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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08화 (108/505)

00108  사랑은 전쟁터에서 꽃피운다.  =========================================================================

108.

국토안전부 장세룡 장관은 갑자기 꼬여버린 자신의 신세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한 달 전만 해도 가장 팔자 좋은 장관이라고 주위의 부러움을 샀었다.

10시가 넘어 출근해 신문보고, 점심 먹고, 커피를 마시고, 노닥거리는 것도 일이라고 매월 빵빵한 월급에 직급 보조비, 정액 급식비, 직책 수행경비, 전용차, 관사, 비서 등 온갖 혜택을 받았다.

또한, 매일 저녁 요정에 출근해 고급 양주 마시고, 예쁜 아가씨를 옆에 끼고 떡까지 치며, 두툼한 돈 봉투까지 챙겨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래 레드몬 박지홍과 엮이며 파란 집에 계신 보스에게 완전히 찍혀 언제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될지 모를 상황이 돼버렸다.

더 슬픈 건 조만간 떨어져 나갈 거란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자 매일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오던 양아치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이젠 쓰디쓴 소주 한 잔 사는 사람이 없었다.

“더 올려보낼 요원들도 없습니다. 이제 그만 국정원이나 기무사에 업무를 넘기셔야 합니다. 나선시와 놈을 조사할 능력이 없습니다.”

“받아줘야 넘기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으면 애초에 받지도 않았을 거네.”

나진시에 요원들을 잠입시키면 잠입한 다음 날부터 소식이 끊겨 일주일 단위로 요원들을 계속 올려보냈지만, 함흥차사(咸興差使)도 아니고 보내는 족족 연락이 끊겼다.

이로 인해 최하급 능력자 6명과 일반 요원도 8명이 사라지며 쥐꼬리만 한 전력도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그럼 남은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남은 방법이 있나?”

“나선시로 직접 올라가는 겁니다.”

“그건 최광석 때문에 안 된다고 자네가 한 말 아닌가? 자네 누굴 한 방에 보내려고 장난치는 건가?”

“방패막이를 세우면 됩니다.”

“방패막이? 누구?”

“대유 그룹 막내아들 문정수를 앞세우면 됩니다.”

“아하~ 이서인과 그렇고 그런 그 개망나니?”

“그렇습니다. 놈을 살살 긁어 나진시로 보내고 장관님은 우연히 동행하는 것처럼 함께 들어가 정보를 빼내면 됩니다.”

“흐흐흐~ 괜찮은 생각이군. 난 원산에 갔다가 놈의 배를 얻어 탔는데, 알고 보니 나진시로 가는 배였다. 이러면 되겠군?”

“맞습니다. 최광석과 대한당이 꼬투리를 잡겠지만, 몰랐다고 발뺌하면 그만입니다. 서울로 가는 배인 줄 알고 탔다고 우기면 되는 겁니다. 우기면서 오리발 내밀면 이길 장사가 없습니다.”

“역시 자네는 내 장자방일세. 하하하~”

“딸랑딸랑~ 딸랑딸랑~”

“자네도 함께 가야 하니 단단히 준비해 놓게!”

“네에? 저도요?”

“설마 나 혼자 보낼 생각이었나?”

“그.그.그. 그럼요! 당.당.당연히 저도 함께 가야죠. 바늘 가는데 실이 안가면 일이 되겠습니까?”

“하하하~ 오랜만에 일이 잘 풀리는 기분이 좋군. 난 먼저 퇴근해 술 한잔하고 들어갈 테니 알아서 잘 처리하게.”

“알겠습니다.”

「내가 지 딱가리도 아니고 차관에 꽂아줬다고 일은 다 시키고 자기는 매일 계집 끼고 술이나 처먹으러 다니고... 오후 3시에 퇴근해 떡 치러 가는 장관은 세상에 너 하나밖에 없을 거다.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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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스협회에서 협조공문이 보내왔습니다.”

“알리바이는 준비됐습니까?”

“네! 회장님과 정한숙 사모님이 청진 시장과 오찬을 함께 한 것으로 꾸며 놓았습니다.”

“차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죠?

“청진 시장이 수행원들과 함께 나진시에 들어와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였습니다. 청진 시장이 배신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습니다.”

“정한숙 사장의 최측근이라 배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중으로 포스협회에 일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시끄럽습니까?”

“우리 정부는 물론 각국 첩보부에서 능력자들을 조사하고 있어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부산합니다.”

“재미있군요.”

“알리바이는 문제가 없지만, 스파이들을 계속 잡아내 국토안전부, 국정원, 기무사 등 여러 곳에서 주목을 받는 게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스파이를 내버려 둘 수도 없잖습니까?”

“이중간첩을 만들어 상대를 안심시키고 역으로 정보를 빼내면 상황도 호전되고 저들의 의도도 미리 파악할 수 있어 보다 빠른 대처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중간첩이라... 능력자나 쓸만한 첩자가 들어오면 따로 빼놓으세요. 가능한지 한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중간첩을 만드는 길은 회유와 세뇌 두 가지로 회유는 언제 배신당할지 몰라 위험부담이 컸다.

세뇌는 성공만 하면 믿고 쓸 수 있어 이용가치가 확실했지만,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살기투사로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 성공하면 세뇌가 아니라 복종이겠지? 세뇌든 복종이든 완벽하기만 하면 되잖아! 하얀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고 세뇌든 복종이든 성공만 하면 되는 거지.」

“김도형 대장님!”

“네!”

“해안 경비정 확보는 어떻게 됐습니까?”

“다음 달 20일까지 크루즈요트 5척과 모터보트 10척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군용 경비정은 구하기가 어려워 당분간 크루즈요트와 모터보트에 무기를 장착해 사용할 계획입니다.”

크루즈요트는 길이가 30ft(9.144m) 이상으로 일반 레저 보트와 달리 침실, 화장실, 주방이 갖춰져 있어 숙박이 가능했고, 최소 10명 이상이 탈 수 있어 대한민국 해군 참수리급 고속정보다 효용성이 훨씬 뛰어났다.

무장으로 M2 브라우닝 기관총과 Mk.19 고속유탄기관총을 달고 새롭게 도입한 M61 벌컨(Vulcan)과 레이더를 장착하면 해안 경비용으론 손색이 없었다.

M61 벌컨(Vulcan)은 6배럴 공랭식 개틀링 포(Gatling gun)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 육군이 빠른 항공기를 잡기 위해 고안한 무기였다.

중량 112kg, 길이 1,827mm, 구경 20mm×102mm, 사거리가 2km, 분당 최대 7,2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책임자는 구했습니까?”

“해군 초계함 함장으로 근무한 박춘석 대령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유능한 인재로 해안 경비대 대장에 임명하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만나볼 테니 최대한 빨리 불러올리세요.”

“감사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김도형 대장과 강승원 국장을 서재로 불러 중요 사항을 브리핑받고 명령을 내리자 시간이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오빠! 식사하세요.”

“응!”

아영의 손을 붙잡고 1층 식당에 내려가자 모두 내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는지 밥과 반찬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먼저 먹지 그랬어?”

“집안의 가장이 굶고 있는데 그러면 안 되지.”

“다음부터 그러지 마. 난 가부장적인 가장은 되고 싶지 않아. 그런 고리타분한 사람은 생각만 해도 재수 없어.”

“알았어. 다음부터 안 그럴게. 빨리 먹어 배고프겠다.”

소연과 은비, 아영, 정숙, 서인, 아정, 아솔, 아림, 조은영까지 둘러앉자 대식구가 따로 없었다.

“대체 공이 몇 개야? 셀 수가 없네.”

“아솔 언니! 1억이라고 쓰여 있잖아. 이것도 못 세?”

“난 셈이 약한지 계속 헷갈려.”

“이게 셈이야. 그냥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 이러면 되잖아.”

“그게 안 되니까 그렇지.”

“이런 바보!”

아솔과 아림이 문스톤을 팔고 받은 수표를 신기한 듯 만져보며 숫자를 세고 있었다.

사우디왕가와 로스차일드에서 받은 수표는 1억 달러 수표가 2,598장에 천만, 백만, 십만, 만달 달러 수표가 9장으로 총 2,607장의 수표가 무려 198조 원이었다.

평생이 아니라 자손만대에 걸쳐도 못 만져볼 엄청난 돈을 우린 식탁 위에 쭉 펴놓고 구경하고 있었다.

“형부! 이 돈으로 뭐하실 거예요?”

“글쎄? 아직 생각한 게 없는데. 아림이 가지고 싶은 거 있어?”

“가지고 싶은 게 아니라 돈이 남으면 보육원을 지었으면 해서요.”

“보육원?”

“네! 부모님이 없거나 살기 어려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보육원을 지어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과 편안한 잠자리를 주고 싶어요.”

커다란 망치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이 돈을 활용해 나선시를 얼마나 빨리 멋진 도시로 만들까만 생각했지 다른 사람을 도와줄까라는 생각은 한 적도 없었다.

큰돈이 들어오면 사람들은 한 번쯤 기부를 생각하게 된다. 1억 원만 생겨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19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가지고도 난 내 가족만 생각할 만큼 난 편협했다.

“처제가 아주 좋은 생각을 했네.”

“저만 생각한 거 아니에요. 아영 언니, 아솔 언니하고 같이 생각한 거예요.”

“우리 처제들 정말 기특해. 처제들의 생각을 받들어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예쁘고, 살기 좋은 보육원을 지어줄게. 됐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부!”

사람을 싫어해 남을 돕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아이들까지 미워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착하고 순수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난 개인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선천적으로 착하다는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보단,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말한 순자(荀子)의 성악설(性惡說)을 믿어 사람은 악한 존재라 생각했다.

그런데도 아이들을 도와주는 건 내가 살아온 삶 중 어릴 때 고통이 가장 컸기에 아이들이 고통받는 걸 원하지 않아서였다.

“소연아! 이왕 하는 거 명문 사립학교처럼 교육부터 복지까지 아이들이 자신들의 뜻을 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마. 밥만 먹이고 사람대접도 못 받는 그런 보육시설은 만들 필요도 없어.”

“알았어. 최고로 만들어 볼게.”

“오빠! 보육원 완성되면 제가 그 일을 맡아도 될까요?”

“그래! 동생들하고 아영이 네가 맡아서 해. 너희가 하면 누구보다 잘할 거야.”

“감사합니다.”

실무는 전문가들을 배치하고 아영을 이사장으로 처제들은 감사로 투입해 보육원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감시하면 될 것 같았다.

부모 없는 고통과 몸서리 처지지는 배고픔을 겪어 본 아영과 처제들은 아이들을 가엾게 여기고 사랑할 수 있어 비영리단체인 보육시설을 맡기기엔 제격이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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