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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81화 (81/505)

00081  레드주얼(Red Jewel)  =========================================================================

81.

땀을 닦으며 아영이 준 정화수를 몇 모금 마셨다. 향긋한 풀냄새와 함께 몸이 가뿐해지며 활력이 돌았다.

“혼자 다 잡으려고 그래?”

“힘들어서 그렇게는 못해. 나 슈퍼맨 아니야.”

“말만 그러지 말고 이제 좀 쉬어.”

“밥 먹고 시청 쪽 청소해야 해.”

“내일 해도 되잖아. 꼭 오늘 안 해도 된다고.”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말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내일로 미루면 모레로 미루고 싶고, 모레로 미루면 영영 하기 싫어지는 거야. 그럼 아무것도 못 해.”

“오빠 성격에 퍽이나 그러겠다. 한시도 가만있질 않은데 그게 돼?”

“나도 사람이라 귀찮은 것도 있고 하기 싫은 일도 있어. 어떤 날은 종일 너하고 소연이 끌어안고 뒹굴뒹굴 방에서 구르고 싶어. 그냥 꾹 참고 일하는 거지 나도 다른 사람과 다를 게 없어.”

“뒹굴뒹굴하고 싶은 건 섹스 때문 아니야? 온종일 하고 싶어서 그런 거지. 내 말이 맞지?”

“.......”

점심은 집에 가서 같이 먹자는 은비의 요구를 끝까지 뿌리치고 홀로 해안가 평평한 바위를 찾아 소연이 싸준 도시락을 풀었다.

찬합(饌盒) 맨 위 기름진 쌀밥 위엔 검은콩으로 그린 하트와 ‘사랑해!’라는 문구가 예쁘게 장식돼 있었다.

밑반찬은 레드와피티를 사용한 제육볶음과 소고기 장조림, 계란말이, 두부조림, 꽈리고추 멸치볶음, 콩자반, 콩나물, 물김치, 열무김치 그리고 소고기뭇국까지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밤새 달그락거리며 음식을 만들 때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많은 음식을 준비한 진 몰랐었다.

그래도 이제 밥은 곧잘 짓는지 꼬들꼬들한 게 먹을 만했다. 하지만 국과 반찬은 어떤 건 짜고 어떤 건 싱겁고 간이 엉망이었다.

맛을 생각하면 집에 가서 아영이 차려준 밥을 먹는 게 백배는 나았지만, 소연의 밤을 새워 만든 정성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맛난 음식은 세상에 없었다.

소금을 들어부은 계란말이를 입에 넣고 아무 맛도 없는 제육볶음을 같이 넣어 씹었다.

그러자 간이 귀신같이 맞으며 나름대로 맛이 있었다. 이번엔 쓰디쓴 꽈리고추 멸치볶음에 달달하다 못해 설탕 범벅인 소고기 장조림을 곁들이자 그런대로 먹을 만한 음식이 완성됐다.

「흐흐흐~ 맛은 더럽게 없는데 손이 계속 가네. 역시 음식은 정성이 절반이야. 암~ 그렇고말고. 근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 집 완공되면 쭉쭉 빵빵 예쁜 여자 요리사부터 구해야겠다. 정성도 좋지만 일단 살고 보자. 도저히 안 되겠다.」

다행히 시청과 관공서 주변엔 포베로미스는 없었고, 제리만 두 마리 있어 전투가 어렵진 않았다.

300여 마리를 잡고 다시 우측으로 이동해 띄엄띄엄 흩어진 놈들까지 모두 사냥하자 하루 동안 잡은 레드마우스가 무려 2,800마리가 넘었다.

사체와 가죽값이 84억 원이었고, 레드스톤 308개는 92억 4,000만 원으로 합계 176억 4,000만 원을 혼자 벌어들였다.

“우와! 번개가 치는 것 좀 봐. 진짜 신기하다. 그렇지 아영아?”

“네! 작다뿐이지 비 올 때 치는 번개랑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떻게 이렇게 작은 구슬 안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진짜 이런 걸 불가사의하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요.”

구슬을 보여주자 은비와 아영이 눈을 떼지 못했다. 레드스톤보다 훨씬 오묘한 빛을 띠며 기묘한 모습을 연출하는 구슬은 보고 있으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묘한 매력이 있었다.

“포베로미스 뿔에서 나왔다고?”

“응!”

“사용해봤어?”

“강력한 전류를 사용하는 전격 계열로 포스만 충분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

“쏘아낼 수도 있는 거야?”

“손이나 무기에 둘러 사용할 순 있지만, 혈기탄처럼 쏘아낼 순 없어. 대신 위력이 대단해 혈기탄도 막아냈고, 아름드리나무도 10초 만에 까맣게 태워 죽였어.”

“엄청나네. 근데 구슬을 손에 쥐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거야?”

“도구에 삽입해서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아직 확실한 건 아닌데... 어쩌면 몸속에 품고 사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손바닥에 상처를 내고 삽입하게?”

“아니! 흡기를 사용해 품어 보려고.”

“그러다 다칠 수도 있어.”

“설령 일이 잘못된다고 해도 다칠 정도는 아니야. 저 정도 파워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

포베로미스의 신체 일부에 들어 있었던 만큼 나도 손이나 팔, 가슴 등에 구슬을 품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만 되면 특정 무기에 삽입해 사용하는 것보다 다양한 무기에 구슬 효과를 적용할 수 있고, 잃어버릴 염려도 없어 자기만의 고유 스킬이 될 수 있었다.

“오빠! 앞으로 뿔 달린 쥐새끼만 잡으러 다녀야 하는 거 아니야?”

“그것도 나쁘지 않지. 구슬이 있기만 하면 그놈들만 잡아야지.”

“근데 촌스럽게 구슬이 뭐야? 근사한 이름 없어?”

“나 그런 능력 없어.”

“음... 레드몬에서 나온 보석이니까 레드주얼 어때? 괜찮지?”

“너무 흔하지 않아? 레드몬! 레드스톤! 레드주얼! 특색도 없고 촌스러운 것 같다.”

“좋은 말할 때 그냥 부를래 아니면 밤새 괴롭힘 당하고 부를래?”

“다시 들으니까 근사한 것 같다. 레드주얼! 입에 착착 감기네.”

“오~ 생각해보니까 괜찮은 것 같은데. 레드주얼! 입에 착착 감기네. 멋져! 역시 은비가 이름 붙어서 그런지 마음에 쏙 드네.”

“그렇지? 마음에 들지?”

“응! 열라~ 마음에 들어.”

“말에 가시가 있는 것 같다? 불만 있어?”

“아니! 없어.”

「담배도 없다. 젠장!」

“레드... 주얼을 손에 쥐고 포스를 불어넣어봐.”

소연이 손에 레드주얼을 꼭 쥐고 포스를 모으자 전류가 흘러나와 손을 감쌌다. 모양은 나와 비슷했지만, 전류양이 절반도 안 됐다.

“포스양을 늘려서 좀 더 빠르게 불어넣어 봐.”

“알았어.”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릴 만큼 포스를 쥐어짰지만, 기대한 만큼 전류양이 흐르지 않았다.

은비는 소연보다 조금 낮은 정도였고, 아영은 간신히 전류를 만들어 내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 실험은 포스양이 위력을 결정한다는 것으로 조금 특이한 건 레드쥬얼은 피지컬포스와 멘탈포스를 구분하지 않고 어떤 포스든 에너지만 공급하면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멘탈포스는 내가 750으로 486인 소연보다 264밖에 많지 않아 이것만으론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피지컬포스까지 합치면 내가 소연보다 1,297이 많아 확실한 위력 차이를 보였다.

그렇다고 에너지원이 클수록 위력도 무한대로 커지는 건 아니었다. 레드주얼은 배기량이 정해진 자동차와 같아 드라이버의 능력에 따라 최대를 출력을 뽑아낼 수고 최소출력밖에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내가 포베로미스보다 더 강력한 전류를 뿜어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놈보다 내가 더 많은 포스를 가지고 있어 최대치를 뽑아낼 수 있었다.

레드주얼을 몸속에 품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실험이 실패했을 때 사고가 날 수도 있어 안전한 숲으로 들어갔다.

“오빠!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그만 둬야 해. 알았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레드주얼을 멀리 버리세요. 아셨죠?

“지홍아! 천천히 되지 않을까? 급할 거 없잖아.”

“알았어! 알았다고. 과부 만들지 않을 테니 그만 좀 해!!!”

한 명도 아닌 셋이 끝까지 쫓아와 귀에 딱지가 않도록 잔소리를 해댔다. 걱정되는 건 알겠지만, 내가 물가에 내놓은 애도 아니고 걱정이 너무 지나쳤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도 깊어지고 걱정도 많아지는 건 이해하지만, 이런 식으로 남자 앞길을 막으면 곤란했다.

“내가 지금 하는 얘기 잘 새겨들어. 투정! 짜증! 앙탈! 다 좋아. 언제든지 받아주겠어. 대신 내가 결정을 내렸을 땐 설령 그 결정이 마음에 안 들어도 토 달지 말고 무조건 따라! 그게 남편에 대한 예의이자 집안이 바로 서는 길이야. 알았어?”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앞으론 조심할게!”

“오빠!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용서해주세요!”

“이씨~ 난 걱정이 돼서 그런 거란 말이야!”

“다~ 알아! 그래도 지나친 건 사실이야! 그리고 나 그렇게 앞뒤 생각 없이 달려드는 멍청한 사람 아니야. 그러니 믿으라면 믿어!”

“알았어! 안 그럴게! 그래도 걱정되는 사실이야.”

평평한 돌 위에 앉아 오른손에 레드주얼을 꼭 쥐었다.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흡기를 사용해 레드주얼을 빨아들였다.

사실 흡기는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스킬이라 레드주얼을 몸속으로 빨아들인다는 보장은 없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레드주얼이 단순한 구슬이 아닌 반쯤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계와 달리 생명력인 포스에 반응하는 레드주얼은 포스를 다른 힘으로 변환하고 증폭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포스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일반적인 무기가 예기를 뿜어내는 도구에 불과한 것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그런 만큼 내게 효과를 뺏기고 사라지든지 아니면 몸속으로 들어와 내 일부가 되던지 그것도 아니면 귀중한 레드주얼을 잃든지 셋 중 하나는 확실했다.

“우우웅웅웅~”

흡기를 사용하자 레드주얼이 전기 에너지를 뺏기지 않기 위해 부르르 몸을 떨며 저항했다.

좀 더 강하게 흡입하자 더욱 심하게 몸부림을 쳤다. 출력을 높이자 놈이 질러대는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았다.

승기를 확실히 잡았다는 생각에 출력을 최대치로 높이고 강하게 움켜쥐자 살아남기 위해 손바닥과 동화돼 서서기 밀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어때? 감쪽같지?”

“응! 상처도 없네. 손바닥 속에 있는 거 확실해?

“그럼!”

“아프거나 걸리적거리지 않아?”

“절묘하게 자리를 잡아 손 안에 있다는 느낌도 없어.”

“혹시 레드주얼이 오빠를 조종하거나 그러는 거 아니야? 괴기영화 보면 외계에서 온 기생충이 뇌 속에 파고 들어가 인간을 조종하고 그러잖아.”

“뇌가 없는데 무슨 뇌를 조종해?”

“우리가 모르는 딴 방법이 있을 수도 있잖아.”

“쉽게 말해서 레드주얼은 팔다리도 없고, 머리도 없고, 오직 심장만 있는 거야. 혼자선 달릴 수도 없소, 생각할 수도 없고 오직 숨만 쉴 수 있어. 그것도 내가 에너지를 공급해야 심장이 세차게 뛰는 거지 에너지를 주지 않으면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식물인간 상태야. 이제 알겠어?”

“그러니까 문제없다는 말이지?”

“그래! 없어. 전혀~”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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