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0 시작 =========================================================================
70.
“은비야! 좌·우측 한방 더! 들어오는 입구를 최대한 막아!”
“응!”
“소연아! 더 빠르고 간결하게 끊어쳐. 그래야 단번에 목을 잘라낼 수 있어.”
“알았어!”
“그렇지! 지금처럼 좀 더 과감하게 하면 되는 거야. 잘했어!”
“고마워!”
“은영씨! 화살 놓기 직전에 포스를 강하게 불어넣으세요. 미리 포스를 담으면 포스 소모를 감당할 수 없어요. 소모량도 줄이고 파괴력을 늘리려면 순간적으로 포스를 화살에 담아내야 합니다. 아셨죠?”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레드마우스는 사냥감이 아니라 연습 상대였다. 놈들이 들으면 자존심 상할 일이고 다른 공대가 들으면 욕할 소리지만, 목표가 엘리트 레드몬인데 최하급 레드몬을 상대라고 하면 수준이 너무 떨어졌다.
당분간 레드마우스 위주로 사냥하며 손발을 맞추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생각이었다.
또한, 놈들을 상대로 근접전투기술을 연마해 혼자서 10여 마리는 손쉽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믿기지 않네요. 600마리가 넘는 레드마우스를 잡는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당분간 비밀입니다. 말하고 다니면 안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우린 같은 편이잖아요.”
“.......”
“아~ 이제 이해가 되네요. 이래서 한 달이라고 말했던 거군요. 이런 속도면 한 달이 아니라 일주일 안에 정리할 수도 있겠는데요. 준비를 서두르라고 해야겠어요. 이 속도면 저희가 한참 늦겠어요.”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우리가 남인 가요?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커험...”
“지홍씨! 한 배를 탄 이상 저에겐 진실을 알려주셔야죠. 절대 비밀로 할게요. 아빠도 물어도 말하지 않을게요. 하늘에 맹세해요.”
“정 사장님과는 사업파트너지 같은 배를 탄 적 없습니다.”
“여기 올 때 같은 배 타고 왔잖아요. 그러니 한 배 탄 거 맞잖아요.”
“.......”
“그러지 말고 좀 알려주세요. 궁금해 미칠 것 같단 말이요.”
“특별한 거 없습니다. 공대원들이 열심히 노력해 이른 시간에 정리한 것뿐입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 말고 지홍의 실체를 알려주세요. 상급 피지컬리스트? 상급 멘탈리스? 그것도 아니면 외계인? 어떤 게 진실이죠?”
“사장님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전 바빠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할일도 없는데 뭐가 바쁘다고 그래요. 지홍씨! 지홍씨! 그냥 가지 말고 힌트라도 주고 가세요. 지홍씨~”
「거참 더럽게 시끄럽네. 청진에서 일이나 할 것이지 왜 따라와서 저러는 거야? 거머리 같은 게 달라붙어서 사람 귀찮게 하네. 젠장!」
“웬만하면 사근사근 대해줘. 정말 그러다 삐지면 골치 아파.”
“이 이상 어떻게 더 잘해줘? 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야. 더는 못해. 아니 안 해.”
“은영이 언니만큼만 대해주면 되잖아. 서인이 언니만큼은 바라지도 않아.”
“보는 것만 해도 짜증 나는 걸 꾹 참고 있는 거야.”
“한숙 언니가 오빠에게 욕을 했어? 아니면 화를 냈어? 그런 거 아니잖아. 좋다고 관심을 보인 것뿐인데, 그걸 왜 싫어해? 고마워해야지.”
“관심? 졸졸 따라다니는 게 관심이야? 스토킹이지.”
“하아~ 전생에 한숙 언니가 오빠 가슴에 칼이라도 찔렀어? 오빠 보기만 해도 좋아서 하트가 뿅뿅뿅 발사되는데 그걸 그렇게 몰라줘?”
“좋아서 그런다고? 내가 보기엔 괴롭히려고 그러는 것 같다.”
“어우~ 이상하게 꼬였어. 오빠 이런 면이 있을 준 상상도 못했다.”
“그럼 내가 치마 두른 여자만 보면 헤헤거리고 따라다니면서 들이대야 속이 시원하겠어?”
“그런 뜻이 아니잖아.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달라고 말하는 거잖아. 사랑하고 관심을 가지라는 말이 아니잖아.”
“그게 마음처럼 되질 않으니까 그렇지.”
“그렇게 싫으면 업무적으로 대해. 대신 말을 조금만 부드럽게 하면 되잖아.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그것도 못해?”
“하아~ 알았어. 노력은 해볼게.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
“참 어렵다. 어려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굳이 이유를 될 필요가 없듯이,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일도 굳이 이유를 물을 필요가 없었다.
사람 관계도 오행(五行)의 상생상극(相生相剋) 같이 서로 잘 맞는 사람도 있고, 보기만 해도 원수가 되는 사이도 있었다.
이는 인력으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로 가장 현명한 행동은 서로 보지 않고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경우는 나만 죽도록 싫어하고 정한숙은 죽도록 좋아해 매달리는 상황이라 해결 방법이 없었다.
「내 어디가 좋은 거야? 얼굴이 잘생겼어? 성격이 좋아? 아니잖아. 그렇다고 나보다 몇만 배나 부자인데, 돈이 부족해 매달릴 리도 없고. 결혼하겠다고 말만 해도 판·검사, 변호사, 의사 잘나가는 사짜 직업들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줄을 설 텐데 왜 나같이 형편없는 놈에게 집착해. 놀리고 괴롭힐 생각이 아니면 그럴 이유가 없잖아. 아하! 날 만만하게 보고 가지고 놀려고 그랬군. 그렇게 내가 만만하게 보였단 말이지. 이런 개 같은... 절대로 그냥 두지 않는다. 아주 박살 내버리겠어!」
“이제야 버스 캠핑카를 제대로 활용하네. 집보다 100배는 편하고 좋다.”
“셋이 사용하기엔 너무 크지 않아? 아이들도 이리로 오라고 할까?”
“오빠! 애들도 캠핑카 마련해줬잖아. 그리고 애들 오면 우린 사랑을 어디서 나눠? 지난번처럼 내 엉덩이하고 오빠 고추 보여주면서 공개적으로 해야 하는 거야?”
“아영이네가 쓰는 캠핑카는 작잖아. 그리고 차 안에서 하면 흔들리고 밖에 소리도 들릴 거고.”
“우리 캠핑카 완벽한 방음이라 안에서 난리를 쳐도 밖에선 전혀 몰라. 그리고 바닥 지지대가 있어서 방방 뛰어도 안 흔들려. 하루에 100번 해도 모른다고.”
“그래? 그럼 오지 말라고 해야겠네. 소연아! 문 잠가!”
“크크크~”
돈값을 하는지 레니게이드(renegade) 버스 캠핑카는 차체내부가 밖으로 튀어 나가며 공간 확장까지 돼 넓은 실내와 침실을 제공했다.
소연과 은비에게 최고의 안락함을 선사하고 싶어 내부 시설도 럭셔리하게 치장해 최고급 침대와 소파, 대형 평면TV, 대형 냉장고, 최고급 원목으로 꾸민 주방과 거실 그리고 사계절 따뜻한 온수를 제공하는 샤워 부스 등 모든 시설이 갖춰져 회양에서 살던 집보다 100배는 편했다.
또한, 차량 내부에 승강기를 설치되어 있어 지붕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게, 지붕에선 바비큐 파티와 야외 취침, 티타임 등 캠핑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갖춰져 있었다.
“오빠! 오늘 저녁엔 지붕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밤하늘도 구경하자. 밤하늘에 가득 뜬 별을 바라보며 한잔하면 술맛이 끝내줄 것 같아.”
“응!”
“지홍아! 생선회에 포도주는 어때?”
“그것도 좋지. 근데 횟감을 구할 수 있어?”
“이 근처는 30년간 사람이 오질 않아 고기가 엄청나게 많을 거야. 낚시로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야.”
“알았어. 소초도 갔다 와서 잡아볼게.”
소연이 차려준 정성 가득한 점심을 맛나게 먹은 후 모터보트를 타고 소초도로 향했다.
대초도에서 북쪽으로 1km 위에 있는 소초도는 민가가 거의 없는 작은 섬으로 레드마우스도 50여 마리가 전부라 번거롭게 다 같이 움직일 필요가 없어 혼자만 조용히 다녀왔다.
소초도 역시 대초도와 같이 평평한 지형에 나무만 가득한 섬으로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농경지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나진시 주변은 온통 산지라 농경지로 개발한 땅이 매우 적어 사람이 없는 지금은 외부에서 식량을 수입해도 별 어려움이 없지만, 인구가 늘어나면 식량 사정이 악화할 우려가 있었다.
대초도와 소초도는 예전부터 농지로 사용하던 땅이라 척박하지 않고, 우물과 지하수를 이용하면 관개용수(灌漑用水)를 대면 논농사도 가능했다.
대초도와 소초도를 정리하며 45억 7,500만 원을 벌어들였다. 무려 657마리를 잡았지만, 최하급 레드몬이라 레드스톤은 고작 10개가 전부였다.
가격도 마리당 300만 원 정도밖에 안 해 엘리트 레드몬 레드라쿤독 한 마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은영씨하고 서인씨 신선 공대 있을 때 한 달에 얼마씩 받았어?”
“1억에서 2억 원 사이 일 거야.”
“한 달에 2억 5,000만 원이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지?”
“서인 언니는 그 정도면 충분하지. 하지만 은영 언니는 좀 더 주는 게 나을 것 같아. 전처럼 위험한 정찰 임무를 맡은 건 아니지만, 실력을 생각하면 좀 더 챙겨주는 게 맞는 것 같아.”
“공평하게 3억 원씩 주면 되는 거야?‘
“음... 그건 은영 언니가 살짝 기분이 나빠질 수 있으니까 서인 언니는 2억 5,000만 원 주고 은영 언니는 3억 5,000만 원 주는 게 맞을 것 같아.”
“그럼 그렇게 전달하고 앞으로 돈 관리는 네가 맡아. 난 머리도 나쁘고 계산도 젬병이라 도저히 안 되겠어.”
“너무 많은 걸 맡기는 거 아니야?”
“너 아니면 누가 해? 넌 박씨 집안의 안방마님이야. 당연히 네가 관리해야지.”
“은근히 치켜세우면서 일 시키는 것 같아?”
“싫어? 다른 사람 줄까?”
“아니! 절대 안 돼! 죽을 때까지 내가 쥐고 있을 거야. 히~”
“당연히 그래야지. 흐~”
안방마님의 가장 큰 권력은 곳간(庫間)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었다. 곳간이 돈이었고 돈이 권력으로 곳간 열쇠를 가져야 진정한 집안의 주인이었다.
세계의 부를 한 손에 쥐고 있는 로스차일드가(Rothschild family)의 마이어 암셸 로트실트가 ‘누가 법을 만들건 상관없다. 내게 화폐 발행권만 달라.’라고 말한 것처럼 권력의 핵심은 돈이었다.
돈이 있어야 정치도 하고, 사람도 부리고, 밥도 먹고, 사랑도 할 수 있었다. 돈이 없으면 따르는 사람도 없고, 먹고 살 수도 없었다.
난 가장 큰 권력을 소연에게 줌으로써 무한한 신뢰를 보이며 골치 아픈 일을 모두 떠넘겼다.
“그러고 보면 오빠도 어리숙한 척하며 은근히 약아 빠졌어. 가장 똑똑한 소연 언니를 마구 부려 먹잖아.”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야.”
“하하하~ 누가 오빠를 죽인데?”
“잔머리라도 잘 돌아가야 살아남을 거 아니야. 가방끈도 짧고 아는 것도 없는데, 필요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맞게 잘 쓰기라도 해야 살아남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가장 쉽게 말하네.”
“뭐가 어려워? 내가 믿는 소연에게 지갑을 맡기고 또 내가 믿는 너에겐 도시를 맡기면 되는 건데, 이보다 더 쉬운 일이 세상에 어디 있어?”
“뭐? 나보러 나선시를 맡으라고?”
“응! 이제부터 네가 나선시 시장이야. 도시가 늘어나면 그땐 시장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높은 직책을 맡을 수도 있어. 기대해도 좋아!”
“헉!”
덫 중에 가장 무서운 덫이 감투였다. 소연과 은비에게 씌운 것이 덫은 아니지만, 권력은 누구나 좋아하는 달콤한 사탕과 같았다.
사람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길 좋아한다. 그렇게 남을 밟고 올라가 높은 감투를 쓰고 사람들을 손가락 하나로 부리고 말 한 마리도 살리고 죽이고 싶어 했다.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는다.’는 말처럼 지위와 명예는 헛된 욕망의 산물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권력에 매달려 쥐꼬리만 한 감투라도 쓰기 위해 발악을 했다.
「은비 말처럼 내가 좀 사악한가? 곳간 열쇠만 줬지 명의는 모두 내 앞이고, 시장이란 명함만 줬지 결국 내 뜻대로 움직일 테고. 사악한 거 맞네. 흐흐흐~」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