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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82화 (8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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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나선항

“우리도 오빠처럼 레드주얼을 몸 안에 품을 수 있는 거야?”

“흡기를 배우면 가능하지.”

“그럼 난 사양할래. 기감력도 못 배우는데 어느 세월에 흡기를 배워. 포기!”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지만, 계속 연구하면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미리 겁먹을 거 없어.”

“스킬 안 배워도 할 방법을 찾으면 그때 말해줘. 스킬 얘기만 들어도 머리에 깨질 듯이 아프니까!”

“근데 레드주얼이 동네 문방구에서 파는 애들 구슬도 아니고 구해야 품든지, 먹든지 할 거 아니야.”

“나선시 만한 도시가 열 개는 되는데, 설마 한두 개도 없겠어?”

우리가 차지한 함경북도 북부엔 회령을 비롯해 선봉, 은덕, 온성, 두만강, 아오지 등 나선시보다 크거나 비슷한 규모의 도시 열 개 정도 있었다.

규모가 크고 버려진 지 30년이나 돼 포베로미스가 있을 확률이 높아 은비의 말처럼 레드주얼을 획득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러나 포베로미스가 있다고 반드시 레드주얼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가능성만 있지 확신까지 있는 건 아니었다.

글라디우스를 뽑아들고 레드주얼에 포스를 주입하자 손에서 일어난 전류가 칼 전체로 퍼져나갔다.

전류가 칼 표면을 타고 흐르며 방전 현상을 일으키자 번개가 치듯 기묘한 선이 뻗어 나가며 아름다운 선을 만들어냈다.

예기에도 전류가 흐르자 파란색과 밝은 은색이 섞이며 섬뜩하면서도 황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늘을 우뚝 선 커다란 나무에 전류가 흐르는 글라디우스를 천천히 찔러넣었다. 강력한 전류가 퍼져나가자 아름드리나무가 순식간에 까맣게 타들어 갔다

“지지지직~”

눈이 부시도록 강렬한 스파크가 일어나며 싱싱한 나뭇잎들이 재가 되어 우수수 떨어졌다.

“완전 전기 통구이네. 무시무시하다.”

“스치기만 해도 까맣게 타죽겠어요. 아우~ 무서워요!”

“방전 현상을 이용하면 한 번에 많은 수를 공격할 수도 있겠다.”

마지막 소연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밀집대형이나 바닥이 젖은 상태에서 강력한 전류를 사용하면 한 번에 많은 상대를 공격할 수 있었다.

전기 쇼크(electrical shock)는 뇌의 호흡중추마비, 심장마비, 심실세동(心室細動)을 유발해 죽음을 초래하는 매우 효과적인 공격 방법으로 전류량을 조절하면 전자충격기(Electroshock weapon)처럼 상대를 잠시 기절시킬 수도 있었다.

“전류를 계속 사용하지 말고 필요할 때만 잠깐잠깐 사용해봐. 그럼 포스 소모도 줄이고 위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잖아.”

“오~ 좋은 생각이야.”

예기와 함께 전류를 사용하면 위력은 매우 크지만 포스 소모가 좀 많은 게 흠이었다.

소연의 말대로 필요할 때마다 잠깐잠깐 전류를 사용하자 위력은 그대로고 포스 소모량은 10분에 1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래서 여러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거였다. 돌대가리로 백날 혼자 고민해봐야 생각해낼 수 있는 게 뻔했다.

하천 건너 좌동은 우동보다 레드몬이 절반 이하라 그런지 기대했던 포베로미스는 찾을 수 없었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인건거비도 안 나오는 값싼 레드마우스는 거들떠보고 싶지도 않았었다.

그러나 레드주얼을 얻은 어제부턴 포베로미스가 있길 은근히 기대하며 레드마우스를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포베로미스가 흔한 놈도 아니고 잡는 족족 레드주얼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기대만 큰 뿐 실속은 없었다.

사람 마음처럼 간사한 게 없다고 나 역시 일확천금을 꿈꾸는 도박사처럼 레드마우스의 꼬리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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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6월 15일

청진에서 올라온 화물선들이 방벽과 대형 지게차, 크레인, 트럭, 각종 기자재 등을 부두에 내려놓고 있었다.

새벽 5시 나선항으로 넘어와 항구 주변을 돌며 레드마우스와 먹이를 찾아 내려온 레드무스텔라를 소탕했다.

소탕한지 일주일 만에 2~3마리씩 짝을 지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새끼 낳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레드무스텔라는 먹이인 레드마우스가 크게 줄어들며 숲에 들어오지 않자 부두 근처까지 내려와 녀석들을 잡아먹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먹이사슬을 끊고 생태계를 파괴한 꼴이 됐지만, 레드무스텔라까지 걱정하기엔 내 코가 석 자였다.

“1부두 창고 두 곳과 건물 두 곳, 2부두 창고 한 곳, 건물 두 곳에 저격수를 배치했습니다. 근무는 여덟 시간씩 2교대로 돌아갑니다.”

“인원이 모자라 고생이 많겠습니다.”

“아닙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고생하세요. 이달 말 인력이 충원되면 숨통이 트일 겁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변동 사항이 있으면 그때 다시 보고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충성!”

절도 있게 경례를 붙인 김도형 대장이 대원들에게 돌아갔다. 김도형 대장과 미래 레드포스 대원들은 근무를 시작하자 경례와 함께 충성 구호를 붙였다.

군인도 아닌 내가 경례를 받고 충성 구호를 듣는 게 어색했지만, 고용주이자 명령권자라는 걸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레드몬을 정리하자 미래 레드포스 대원들도 저격 장소를 확보하고 레드몬을 방어할 태세를 갖췄다.

창고와 건물 옥상에 모레주머니를 쌓아 진지를 구축하고 M82A-1 배럿 대물 저격총과 M2 브라우닝 기관총, 섬광탄, 열상감시장비, 통신기기 등을 사용해 접근하는 레드몬을 방어할 계획이었다.

또한, 레드마우스가 한꺼번에 몰려들 경우를 대비해 주요 통행에 M18A1 클레이모어를 설치하는 등 레드몬으로부터 인부들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일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참 골치 아프네.”

“혼자 모든 일을 다 하려고 하지 마. 그건 조직을 와해시키는 행동이야.”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원들을 투입하는 게 싫어서 그래. 제대로 무장을 갖추고 성과가 있길 바라야지 장비도 부실한데 성과를 내라고 등을 떠미는 건 죽으라는 말과 같아.”

“완벽한 건 원래 없어. 그리고 지금 가진 무장이면 레드마우스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 지나친 걱정이야.”

신선 공대 보조사냥꾼으로 있을 땐 달랑 정글도 한 자루와 조명탄 하나를 주고 정찰을 내보냈다.

나가 죽으라는 것과 같은 짓으로 그때 이후 다른 사람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게 됐다.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이를 갈았는데, 같은 짓을 하면 그들과 다를 게 없었다. 난 사람들에게 잘해줄 생각은 없지만, 양심도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우리 캠핑카는 언제 와?”

“조금 전 출발했어. 1시간이면 도착할 거야.”

“밖에 서성이는 것도 못할 짓이네.”

“금방 올 거야. 조금만 참아.”

“아영이네 캠핑카도 오는 거야?”

“애들만 따로 남겨둘 수도 없고 거기보단 여기가 안전해서 같이 오라고 했어.”

“레드몬이 없는 대초도가 안전하지 여기가 왜 안전해?”

“네가 여기 있잖아. 네가 있는 곳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 몰랐어?”

“헉...”

정말 내 옆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는지 이서인의 동생들은 물론 정한숙까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대초도를 떠나 부두로 몰려왔다.

안전을 위해 일단 부두 끝에 숙소를 마련하고 우리 캠핑카는 방벽 공사장 바로 뒤에 붙여 놨다.

소음에 반응한 레드몬들이 수시로 접근할 수 있어 최대한 가까운 곳에 대기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1차 방벽 공사는 일주일 안으로 마무리할 거야.”

“그게 가능해?

“중장비 100대와 인부 2,000명 동원해 최대한 빨리 끝내기로 했어.”

”빨라도 2주는 걸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빠르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네가 피곤해지잖아. 최대한 빨리 마무리 지어야 너도 쉴 수 있지.”

“고마워!”

대원들이 레드몬을 방어하기 위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사방을 감시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돌아갈 레드몬은 없었다.

공사장 1km 안에 레드몬이 접근하면 혈기탄이 날아가 놈들을 박살 냈다. 미래 레드포스가 레드몬 방어에 투입될 시기는 도시가 완성된 다음이었다.

나선시는 가로세로 길이가 13km로 도시에 접근하는 레드몬을 기감력만으론 파악할 수 없다.

이때부터 방어벽에 의지한 미래 레드포스 대원들이 레드몬 방어를 전담하고, 처리할 수 없는 레드몬은 내가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전까진 내가 보호자로 24시간 레드몬을 감시하고 방어해야 했다. 나도 사람인지라 몇 날 며칠 쉬지 않고 기감력을 사용해 레드몬을 감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고통을 잘 알고 있는 소연은 공사를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장비와 인력을 최대로 동원하고 있었다.

“2차 방벽 공사는 좌동, 3차는 우동과 초동, 마지막 4차인 좌이동까지 겨울이 오기 전에 마무리 지을 계획이야.”

“산 정상은 작업이 쉽지 않을 텐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낮은 곳은 대형 중장비를 이용해 길을 낼 계획이고, 차가 올라갈 수 없는 높은 곳은 대형 헬기를 이용해 자재를 수송할 계획이야.”

“빨른 것도 좋지만, 안전이 더 중요하니까 너무 급하게 서두르지 마! 항상 서두르면 사고가 나.”

“알았어. 조심할게!”

“항구 방벽 공사가 마무리되면 산과 숲에 있는 레드몬을 정리해야겠네.”

“마을과는 차이가 크겠지?”

“아무래도 그렇지. 레드보어도 많고 레드바이퍼와 레드스네이크도 있으니까.”

“레드마우스만 잡으면 도시를 손에 넣을 줄 알았는데, 이제 겨우 시작이네.”

“나선시는 우리가 개척할 땅의 100분에 1도 안 돼는 작은 일부분이야.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봐야지.”

“이 넓은 땅을 언제 다 개척할지도 그것도 걱정이고, 위험한 숲에 들어갈 일도 걱정이야.”

“회양에서 잘했잖아. 그때보다 실력도 많이 향상됐고. 그리고 이제 내가 옆에 붙어있는데 걱정할 게 뭐가 있어?”

“이곳은 회양하고 다르잖아. 위험한 레드몬이 너무 많아.”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잡아줄 테니까. 나만 믿으면 돼!”

“그게 가장 걱정이야. 네가 우릴 보호하려다 다칠까봐 그게 가장 겁나!”

“내가 레드몬 따위에게 다칠 것 같아? 날 못 믿는 거야?”

“아니! 믿어! 네 말이라면 모든 다 믿어!”

“그럼 됐어! 믿고 따라만 와! 네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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