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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95화 (9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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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레드타이거

“크아앙~ 크아앙~”

“아우 깜짝이야! 귀청 떨어지겠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호랑이 울음소리 같은데요?”

“레드타이거?”

“그런 것 같아요.”

“모두 조용!”

호랑이로 추정되는 포효에 부산하고 시끄럽던 공사장이 시간이 멈춘 듯 일순간 고요 속에 빠져들었다.

좌이동 방어벽 공사도 공정률 90%를 넘기며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은 레드몬이 공사장 근처를 배회해 마음을 졸였지만, 밤낮으로 뛰어다닌 덕분에 인명피해 없이 순조롭게 공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

“모두 마을로 대피시키고 방어준비태세를 갖추세요.”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김도형 대장이 레드포스 대원들을 지휘해 인부들을 좌동으로 급히 대피시켰다.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이라 일주일에 한 번씩 대피훈련을 시행한 덕분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방어벽 안으로 들어갔다.

포효가 들린 방향으로 기감력을 쏘아냈다. 서쪽으로 3.86km 떨어진 골짜기에 몸길이 14.5m, 꼬리 길이 6.5m, 무게 3.5ton의 거대한 레드타이거가 있었다.

얼마 전 사냥한 B급 엘리트 레드몬 호그질라보다 덩치가 1.5배나 컸고, 풍기는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발밑에 6m 크기의 레드베어 있는 것으로 보아 조금 포효는 레드베어를 잡고 자신의 강함을 나타내기 위해 지른 것 같았다.

“오빠! 레드타이거 맞지? 확실한 거지?”

“응! 맞아.”

“중급 레드몬이야?”

“아니!”

“그럼 엘리트 레드몬이야?”

“응!”

“C급? B급? A급? 대체 뭐야?”

“A급!”

“헉! 젠장! 왜 하필 우리 집에 나타난 거야! 만주도 있고, 연해주고 있고, 넓은 곳 천진데, 이 좁은 곳에 뭐 먹을 거 있다고 기어 내려온 거야. 그리고 저놈 원산지가 시베리아 아니야?”

A급이란 소리에 공대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현재 A급 엘리트 레드몬을 사냥할 수 있는 사냥팀은 없다고 알려졌다.

세계 10대 공대 중 최강이라 평가받는 아폴로 공대, 링컨 공대, 솔로몬 공대도 C급 엘리트 레드몬만 가끔 사냥했지, A급 엘리트 레드몬은 손도 못되고 있었다.

“이번엔 같이 가!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거야. 절대 혼자 못 보네!”

“흐음....”

“서인 언니! 은영 언니! 언니들은 남아서 만일을 대비해 주세요.”

“그런 게 어디 있어? 우리도 같은 팀이잖아. 이런 식으로 위험하고 위험하지 않을 일을 나눠서 할 거면 난 그만둘래.”

“나도 마찬가지야. 힘들고 어려운 일일수록 같이해야지. 그게 동료잖아.”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데리고 갈지 말지 결정도 하지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가네 마네 다투고 있었다.

더 웃긴 건 죽으러 가는 사람들처럼 얼굴에 비장함까지 띠며 서로 눈을 마주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명령에 무조건 따를 것! 토 달지 말 것! 싫으면 그만둬도 됩니다.”

“데리고 간다는 뜻이죠?”

“네!”

조은영은 배포가 좋은 건지 겁이 없는 건지 A급 엘리트 레드몬 레드타이거를 직접 볼 수 있단 생각에 들떠있었다.

레드타이거가 아까운 레드베어를 꿀꺽하기 전에 칠 생각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먹성이 좋은 놈인지 바람처럼 달렸지만, 벌써 내장을 발라 먹고 뱃살까지 뜯어먹고 있었다.

「젠장! 웅담과 심장은 날아갔네. 레드스톤을 소화하려면 시간 좀 걸릴 테니 그거라도 건져야겠네.」

레드베어를 뜯어먹는 놈의 눈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숲이 살짝 어둡기는 해도 대낮이라 웬만한 밝기론 눈이 빛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놈의 눈은 밝다 못해 서치라이트를 겨 놓은 것처럼 환하게 빛났다. 그 속엔 적의와 함께 온몸을 태울 것 같은 강한 살기에 가득 차 있었다.

“찌이잉~ 찌이잉~ 찌이잉~”

아영이 정화 스킬을 걸어주자 암기에 포스를 집중하며 번개주얼을 깨웠다. 파랗다 못해 남색으로 물든 암기에 은색 전류가 빠르게 휘돌자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슈우우웅~ 슈우우웅~”

소닉붐을 일으키며 놈을 향해 암기 두 개가 날아갔다. 파란 유성우에 전류가 흐르는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고 신비하고 보였다.

엘리트 레드몬 레드타이거

전투력 : 9876

지능 : 126

스킬 : 알 수 없음

전투력만 봐도 지금까지 만난 레드몬과는 차원이 다른 놈이었다. 놈은 내가 처음 상대하는 A급 엘리트 레드몬이자 나를 처음으로 떨리게 하는 놈이었다.

“쾅! 쾅!”

먹이를 먹던 레드타이거가 번개처럼 날아든 암기를 앞발로 쳐냈다. 강력한 포스와 전류가 담긴 암기를 한 발로 쳐낼 만큼 놈은 시력과 청력, 순발력, 파워까지 모든 걸 갖추고 있었다.

그래도 충격이 전혀 없진 않았는지 암기를 쳐낸 앞발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또한, 전류에 살짝 감전되어 멈칫멈칫하는 게 보였다.

오른손에 글라디우스를 꽉 움켜쥐고 블링크를 사용해 이동력을 최대한 높인 후 놈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앙~”

“펑! 펑!”

접근하며 발사한 혈기탄이 포효에 튕겨 바닥을 때렸다. 혈기탄이 깨진 적은 있지만, 포효에 튕겨 나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소연과 은비의 손을 떠난 데스 홀드와 에너지 파동이 놈의 몸에 때렸다. 눈부시도록 빛나는 기둥과 죽음의 올가미가 놈의 몸을 감쌌다.

하지만 놈에겐 가벼운 안마에 불과했는지 시큰둥한 표정으로 꼿꼿이 서 있었다. 놈의 옆구리를 노리고 연속으로 칼을 찔렀다.

잔상을 남길 만큼 빠른 찌르기 속엔 2m로 자라난 예기와 섬뜩한 전류가 순간적으로 생겨나 놈의 몸을 후벼 팠다.

「젠장! 열라 빠르네!」

손에 잡히는 감각이 없자 재빨리 블링크를 사용해 뒤로 물러났다. 언제 옆으로 돌아갔는지 날카로운 손톱이 잔상을 찌르고 있었다.

헛손질을 한 놈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빠르게 가슴을 찌르자 등을 동그랗게 말더니 옆으로 훌쩍 물러나며 기다란 꼬리로 후려쳐왔다.

“퍼엉~”

꼬리를 쳐내자 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나며 칼이 튕겨 나왔다. 두께가 내 몸통만 하고 힘이 어찌나 센지 날카로운 예기로도 꼬리를 자를 수 없었다.

그래도 전류는 통하는지 이번에도 멈칫하는 게 느껴졌다. 워낙 짧은 찰나라 틈을 비집고 들어가진 못했지만, 번개주얼이 통하는 만큼 방법은 이미 찾은 거나 다름없었다.

글라디우스에 번개주얼의 힘을 가득 담아 놈의 뒷다리를 노렸다. 재빨리 몸을 돌린 놈이 붉게 변한 발톱으로 칼을 막았다.

“팅팅팅~”

“찌이잉~ 찌이잉~”

붉은 발톱과 칼이 부딪치며 강한 전류가 흘러들어 갔다. 하지만 놈의 붉은 예기가 전류를 막는지 멈칫하던 현상이 없었다.

조은영의 손을 떠난 화살이 놈의 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놈이 화살을 쳐내는 순간 다시 꼬리를 노렸다.

놈도 나와 비슷한 감각이 있는지 눈으로 보지도 않고 내가 꼬리를 노린다는 걸 알아채곤 꼬리를 채찍처럼 휘둘러 허리를 공격해왔다.

재빨리 뛰어올라 꼬리를 흘려보내고 왼쪽 엉덩이를 노렸다. 블링크를 사용해 속도가 4배나 빨라지자 놈보다 속도가 조금 앞서 엉덩이를 찌를 수 있었다.

하지만 워낙 민첩한 놈이라 가죽에 살짝 상처를 내는 순간 몸이 팽이처럼 돌며 커다란 앞발이 날아왔다.

“쾅!”

붉은 손톱을 후려친 반탄력을 이용해 뒤로 성큼 물러났다. 엉덩이를 살짝 배인 것에 불과했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는지 눈이 붉다 못해 태양처럼 이글이글 타올랐다.

“크아앙~ 크아앙~”

살기가 가득 담긴 놈의 포효를 듣는 순간 몸이 경직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본능적으로 위험이 찾아왔다는 것을 느끼고 사력을 다해 고개를 숙이며 옆으로 굴렀다.

그 순간 머리를 지나가는 붉은 선과 땅을 밟아대는 놈의 발이 보였다. 10m를 데굴데굴 구른 후 몸을 날려 나무 위로 뛰어올랐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등에선 한기가 치솟았다. 얼마나 놀랐는지 가슴이 뛰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각성한 이후 이렇게 놀라기는 처음이었다. 심장이 튀어나올 만큼 놀래 손발이 바들바들 떨렸다.

“쌍! 으드득!”

이빨을 갈아붙이고 눈을 감았다. 기감은 눈과 귀보다 빨랐다. 올라탄 나무에서 생명력을 빨아들여 혈기탄을 연속으로 쏘아냈다.

“크아앙~”

또다시 짧은 포효로 혈기탄을 퉁겨냈다. 나무로 위로 뛰어오르는 놈을 피해 다른 나무를 옮겨 다니며 혈기탄을 쏘아냈다.

혈기탄으로 놈을 어쩌진 못해도 화를 돋우어 일행에게서 최대한 멀리 유인하기엔 이것만 한 게 없었다.

목숨을 앓아갈 뻔했던 포효는 범위 공격 스킬로 중급 멘탈리스트인 소연만 간신히 버텨냈고 나머지는 모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거리도 200m나 떨어져 있고 정면도 아닌 측면에 위치해 있었는데도 충격이 커 일어나질 못했다.

관심이 온통 내게 쏠려 있고 한주먹 거리도 안 된다고 생각해 버려두고 있을 뿐 공대원들의 상태를 모르는 게 아니었다.

놈의 관심이 옮겨가기 전에 최대한 멀리 유인해 끝장을 봐야했다. 하늘다람쥐처럼 나무를 옮겨 다니며 혈기탄을 쏘아내 3km쯤 유인하자 우뚝 멈춰서 따라오지 않고 나를 노려봤다.

내가 유인했다는 것을 눈치챈 게 분명했다. 다시 놈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정면으로 달려들며 눈을 노렸다.

붉은 발톱이 칼을 후려치는 찰나 회심의 일결을 날렸다. 하얗게 변한 왼손에서 주먹만 한 구슬이 날아가 가슴에 틀어박혔다.

“크아앙~”

깜짝 놀란 놈이 또다시 포효로 날 묶으려 했다. 한 번은 몰라서 당해도 알고서 두 번 당하는 일은 없었다.

냉기탄을 쏟아내며 재빨리 빠져 놈의 뒤로 돌아갔다. 냉기탄이 통했는지 몸이 꽝꽝 얼어붙기 시작했다.

칼에 포스를 힘껏 불어넣자 예기가 3m나 뻗어 나왔다. 붕 뛰어올라 전력을 다해 꼬리를 내려쳤다.

“서걱~”

“쿵!”

얼음에 뒤덮인 꼬리가 떨어지자 돌덩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번엔 놈의 왼쪽 뒷다리를 노렸다.

“쩌쩌쩌쩌정~ 쾅!”

칼질하기도 전에 얼음이 부서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2~3초만 더 버텼어도 다리에 상처를 낼 수 있었는데... 그러나 꼬리를 자른 만큼 이미 승부는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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