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7 사랑은 전쟁터에서 꽃피운다. =========================================================================
107.
지쳐 잠이 든 한숙을 품에 안고 화물선에 숨어들었다. 여객선은 검문도 심하고 사람이 많아 자칫 들킬 염려가 있어 화물선 짐칸에 몰래 숨어들었다.
경매장에 시달리고, 도망 다니느라 지치고, 첫 경험까지 하며 한숙은 파김치가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나라 내 땅에서 물건 파는데 영어로 문서 작성하는 이유가 뭐야? 한글로 작성했으면 혼자 깔끔하게 처리하고 벌써 올라갔잖아. 이래서 국력이 약하면 내 집에서도 사람대접을 못 받는 거야. 젠장!」
아침 5시 강릉항을 떠난 화물선은 평균 20knot(27.78km/h)의 빠른 속도로 달려 16시간 만인 저녁 9시 청진항에 도착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온종일 좁은 화물칸에 꼭 붙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자 내가 언제 한숙을 미워했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우린 살가워져 있었다.
남녀는 원수라도 붙여 놓으면 정분이 날 것 같았다. 온종일 살을 맞대고 있는데 정분이 안 나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여깁니다.”
눈이 빠지게 우리를 기다리던 미래 안정보장국 요원들의 손을 잡아주고 선실로 들어갔다. 쾌속선을 타고 나진항에 도착하자 밤 11시였다.
“아니 오빠가 범법자도 아니고 공개 수배한다는 게 말이나 돼? 이 새끼들이 미쳤나봐! 제정신 아니야!”
“맞아요! 이건 민주주의 국가에서 잊을 수 없는 일이에요. 자기 물건을 팔았는데 도망자 취급을 한다는 게 말이나 돼는 짓이에요?”
“독재국가도 아니고 대체 뭐하자는 짓이야?”
“따질 수도 없고 속상해 죽겠어요.”
은비와 아영이 정부의 행태를 거칠게 비난했다. 정부는 실종자 수색이라고 방소에서 떠들고 있지만, 총을 앞세워 실종자를 수색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라 누가 봐도 이건 명백한 공개 수배였다.
“한동안 능력자들을 상대로 조사할 거야.”
“그렇겠지. 달아나느라 빨리 뛰었으니까.”
“우리 정부도 그렇지만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도 눈에 불을 켜고 있어. 당분간 조심해야 해.”
“나선시에 있는데 놈들이 어떻게 알겠어?”
“우리 정부는 사람만 동원하지만, 그들은 인공위성과 정찰기도 동원할 수 있어. 같은 급으로 보면 안 돼!”
“알았어! 조심할게!”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중앙정보국(CIA), 일본의 내각정보조사실(CIRO), 중국의 국가안전부(MSS), 러시아의 연방 보안국(FSB) 등이 위성까지 동원해 나와 한숙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었다.
그런 감시를 유유히 따돌리며 개망신을 주는 바람에 책임자들이 된통 깨지며 이를 갈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일본은 더욱 이를 갈았다. 여전히 우리를 자신의 식민지로 생각하는 일본은 문스톤이 우리나라에서 나온 것만 해도 배가 아파 미칠 지경이었고, 9cm 문스톤을 확보하지 못해 더욱 열이 받은 상태였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에게 패하며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한국전쟁으로 기사회생하며 밝은 내일을 꿈꿨었다.
하지만 레드문과 함께 찾아온 화산과 지진, 해일이 온 국토를 불바다와 물바다로 만들며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다.
1960년 제60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임명된 사토 에우사코는 강한 일본을 천명하며, 일본 국민을 폐허의 잿더미로 내몰았다.
사토 에우사코의 폭정에 10년 동안 100만 명이 넘는 일본인이 희생됐고, 이들의 피와 땀으로 도쿄와 대도시들을 모두 예전 모습을 되찾으며 일본을 다시 한 번 세계열강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일본은 국민들의 희생으로 동아시아의 강대국으로 역사 속에 재등장했다. 하지만 그 열매는 국민의 것이 아니었다.
일본은 여전히 민주주의를 정치이념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레드문 이후 군국주의의 부활이라고 할 만큼 국민을 가혹하게 다뤘다.
일왕을 중심으로 극우세력과 사무라이들이 정치를 농단하며 쇼군 시대에 버금가는 권력을 누렸고, 일본 국민은 이들의 눈치를 보며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살고 있었다.
“총리께선 언제쯤 도쿄가 안전해질 거라 생각하십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무능력해서 그렇습니다.”
“그래요? 무능하면 물러나야지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초기 에도시대(江戶時代 1600∼1868년)에 축조된 교토의 가쓰라 별궁은 전형적인 카이유 양식으로, 중앙에는 연못이 있고 그 주위엔 다도 정자가 있었다.
연못 정원이라는 뜻으로 ‘오이케 니와’라고 불리는 정원엔 작은 소나무 섬 몇 개와 큰 연못이 정원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도 정자 밖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은 이번에 신임 총리가 된 호소카와 모리히로였다.
정자에 앉아 벌거벗은 게이샤들의 시중을 받으며 호소카와 모리히로를 꾸짖는 노인은 우익의 지배자 아베 마사히코로 마지막 조선총독부 총독이었던 아베 노부유키로 아들이었다.
집안 대대로 우익의 선봉으로 아베 노부유키가 우리에게 남긴 유명한 망언이 있다.
‘우리 대일본제국은 패전하였지만, 조선은 승리한 것이 아니다. 내가 장담하건대 조선인들이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찬란하고 위대했던 옛 조선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들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결국, 조선인들은 서로를 이간질하며 노예적인 삶을 살 것이다. 보아라! 실로 옛 조선은 위대하고 찬란했지만, 결국은 식민교육 노예들의 나라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믿고 싶지 않은 망언이지만, 이 망언을 그대로 받들고 나라를 좀먹는 친일파가 대한민국에선 너무도 많았다.
일본은 문스톤이 발견되지 않은 나라로 도쿄는 9cm 문스톤 한 개로 간신히 중심가만 보호했고 나고야와 오사카는 8cm 문스톤 한 개씩으로 역시 중심가만 보호하고 있었다.
9cm 문스톤도 지금까지 7개밖에 나온 적이 없어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물건으로 일본은 수도인 도쿄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9cm 문스톤을 꼭 구매하려 했다.
하지만 사우디왕가와 로스차일드가 경매에 뛰어들며 예산을 초과하는 바람에 문스톤을 놓치며 화가 총리에게 튀고 있었다.
“문스톤의 출처는 알아냈습니까?”
“지금 내각정보조사실 요원들을 총동원해 출처를 알아내고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기필코 알아내겠습니다.”
“일본의 영광을 위해서 출처를 꼭 알아내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고 역사적인 도시가 레드몬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은 세계인의 수치이자 슬픔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만 나가보세요! 시간이 없다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가 머리를 땅에 닿을 듯 인사하며 고개를 슬쩍 들어 바라보자 희멀건 엉덩이가 드러난 앳된 게이샤들이 아베 마사히코의 손가락만 한 고추를 열심히 빨아대고 있었다.
허리를 굽혀 뒷걸음질로 정원을 나서 총리관저로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아주 처참했다.
아버지의 후광으로 그 자리에 올랐으면서 마치 일왕이라도 된 듯 유세를 떠는 아베 마사히코의 모습이 죽도록 보기 싫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살아남으려면 내각정보조사실 요원들을 잡아 족쳐 문스톤이 출토된 곳과 문스톤의 팔아먹고 도망친 놈을 잡아야 했다.
일본을 비롯해 첩보기관들이 문스톤의 출처와 경매자를 찾는 이유는 문스톤이 더 있을 거란 확신 때문이었다.
문스톤은 유성우에서 살아남은 운석이라 한 자리에서 보통 3~4개, 많을 경우 20개 이상 발견한 적도 있었다.
개인이 발굴할 경우 발굴 장비가 없거나 무지해 1~2개 손에 넣고 끝나지만, 정부와 기업이 나서면 더욱 많은 수의 문스톤을 수집할 수 있어 위치를 알아내려 하는 것이었다.
“에비스 겐이치 실장! 무슨 일이 있어도 놈과 출처를 알아내야 하네. 수일 내로 알아내지 못하면 자네와 나 둘 다 끝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예! 꼭 찾아내겠습니다.”
내각정보조사실은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에 해당하는 조직으로 국내 정보, 해외 정보를 수집해 관방장관이 아닌 총리에게 직접 보고하는 정보조직으로 첩보 위성까지 동원해 해외 및 국내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감쪽같이 도망간 놈을 어떤 식으로 찾을 생각인가?”
“조선 정치권과 정보부에 있는 간세들을 총동원하고, 조선 능력자들을 하나씩 조사할 생각입니다.”
“2,000명이 넘는 놈들을 모두 조사하겠다고?”
“민간인을 업고 빠른 속도로 뛰어간 것으로 봤을 때 멘탈리스트와 최하급 피지컬리스트는 절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하급 피지컬리스트나 그 이상으로 2,000명 중 1,300명만 조사하면 됩니다. 인원을 풀가동하면 일주일 안에 놈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군.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말하게. 최대한 밀어줄 테니까 기필코 성공해야 하네. 알았나?”
“알겠습니다.”
이런 생각은 일본만이 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를 손금 들여다보듯 속속들이 알고 있는 미국도 같은 생각을 했다.
위에 있는 러시아도, 옆에 붙은 중국도 같은 생각을 했고, 무능한 우리 정부도 이 같은 방법으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었다.
“소연아! 은비야! 정말 고마워! 아영아! 언니 앞으로 잘할게! 미워하면 안 돼?”
“축하해요. 언니!
“한턱 쏴~ 다 내 덕이야!”
“그럼요! 한가족인데 미워하다니 말도 안 돼요!”
“언니! 많이 아프지?”
“몸이 쪼개지는 줄 알았어.”
“크크크~”
“지금도 너무 아파서 걷지도 못하겠고, 배까지 아파서 음식도 못 먹겠어.”
“나도 그랬어. 소연 언니도 그랬고. 몇 달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몇 달?”
“당연한 거 아니야! 그걸 하루 이틀에 극복하려고 그랬어.”
“하아~”
“언니! 아직 멀었어. 이제 시작이야! 소연 언니는 집들이 때 엉덩이로도 했어.”
“정말?”
“응! 우리 오빠 변태야! 키키키~”
은비의 말에 한숙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앞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뒤로 받아들이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크면 크다고 미리 좀 알려주지 그랬어.”
“알려주면 뭐할 거야? 방법이 없잖아! 오빠하고 안 잘 거야?”
“아니! 부부인데 당연히 자야지.”
“잘 거면 참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잖아. 미리 알려주면 무섭기만 하고. 안 그래?”
“하긴 그러네! 알아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네.”
“한숙 언니! 방은 2층에 언니 마음에 드는 거로 고르시고 잠은 오늘부터 저희랑 같이 주무시면 돼요. 좀 불편하지만, 며칠 지나면 괜찮으실 거예요.”
“소연아! 미안한데... 난 지금 있는 방에서 그냥 있을게.”
“무슨 소리야? 우리랑 같이 자야지 왜 혼자 자?”
“난 너희만큼 몸이 튼튼하지 못해 이겨내질 못해. 그리고 혼자 있는 게 편하고. 지홍씨에게는 내가 말할게.”
“그게 편하시면 그렇게 하세요. 마음이 바뀌시면 언제든 오셔도 돼요. 부담 갖지 마시고요.”
“이해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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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