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3 문스톤 =========================================================================
103.
“11cm!”
“오빠! 11cm면 뉴욕에 있는 것과 같은 크기야. 반경 38.4km를 안전지역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로 큰 문스톤이라고.”
“38.4km면 제주도를 감싸고도 남겠는데요.”
“지홍아! 축하해!”
“지홍씨! 축하드려요.”
“모두 같이 고생해서 찾은 거야. 나 혼자 축하받을 일이 아니야.”
문스톤은 레드몬이 찾는다는 속설처럼 레드독인 풍산개들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행운을 안게 됐다.
레드몬이 문스톤 근처에 가지 않는 이유는 뇌를 자극해 극심한 고통을 주는 전파가 문스톤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었다.
문스톤에서 나온 전파는 사람과 동물에겐 아무런 영향이 없고, 오직 레드몬에겐 영향을 주는 전파로 감마선은 전파를 증폭해 더 멀리까지 퍼트리는 효과가 있었다.
“38.4km면 우리 땅 대부분을 안전지대로 만들 수 있어. 이제 레드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위험이 사라진 건 좋은데, 레드몬이 사라지면 공사비를 충당할 방법이 없잖아.”
“돈 때문에 보물을 팔자고?”
“돈도 문제지만, 지킬 힘이 없어 파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지홍아! 네 생각은 어때?”
“나도 같은 생각이야.”
“우리가 11cm나 되는 문스톤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라가 문스톤을 뺏자고 달려들 거야. 지금 우리 힘으론 보물을 지킬 능력이 없어. 가지고 있으면 복이 아니라 화가 될 거야.”
보물은 지킬 수 있는 사람이 가지고 있을 때 값어치가 있었다. 지킬 능력이 없다면 보물은 무서운 독이 되어 주인의 목숨을 빼앗았다.
최초의 듀얼 리스트이자 상급 피지컬리스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가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 개인의 힘이었지 국가를 상대할 힘은 아니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날 죽이려고 한다면 사람을 보낼 필요도 없이 스위치 하나로 끝장을 낼 수 있었다.
운 좋게 달아나 목숨을 부지해도 평생 숨어 살아야 했다. 또한, 내 몸은 지킬 수 있다고 해도 사랑하는 아내들과 아내들의 가족까지 지킨다는 보장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나를 노린 놈들을 모조리 죽인다고 해도 문스톤을 노릴 놈들은 바닷가에 모래알처럼 많았다.
“그렇다면 빨리 팔자. 가지고 있다가 빼앗기면 열 받아서 미쳐버릴지도 몰라. 근데 얼마나 받을 수 있어?”
“뉴욕에 있는 11cm짜리가 1985년 우리나라 돈으로 21조 8,700억 원에 팔렸어. 3.33배 오른 거로 계산하면 72조 9,000억 원이야.”
“72조 9,000억 원? 정말?”
“응! 경쟁이 붙으면 100조 원도 넘을 거야. 매년 가격이 오르고, 이렇게 큰 건 흔하지 않아 프리미엄도 붙을 테니까.”
“그 돈이면 공사비가 아니라 평생 놀고먹어도 되겠다. 근데 그 큰돈을 낼 나라가 있을까?”
올해(1992년) 대한민국 예산은 33조 2,000억 원이었고, 작년(1991년) 국내총생산은 3,256억 달러(1달러/762원)로 248조 1,072억 원이었다.
100조 원이면 국내총생산의 40%에 달하는 수치였고, 대한민국 한 해 예산의 3배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11cm짜리 돌멩이의 가격이 100조 원이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제주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넓은 땅을 레드몬으로부터 영구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면 절대 비싼 게 아니었다.
좋은 땅을 고르는 조건은 무수하게 많다. 교통시설과 도로가 잘 갖춰져 있는지, 주변 인프라 및 생활 편의시설이 잘돼 있는지, 토지는 활용가치가 넓고 인구 유입이 꾸준해 성장 가능성이 큰지, 관광자원이 풍부하고 개발이 용이한지, 투자가치가 있어 언제든 사고 팔수 있는지 등 살펴야 할 게 한둘이 아녔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레드몬으로부터 안전한가였다. 살아 있어야 투자도 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즐기며 윤택한 생활을 즐기는 것이지 죽으면 말짱 도루묵이었다.
레드몬이 나타난 이후 땅을 보는 첫 번째 안목은 안전이었고, 가장 안전한 곳은 문스톤이 설치된 도시였다.
문스톤이 설치된 세계 10대 도시와 문스톤이 없는 메트로폴리스는 땅값 차이가 최소 세 배에서 최대 오십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레드몬을 완벽하게 방어하는 것도 아닌 엘리트 레드몬까지 방어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비싸냐고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출현한 상급 레드몬의 수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상 어디도 완벽한 안전은 없었다. 더욱 안전하게 좀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지 절대 안전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걸 안다면 엘리트 레드몬을 영구적으로 막아줄 문스톤이 설치된 땅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었다.
“100조 원이 천문학적인 돈이지만, 사우디왕가나 로스차일드 같은 가문에겐 큰돈이 아니라고 봐야지. 그들이 가진 부는 대한민국을 사고도 남으니까.”
“한 가문이 가진 돈이 그렇게 많아?”
“경(京)은 넘을 거야.”
“뭐어? 경? 10,000조 원?”
“응!”
소연의 대답에 은비가 입이 쩍 벌어져 다물지를 못했다. 나 역시 로스차일드 가문의 재산이 경이 넘는다는 말에 경악을 넘어 헛웃음이 나왔다.
“상대적 빈곤이 심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네. 차이가 나도 이렇게 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화낼 거 없어. 원래 세상은 처음부터 빈익빈부익부였어.”
“그래도 그렇지 누군 끼니를 걱정하는데, 누군 100조 원짜리 문스톤을 껌값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하잖아.”
“우리나라만 해도 상위 3%가 가진 재산이 전체 재화의 80%에 육박하고 있어. 한 두 가문만의 일이 아니야.”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욱 가난하게 되고 재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큰 부자가 된다는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란 말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상대적 빈곤이란 말은 더욱 기분이 나빴다.
인간이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자도 부족한 극도의 빈곤 상태를 절대적 빈곤(絶對的貧困)하면, 상대적 빈곤(相對的貧困)은 다른 사람과 비교한 빈곤 상태를 말했다.
말하기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있어 일부에선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고 지랄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런 말을 하는 놈들은 빈곤이 뭔지도 모르는 놈들이었다.
부자 중에도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 빈곤은 박탈감과 힘든 생활고에서 오는 것으로 대부분은 찢어지게 가난한 서민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이런 상대적 빈곤은 개인의 잘못도 있지만 대부분 부의 편중인 빈익빈부익부에서 오는 사회적 문제였다.
배울 기회를 박탈하고 평생 가난한 노동자로 살아가게끔 해놓고, 쥐꼬리만 한 임금을 주면서 노력하지 않아 가난하다고 떠들어 대는 건 옷을 홀랑 벗겨 놓고 왜 옷을 입지 않느냐고 놀리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우리가 잘사는 나라라고 말하는 유럽 국가들은 돈이 남아서 복지에 돈을 쏟아 붇는 게 아니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저소득층의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이들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려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세금을 거둠으로써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와 반대로 못사는 국가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바로 극심한 부의 편중이었다.
부의 편중이 심해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권력이 한곳으로 집중돼 대다수 국민은 인간다운 삶을 누릴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을 모두 겪은 나는 빈곤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다.
신문에 떠드는 것처럼 남보다 더 좋은 차를 끌고, 남보다 더 좋은 집에서 살긴 바란 적이 없었다.
엄마와 함께 세끼 따뜻한 밥을 먹고,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지 않는 깨끗한 화장실을 이용하고, 다 찢어지고 해진 옷 대신 깨끗한 옷을 입고, 가난하단 이유만으로 얻어맞지 그런 삶을 원했었다.
이것이 뱁새가 황새 따라가고 싶어 지랄하는 거라면 대체 인간다운 삶은 뭔지 물어보고 싶었다.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선 외형적 증진도 필요하지만, 모든 국민이 고르게 잘살 수 있는 체계와 정책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런 것들이 갖추어져야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기회가 주어지고, 이 기회를 통해 서민도 자신의 역량을 키워 더욱 질 높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노력할 수 있었다.
“오빠! 지금까지 문스톤이 발견된 걸 보면 쌍으로 발견될 때가 많았어요. 근처에 또 다른 문스턴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
“제가 풍영하고 같이 찾아볼게요.”
“아영아! 난 아래쪽을 맡을 게.”
“난 위쪽!”
아영의 말처럼 300m 떨어진 곳에서 9cm짜리 문스톤 한 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혹시 몰라 다음 날과 다음다음 날도 개들을 이용해 문스톤을 찾았지만, 두 개가 전부였는지 아니면 너무 깊이 묻혔는지 더는 찾을 수 없었다.
“외국에서 팔면 송금문제가 있어 일이 골치 아플 수 있어요. 한국스톤 거래소에서 팔고 돈은 국내 은행에 대여금고를 몇 개 만들어 그곳으로 집어넣은 다음 나진시로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본인 명의로 팔아야 합니까?”
“무기명으로 경매에 올리면 돼요.”
“그럼 한숙씨가 맡아서 처리해주세요?”
“그... 그.그.그럼요! 제.제.제가 할게요. 제가 완벽히 처리할게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숙씨라 불러준 게 그렇게 좋은지 말을 더듬으며 감사 인사까지 했다. 일을 부탁하는 건 난데 골치 아픈 일을 맡은 한숙이 되레 고마워하고 있었다.
1992년 12월 15일
세계레드스톤거래소 한국 지점에 11cm와 9cm 문스톤 두 개를 경매에 올리자 세계 각국의 신문과 방송이 서울로 몰려들었다.
11cm면 런던과 주변 위성도시를 완벽히 보호할 수 있는 엄청난 크기로 1985년 뉴욕에 팔린 이후 가장 큰 문스톤이었다.
수많은 국가가 수도와 대도시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문스톤을 설치하고 있었다.
문스톤을 설치하는 것은 안전을 위한 조치였지만, 국력을 보여주는 척도이자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1980년 문스톤의 효과가 알려지며 지금까지 판매된 몬스톤은 총 327개였다. 이 중 5cm 이하가 267개 압도적으로 많았고, 6cm가 24개, 7cm가 15개, 8cm가 8개, 9cm가 7개, 10cm가 5개, 11cm는 달랑 1개뿐이었다.
반경 19.2km를 감쌀 수 있는 10cm는 넘어야 런던 같은 대도시를 완벽히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13년 동안 판매된 10cm 이상 문스톤은 고작 6개가 전부였다. 음성적으로 판매된 것도 있어 숫자가 더 많겠지만, 대도시의 수를 생각하면 턱없이 적은 수였다.
이로 인해 10cm 이상의 문스톤은 엄청난 값어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되어 언론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경매는 12월 22일 오전 9시부터 12시, 2시부터 저녁 5시 두 번에 걸쳐 9cm와 11cm가 따로 진행돼. 경매 시작가는 9cm는 8조 1,000억 원, 11cm는 72조 9,000억 원이야. 경매는 실시간 TV 중계하기로 했고, 경매 입찰자가 두 팀 이하일 경우 경매는 자동 취소하기로 했어요.”
“한숙 언니! 사람들이 담합할 수도 있잖아.”
“그래서 최소 두 팀을 정한 거고, 경매 참가자들이 최저가로 담합하면 경매를 중단할 수 있도록 명시했어.”
“판매 수수료는 얼마나 되는 거야?”
“1%!”
“특별세는 없어?”
“특별세는 레드스톤에만 붙어. 문스톤에는 세금이 없어. 정부에서 1980년 문스톤 확보를 위해 특별법을 제정했어. 면세물품으로.”
“오예! 생돈 뜯길 뻔했는데 천만다행이다.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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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스톤 방어력을 B급 엘리트 레드몬에서 A급 엘리트 레드몬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5cm 문스톤 가격을 300억 원에서 3.33배 오른 1,000억 원으로 수정했습니다.
혼란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