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문 진화의 시작-91화 (9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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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호그질라(Hogzilla)

1992년 9월 15일

좌동에 이어 우동까지 방어벽이 완공되며 이제 가장 난코스인 좌이동 방어벽만 남게 됐다.

좌이동 방어벽은 높은 산 정상과 능선을 따라 건설할 계획이라 공사 시작 전부터 난공사가 예상됐다.

더구나 위험한 레드몬도 가장 많은 지역이라 긴장감까지 감돌고 있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순 없었다.

좌이동은 중심가인 좌동 바로 위에 붙어 있는 동네로 좌동보다 두 배나 넓어 나선시 개발을 위해선 꼭 필요한 땅이었다.

또한, 이곳을 버려둘 경우 산을 넘어온 레드몬이 끊임없이 유입될 수 있어 반드시 차지해야 할 땅이었다.

“다음 달까지 최소 400명은 추가해야 방어탑 운영이 가능해. 지금 상태론 한 달도 버티기 힘들어.”

“조금만 참으라고 그래. 인력 충원은 한 번에 되는 일이 아니잖아. 서류 심사도 해야 하고, 면접도 봐야 하고, 뒷조사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많아.”

“김도형 대장 고생하는 게 안 돼서 그래.”

“그래도 FSA가 발족해서 일이 많이 줄었어. 다음 달까진 충원할 수 있을 거야.”

FSA는 미래 안전보장국(Future Security Agency)의 약자로 나선시 안전 보장에 관련되는 정보와 보안, 범죄 수사 권한을 가진 정보 부서였다.

책임자는 전직 국군정보사령부(KDIC) 중령에서 예편한 강승원 미래 레드포스 부대장이 맡았다.

내 직속 기관이자 나와 소연의 명령만 받는 부서로 지난달 5일 강승원 국장을 포함해 51명의 단출한 인원으로 출발했다.

현재 30명이 남쪽에서 정보를 모으고 미래 레드포스에 응시한 사람들의 뒷조사를 하는 등 아직은 조직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큰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그래도 FSA의 덕분에 미래 레드포스 대원의 충원이 빨라져 지난달과 지난주 487명을 추가로 선발할 수 있었다.

미래 안전보장국은 앞으로 나선시를 방어할 가장 중추적인 부서로 규모를 키워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중앙정보국(CIA), 러시아의 연방보안국(FSB), 이스라엘의 모사드(Mossad), 영국의 M16 같은 세계적인 첩보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보부서로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처음에 인원을 너무 작게 잡은 것 같아. 2,000명은 있어야 하는데 1,000명을 잡는 바람에 인원 충원이 늦어지고 있어.”

“방어탑을 너무 촘촘하게 지어서 그런 거 아닐까?”

“200m 간격이면 촘촘한 것도 아니야. 제대로 하려면 100m마다 하나씩 세워야 해. 그래야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하지.”

미래 레드포스는 589명으로 인원이 대폭 늘어났지만, 여전히 인원이 부족해 근무를 3인 1조 2교대로 돌리고 있었다.

단기간은 이런 형태도 큰 문제가 없지만, 예비대 상태로 한 달 이상 지속하면 불만은 물론 극악한 근무 조건에 부상자가 속출할 수 있었다.

“헬기를 사야겠어.”

“헬기를?”

“응! 앞으로 서울과 청진을 오가려면 헬기가 필요해. 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불편해. 주문해도 1년은 기다려야 하니까 지금 주문하면 적당할 것 같아.”

“알아서 해.”

소연은 다목적 헬기인 유로 콥터(Euro copter) AS365 돌핀(dolphin) 두 대를 주문했다.

Turbomeca Arriel 2C 터보샤프트 엔진 2기를 탑재한 AS365 Dolphin은 최고속도 306km, 한계고도 19,242ft(5,865m), 항속거리 963km, 최대이륙중량 4,300kg으로 서울은 물론 부산까지 한 번에 날아갈 수 있었다.

지금은 서울에 갈 일이 없지만, 앞으론 일일 점점 늘어나 직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해야 해 빠른 운송수단이 필요했다.

“언니! 사는 김에 요트도 사자.”

“요트는 왜?”

“바다도 구경하고 가끔 낚시도 하고, 여행도 가고, 선봉군하고 두만강 갈 때도 이용하면 좋잖아.”

“지홍아! 사도 돼?”

“그것도 알아서 해!”

“앗싸! 오빠 고마워! 언니~ 오빠가 요트 사도 된다고 했어.”

“생각해 놓은 거 있어?”

“당근이지! 이거 봐봐! 엄청나게 멋있지?”

“와! 언니 정말 멋있네요. 근데 이거 배 맞아요? 뭐가 이렇게 커요!”

“내가 전부터 사고 싶어서 오려놓은 거야. 침실부터 주방까지 다 있어. 이것만 있으면 세계 일주도 가능해!”

“우아~ 미국도, 호주도, 남극도 갈 수 있어요?”

“물론이지! 세계 어디든 갈 수 있어.”

은비가 원하는 대로 Neorion New S.A Syros SHipyards가 만든 길이 85.3m, 선폭 14.44m짜리 초호화 요트를 사기로 했다.

승선고객 36명, 전용실 18개, 헬기 착륙장 등 초호화 숙박 시설과 식당 그리고 레저 시설을 모두 갖춘 바다 위를 떠다니는 호텔이었다.

가격이 1,000억 원이라 많이 부담되긴 했지만, 계약금을 빼고 나머지 잔금은 1년 후에 지급하는 방식이라 그 안에 죽도록 노력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인생 두 번 사는 것도 아니고 한 번 사는데, 쓸 때는 과감하게 써야지. 안 그래? 아~ 오늘 밤부터 투잡 좀 뛰어야겠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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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변함없이 아침 훈련을 끝내고 샤워를 한 후 레드와피티 고기로 거하게 아침을 먹은 다음 아영이 타준 달달한 카푸치노(Cappuccino) 한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다.

소연과 은비가 커피를 좋아해 지난달 커피머신을 산 다음부턴 식사가 끝나면 어김없이 커피를 마셨다.

“맛있죠?”

“향기도 좋고 맛도 좋네! 내 입맛에 딱 맞아! 아주~ 좋아!!”

“오빠! 커피가 맛있는 거예요? 아니면 제 찌찌가 맛있는 거예요?”

“둘 다! 둘 다 맛있어!”

“아휴~ 이럴 땐 정말 아기 같아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를 넣고 거품을 낸 후 입맛에 맞게 설탕을 추가한 카푸치노도 맛있지만, 아영의 작은 유두와 젖가슴 냄새가 더 좋았다.

소연, 은비, 아영을 돌아가며 무릎에 앉힌 후 가슴과 함께 즐기는 아침 커피는 질리지도 않고 언제나 향이 특별했다.

엄마의 아련한 기억 때문인지 유독 가슴에 집착하는 성격이라 잘 때는 기본이었고, TV를 볼 때, 책을 읽을 때,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수시로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지홍아! 서인이 언니하고 은영이 언니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만 하고 들어오라고 하자! 응?”

“5분 일찍 왔네. 기다리라고 해!”

“벌써 10분 넘게 기다렸어.”

“정말... 왜 남의 기분 좋은 시간을 망치고 그래? 예의 없게.”

“다음부턴 꼭~ 시간 맞춰 오라고 할게. 오늘만 네가 양보해줘! 사랑해~ 쪽!”

소연의 입맞춤에 하는 수 없이 아영을 무릎에서 내려놓으며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몽실몽실한 건 다 좋아해 틈만 나면 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러댔다.

우동을 시작으로 좌동을 거쳐 항동까지 방어벽 주변을 돌며 기감으로 레드몬이 있는 지 확인 후 좌이동으로 넘어갔다.

방어벽 안쪽에 도로가 깔려있어 굳이 발품을 팔며 걸어 다닐 필요가 없었다. 캠핑카로 편안히 이동한 후 좌동 출입문을 통해 좌이동으로 들어갔다.

좌이동은 논밭이 많은 지역으로 병풍처럼 둘러싼 산과 산등성이 안쪽은 모두 평평한 지대로 나무만 제거하면 개발이 용이한 지역이었다.

소로를 따라 방어벽 공사가 예정된 지점에서 북쪽으로 2.5km를 올라갔다. 지난번 레드스네이크를 찾아 헤맨 곳보다 1.5km나 더 들어온 곳이었다.

원시림이 되어버린 숲은 나무와 풀 이끼류가 빽빽해 11시가 조금 넘었는데 오후 5~6시처럼 어두침침했다.

능선을 타고 내려가 북쪽으로 쭉 이어진 골짜기를 따라 올라갔다. 처음 온 곳이라 최대한 기감력을 집중해 주변을 살폈다.

1시간가량 천천히 주변을 정찰하며 올라가자 전방 1km 지점에 레드보어 2마리가 열심히 땅을 파헤쳐 고구마를 먹고 있었다.

몸길이가 각각 8.0m, 9.5m로 중급 레드몬 레드보어가 아닌 엘리트 레드몬 호그질라(Hogzilla)였다.

호그질라는 돼지(hog)와 고질라(Godzilla)의 합성어로, 레드문 이전 미국에서 잡힌 길이 3.5~4m, 무게 450~500kg에 이르는 초대형 야생멧돼지를 부르는 말이었다.

현재 호그질라는 레드보어 중 엘리트 레드몬으로 변이한 초대형 멧돼지를 뜻하는 용어로 레드몬 사냥팀이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레드몬 1순위로 꼽히는 놈들이었다.

아름드리나무도 풀을 베듯 가볍게 쓰러뜨리고 지나가는 놈들로 1.5~2.5ton에 이르는 엄청난 체중과 2~4m의 뾰쪽한 엄니에 받치는 순간 뼈가 가루가 되어 사라질 만큼 무시무시한 돌파력을 자랑했다.

멧돼지의 장(腸) 길이는 몸길이의 15배로 같은 잡식성인 사람의 8배보다 2배나 길어 쉽게 사람보다 지구력이 월등했다.

기본 행동권이 4~8km로 최대 30km 이상 돌아다닐 만큼 체력이 엄청났다. 헤엄도 잘해 넓은 강과 해협을 건널 수 있고, 시력은 나빠도 청각과 후각이 발달해 먹이도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과일, 나무뿌리, 작은 포유류, 물고기, 죽은 동물의 사체까지 눈에 보이는 건 남김없이 모두 먹어치우는 잡식성으로 긴 주둥이를 사용해 감자·고구마·나무뿌리 등을 주로 파먹었다.

또한, 벼·보리·고구마 등 사람이 키우는 작물도 좋아해 농가에 수시로 내려와 상당한 피해를 줬다.

[호그질라 두 마리. 한 마리는 B급, 한 마리는 C급.]

[잡을 거야?]

[그래야지. 행동반경이 넓은 놈들이라 놔두면 분명 나선시로 올 거야.]

[혼자서 두 마리는 위험해!]

[A급도 아니고 B와 C급이야. 문제없어.]

[그래도...]

[산등성이로 올라가 있어. 여긴 바람이 불어 냄새를 맡을 수도 있어.]

[알았어!]

공격할 레드몬이 생기면 이렇게 땅바닥에 글을 적어 의사를 표현했다. 텔레파시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면 좋겠지만, 꿈같은 얘기라 그나마 소리가 가장 적은 이 방법을 주로 사용했다.

[오빠! 정화수 가져가세요.]

[고마워!]

아영이 건네준 정화수를 챙기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은비의 볼을 꼬집어준 다음 소연에게 손을 살며시 잡았다가 놓은 후 호그질라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멧돼지는 다리는 짧고 가늘어 느릴 것 같지만, 번개같이 빨라 방심하면 엄니에 찔려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릴 수도 있었다.

또한, 상처를 입으면 더욱 흉포하게 날뛰는 매우 거친 놈들로 다 자란 수놈은 호랑이도 피해간다고 할 만큼 숲에선 1~2위를 다투는 맹수였다.

먼저 암기와 혈기탄을 사용해 작은놈부터 공격할 생각이었다. 큰놈부터 잡으려다 괜히 힘만 빼고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 있었다.

산비탈을 타고 능선으로 올라가 유리한 지형을 잡았다. 제아무리 빨리 달려도 다리가 짧은 만큼 경사가 심한 산비탈을 오르는 건 엘리트 레드몬인 호그질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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