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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100화 (1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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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관심(關心)

“국토안전부 장세룡 장관이 한번 오고 싶다는데 어떻게 할까?”

“여긴 엄연히 사유지인데 놈이 무슨 권리로 와?”

“요청해온 거지 오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건 아니야. 가능하면 한번 방문하고 싶다고 했어.”

“국토안전부가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사유지나 찾아오게.”

“워낙 개판이라 뭐 뜯어 먹을 거 없나 기웃거리는 것 같아.”

“매일 향응에 빠져 살면서 아직도 부족해?”

“원래 뇌물 받아먹는 것들은 밑 빠진 독처럼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어.”

국토안전부는 레드몬으로부터 도시와 주요시설물을 보호하는 부서로 미국의 재난 안전청, 러시아의 레드몬 사무국, 일본의 레드몬 대책본부, 중국의 괴수처리 위원회 등 각국의 유명 레드몬 처리 부서를 본 따 1988년 정권 출범과 함께 야심 차게 만든 부서였다.

국토안전부의 매뉴얼에 따르면 레드몬이 도시와 주요시설물에 위해를 가하면 하위부대는 이를 국토안전부에 즉시 보고하고, 총괄부서인 국토안전부는 가장 근접한 방위부대와 군부대, 능력자들을 투입해 레드몬을 격퇴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대통령께 보고해야 했다.

하지만 하급부대를 통솔할 실질적인 권한이 없고 협조 요청만 가능했고, 보유한 능력자도 최하급 피지컬리스트 18명이 전부라 자체적으로 레드몬을 처리할 능력도 없어 이름만 거창할 뿐 할 일 없는 노인네들이 놀고먹는 부서였다.

방어벽을 지키는 방위부대는 행정부 장관 소속이었고, 군대는 국방부, 능력자는 포스협회 소속이라 국토안전부에서 협조 요청을 해도 콧방귀만 끼었다.

오죽하면 레드몬이 도시와 마을을 쑥대밭을 만들어도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 TV와 신문을 통해 내용을 확인할 정도였다.

“안된다고 그래! 여기가 관광지도 아니고 뭐하자는 거야.”

“너무 화내지 마! 못 오게 하면 되잖아.”

“그놈들 왔다 가면 선례를 만들어 이놈 저놈 다 온다고 난리칠 거야. 뭐 뜯어 먹을 게 있나 해서 개떼처럼 달려오겠지. 절대 안 돼!”

“알았어! 한발도 못 디디게 할게.”

국토안전부 장세룡 장관은 육사 출신으로 중장에서 예편하고 바로 장관에 취임한 전형적인 정치군인이었다.

줄서기의 달인으로 동기들이 소장, 준장에 머물고 있을 때 뇌물과 손바닥 비비기 신공으로 국토안전부 장관까지 따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처세에만 관심이 있어 업무는 항상 뒷전으로 기업인들과 어울려 골프 치고 오입하는 낙으로 살아가는 완전 생양아치였다.

대가리가 이러다보니 현장을 감독해야 할 실무자들도 다를 게 없어 근무지에 도착하는 순간 업무는 내팽개치고 주지육림에 빠져 살았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대가리가 썩었는데 밑에 사람이 멀쩡할 수가 없었다.

열심히 일하면 일한다고 욕먹는 게 이런 썩은 부서의 특징으로 유능한 직원이 있어도 웃대가리가 썩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아니 왜 이걸 우리 부서에게 맡기는 겁니까? 우리 부서와는 상관도 없는 일이잖습니까?”

“난들 알겠나? 까라면 까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사유지라 안 된다고 하는데 들어갈 방법이 없잖습니까?”

“안되면 밀고 들어가면 될 것 아닌가.”

“미래 정밀 최광석이 버티고 있는 한 그럴 순 없습니다. 야당, 법조계, 재야인사 등 발이 무척 넓어 무력을 행사하면 국장님과 저 둘 다 모가집니다. 분명 다른 부서에서 못한다고 배짱을 놓자 만만한 저희 부서에 일을 넘긴 게 분명합니다.”

“골치 아프게 됐군.”

“일단 박지홍과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고 이런 명령을 내린 이유를 파악하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그래야 선배님과 제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역시 자넨 생각하는 게 틀려. 하하하!”

조득렬 차관의 말에 장세룡 장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육사 후배라고 데려다 놓은 놈이 머리가 돌아가는 편이라 이럴 땐 도움이 됐다.

함경북도 북쪽 끝에 있는 나진시와 미래 레드몬 사냥팀을 조사하라는 명령에 장세룡은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능력자 조사는 국정원과 포스협회 소관이고, 나진시는 사유지라 조사할 권한도 능력도 없었다.

그래도 웃대가리가 시킨 일이라 못한다는 말을 할 수 없어 알겠다며 넙죽 받아왔지만, 생각할수록 이상한 일이었다.

포스협회에 협조 공문을 보내 미래 레드몬 사냥팀 소속 공대원들의 나이와 이름을 알아낸 후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할수록 왜 이런 허접스러운 놈들에게 보스가 관심을 가지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최하급 피지컬리스트 1명, 민첩형 하급 피지컬리스트 1명, 멘탈리스트 4명으로 조합도 특이했지만, 이 정도 실력이면 최하급 레드몬 3~4마리만 잡아도 다행인 수준이었다.

그나마 조은영과 이서인, 민소연, 최은비는 살아온 생활과 신선 공대에서 활약한 내용이라도 있지만, 공대장으로 등록한 박지홍은 볼만한 게 전혀 없고, 윤아영은 원산에 살던 주민을 돈을 주고 지위를 회복했다는 것이 전부였다.

일주일간 뒤져도 나오는 게 없자 장세룡은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든 명품 양복을 쫙 빼입고 조사한 내용을 들고 직속상관을 만나러 푸른 집으로 들어갔다.

동네 다방 아가씨 뒷조사보다 못한 서류철을 들고 들어간 장세룡을 보스에게 정강에 피가 날 만큼 조인트를 까이고 나서야 작은 실마리들 들고 국토안전부로 돌아올 수 있었다.

“6개월 만에 나진시 전체를 방어벽으로 둘러쳤다면 절대 최하급 피지컬리스트 일리가 없습니다. 놈이 실력을 숨기든 아니면 조력자가 있든 뭔가 숨기는 게 있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공사비도 자체적으로 해결했어. 미래 정밀에서 빠져나간 돈이 한 푼도 없어. 가볍게 볼 일이 아니야.”

“내용을 알고 있으면 귀띔이라도 해주지 발바닥에 땀나게 발품을 파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 시치미를 떼다니 같은 군인 출신끼리 너무들 합니다.”

“이 바닥이 원래 상대를 깔아뭉개야 출세하는 곳이야. 절대 잊지 마!”

“알겠습니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어린 시절 빈민가 출신이란 것과 신선 공대 보조사냥꾼으로 잠시 일한 것, 청진에서 나이 20살이 넘어 능력자로 등록했다는 것이 전부잖아. 어떻게 된 놈이 사진 한 장 없어.”

“선배님! 우리가 직접 정보원을 보내 놈과 나선시에 대해 알아내는 것밖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도와줄 곳도 없고 시간을 끌면 정말 날벼락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자네가 책임지고 정보원을 심게. 다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파서 술 한잔하고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겠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똘똘한 놈들로 추려 올려보내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그래! 자네만 믿네.”

조득렬 차관은 정보를 빼내기 위해 국토안전부 소속 최하급 능력자 두 명을 KM 건설 기술자로 위장해 나진시에 잠입시켰다.

하지만 들쑤시고 다닌 곳이 너무 많아 서울에 있는 미래 안전보장국은 물론 일간지에서도 국토안전부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정보계통이 종사하지 않았다고 해도 군에 있었던 만큼 보안을 유지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인데, 그것조차 염두에 두지 않을 만큼 장세룡과 조득렬은 무능하고 안하무인이었다.

“국토안전부에서 뒤를 캐고 있습니다.”

“나도 신문에서 봤습니다.”

“네! 워낙 떠들고 다녀 나선시와 회장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지경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놈들 때문에 주목을 받게 되다니... 이런 경우를 뭐라고 해야 하는 겁니까?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허허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썼는데, 덤 앤 더머(Dumb and Dumber)에 걸려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됐다.

며칠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겠지만, 할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은 쉽게 잊을 않을 일이었다.

“이곳 사정이 외부에 얼마나 알려졌습니까?”

“방어벽이 완성된 것은 확실하게 파악했습니다. 인부들은 통제했지만, 드나드는 배까지 통제할 수 없어 정보가 새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우리가 배를 통제할 능력이 생기면 모를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잊어버립시다.”

“감사합니다. 자금은 정한숙 사장님과 회장님이 내연 관계로 KM 그룹에서 공사대금 일부 지원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 그 말도 맞는 말이군요.”

“단기간에 나선시를 수복하며 큰 회장님(할아버지)의 적들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젭니다.”

“앞으로 저들이 어떻게 나올 것 같습니까?”

“국토안전부를 내세운 만큼 실세들은 뒤로 빠지고 장세룡을 이용해 정보원을 심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좀 더 정보를 모으고 국토안전부에서 어떻게 나올지 면밀히 파악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승원 국장이 다녀간 후 정보원이 숨어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상한 움직임이 있는지 공사장과 부두, 인부 수속 등을 매일 기감으로 훑었다.

삼 일째 되던 날 새로 들어온 기술자 속에 일반인이 아닌 최하급 피지컬리스트 두 명과 하급 피지컬리트스 한 명이 숨어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하급 피지컬리스트는 철거 전문가와 굴착기 운전자로 변장했고, 하급 피지컬리스트는 전기 기술자로 분장했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지난번에 말한 정보원이 숨어든 것 같습니다. 나이는 모두 20대 중반으로 첩자로 의심되는 사람은 총 세 명입니다.”

“신원을 알려주시면 저희가 잡겠습니다.”

“조용히 처리할 테니 심문할 준비를 하세요!”

“알겠습니다.”

11월 1일부로 미래 레드포스를 1,000명으로 늘리며, 미래 안전보장국도 인원을 100명으로 확충했다.

올해 안에 두 배로 인원을 늘릴 계획으로 현역부터 제대자까지 믿고 쓸 만하면 가리지 않고 받고 있었다.

미래 레드포스는 앞으로 해안경비대와 헬기부대, 정비부대, 레이더부대 등 다양한 병과를 육성할 계획이었고, 미래 안전보장국은 첨단 장비를 도입해 더욱 빠르고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었다.

저녁 훈련을 끝내고 밤 10시쯤 잠시 바람 좀 쐬고 온다며 집을 나섰다. 은비와 아영이 따라오려는 걸 억지로 떼놓고 부두로 이동했다.

전기 기술자로 변장한 하급 피지컬리스트가 야적장 그늘 속에 숨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헉!”

살기투사에 맞자 놈이 짧은 비명과 함께 온몸을 부르르 떨며 눈을 까뒤집고 게거품을 물었다.

죽일 생각이 없어 평소 레드몬에 사용하는 살기의 5분에 1만 사용했는데, 이것도 과다 사용인지 간질 환자처럼 몸을 떨어댔다.

그동안 능력자나 사람에게 살기투사를 사용할 기회가 없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좋은 실험대상이 생겨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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