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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윤아영2
“보관할 창고도 없고,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손해라 공장이 지어질 때까지 레드몬 사체는 모두 한숙 언니에게 넘기기로 했어.”
“한꺼번에 많은 양이 풀리면 사람들의 신선을 끌 수도 있어. 아직은 몸을 사리고 조심해야 할 때야.”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언니가 소문 안 나게 소량씩 처리해주기로 했어.”
“그럼 다행이고.”
“한숙 언니에게 정말 미안해! 사체 가격은 최고로 쳐주고, 공사비는 최저가로 해주고, 공사에 필요한 장비·자재·기술자까지 언니가 다 알아서 구해주고. 신세를 너무 많이 지는 것 같아.”
“넌 신경 쓰지 마! 언젠간 내가 다 갚을 거니까.”
“언젠가가 아니라 당장 갚아.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는 말도 있잖아. 우리를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데, 말이라도 곱게 하면 좋잖아.”
“알았어. 노력할게.”
KM 그룹 임원들이 불만을 토로할 만큼 정한숙은 공사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였다. 서로 친하고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맺어도 돈 문제만큼은 양보가 없는 게 기업문화였다.
하지만 정한숙은 KM 사람이 아니라 미래 레드몬 소속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첫째도 나 둘째 나를 위해 헌신하고 있었다.
「정한숙 얘기만 나오면 한소리 듣네. 참~ 미워하고 싶은데 이런 식으로 도움을 주면 대체 어쩌라는 거야?」
“1차 방벽 공사가 끝나도 방어할 인원이 모자라 큰일이야.”
1차 방벽은 길이가 2.87km로 200m마다 하나씩 설치한 방어탑이 14개가 있었다. 2인 1조로 팀을 구성하면 28명에 아주 빡세게 2교대를 돌리면 56명이 필요했다.
여기에 출입문을 경비할 인력을 합치면 최소 70명은 있어야 간신히 근무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하루 2교대면 밥 먹고 자기도 빠듯해 화장실 갈 시간도 모자랐다. 최소 100명은 돼야 3교대 근무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방어탑의 크기와 운영할 무기를 생각하면 최소 3명은 한 조로 구성해야 원하는 화력이 나왔다.
“다음 주 화요일 면접 보러 온다고 했지?”
“응!”
“몇 명 오기로 했어?”
“157명. 하지만 다 오진 않을 거야. 100명만 와도 많이 왔다고 봐야지.”
“그렇겠지. 이 먼 곳까지 오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군대보다 월급과 수당이 많고 처우가 좋다고 해도 오지에 위험도를 생각하면 나선시까지 올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할아버지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대원들이 강력히 추천해 이 정도라도 모였지, 모집 공고를 냈다면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합격자가 많이 나와야 할 텐데 몇 명 없을까 그게 걱정이야.”
“처음이라 이상한 사람이 꼬일 확률도 거의 없고, 추천이라 믿을만한 사람들이 많아 탈락자는 거의 없을 거야.”
“합격자가 50명만 되도 좋겠다.”
“아무리 못해도 그 정도는 넘겠지.”
아영이 만든 김치 부침개와 시원한 맥주를 밤참으로 즐기며 오늘 있었던 일과 앞으로의 일을 소연과 깊이 있게 의논하고 있었다.
우리가 일에 몰두하는 사이 은비와 아영은 일반인을 상대로 정밀포스측정기를 사용해 실험하는 TV 예능프로에 푹 빠져있었다.
실험 대상자는 20세 이상 30세 미만의 젊은 남녀로 남자는 피지컬수치가 평균 18~23 사이였고, 여자는 13~18 사이였다.
멘탈수치는 남녀 모두 5~10 사이로 피지컬리스트와 큰 차이가 없어 피지컬리스트가 가진 멘탈포스는 일반인과 같다는 걸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남자의 경우 피지컬포스가 10이 안 돼 빈축을 사는 약골도 있었고, 드물게 30이 넘는 남자도 있어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렇게 측정한 수치를 가지고 무거운 물통을 들고 달리는 실험부터 오래 매달리기 같은 지구력 테스트와 날아오는 공을 잡는 순발력 테스트를 예능에 맞게 풀어가고 있었다.
“저걸 못 잡아? 저렇게 느린 것도 못 잡고 완전 바보네!”
“동체 시력이 못 따라가는데 저걸 어떻게 잡아요.”
“하긴 일반인치고 수치가 높은 거지 능력자와 비교하면 어린아이나 같으니까 쉽지 않겠지.”
“그래도 수치가 높은 사람은 힘도 세고 순발력도 좋네요. 특히 마지막에 측정한 남자는 운동선수나 특수부대에서 근무해도 되겠어요.”
“잘하긴 하네. 근데 근육이 우락부락해서 징그러워. 보디빌더도 아니고 쓸모없는 근육을 왜 저렇게 많이 키우는 거야? 저런 근육은 싸움에선 하등 쓸모도 없는데. 오히려 지구력만 떨어뜨려 쉽게 지치기만 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키웠겠죠. 설마 레드몬 잡으러 키웠겠어요?”
“그 시간에 열심히 달리기나 하지. 그게 정말 체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건데. 하여간 겉멋만 잔뜩 들어서 뭐가 도움 되는지 잘 모르네.”
“언니! 이러다가 몇 년 후엔 신랑도 정밀포스측정기로 뽑는 거 아니에요?”
“오! 그거 괜찮네. 정밀포스측정기로 측정하면 정력이 센지 약하지 금방 알 수 있으니까 적어도 밤일 때문에 고생하진 않겠네.”
“네에? 전 건강 문제를 얘기한 건데...”
“네가 아직 어려 잘 몰라서 그러는데 정력이 세야 건강한 거야. 남자는 힘! 정력! 알았어?”
“.......”
세계포스협회가 능력자 기준표을 발표한 이후 모든 국가가 능력자 검증에 열을 올렸다.
아직 법으로 정밀포스측정기 사용을 의무화하진 않았지만, 향후 포스협회등록기준을 강화해 정밀측정기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국가는 능력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하길 원했고, 능력자들은 국가의 손에서 벗어나 자유로 삶을 살길 원해 점점 불만이 고조되고 있었다.
세계능력자협의회는 능력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로 현재 8,000명이 등록돼 세계포스협회와 대립하고 있었다.
“정밀포스측정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국에서 능력자의 권익을 보호한다고 세계능력자협의회를 만든 게 말이 되는 소리야?”
“전체가 다 측정기 사용을 옹호하는 건 아니잖아. 전 세계적으로 옹호자가 5%밖에 안 되고, 미국과 유럽도 36%니까 반대하는 능력자가 더 많다고 봐야지.”
“36%도 작년 얘기야. 지금은 40%가 훌쩍 넘었을걸!”
“그래도 절반은 안 되잖아.”
“아폴로 공대에서도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으로 갈렸다고 하잖아. 어떻게 같은 공대에서 의견이 갈려? 좀 이상하지 않아?”
“이상할 수도 있지. 하지만 개인주의가 팽배한 미국이니까 각자 생각대로 행동한다고 보면 되지. 우리나라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언니가 그렇다면 그게 맞겠지. 하지만 좀 수상해. 냄새가 나!”
“의견이 딱 하나인 것도 좋은 건 아니야. 획일적인 사고방식은 인간을 도구화할 수도 있어. 전제주의 국가를 보면 알잖아.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좀 더 나은 방법을 찾는 게 더 현명하다고 봐야지.”
“난 머리 쓰는 건 질색이야. 생각은 오빠하고 언니하고 둘이서 해. 난 무조건 따라갈 테니까.”
“은비 언니! 언니가 행동대장이에요?”
“오~ 괜찮은데. 앞으로 내가 행동대장 할 테니까 넌 내 꼬봉해. 알았지?”
“넵!”
“낄낄낄~ 아영이랑 나랑 정말 잘 맞는 것 같아. 그렇지 아영아?”
“네! 오빠보다 언니랑 말이 더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오빠는 고리타분해요. 헤헤헤~”
「아영이 너까지... 이래서 여자 많은 곳에 남자 혼자 있으면 안 된다고 했던 거네. 젠장!」
“이번엔 몇 명이야?”
“200명이 넘어요. 정말 많이도 당했네요.”
“섹스로 포스가 증가한다고 믿다니 정말 아둔하네. 무협지를 너무 많이 본거 아니야? 정말 그랬다면 우린 벌써 상급 능력자가 되겠다.”
“정말요?”
“오빠에게 물어봐. 하루에 최소 3~4번이야. 사람이 아니야.”
“헉!!!”
정밀포스측정기의 개발로 모든 인류가 포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포스를 수련하는 곳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생겨났다.
주로 참선과 명상을 통해 기를 수련하는 곳으로 큰 효과는 없지만, 심신을 단련할 수 있어 건강증진에 큰 도움이 됐다.
이런 좋은 현상도 있지만 이를 악용해 돈을 갈취하는 사이비도장과 종교단체들도 생겨났다.
레드문과 함께 인류의 수명도 크게 늘어나자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
이런 곳의 특징은 섹스를 통한 포스의 강화가 주요 골자로 중국의 방중술(房中術)을 모방해 성적 욕망을 충족하고, 이를 빌미로 돈까지 뜯어내는 등 매우 악질적인 범죄를 저질렀다.
원래 방중술은 도교의 수행법 중 하나로 우주가 음과 양으로 이루어졌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교접을 통해 불로장생을 꿈꾸던 수행법이었다.
수나라와 당나라 때 크게 번창해 ‘옥방비결(玉房秘訣)’. ‘옥방지요(玉房指要)’, ‘현녀경(玄女經)’ 등 많은 서적을 남겼다.
이들은 이런 서적을 근거로 여성의 몸을 빼앗고 나체 사진과 음란 동영상을 찍어 꼼짝 못하게 해 돈도 잃고 몸도 버린 피해자가 점점 늘어나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었다.
“펑~ 펑~”
열린 창문 사이로 날아간 혈기탄이 은밀히 공사장으로 접근하던 레드링스와 레드마틴를 잡았다.
주로 낮보다 밤에 더 많은 레드몬이 몰려들었고, 레드마우스보다 놈들을 먹이로 삼는 포식자들의 비중도 높았다.
혈기탄 두 방에 중급 레드몬 스라소니와 하급 레드몬 담비를 잡으며 사체 값 7억 원에 스라소니에서 나온 레드스톤 2억 8,000만 원을 더해 9억 8,000만 원을 벌어들였다.
“이 정도는 돼야 혈기탄 사용해도 안 아깝지. 안 그래?”
“이번 혈기탄은 아영이가 만든 부침개에서 나온 거지 레드마우스에서 나온 게 아니야.”
“정말 그래?”
“응!”
“그럼 앞으로 아영이가 만든 김치 부침개만 먹어. 그걸로 혈기탄 만들어내. 레드마우스 건드리면 죽을 줄 알아!!!”
“허허허~”
웃자고 한 농담에 은비가 죽자고 달려들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김치 부침개는 손으로 잘도 찢어 입에 넣어줬다.
거기다 입가에 뭍은 기름은 촉촉한 입술과 혀로 닦아주기까지 했다. 이러니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가 없었다.
“인제 그만 자. 너무 늦었어.”
“싫어! 오빠랑 밤새 수다 떨 거야.”
“어제도 밤새웠잖아. 오늘은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계속 얘기하자.”
“낮에 좀 졸아서 괜찮아. 우린 그렇게 졸면 되는데 한잠도 못 잔 오빠가 걱정이야. 그새 얼굴이 홀쭉해졌네. 울 신랑 이러다 쓰러지는 거 아니야? 불쌍해 죽겠네!!”
“내말처럼 정력 왕이잖아. 한 달도 버틸 수 있어. 걱정하지 마!”
“거짓말 좀 하지 마. 정력과 잠은 별개야. 잠 안 자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어.”
“난 잠보다 이게 더 급하다.”
“헐~ 대단하셔. 나흘 동안 잠도 안 자고 버티면서 고추는 종일 서 있네. 기네스북에 올려도 되겠어.”
“조용해 말해. 아영이 듣겠다.”
“들으면 어때? 이제 매일 볼 텐데. 안 그래 아영아?”
“그럼요! 저도 이제 오빠 여잔데 당연히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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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