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1 시작 =========================================================================
71.
나진만은 엎어진 U자 형태로 나선시는 U자의 꼭대기를 중심으로 바닷가를 빙 돌며 부두가 들어선 항구도시였다.
행정구역을 다섯 개로 나눈 후 이름을 붙였다. 가운데 강을 중심으로 좌측은 ‘좌동’, 우측은 ‘우동’으로 부르고, 좌측 뒤에 있는 넓은 농토와 마을은 ‘좌이동’이라 이름 붙였다.
좌동 아래 항구는 ‘항동’, 우동 아래 소초도까지 길게 뻗어 나간 반도 지형은 처음 초자를 써‘ 초동’이라 불렀다.
“내일부터 항구를 중심으로 레드마우스를 정리 작업에 들어갑니다. 먼저 사전 정지작업으로 항구에서 남쪽으로 8km 밑에 있는 후창동부터 정리하겠습니다.”
나진만을 둘러보고 온 후 공대원들을 모아 계획을 알려주었다.
“오빠! 항구부터 정리하는 거 아니었어?”
“항구 남쪽부터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후창동과 그 위에 있는 멸리동을 먼저 정리하면 당분간 남쪽에서 올라오는 레드마우스가 없을 테니 신경이 덜 분산되잖아. 위아래에서 레드마우스가 계속 올라오고 내려오면 항구를 정리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어.”
“레드마우스가 얼마나 되는데?”
어제 소초도를 정리한 후 모터보트를 타고 나진만 주변을 돌며 레드마우스가 얼마나 사는지 조사했다.
기감 거리가 최대 1.5km라 후이동은 파악할 수 없었고, 좌동과 우동도 절반밖에 확인하지 못해 정확한 수를 알 순 없었다.
기감이 미치는 범위 내에 확인한 레드마우스는 3,500마리가 넘었다. 미처 파악하지 못한 지역까지 생각하면 7,000여 마리는 충분히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시의 크기와 방치된 기간을 생각하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로, 작은 창도 군청에 1,500마리가 넘는 레드마우스가 있었던 걸 생각하면 적은 수라고할 수도 있었다.
“제리와 보스인 포베로미스는 없었어?”
“제리는 세 마리 확인했는데, 포베로미스는 찾질 못했어.”
“7,000마리가 넘는데 포베로미스가 없어?”
“규모를 생각하면 무조건 있다고 봐야지. 땅속에 굴을 파고들어 있거나 어디 안전한 아지트에 처박혀 있겠지.”
청진에서 처음으로 손발을 맞추던 날 기감력을 사용해 레드몬을 찾아내자 이서인과 조은영은 놀람과 함께 반가움을 표했다.
극소수긴 하지만 레드몬을 찾아내는 능력자가 전혀 없는 건 아니라서 크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공대 안에 레드몬을 찾아낼 공대원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을 보장받는 일이라 싫어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지역에서 레드몬을 찾아내고, 정확도도 뛰어나자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레드몬을 탐지하는 가장 뛰어난 능력자로 알려진 멘탈리스트는 미국의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로 최대 500m 거리에서 레드몬을 찾아낼 수 있었다.
거리도 짧고 탐지 범위도 180도로 360도 동서남북 전체를 탐지하는 나보다 한참이나 떨어지는 능력자였다. 하지만 매우 특별한 능력으로 미국에선 고소득 능력자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레드몬을 찾아내고 글라디우스에 2m짜리 예기를 뿜어낼 땐 둘 다 표정이 놀라다 못해 얼이 빠져 혼이 달아난 것처럼 보였다.
거기다 중급 레드보어를 단칼에 토막을 쳐버리자 너무 놀라 팬티에 오줌까지 찔끔거렸다.
가죽 방어구 밖으로 흘려내릴 만큼 양이 많지 않아 기감으로 알아챈 나만 아는 일로 이서인과 조은영은 평생 숨기고 싶은 치부였다.
“하역 작업이 너무 느린 것 같은데.”
“화물선을 접안할 부두가 없어서 그래. 일일이 작은 배로 실어 날라야 해서 어쩔 수가 없어.”
“낚시를 갈 게 아니라 하역 작업을 도와야겠는데.”
“음... 낚시는 아이들 보내고 넌 항구 주변을 정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알았어.”
소연의 지시에 따라 썩고 부서진 건물 잔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3ton까진 거뜬히 들 수 있어 부서진 잔해를 치우는 일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굴착기나 불도저와 비교하면 그쪽이 힘은 월등했지만, 속도에선 내가 몇 백 배나 빨라 1km에 달하는 기다란 부두에 늘어선 창고와 주변 집들을 5시간 만에 깨끗이 정리했다.
“우리 남편 막노동만 해도 우리 굶어 죽일 일은 없겠는데.”
“흐흐흐~ 새로운 직업을 찾아낸 거야?”
“직업이 그 이상이지. 기계 수십 대를 동원해도 족히 한 달은 걸릴 일을 혼자서 반나절 만에 끝냈잖아.”
“이렇게 일하면 하루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굴착기 하루 사용료를 15만 원으로 잡고 30대 곱하기 30일로 계산하면 1억 3,500만 원이네. 우아!”
“막노동은 안 되겠다. 일당이 너무 약해.”
“뭐라고? 1억 원이 넘는데 일당이 약해? 너무 했다.”
“흐흐흐~”
소연의 말처럼 물 반 고기 반인지 아영과 아이들은 3시간 만에 30마리가 넘는 물고기를 잡아왔다.
감성돔부터 우럭, 청어, 대구 등 다양한 물고기와 전복, 굴까지 한 아름 따가지고 왔다.
“오빠! 여기 물고기 정말 많아요. 미끼 없이 잡을 만큼 버글버글해요.”
“전복하고 성게도 무진장 많아요. 돌 사이에 가득 찼어요.”
“내일 저희랑 같이 가서 잡아요. 네?”
“그래! 오늘은 고생했어.”
“아니에요! 헤헤헤~”
아솔과 아림이 양쪽에 팔에 매달려 낚시 갔던 일을 늘어놓았다. 아이들이 잡아온 해산물은 종류도 다양했지만 크기도 무척 컸다.
40~50cm는 기본이었고, 최고의 횟감으로 사랑받는 감성돔은 크기가 무려 60cm가 넘어 한 마리만 회를 떠도 장정 3~4명은 실컷 먹을 양이었다.
“나진시의 미래를 위해 건배!”
“건배!”
“건배~”
은비의 선창에 저녁에 초대된 모든 사람이 큰소리로 건배를 외쳤다. 캠핑카 위에 마련된 저녁 만찬엔 이서인과 조은영을 비롯해 정한숙과 김관웅 사장, 김도형 대장, 강승원 부대장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오지랖 넓은 은비의 소행으로 난 우리 식구들만 오붓하게 먹는 저녁인 줄 알고 홀딱 벗고 가운만 입은 채 먼저 올라와 별을 구경하다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있었다.
처음엔 사각팬티만 걸치고 돌아다니다가 고추가 계속 밖으로 튀어나와 얼마 전부턴 하얀 목욕 가운만 걸치고 다녔다.
앞을 묶으면 고추를 감추기도 편하고 소연과 은비를 덮치기도 편해 이젠 가운만 고집하고 있었다.
근데 난데없이 사람들이 줄줄이 올라오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 최대한 단정히 앞섶을 여미고 앉아 있어야 했다.
24시간 쉬지 않고 기감을 하지만 뻔질나게 내 집에 드나드는 사람들이라 아무런 대비도 할 수 없었다.
“복장이 참 편하고 좋아 보이네요.”
“감사합니다.”
정한숙이 야릇한 눈으로 전신을 훑어봤다. 이서인과 조은영도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가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보아 물어보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행히 남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고, 아림과 아솔은 천진난만하게 내 무릎에 앉아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회도 오빠가 뜨고, 고기도 오빠가 손질하고, 매운탕도 오빠가 끓였어요. 맛이 끝내주죠?”
“지홍씨는 레드몬 사냥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일도 잘하시고, 요리 솜씨도 끝내주시네요. 완벽한 신랑감이에요.”
“하.하.하.하.하.”
은비의 자랑 정한숙이 침을 튀기며 날 칭찬했다. 맛있게 먹는 것이 빈말은 아닌 것 같아 기분 나쁠 건 없었지만,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해져 감사하다는 말조차 나오지 않아 헛웃음만 억지로 웃었다.
“공대장님 덕분에 직원들이 호강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레드포스 대원들도 맛있는 고기와 회를 보내준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같은 식구끼리 음식을 나눠 먹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감사받을 일이 아니니 부담 갖지 마시고 맛있게 드세요.”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게 우리나라 인심이라 미래 레드몬, 미래 레드포스, KM 직원들까지 빠짐없이 고기와 회를 나눠주었다.
세상에서 가장 야박한 게 음식 차별이었다. 누구 입은 입이고, 누구 입은 주둥이도 아니고 먹는 걸 가지고 차별하면 두고두고 상처를 받았다.
먹는 것은 차별을 두지 말고 공평하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는 것도 힘들고 어려운데 먹는 걸 가지고 약 올리고 장난치는 놈들은 이빨을 몽땅 털고 턱을 빠개버려 다시는 밥을 못 먹게 해야 했다.
“방벽은 언제부터 들어옵니까?”
“최대한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으니 늦어도 15일부턴 들어올 거예요. 그전에 화물을 하역할 수 있는 부두부터 수리해야 해요.”
“부두가 남아있는 항동부터 정리할 계획입니다. 항구 주변을 둘러쌀 수 있는 3km 길이의 방벽을 이달 안에 보내주십시오.”
“알겠어요. 최선을 다할게요.”
청진에서 제작해 나진시로 보내는 방벽(defensive wall)은 블록 형태로 바닥을 다지고 콘크리트(Concrete) 작업만 하면 조립식이라 크레인(Crane)과 인부 몇 명만 있으면 누구나 설치할 수 있을 만큼 작업이 간단했다.
콘크리트 방벽 규격은 높이 15m, 바닥 넓이 5m, 상부 넓이 3m, 길이 10m로 규격화하여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상층부는 사람이 통행할 수 있는 형태로 200m 단위로 크기가 두 배인 방벽을 설치해 M82A-1 배럿 대물 저격총과 M2 브라우닝 기관총과 Mk.19 고속유탄 기관총, 열상감시장비(TOD)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내가 1차로 요구한 3km 외에도 나선시를 둥글게 감싸려면 총 24.5km의 방벽 필요했다.
소연과 난 3개월 안에 방벽을 모두 설치해 나선시를 빠르게 개발한다는 구상 세우고 있었다.
항구의 조속한 복구와 방벽 설치가 나선시 개발의 필수 과제로 방벽이 설치되지 않으면 건물을 짓고 사람을 받아들이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안주가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딱 한 잔만 더 해요.”
“내일 새벽에 나가야 합니다.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는 게 좋겠습니다.”
“아잉~ 한 잔 만요. 두 잔도 딱~ 한 잔 만요.”
“지금도 많이 취하셨습니다. 인제 그만 내일을 위해 쉬는 게 좋겠습니다.”
“아잉~ 난 멀쩡하다고요. 밤새워 마셔도 끄떡없어요. 술 주세요!”
“김 비서님! 정 사장님 모셔가세요.”
“네!”
내 부름에 김인숙 비서와 박미애 비서, 장연주 비서가 캠핑카 위로 올라와 술 취한 정한숙을 업고 사라졌다.
「왜 비서 세 명을 모두 체대 출신으로 뽑아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 술만 먹으면 개네. 그러니 어쩌겠어. 힘 좋은 비서라도 옆에 데리고 다녀야지.」
“저러니 내가 좋아할 수 있겠어? 술만 먹으면 취해서 저러잖아.”
“나랑 언니하고 술주정하면 다 받아주면서 한숙 언니는 싫으니까 술주정하는 것도 미운 거잖아.”
“그럼 다음부터 너희 술주정하면 정한숙처럼 대해줄까? 그걸 원하는 거야?”
“오빠! 사랑해! 내 마음 알지.”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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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