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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80화 (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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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레드주얼(Red Jewel)

본부에 무전을 날려 사체를 가져갈 바지선을 보내달라고 한 후 바닷물로 몸에 묻은 피를 씻어냈다.

가죽 방어구를 입고 있어 속옷이 젖을 염려는 없었지만, 머리와 얼굴, 손에는 찐득찐득한 피가 엉겨 붙어 있었다.

빨리 씻어내지 않으면 떡이 져 닦아내기도 힘들고 냄새도 지독해 잘 가시지도 않았다.

「피가 체질인가? 역겹지가 않고 달달하네. 흐흐흐~」

“오빠~”

“집에서 쉬라니까 왜 왔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 왔지. 나 보고 싶지 않았어?”

2시간 만에 다시 만났는데 몇 년 떨어졌다 다시 만난 것처럼 품에 매달려 떨어질 줄 모르는 은비가 귀엽기만 했다.

사랑하는 여인이 애교까지 부리면 녹지 않을 남자가 없었다. 특히 사랑에 몹시 굶주린 난 이런 행동을 무척 좋아했다.

“당연히 보고 싶지. 하늘만큼 땅만큼.”

“나두~”

바지선을 끌고 온 예인선에 소연과 은비, 아영, 이서인, 조은영까지 미래 공대 공대원 전원이 타고 있었다.

조은영까지 온 게 의외긴 했지만, 일이 있을 때 함께 움직이고 위무하는 것은 동고동락하는 전우애의 기본이었다.

바지선에 사체를 옮겨 싣고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한 후 가지 않겠다고 생떼를 부리는 은비를 예인선에 억지로 태워 보냈다.

종일 업고 다닐 만큼 예뻐하지만, 생떼를 부릴 땐 엎어놓고 신나게 볼기를 때리고 싶을 만큼 사람 속을 뒤집어 놨다.

역시 모든 게 다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지 마음에 드는 것만 사랑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사육이었다.

입이 삐죽 나온 은비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어준 후 아영이 챙겨준 정화수를 들이키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정화수는 정화 스킬을 몸으로 받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아직 초기 단계라 피로를 완벽히 풀어주진 못해도 정화수를 마신 지 30초 만에 피로도(疲勞度)를 20% 낮추고, 30분간 활력(活力)을 10%나 향상해줬다.

정화수가 피로를 풀어주는 이유는 몸 안에 쌓인 피로물질 젖산을 제거해주기 때문이었다.

젖산은 근육통증을 유발하는 피로물질로 생체에 산소가 부족한 저 산소 환경에서 생성된다.

태아·영유아의 발달 시기, 급격한 운동을 할 때, 암·염증성 질병 등을 가지고 있을 때 등 생체 내 저 산소 환경이 형성되며 다량의 젖산이 만들어졌다.

이런 젖산을 유해물질로 판단하고 제거함으로써 피로도를 낮추고 단시간이지만 활력을 향상해줬다.

또한, 젖산은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정화수를 꾸준히 복용하면 각종 질병뿐만 아니라 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었다.

「레드몬의 독과 이상 상태를 치료·방어하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면... 와~ 잘하면 돈방석에 앉겠는데. 이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 거구나. 음하하하하~」

우동 입구를 지나 700m 올라가자 폐허가 된 건물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이곳이 나선시 중심으로 500m만 더 올라가면 시청과 관공서가 나왔다.

레드마우스의 왕 포베로미스가 숨어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좁은 곳에 1,000마리가 넘는 쥐새끼들이 몰려있었다.

“쾅~”

주먹만 한 돌멩이를 주워 벽을 향해 힘껏 던지자 포탄이 터지듯 커다란 굉음을 내며 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굉음에 놀란 쥐새끼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집을 부순 범인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길을 막고 다가서는 놈들을 향해 총알로 쏘아냈다. 포베로미스와 제리를 잡는 것이 오늘 사냥의 목표라 이곳에서 최대한 피해를 줘 놈들을 끌어낼 생각이었다.

가져온 총알을 모두 던져 200여 마리를 잡아내자 쥐새끼들의 눈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건 포베로미스가 버서커 모드를 발동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곳에 놈이 있다는 증거였다.

부하들의 죽음에 화가 난 포베로미스가 버서커 모드를 발동하자 레드마우스의 눈이 붉은 전구처럼 빛나며 속도와 파워가 두 배로 향상됐다.

놈의 부하인 제리까지 가세하자 정면에서만 쳐들어오던 놈들이 방향을 여섯 갈래로 나눠 전후좌우에서 압박해 들어왔다.

이럴 땐 멍청하게 서서 싸우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방법은 사람이 개미를 밟아 죽이듯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실력 차이로 압도하거나, 상대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여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블링크를 사용해 동서남북을 휘저으며 글라디우스를 휘둘렀다. 정신없이 움직이자 놈들의 브레인인 제리의 뇌에 과부하(過負荷)가 걸렸는지 쥐새끼들이 눈만 데굴데굴 굴리며 움직이질 못했다.

멍청하게 서 있는 놈들을 장난치듯 톡톡 찔러 죽이자 10분 만에 500여 마리가 붉은 피를 흘리며 산처럼 쌓였다.

절반이 넘는 부하가 죽자 꼭지가 돈 포베로미스와 제리가 나머지 부하들을 모두 이끌고 토굴을 빠져나왔다.

“펑~”

“지지지직~”

빠르고 은밀하게 날아간 혈기탄이 제리는 가볍게 잡아냈지만, 옆에 있던 포베로미스는 잡아내질 못했다.

포베로미스는 뿔에서 생긴 강력한 전류를 사용해 혈기탄이 막아냈다. 전류와 부딪친 혈기탄은 그물에 걸린 고기처럼 꼼짝도 못 하고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키 1.6m, 꼬리 길이 2.0m, 뿔 길이 0.5m, 무게 135kg, 지난번에 잡은 놈보다 덩치도 컸지만, 뿔이 두 배나 큰 놈이었다.

놈을 향해 살기를 투사했다. 꼴에 중급 레드몬이라고 살짝 겁을 내다가 화가 나는지 적대감이 최고조로 치솟았다.

포베로미스

전투력 : 1750

지능 : 82

스킬 : 알 수 없음

화가 난 놈이 부하들을 몰아붙였다. 혼자 다니거나 소수로 움직이는 놈들은 흥분하면 무작정 달려들고 보는데, 많은 부하를 거느린 왕이라고 얍삽하게 부하들부터 돌진시켰다.

등 떠밀려온 쥐새끼의 목을 틀어쥐고 흡기를 사용했다. 전투력이 180이나 되는 놈이 혈기탄 두 발에 앙상한 가죽만 남았다.

「무슨 생명력을 이렇게 많이 잡아먹어. 혈기탄이 흡혈귀도 아니고 너무 하네.」

쥐새끼들을 에너지원으로 혈기탄을 계속 쏘아 보냈다. 혈기탄이 날아오는 족족 기다란 뿔에서 생겨난 강한 전류가 혈기탄을 막아냈다.

번개만큼 빠른 혈기탄을 찾아내는 것도 신기했지만, 그걸 뿔에 나온 강한 전류로 막아내는 모습은 더욱 신기했다.

“끼익~ 끼익~”

잡지도 못하고 공격만 받자 열을 뻗친 포베로미스가 괴성을 질러대며 부하들을 더욱 다그쳤다. 그런다고 순순히 잡힐 내가 아니라서 애꿎은 불쌍한 부하들만 죽어 나갔다.

전류를 무한대로 뽑아낼 순 없는지 혈기탄 30발을 막아내자 위력이 매우 감소해 전류 강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승기를 잡자 지난번처럼 혈기탄 세 발을 동시에 운용해 한발로 놈을 공격하고, 나머지 두 발은 주위를 빠르게 돌며 틈을 노렸다.

힘이 빠진 놈이 정면에서 날아온 혈기탄을 간신히 막아내며 비틀거리자 좌우에서 하이에나처럼 달려든 혈기탄이 놈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펑~”

강력한 전류를 가지고도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은 막을 수 없는지 눈알이 튀어 나가며 포베로미스가 쓰러졌다.

왕이 죽자 버서커 모드가 사라지며 무기력증에 빠진 쥐새끼들이 힘을 잃고 축 처졌다.

이삭을 줍듯 놈들의 목숨을 모조리 거둬들이고 죽은 포베로미스 다가갔다. 기감을 통해 몸을 훑자 뿔에 특이한 게 느껴졌다.

뿔을 통째로 뽑아 손에 들고 세밀히 기감했다. 뿔 중간에 구슬 크기만 한 보석이 박혀있었다.

구슬이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뿔을 잘라냈다. 뿔에서 나온 구슬은 지름이 2cm로 레드스톤과는 다르게 완벽한 원형이었다.

색깔도 붉은색이 아닌 은색으로 작은 구슬 속엔 번개가 내려치듯 전기가 흐르고 있었다.

손에 쥐고 포스를 흘려 넣자 전류가 흘러나와 손을 감쌌다. 감전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왼손을 살짝 가져다 댔다. 다행히 사용하는 사람은 감전이 안 되는지 방전현상(放電現象)이 없었다.

옆에 있는 나무에 손을 붙이자 강력한 전류가 흐르며 방전현상이 일어나 잎과 가지에 불이 붙었다.

전류량이 엄청난지 10초 만에 나무가 새까맣게 타죽었다. 주인인 포베르미스가 사용할 때보다 전류가 더 강력한 것 같았다.

「어마어마하네! 이 작은 구슬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보다 더한 힘이 깃들어 있는 것 같네.」

레드몬이 스킬을 사용하는 건 구슬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회양에서 잡은 엘리트 레드몬과 포베로미스에선 구슬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말은 스킬의 유무를 구슬로 판단할 수 없다는 뜻으로 구슬이 스킬 위력을 향상할 순 있어도 구슬이 없다고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또한, 주인도 아닌 내가 구슬의 힘을 사용하는 것처럼 구슬만 있으면 누구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단, 나처럼 구슬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어야 했다. 포베로미스의 가슴을 가르고 심장에서 레드스톤을 꺼냈다.

피를 털어내고 구슬과 레드스톤을 붙여보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역시 구슬에 레드스톤을 붙이는 것만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순 없었다. 레드스톤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면 공급할 장치가 필요했다.

에너지 공급 장치를 만들 수만 있다면 누구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조금 전 사용해본 결과 순간적으로 많은 포스를 주입해야 구슬이 구동하는 걸 알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레드스톤은 그만한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뽑아낼 수 없었다.

많은 수를 병렬로 연결하면 가능성은 있지만, 부피가 커져 개인이 휴대하긴 사실상 불가능했다.

개인이 사용할 수 없다면 전차나 장갑차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어 구슬만 충분히 확보하면 최상위 레드몬 사냥팀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었다.

물론 레드몬을 발견하고 타격할 수 있는 속도와 정확도 그리고 레드몬 만큼 빠른 이동성이 갖춰졌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게 어렵다면 고정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구슬과 에너지 공급 장치만 준비되면 레드몬을 상대할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구슬이 흔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흔했다면 이미 학계에 보고됐을 것이고, 무기로 개발하든 능력자가 사용하든 어떤 방식으로도 사용하고 있을 게 확실했다.

지금까지 구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일부만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정말 아무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었다.

「이게 쥐새끼한테만 나오는 건 아닐 거고 한 종족의 우두머리나 강력한 엘리트 레드몬 이상에서 드물게 나온다고 봐야겠지?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모를 리가 없잖아. 상급 레드몬인 에오히푸스도 없었을까? 분명 있었을 텐데. 그럼 미국이 모를 리가 없잖아. 극비로 다루고 있겠네. 자기들만 몰래 연구해서 떼돈을 벌려고 하겠지. 역시 세상엔 비밀이 참~ 많네.」

다시 본부에 무전을 날려 바지선을 불러들였다. 바지선이 오는 동안 혼자서 1,000마리 넘는 레드마우스를 해안까지 날라야 했다.

「레드몬 잡는 것보다 운반하는 게 더 힘드네. 네가 노가다 십장도 아니고. 아이고~ 힘들어 죽겠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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