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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92화 (92/505)

00092  호그질라(Hogzilla)  =========================================================================

92.

코를 땅에 처박고 고구마와 나무뿌리를 뜯어먹고 있는 작은놈을 향해 혈기탄 세 발을 은밀하게 날려 보냈다.

“퍼엉~ 퍼엉~ 퍼엉~”

혈기탄과 함께 본스틸 합금으로 만든 암기 두 발이 거친 바람 소리를 내며 작은놈의 다리와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쑤웅~ 쑤웅~”

“끼이익~ 끼이익~”

엘리트 레드몬 호그질라

전투력 : 3599

지능 : 128

스킬 : 알 수 없음

엘리트 레드몬 호그질라

전투력 : 6547

지능 : 135

스킬 : 알 수 없음

호그질라의 스킬 저항력에 막혀 체내 깊숙이 파고 들어가지 못한 혈기탄이 가죽 바로 아래서 터졌다.

혈기탄이 스며든 등과 허리, 가슴 부위에 피가 배어났지만, 치명상을 입히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그러나 곧바로 날아든 파란 암기가 정확히 무릎관절(knee joint)을 부숴놓으며 다리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었다.

머리를 노렸던 결정적인 한 발은 빗나갔지만, 1차 목표인 전투력 상실은 확실히 성취했다.

“쿠어억~ 쿠어억~”

동료가 다치자 덩치 큰 놈이 화가 나는지 비명을 질러댔다. 고개를 쳐들어 나를 바라본 놈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산비탈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산비탈은 경사도가 70도에 달하고 부드러운 흙이라 놈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9.5ton에 달하는 하중으로 인해 짧은 다리가 진흙처럼 푹푹 빠져 뜻대로 올라오는 게 쉽지 않았다.

미리 준비한 돌멩이를 놈을 향해 빠르게 던져냈다. 돌멩이는 올라오는 걸 방해하며 혼란을 주기 위해 것으로 진짜 공격은 놈의 뒤에서 접근하는 혈기탄이었다.

“콰앙~ 콰앙~”

돌멩이가 나무와 바위를 때릴 때마다 나무와 바위가 터져나가며 산산이 부서졌다.

“퍼억~”

“끼이익~”

만만하게 보고 달려 올라오다 머리에 정통으로 돌멩이를 맞자 고통이 심한지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놈은 저돌적인 성격답게 겁먹지 않고 나를 향해 계속 올라왔다. 하지만 충격이 없진 않았는지 곧장 올라오지 못하고 돌멩이를 피해 좌우로 뛰어다니느라 속도가 더욱 느려졌다.

작은놈에서 배운 교훈을 잊지 않고 혈기탄으로 놈의 무릎관절을 노렸다. 무릎관절은 몸통과 달리 조금만 다쳐도 걷기도 힘든 곳으로 튼튼한 놈을 공격하기엔 가장 적당한 자리였다

단번에 놈을 죽이려면 머리나 심장, 목을 노리면 되지만, 심장과 머리는 가장 튼튼한 뼈로 보고받고 있어 아까운 생명력만 버리는 꼴이었다.

멧돼지의 목도 사람과 달리 허리만큼 두터워 가장 얇은 다리를 노리는 게 놈을 제압하는 길이었다.

“퍼엉~ 퍼엉~ 퍼엉~”

뒤에서 접근한 혈기탄이 놈의 무릎관절에 틀어박혔다. 계속 날아오는 돌멩이를 피하느라 미처 뒤에서 접근한 혈기탄을 알아채지 못하고 다리 세 짝에 혈기탄을 얻어맞고 말았다.

간신히 가죽만 뚫고 들어간 혈기탄이 터지자 피가 살짝 배어나 왔다. 몸통과 비교해 다리가 얇다는 것이지 길이가 다리통이 내 몸통보다 한참이나 더 굵어 한방으로 끄떡도 없었다.

그래도 혈맥이 몇 가닥 끊겼는지 다리는 저는 게 확연히 보였다. 놈의 시선을 잡기 위해 돌멩이를 계속 던지며 혈기탄을 이용해 차곡차곡 피해를 늘려갔다.

흡기로 주변 나무를 모조리 죽여 가며 혈기탄을 만들어내 여덟 방을 더 맞추자 더는 버티기 힘들었는지 비틀거리며 커다란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다리 세 짝을 한꺼번에 공격하기엔 혈기탄 소모가 심해 뒤쪽 왼다리만 하나만 노린 게 성공을 거뒀다.

숨어 있는 바위를 향해 돌멩이를 계속 던져 놈의 청각을 마비시키며 혈기탄을 계속 쏘아댔다.

레드몬으로 변이해도 시력은 여전히 나빠 굉음에 청각이 마비되자 혈기탄을 피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보다 얌전히 웅크리고 있자 맞추기가 훨씬 수월했다.

그래도 덩칫값은 하는지 혈기탄을 서른여섯 방이나 맞고서야 다리 세 짝이 너덜너덜해졌다.

“끼이익~ 끼이익~”

고통의 비명을 질러대는 놈을 내버려두고 한쪽 다리를 다친 작은놈에게 다가갔다. 아영이 챙겨준 정화수를 마시자 두통과 피곤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상처가 심했는지 바닥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그래도 힘이 남았는지 다가가자 벌떡 일어나 전투자세를 취했다.

허세를 부리는 것으로 제아무리 레드몬이라고 해도 다리 세 짝으론 걷기조차 힘들었다.

독이 바짝 오른 놈을 칼로 처리하겠다고 다가섰다간 마지막 발악에 다칠 수도 있었다.

처음보다 마지막이 가장 위험한 순간으로 괜한 짓을 하다간 놈들과 손 붙잡고 저세상으로 갈 수 있었다.

아내들과 오래오래 즐기며 살고 싶은 나로선 절대 사양할 일이었다. 주먹만 한 돌멩이를 주워 풀스윙으로 있는 힘껏 던졌다.

“퍼엉~”

총알처럼 날아간 돌멩이가 정확히 이마에 꽂혔다. 산 위에선 적당한 힘으로 빠르게 던지는 게 포인트였지만, 이번엔 포스를 왕창 담아 전력투구로 던진 거라 미간에 꽂히는 순간 1.5ton짜리 거대한 호그질라가 붕 떠올라 3m나 날아갔다.

다리를 부르르 떨던 놈이 금세 숨을 거두었다. 제대로 맞았는지 이마가 쪼개져 피범벅이 된 뇌가 보였다.

제아무리 재생력이 뛰어난 레드몬이라도 뇌가 부서지면 어쩔 도리가 없었다. 놈의 죽음을 확인하고 산비탈에 쓰러진 큰놈에게 다가갔다.

큰놈은 작은놈보다 피를 많이 흘리지 않아 쌩쌩한 상태였다. 다리만 멀쩡하면 당장에라도 일어나 공격할 것처럼 적개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다음 생엔 좋은 친구로 만나자. 잘 가라!”

“쿠아아아악~”

돌멩이가 날아가 미간을 맞추기 직전 놈의 입에서 하얀 구슬이 튀어나와 총알처럼 날아왔다.

번개주얼을 깨우자 오른손이 파란 예기와 함께 은색의 전류가 빠르게 휘돌기 시작했다.

“콰앙~”

주먹과 부딪친 하얀 구슬이 산산이 부서지자 가루가 되어 눈처럼 흩날렸다. 순간 초저온 급속 냉장고에 들어간 것처럼 빠르게 온도가 떨어지며 주변이 얼기 시작했다.

재빨리 뒤로 물러나 두 번째 공격을 준비했다. 영하 50도가 넘는지 서 있던 자리와 주변 일대가 꽝꽝 얼어붙었다.

큰놈은 몸을 움직여 머리 대신 돌을 엄니로 쳐낼 만큼 아직 건재한 상태였다. 비명과 함께 또다시 놈의 입이 벌어졌다.

“쿠아아아악~”

이번엔 미리 준비하고 있어 하얀 구슬을 받아내지 않고 블링크를 사용해 피해냈다.

혈기탄처럼 조종할 순 없는지 뒤로 날아간 하얀 구슬이 커다란 나무와 주변 30m를 순식간에 얼음덩이로 만들었다.

첫 번째 하얀 구슬은 번개주얼의 힘에 위력이 대부분 사라져 하얀 가루가 뿌려진 일대만 얼어붙었지만, 두 번째 구슬은 온전한 위력을 가지고 있어 실제 위력을 보여줬다.

놈과의 거리를 100m로 벌리고 암기를 꺼내 들었다. 암기를 오른손에 쥐고 왼손으로 바닥에 잡히는 대로 돌멩이를 집어 던졌다.

청각에 의지하는 만큼 놈의 귀를 멀게 한 후 암기로 끝장낼 생각이었다. 놈도 위기를 느꼈는지 하얀 구슬을 연달아 쏘아냈다.

“콰앙~ 콰앙~”

“쿠아아아악~

덩치만큼 체력도 대단한지 놈은 열 개가 넘는 하얀 구슬을 뱉어내고도 지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놈은 누운 상태로 돌멩이를 계속 얻어맞았고, 난 놈의 공격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전투는 점점 내게 유리해져 갔다.

“쑤웅~”

돌멩이가 놈의 귀를 때리는 순간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파란 암기가 배를 파고들었다.

“끼이익~ 끼이익~”

고통에 찬 비명이 온 산을 떨어 울렸다. 암기와 함께 강력한 포스가 배를 휘저어 놓자 9.5m나 되는 커다란 덩치로도 고통을 감당할 수 없는지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놈의 몸이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게 느껴졌다. 30분쯤 기다리자 빠르게 뛰던 심장이 서서히 느려지더니 결국엔 박동을 멈추었다.

“우와~ 이거 한 마리면 족히 수백 명은 먹겠다.”

“엘리트 레드몬 고기를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려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미쳤어? 영양가 얼마나 높은데 남을 줘? 오빠하고 애들 먹여야지 주긴 누굴 줘?”

“흐흐흐~”

“고생했어!”

“고생은 뭐! 그냥 땀 좀 났지. 하하하~”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소연의 손을 잡자 미미한 떨림이 느껴졌다. 소연뿐만 아니라 신이 나서 떠드는 은비와 옆에서 내 옷을 붙자고 있는 아영까지 셋 다 몸에 열이 나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많이 놀라고 걱정했음을 말하지 않아도 기감으로 알 수 있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아영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죽은 호그질라에게 다가갔다.

은비는 아이처럼 나무 막대기로 호그질라를 뚝뚝 찔러보고 있었다. 능력자도 호그질라는 쉽게 볼 수 있는 레드몬이라 아니라서 신기해하는 게 당연했다.

“음식으로 장난치는 거 아니야. 그러다 벌 받아.”

“살았나 죽었나 확인하는 거야. 장난치는 거 아니야.”

“이놈이 살았으면 가만있겠어? 벌떡 일어나 한 입에 삼키지.”

“아야야야~ 볼 꼬집지 마! 아파!”

“하하하~”

“우씨~ 신기해서 그런 건데...”

몸에 올라타 가슴을 가르고 레드스톤을 꺼냈다. 크기는 각각 9cm와 10cm로 작은 건 에너지양이 12,755몬이었고, 큰 건 30,709몬이었다.

레드스톤의 에너지양만 봐도 큰놈과 작은놈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었다. 가격은 각각 57억 3,975만 원, 138억 1,905만 원으로 레드스톤만 무려 195억 5,880만 원이었다.

가죽과 사체는 작은놈이 100억 원, 큰놈이 120억 원 수준으로 이를 모두 합치면 415억 5,880만 원이었다.

능력자로 각성한 후 잡은 레드몬 중 가장 비싼 놈들이었다. 이런 놈들을 하루에 한 마리씩만 잡을 수 있다면 사우디왕가보다 더 많은 돈을 벌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트 레드몬만 사냥할 수 있으면 세계 최고 갑부가 될 수도 있겠는데. 두 마리에 415억 원! 엄청나다.”

“은비야! 오빠 이런 사람이야. 앞으로 잘해!”

“예~예! 말씀만 하십시오. 소녀! 주인님께서 시키는 일은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아야~ 아프다니까!”

“크크크~”

너스레를 떠는 은비의 볼을 꼬집어 주고 쓸개와 심장 등 주요 장기를 비닐봉지에 담고 가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크기부터 무게까지 혼자선 도저히 들 수 있는 놈들이 아니었다. 날씨가 무더워 먼저 고기를 옮기고 뼈는 가져갈 만큼 가져가고 나머지는 땅을 파묻었다가 다시 가져가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엘리트 레드몬의 등급과 레드스톤 에너지양이 일부 수정됐습니다. 앞부분에 나온 수치도 조마간 수정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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