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93화 (93/505)

00093  호그질라(Hogzilla)  =========================================================================

93.

호그질라를 해체하며 이서인과 조은영 몰래 큰놈의 입천장에서 레드주얼을 빼내 주머니에 집어넣다.

두 사람이 레드주얼을 봐도 문젯거리가 될 건 없지만, 굳이 내 사람도 아닌 타인에게 귀중한 보물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100%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 보물은 숨기는 게 맞았다. 보물은 죄가 없지만, 보물을 가진 것이 죄라는 말처럼 무가지보(無價之寶)나 다름없는 레드주얼은 될 수 있는 한 숨기고 안 보여주는 게 현명한 처사였다.

호그질라에서 나온 레드주얼은 번개주얼과 같은 2cm 크기로 하얀 구슬 안에 눈보라가 치는 신기한 형상을 띠고 있었다.

“이번엔 블리자드(Blizzard)네! 눈보라 치는 것 좀 봐! 아영아! 정말 멋지지?”

“네! 진짜 신기하고 아름다워요! 꼭 스노울볼 같아요.”

“레드주얼은 속성에 따라 형상이 그대로 표현되네. 이것만 봐도 효과를 짐작할 수 있겠다.”

큰놈이 하얀 구슬을 입을 통해 연속으로 쏘아낼 때 레드주얼이 입천장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냉기주얼이 어떻게 구동하는지 유심히 살폈다. 곧바로 숨통을 끊지 않고 시간을 끈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놈이 냉기 구슬을 십여 발 발사하는 동안 뭔가 특별한 점이 있는지 살폈다. 그러나 내가 번개주얼을 사용하는 방법과 놈이 냉기주얼을 사용하는 방법은 전혀 다를 게 없었다.

레드주얼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 포스의 소모를 줄이고 위력을 배가할 수 있길 기대했는데,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레드주얼은 새로운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었다.

하지만 포스의 소모가 극심해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걸어 놓은 것처럼 본래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었다.

“번개주얼하고 사용하는 방법이 같아?”

“아니. 달라! 이번 건 사출식이야.”

“사출? 쏘아낼 수 있다고? 혈기탄처럼?”

“응! 혈기탄처럼 따라다니진 못해도 속도가 매우 빨라 피하기가 쉽지 않고, 범위 공격이라 꽤 쓸 만해.”

“포스는 얼마나 드는데?”

원거리형이란 말에 은비가 눈을 반짝이며 냉기주얼에 관심을 보였다. 냉기주얼은 권총을 발사하듯 냉기탄을 발사하는 형태로 번개주얼처럼 다가가지 않고도 상대를 격살할 수 있었다.

또한, 물체를 정확히 맞추지 못해도 반경 30m를 순식간에 꽝꽝 얼려버리는 엄청난 위력을 갖추고 있어 누구라도 욕심을 낼만한 아이템이었다.

“100!”

“뭐? 한 발당 포스가 100이나 든다고?”

“응! 위력이 큰 만큼 포스도 많이 잡아먹어. 데미지를 생각하면 많이 든다고 말할 수도 없겠다.”

“이런 젠장!”

“갖고 싶어?”

“응!”

은비는 갖고 싶냐는 말에 아기고양이처럼 눈을 초롱초롱하게 떴다. 손까지 턱밑에 모은 모습은 영락없는 예쁜 고양이였다.

“넌 원거리 공격 스킬도 있는데 이걸 가져서 뭐하게?”

“손에서 얼음이 날아가면 폼 나잖아.”

“하하하하하~”

“웃지 마! 정말 갖고 싶단 말이야.”

은비의 말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언제나 거침이 없고 천진난만한 성격은 간혹 사람을 당황스럽게도 하지만 그보단 이렇게 웃음을 줬다.

“다음에 네게 맞는 거로 꼭 구해줄게. 이건 네가 가져도 쓸 수도 없어. 미안!”

“그냥 해본 소리였어. 에너지 파동도 간신히 쓰는데 냉기주얼 있어 봐야 소용도 없어. 난 괜찮으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히히~”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 장난꾸러기 같았다. 양 볼을 쭉 잡아 늘여놓고 입을 맞추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은비의 입에서 달콤한 초콜릿 맛이 났다. 초콜릿 치약을 쓰는 것도 아닌데 입에서 그런 맛이 난다는 게 참 신기했다.

「이렇게 달콤한 맛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하겠지? 소연은 박하향이 나고, 아영이는 오렌지 맛이 나고... 능력자로 각성하면 입안에서 자신만의 향기도 나는 건가? 신기하네!!」

“엘리트 레드몬의 야저담이라 그런지 더 쓴 것 같아.”

“쓴 게 몸에 좋은 거다.”

“써도 정도가 있지 꿀하고 같이 먹는 데도 쓰잖아.”

“애들도 군소리 없이 잘 먹고 있다. 창피하게 그러지 마라!”

“정말 쓰니까 그렇지!”

“먹기 싫으면 말해. 먹고 싶은 사람 천지삐가리다.”

“내가 언제 안 먹는다고 그랬어? 이것 봐! 벌써 먹었잖아.”

“아이고 잘했어요. 우쭈쭈쭈쭈~”

“우씨~”

호그질라에서 얻은 야저담(쓸개)은 매우 귀한 약재로 집에 돌아오자마자 소연과 은비, 아영, 아정, 아솔, 아림을 한 자리에 모아 바로 먹였다.

야저담은 살짝 쪄서 껍질을 익힌 다음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말려 가루를 내어 술이나 물에 타 마시거나 생즙 또는 환약을 만들어 먹었다.

한의사라면 효과를 좀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겠지만, 의학상식이 거의 없는 일반인이라 가장 쉽고 편한 생식을 선호했다.

“아림아! 먹을 만해?”

“네! 괜찮아요!”

“언니 없어서 불편하지 않아?”

“아니요. 형부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정말”

“그럼요! 그동안 형부에게 여러모로 미안했어요. 말이 식모지 하는 일 없이 놀고먹기만 했잖아. 눈칫밥이라도 먹으면 좀 덜할 텐데 그것도 아니고 상전처럼 대해주셔서 정말 미안했어요. 하지만 이제 진짜 가족이 돼서 마음이 편해요.”

막내 아림은 가끔 나이답지 않은 말을 해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번 호텔 사건도 그렇고 지금만 해도 생각하지 못한 말을 해 나를 당황케 했다.

“많이 불편했어?”

“아니요! 불편한 게 아니라 미안했어요. 그리고 아영 언니 마음고생 하는 게 가슴 아팠어요. 형부를 사랑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밤마다 울었거든요.”

“언니가 울었어?”

“네! 이불 뒤집어쓰고 몰래 울었어요. 하지만 우린 다 알고 있었어요. 마음이 너무 아파 저도 울고, 아솔이 언니도 울고, 아정이 언니도 울었어요.”

“아림아! 언니 그런 적 없어.”

“뭐가 없어? 매일 밤 울었으면서.”

“오빠 때문에 운 거 아니야. 제 자신이 한심스러워서 운 거야. 하지만 이제 안 울어. 이제 오빠 곁에 평생 있을 수 있고, 도움도 드릴 수 있어서 안 울어!”

“그럼 이제 아정이 언니만 데려가면 되겠네?”

“아정이?”

“네! 아정이 언니도 가끔 울어요. 밥 먹다가도 울고, 바다 보다가도 울어요. 오빠?”

“응?”

“아정이 언니는 언제 데려갈 거예요?”

“.......”

「은비보다 더 강적이 있었네. 완전 애늙은잖아! 아휴~ 골치야!」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제 콘크리트의 타설 작업만 끝나면 일주일이면 집이 완성됩니다. 전기와 도배 공사, 내부 인테리어까지 생각하면 늦어도 열흘이면 입주하실 수 있을 겁니다.”

“수영장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거죠?”

“물론입니다. 온수기능이 있어 겨울에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절벽에 붙은 수영장은 물이 바다로 바로 떨어지게 설계돼 있어 아찔하지만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다.

외국 유명 호텔의 옥상이나 휴양지에 지어진 수영장과 같은 모습으로 수영을 즐기는 은비를 위해 25m나 되는 큰 풀장을 짓게 됐다.

“이 기둥은 뭔가요?”

“부회장님께서 지시하신 유리벽을 설치용 기둥입니다.”

“유리벽이요?”

“네! 수영장과 건물 전체를 덮을 특수 유리벽입니다.”

소연은 우리가 살 집과 수영장을 특수 강화유리로 덮도록 지시했다. 방음은 물론 도청과 촬영, 투시 장비도 뚫을 수 없는 특수 유리로 안전과 보안을 동시에 해결했다.

아직까진 누구의 주목도 받지 않아 별다른 위험이 없지만, 앞으로 우리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 감시가 끊이지 않을 것이 분명해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특수 유리를 설치하게 됐다.

“언니! 우린 어디서 자는 거예요?”

“왼쪽 건물이 우리가 쓸 건물이고, 오른쪽은 손님용이야. 지하 1층은 창고, 지하 2층은 금고, 1층은 주방과 거실, 지상 2층은 침실, 3층은 서재와 오빠 침실이야. 각자 방에서 자든지 아니면 오빠 침실에서 함께 자면 돼. 방만 20평에 침대는 20인용이라 뒹굴어도 끄떡없어.”

“그렇게 큰 침대가 있어요?”

“특별 주문했어. 여자가 얼마나 꼬일지 모르는데 미리미리 준비해야지.”

“오빠가 너무 잘생겨서 그래요.”

“그러니까. 잘생긴 남편 데리고 사는 것도 정말 쉬운 일이 아니야. 인물값 한다고 여자들이 가만 내버려두질 않잖아.”

“어쩌겠어요. 이해해야죠. 하아~”

「제 눈에 안경이요, 내 눈에 콩깍지라지만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겠네. 이 얼굴이 잘생긴 거야? 완벽한 대한민국 표준이잖아. 얘들아!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살자!!」

“교통수단은 자기부상열차와 버스, 자가용을 사용할 거야.”

“동네도 크지도 않는데 자기부상열차까지 필요해?”

“나선에서 선봉까지 직선거리로 13km, 은덕 30km, 회령 50km, 경원 70km, 온성 83km야. 이곳을 모두 자기부상열차로 묶을 계획이야. 레드몬에게 가장 민감한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고, 공해도 없어 자기부상열차만 한 교통수단도 없어.”

“미안! 난 나선만 생각했어.”

“내가 도시계획을 맡아서 그래. 네가 맡았으면 같은 생각을 했을 거야.”

역시 생각하는 깊이나 배포는 소연이 나보다 훨씬 크고 넓었다. 난 언제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보이는 것 내 것에만 집착했지만, 소연은 나선시를 넘어 우리 땅 전체 더 나아가 앞으로 높아질 우리의 위상과 위험까지 생각했다.

“좌이동에 레드스톤 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라 자기부상열차와 나선시에 사용할 전력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그럼 레드스톤은 팔지 말고 계속 모아야겠네?”

“그래야지. 중급과 하급 레드스톤은 전력 생산용으로 사용하고 최하급은 자동차와 선박용으로 사용할 계획이야. 엘리트 레드스톤은 계속 모을 생각이고. 매년 20% 이상 레드스톤 가격이 오르고 있어 돈이 급하지 않으면 팔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게 이익이라 최대한 모아볼 생각이야.”

“공사비와 정부에 낼 돈이 많던데, 모자라지 않아?”

“빡빡하긴 해도 모자란 정도는 아니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공항은 초동에 만들 계획이야. 바다로 길게 뻗은 반도라 길이도 충분하고, 비행기 시야도 넓어 이착륙도 무난한 지형이야. 그리고 바닷가라 소음도 영향이 가장 적고.”

「그래도 내가 마누라 복은 있어. 현명하고 똑똑한 소연을 조강지처로 얻고 말이야. 하하하~」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