질라
전투력 : 3496
지능 : 125
스킬 : 알 수 없음
암놈 레드보어 3마리를 혈기탄으로 잡아내고, C급 엘리트 레드몬 호그질라는 냉기탄으로 얼려버렸다.
그전까진 전투에 집중하면 근처까지 레드몬이 다가와야 접근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아가 있어 레드몬의 접근을 신경 쓰지 않고 사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상아야! 네 덕분에 사냥이 훨씬 편해졌어. 고마워!”
“오빠와 언니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에요. 헤헤헤~”
귀엽게 까르르 웃어대는 상아는 오랜 기간 혼자 떨어져 있던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사람들과 쉽게 친해졌다.
5년 가까이 토굴에서 혼자 지낸 여파로 사람을 꺼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천성이 밝고 유쾌한 성격으로 가족들과 금세 융화돼 걱정을 덜어줬다.
진실의 눈이 있기에 가능한 일로 우리 마음을 읽지 못했다면 불안과 불신으로 쉽게 친해지긴 어려웠을 것이다.
진실의 눈은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많아 상아를 면접관으로 활용하면 미래 레드몬과 미래 레드포스에 몰래 숨어드는 첩자를 찾아낼 수 있고,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고먹는 양아치를 가려낼 수도 있었다.
또한, 가장 큰 고민거리인 변절자를 찾아낼 수도 있었다. 변절자는 스스로 몸을 드러내거나 중대한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경우 찾아내기가 첩자보다 몇 십 배나 어려워 강승원 국장이 애를 먹고 있었다.
외부의 적은 일치단결해 물리칠 수 있지만, 내부의 적은 조직을 갉아먹고 이간질해 스스로 무너지게 하는 존재로 작게는 기업의 문을 닫게 하고, 크게는 나라를 망치는 무서운 암세포였다.
“공부가 재미있어?”
“네! 소연 언니하고 한숙 언니가 친절하게 알려져서 머리에 쏙쏙 들어와요. 정말 재미있어요.”
“천천히 해! 서둘지 말고.”
“저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거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인지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그래! 그럼 열심히 해. 보고 싶은 책 있으면 소연에게 말하고. 원하는 건 다 구해줄 거야.”
“네!”
상아는 집에 온 다음 날부터 밤에는 TV, 낮에는 책을 끼고 살며 지난 시간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빠르게 지식을 쌓아나갔다.
상아가 살던 곳은 산촌 마을이라 읽을 만한 책이 거의 없었다. 있는 책도 대부분이 공산당과 독재정권을 찬양하는 책이라 지식을 쌓기엔 도움이 안됐다.
아직은 아는 게 없어 국민학교 1~2학년 수준이지만, 배우고자 하는 노력이 엄청났고 머리도 비상해 1년만 지나도 중학교 수준은 어렵지 않게 도달할 것 같았다.
“오빠! 김도형 대장님이야.”
오늘은 1993년 새해가 밝고 첫 번째 맞이하는 일요일이라 온종일 방에 뒹굴며 상아의 공부를 봐주거나 소연과 은비, 아영의 몸을 더듬으며 게으름을 피워댔다.
[전화 바꿨습니다.]
[충성! 김도형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나선항에 외인이 들어왔습니다.]
[외인이요? 누굽니까?]
[국토안전부 장세룡 장관과 조득렬 차관, 대유 레드몬 사장 문정수와 수행원을 합쳐 70명이 넘습니다.]
[흐음... 배에서 내렸습니까?]
[배에서 내릴 수 없게 막고 있습니다.]
[내려갈 테니 잠시 대기하세요.]
[알겠습니다. 충성!]
“무슨 일이야?”
“국토안전부 장세룡 장관과 조득렬 차관이 왔어.”
“우리가 안 만나주니까 밀고 들어왔네.”
“그놈들도 문제지만, 문정수가 같이 왔어.”
“대유 레드몬 문정수?”
“그 개망나니?”
“응!”
문정수가 왔다는 말에 소연과 은비의 인상이 왕창 찡그렸다. 언젠간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날이 오자 표정관리가 어려웠다.
문정수에 관해 알지 못하는 아영과 상아는 우리 표정이 일그러지자 물어보지도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었다.
“나도 같이 갈게!”
“오빠! 나도!”
급히 옷을 챙겨 입자 소연과 은비도 같이 가겠다면 옷을 입고 따라나섰다. 그러자 상아와 아영도 한 세트인지 잽싸게 옷을 챙겨 입고 쪼르르 뒤를 따랐다.
서둘러 부두에 도착하자 뱃머리에서 나선항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는 장세룡과 조득렬, 문정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소연의 사촌오빠 김갑수가 초조한 얼굴로 좌우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상처가 심해 1년 안에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던 김갑수는 대유 그룹의 도움으로 작년 8월 회양에 복귀했다.
김갑수를 위한 게 아니라 대유 그룹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행동으로 보유한 공대가 3개밖에 없는 대유 그룹은 김갑수 만한 대안을 찾을 수 없어 프랑스 힐러를 불러들여 김갑수를 치료했다.
“충성! 김갑수 신선 공대 공대장께서 조금 전 모습을 드러내 같이 계신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병력을 뒤로 물리세요.”
“네!”
여객선 입구를 막고 있던 미래 레드포스 대원들이 뒤로 물러나자 김갑수가 가장 먼저 배에서 내려 우리에게 다가왔다.
“형님! 어서 오십시오.”
“그동안 잘 있었나? 소연이도 잘 있었고? 은비도 잘 지냈지?”
장세룡과 문정수만 왔다면 끝까지 하선을 막겠지만, 소연의 오빠인 김갑수가 있는 한 그럴 수는 없었다.
그건 소연을 무시하고 상처 주는 일로 가족에 대한 도리는 어떤 경우에도 마땅히 지켜야 했다.
“덕분에 잘 있었습니다. 쾌차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만 드리고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닐세. 많이 바쁠 텐데 전화해준 것만 해도 고마웠네.”
“오빠! 어서 오세요.”
“갑수 오빠! 오랜만이에요.”
“다들 더 예뻐졌네?”
“호호호~ 고마워요.”
“8개월 만에 이런 큰 항구도시를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네. 소연에게 이야기는 미리 들었지만, 이 정도로 발전했을 줄은 생각도 못했었네.”
“다 소연과 은비 덕분입니다.”
김갑수와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있자 문제의 인물들이 배에서 내려 우리에게 다가왔다.
가운데 중년의 느끼한 놈이 장세룡 장관이었고, 왼쪽에 모사꾼 스타일이 조득렬 차관, 오른쪽에 명품으로 도배한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놈이 문정수였다.
“지홍아! 미안해! 오빠가 끼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
“괜찮아! 겸사겸사 형님 얼굴도 보고 잘된 일이야. 그리고 어차피 한 번은 만날 사람들이었어. 마음 쓰지 마!”
소연이 귓속말로 미안함을 표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은 소연의 잘못도, 김갑수의 잘못도 아니었다. 소연이 시킨 일도 아니었고, 김갑수도 하고 싶어서 하는 일도 아니었다.
장세룡과 문정수가 절대적 을의 처지인 김갑수를 앞세워 쳐들어왔다는 게 괘씸할 뿐 둘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갑수 오빠! 못 보던 분들도 많이 오셨네요! 모두 새로 공대원이 된 사람들인가요?”
“그게... 정말 미안하다. 미리 연락이라도 했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매제! 정말 미안하네.”
소연의 가시 돋친 말에 김갑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70명이 넘는 사람이 사전 통보도 없이 나선시에 쳐들어왔고, 그 중엔 국토안전부 장관과 직원들이 30명이나 끼어 있었다.
하지만 김갑수도 어쩔 수가 없었다. 공대원들을 모두 끌고 원산으로 급히 오라는 문정수의 호출에 부랴부랴 달려왔다가 배에 탄 후에야 배가 나선시로 간다는 걸 알게 됐다.
미리 알았다면 전화라도 줬겠지만,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고 문정수가 옆에 계속 붙어 있어 우리에게 전화할 틈도 없었다.
또한, 김갑수가 미리 알았다 하더라도 문정수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철저한 을인 김갑수는 이번에 치료까지 받으며 족쇄가 제대로 걸려 문정수가 가자고 하면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괜찮습니다. 식구끼리 미안한 거 없습니다.”
“고맙네!”
“안녕하십니까? 국토안전부 조득렬 차관입니다.”
“.......”
김갑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조득렬이 다가와 자신을 소개했다. 말을 섞고 싶은 마음이 없어 못 들은 척 무시하자 뒤에 있던 장세룡이 나섰다
“크험~ 국토안전부 장관 장세룡입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김도형 대장!”
“네!”
“이분들이 쉴 수 있게 거처를 마련해주세요. 불편하지 않게 최대한 편의를 봐주시고요.”
“알겠습니다.”
“단, 함부로 돌아다닐 경우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것과 이곳이 개인 사유지임을 명확히 주지시키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형님! 저녁에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때 같이 술 한잔 하시면서 못다 한 이야기마저 나누시죠.”
“알았네.”
“박지홍씨! 여기 계신 분은 국토안전부 장관으로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중요한 분입니다. 당신이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는 그런 분이 아니란 말입니다.”
장세룡을 무시하자 조득렬이 나서 국가를 거론하며 날 억압하려 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놈이 쥐꼬리만 한 권력을 가지고 남을 밟으려 하는 조득렬과 장세룡 같은 비겁한 놈들이었다.
이런 놈들은 어디를 가든 갑질하는 놈들로 태생인지 을을 괴롭히며 극진한 대접을 받길 원했다.
“사전에 연락도 없이 사유지를 무단 침범해 놓고 되레 큰소리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습니다.”
“이곳은 위험한 곳이라 손님 맡을 준비가 안 됐다고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와 손님 접대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는 건 예의 없는 행동입니다.”
“예의가 없다?”
“그렇습니다. 남의 땅을 함부로 침범하는 건 엄연한 불법이자, 아주~ 형편없는 짓이죠. 그것도 이 나라 법을 수호하는 국토안전부 장·차관님께서 그런다는 게 말이 나 되는 짓입니까? 안 그렇습니까?”
살기를 미미하게 투사하며 도발하자 조득렬이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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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