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1 손상아 =========================================================================
111.
“이것도 먹어봐! 가을에 딴 송이버섯이라 향기가 아주 좋아.”
“네!”
송이버섯은 들녘의 농작물에 흰 이슬이 맺히는 백로부터 10월 말까지가 제철이라 두 달 동안 매일 소나무 숲을 돌며 송이를 채취했다.
채취한 송이는 크기가 한 뼘이나 돼 8cm 이상인 1등급보다 길이는 두 배, 무게는 세 배가 넘어 몇 개만 따도 포대가 가득 찰 지경이었다.
크기뿐만 아니라 향기도 아주 진하고 씹는 맛도 무척 고소해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레드몬 때문에 채취가 어려워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됐다.
나선시 주변은 온통 소나무 숲이라 송이가 무척 많았고, 송이는 채취하고 3~4일만 지나도 그 자리에 다시 송이가 올라와 같은 자리에서 계속 딸 수 있어 두 달간 쉬지 않고 채취하자 커다란 컨테이너 다섯 개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노화예방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송이버섯은 물로 씻지 않고 마른행주로 흙과 먼지를 털어낸 후 잘게 찢어 그대로 먹어도 쌉쌀한 향이 아주 일품이었다.
숯불에 살짝 구워 소금에 찍어 먹거나, 신선로 또는 꼬치 형태로 만들어 먹어도 깊은 향을 느낄 수 있어 컨테이너 두 개분은 미래 레드몬, 안정보장국, 레드포스 대원들에게 넘기고, 한 개는 할아버지와 장인어른께 반씩 보내드렸다.
한 개는 우리가 질리도록 먹고, 한 개는 급속 냉동해 냉장고에 보관해 요리재료로 쓰고 있었다.
“어때? 맛있지?”
“네! 고기보다 더 맛있어요? 버섯이 이렇게 맛있는 줄 정말 몰랐어요.”
“향기가 진해서 그래.”
송이를 숯불에 구워 소금이 든 참기름에 살짝 발라주자 입에 잘 맞는지 작고 예쁜 입속으로 쏙쏙 들어가 사라졌다.
“오늘은 그만 먹자.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었어.”
“네!”
작은 체구에 들어갈 곳이 어디 있는지 상아는 고기를 7인분이나 먹고, 팔뚝만한 버섯 20개, 밥 세 공기, 각종 나물과 반찬까지 나만큼이나 많은 양을 먹었다.
“졸려?”
“네. 졸려요!”
먹고 나자 졸음이 쏟아지는지 내 어깨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상아는 조는 와중에도 내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얼른 데리고 올라가서 재워!”
“알았어.”
품에 안고 침실로 올라가 살며시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후 손을 풀고 나오려 하자 눈을 번쩍 뜨곤 품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다.
“재워줄까?”
“네!”
옆에 누워 팔베개를 해주자 아기 새처럼 품에 쏙들어와 쌔근거리며 잠이 들었다. 사람 품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더욱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포스를 돌려 소화가 잘되도록 도왔다. 능력자라 해도 갑자기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날 수 있었다.
능력자는 일반인보다 월등한 신체를 가진 존재지만, 신은 아니라서 병에 걸릴 수도 있고 배탈이 날 수도 있다.
다만 그 빈도가 매우 낮아 사람들이 느끼지 못할 뿐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살짝 벌려진 상아의 입에서 달콤한 사과향이 풍겨와 내 코끝은 간지럽혔다.
「잘 자! 이제부터 내가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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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몬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지.”
“네!”
“지금도 느껴져?”
“북쪽에 몇 마리 있네요.”
급히 지도를 가져와 우리가 있는 지점을 알려주고 레드몬이 어디 있는지 짚어보게 했다.
“지도에서 보면 우리 있는 위치가 여기야. 레드몬이 어디 있는지 짚어봐!”
“여기! 여기! 여기... 여기요!”
상아가 지도에서 짚은 위치는 북쪽 방어벽 바로 밖이었다. 동쪽 바닷가 끝인 우리 집에서 대략 5km쯤 떨어진 지점이었다.
“몇 마리나 있어?”
“18마리요.”
상아는 눈으로 직접 보는 것처럼 반경 5km 이내에 있는 레드몬의 위치를 정확히 짚어냈다.
위치뿐만 아니라 고성능 레이더처럼 움직임도 세세히 파악하고 크기와 형태도 정확히 알고 있어 어떤 레드몬인지, 등급은 어느 정도인지도 추측할 수 있었다.
“미국의 그웬 스테파니는 상아와 비교하면 어린애 장난이네.”
“어린애가 아니라 아기보다도 못하겠는데요. 탐지 거리가 10분의 1이잖아요.”
지금까지 알려진 최고의 디텍터는 미국의 그웬 스테파니로 500m 거리에서 레드몬을 찾아낼 수 있었다.
탐지 거리도 매우 짧고, 탐지 범위도 180도라 360도 전방위를 탐지하는 상아와는 비교가 안 됐다.
“겨우 500m 탐지하는 능력으로 한해 1억 달러 벌면 상아는 얼마나 받아야 하는 거야?”
“1조 달러 이상 받아도 부족하죠.”
은비와 아영의 말처럼 그웬 스테파니는 한 해 우리나라 돈으로 760억 원을 벌어들이는 엄청난 고소득자였다.
상아와 실력을 비교하면 실력이 형편없지만, 디텍터는 힐러보다 만나기 힘든 직업이라 어디서나 환영받는 귀한 몸이었다.
인류가 레드몬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강대한 힘도 있지만 탐지할 확실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할 수 있던 요인 중 하나는 영국이 독일의 파상적인 공습을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이때 나온 최신 기술이 레이더였다. 그전까진 눈과 귀가 아니면 전투기가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없어 적의 공습에 큰 피해를 당했다.
레이더의 발명으로 영국은 독일 전투기가 도버 해협(Strait of Dover)에 접근하면 바로 전투기를 출격시켜 이를 저지함으로써 승기를 뺏어 올 수 있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었다.
그웬 스테파니가 많은 돈을 버는 이유는 남들은 찾을 수 없는 레드몬을 찾아내는 능력도 있지만, 이 능력을 엠코사에 팔며 레드몬 탐지용 레이더를 만드는 일에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레드몬 탐지용 레이더가 개발되면 영국이 독일을 막아낸 것처럼 접근하는 레드몬을 미리 발견해 요격하거나 대피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대다수 국가가 레드몬 탐지 레이더를 만들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붙고 있었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매우 지난한 일로 아직까지 레드몬 탐지 레이더가 개발되지 않아 효과적인 방어체계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평소 훈련은 어떤 식으로 했어?”
“해본 적 없어요. 레드몬 때문에 돌아다닐 수 없어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토굴 속에 있었어요.”
“훈련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면 타고난 천재라고 봐야겠다.”
“제가요? 아니에요! 살기 위해 주변을 쉬지 않고 탐지하며 능력이 조금 향상한 거지 전 천재와는 거리가 멀어요.”
“그 때문에 발전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론 높은 피지컬포스를 설명할 수 없어. 계속 토굴에만 있었다면 피지컬포스가 다른 사람보다 더 낮아야 해. 그런데 상아는 중급 직전인 은비보다도 높고, 중급인 소연이 보다 조금 낮은 정도야. 이건 타고나지 않으면 절대 있을 수 없어.”
“전 레드몬도 한 마리 못 잡는데요.”
“레드몬을 잡고 안 잡고는 상관없어. 머리 쓰는 사람이 힘까지 셀 필요는 없으니까.”
4년 만에 중급 멘탈리스트에 육박한 것도 놀랍지만,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어두운 토굴 속에 갇혀 있으면서 이 만큼 발전한 건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상아는 아영만큼 타고난 천재로 훈련만 제대로 받았다면 지금쯤 마샤 타이엘나와 같은 상급 멘탈리스트가 돼 있을 수도 있었다.
「또다시 복덩이가 넝쿨째 들어왔네. 아무래도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네. 하하하~」
“몸이 정상이 될 때까진 내가 알려준 대로 명상만 해! 무리한 운동은 회복만 느리게 하니까. 알았지?”
“네. 오빠!”
“그리고 풍아는 오늘부터 네가 데리고 다녀. 이제부터 네가 주인이야.”
“정말요?”
“한 마리씩 다 있는데 너만 없으면 안 되잖아.”
“오빠! 정말 고마워요!”
상아에게 풍아를 소개해주고 앞으로 잘 보살피라고 얘기하자 상아는 스스럼없이 풍아의 목을 끌어안고 아이처럼 좋아했다.
풍아는 풍산개 자매 중 막내로 덩치가 가장 작지만, 길이가 2.1m돼 멀리서 구경하는 사람은 있어도 가까이 다가와 쓰다듬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녀석들이 레드독이란 걸 아는 사람도 몇 명 없고, 알고서 고의적으로 피하는 것도 아니었다.
황소만한 개를 예쁘다고 다가와 만질 강심장이 그리 많지 않아 멀리서 구경만 할뿐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개는 영국의 그레이트덴으로 체고(바닥에서 어깨 높이)가 1m, 키 2m, 코에서 꼬리까지의 길이는 2.4m로 풍산개만큼 컸다.
그레이트덴, 아이리시울프하운드, 세인트버나드, 잉글리시 마스티프, 보르조이 등도 체고가 70㎝ 이상인 커다란 개는 기르는 사람은 좋아할지 몰라도 가까이 다가오면 기함하고 놀랄 만큼 사람들은 큰 개를 본능적으로 두려워했다.
“레드독인데 무섭지 않아?”
“무섭다니요. 이렇게 맑은 눈을 가졌는데 무서울 이유가 없죠.”
“맑은 눈? 그런 것도 있어?”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잖아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눈을 보면 거짓을 말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있어요.”
“그런 것도 보여?”
“오빠는 안 보이세요? 소연 언니도요? 은비 언니도요? 아정아! 너도 안 보여?”
“응! 당연히 안 보이지.”
우리가 모두 고개를 살래살래 젓자 상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작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은 우리가 지어야 하는데, 상아가 그런 표정을 짓자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따라온 이유가 진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야?”
“네! 소연 언니와 오빠가 진실을 말하고 있어 믿어도 된다고 생각해 따라온 거예요. 특히, 오빠 눈에서 저에 대한 걱정과 연민을 느낄 수 있어 믿고 따라오게 됐어요.”
상아는 ‘진실의 눈’이라는 특별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진실의 눈은 상대의 눈과 글을 통해 거짓과 진실을 판별할 수 있었다.
“글을 통해서도 알 수 있어?”
“네! 기호나 숫자로는 알 수 없고, 자필로 쓴 글씨라면 이 사람이 진심으로 이런 글을 쓰는지 아니면 장난이나 속임수로 쓰는지 정도는 판별할 수 있어요.”
“소연 언니! 아영이와 상아를 보고 있으면 왜 내가 초라하게 느껴지지.”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나도 그래. 동생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너무 평범한 것 같아.”
“언니! 나랑 같이 접싯물에 코 박고 죽을래?”
“그래야겠다. 우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아.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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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