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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시작
“나만 쏙 빼놓고 둘 만 사랑하고, 너무 한 거 아니야?”
자리를 피해줬던 소연이 침대로 다가와 엉덩이를 걸치며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못나 보이게 짓는 표정도 소연이 하면 예쁘기만 했다.
“이제 시작이야. 올라와!”
“나도 그러고 싶지만, 지금은 참아야 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무슨 일?”
“모레 출발이잖아. 장비 점검도 해야 하고, 한 달 먹을 식료품과 생필품도 제대로 실었는지 확인해야 해. 한숙 언니하고 일정도 조율해야 하고. 할 일이 산더미야.”
“직원들 있잖아. 직원들에게 하라면 되지 네가 왜 그걸 해.”
“그 사람들도 다 바빠. 레드포스 직원들은 무기 점검하느라 정신없고, 레드몬 직원들은 할아버지가 보내주신 물건들 서류하고 일일이 대조하느라 밤새워 일해야 할 것 같아. 날 도와줄 여력이 없어.”
“레드몬 잡으러 가는데 뭔 일이 그렇게 많아?”
“갔다 오는 게 아니잖아. 살러 가는 거잖아. 먹고 살려면 가져가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런가?”
“은비야! 즐거운 시간 방해해서 미안한데, 너도 나와서 도와줘야겠다. 일손이 모자라서 서인이 언니! 은영이 언니! 아영하고 아정이도 돕고 있어. 너만 빠지면 모양새가 이상해.”
“당연히 도와야지. 오빠! 손 좀 빼줘. 손 때문에 일어날 수가 없어.”
“싫어! 이제 시작인데 그냥 가면 난 어쩌라고. 고추 터지는 꼴 보고 싶어.”
“이따 밤에 많이 해줄게. 손 빼!”
“싫어! 기분 좋단 말이야.”
“계속 아기처럼 굴면 맴매한다.”
“마음대로 해! 절대 못 빼니까.”
“아이참! 언니! 언니가 좀 해봐”
“지홍아! 진짜 시간 없어. 너도 나와서 도와야 해.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네가 도우면 일을 일찍 끝낼 수도 있어.”
“내가 도우면 뭐해줄 건데?”
“주긴 뭘 줘? 우리 일인데.”
“그냥은 안 돼! 좋은 시간 망쳐났으니까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줘야지. 안 그러면 은비는 계속 인질로 잡고 있을 거야.”
“나 인질이야?”
“응! 사랑하는 예쁜 인질!”
“크크크~”
“하아! 뭘 주면 되는데?”
“알면서 왜 물어봐.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잖아.”
“그건 나선시 들어가서 하기로 했잖아. 내일모레 출발인데 지금 그거 하면 엉덩이 아파서 걸어다니질 못해. 나선시 들어가면 원하는 만큼 해줄게. 그러니 인제 그만하고 일하러 가자. 응?”
“분명 약속한 거다. 지난번처럼 앙탈 부리기 없기다. 그땐 정말 안 참는다.”
“알았어. 이번엔 절대 그러지 않을게. 약속해!”
“협상타결 된 거야?”
“응!”
“그럼 이제 손 빼. 아프단 말이야.”
“아~ 아쉽다. 빼기 싫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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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정각 청진항을 출발한 화물선 세 척이 나진만 앞바다에 있는 대초도를 향해 서서히 접근하고 있었다.
오늘 목표는 대초도를 정리하는 것으로 이곳에 나진항을 공략할 전진기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대초도는 나진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중요 거점으로 차후 군항으로 개발해 해안 경비대의 본부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내 목표는 나진항을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항구도시로 만드는 것이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개발해 최고의 관광도시로 만들 계획이었다.
항구를 통해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의 후쿠오카·니가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등으로 본스틸과 레드몬 가죽, 파생상품 등을 직접 거래할 생각이었다.
국내의 경우 KM 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만큼 KM 레드몬을 주 거래처로 이용할 생각이지만, 내수보단 수출에 의존해 우리 땅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땅을 얻었다곤 해도 외압에 시달릴 수 있어 국내보단 해외로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더욱 유리했다.
대초도에도 부두가 있었는지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 하지만 썩거나 부서져 사용할 수준이 아니라서 모두 철거하고 새로 만들어야 했다.
화물선 두 척을 1km밖에 정박해 시켜놓고 우리가 탄 화물선만 100m까지 접근해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섬 남쪽엔 인가(人家)가 몇 채 없었고, 부두가 있던 북쪽에 부서진 창고와 건물, 집들이 다닥다닥 몰려 있었다.
“레드마우스만 있고 다른 레드몬은 없어. 남쪽에 100여 마리 정도가 있고, 북쪽 부둣가에 500여 마리 정도가 몰려 있어. 숲엔 레드몬은 없고 동물들만 있고.”
“어디에 상륙하는 게 좋겠어?”
“레드몬이 없는 서쪽에 상륙하면 될 것 같아.”
“알았어. 보트 준비할게.”
소연이 보트를 준비하는 동안 철제 탄알 통에 브라우닝 M2 중기관총용 대구경 탄환을 500발 챙겼다.
사냥할 때마다 나무로 만든 암기를 준비할 수 없어 잡기도 편하고 던지기도 편한 12.7 × 99mm NATO탄을 준비하게 됐다.
“그걸로 사냥하게?”
“크기가 적당하고 무게감도 있어 암기로 사용하기엔 괜찮아.”
“우리 공장에서 만든 본스틸 합금 암기랑 모양도 비슷하네.”
”응! 거의 흡사해. 그래서 쓰기도 편해.”
“잘됐네. 근데 탄두가 너무 무른 거 아니야?”
“물러도 예기를 씌우면 하급까진 무난해. 중급도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쓸 만할 것 같아.”
“이제 밤마다 나무 깎지 않아도 되고 좋네.”
“맞아! 흐흐흐~”
“근데 보트는 왜 준비해? 배를 해안가로 붙이고 뛰어내리면 되잖아.”
“가까이 다가가면 화물선이 공격받을 수도 있잖아.”
“쥐새끼들 헤엄도 쳐?”
“사람보다 더 잘 친다고 봐야지. 작은 하천은 헤엄쳐 건너니까. 어쩌면 섬에 들어온 것도 헤엄쳐 들어왔을지도 모르잖아.”
내 경우 화물선을 해안가에 50m 정도만 붙이면 한 번 도약으로 육지에 내려설 수 있었다.
하지만 나를 빼곤 멀리 뛸 수 있는 공대원이 없어 화물선을 해안가에 바짝 붙여야 하선할 수 있었다.
그럴 경우 레드마우스에게 배가 공격받을 수 있어, 귀찮지만 보트를 사용해 우리만 내리는 게 안전했다.
보트가 해안가에 접근하자 재빨리 배에서 내려 짐들을 해안가로 옮겼다. 레드마우스가 몰려 있는 북쪽 부두에서 1km 떨어진 지점이라 우리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대초도는 언덕이 없는 완벽한 평지라 사냥하기에 적당한 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부둣가 좌측에 살짝 튀어나온 곶(串)이 있어 그곳을 등지고 전면에 에너지 파동을 깔면 쥐새끼쯤은 손쉽게 잡아낼 수 있었다.
대초도는 나 혼자 정리해도 1~2시간이면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함께 움직이고 함께 사냥하는 건 먼 미래를 위해서였다.
이는 게임에서 캐릭터를 키우는 것과 같은 것으로 무난한 놈으로 한 놈만 열심히 키우면 초반엔 손쉽게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지만, 중반이 넘고 후반으로 넘어가면 캐릭터 하나론 임무를 완수할 수 없다.
미래 공대 역시 이와 같아 당장 빠르고 편한 것만 찾으면 공대원들이 모두 저레벨 캐릭터로 전락해 훗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잉여 능력자로 전락할 수 있었다.
그건 그들만 손해가 아니라 나 역시 손해를 보는 것이라 조금 귀찮고 시간이 걸려도 모두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었다.
굴곡진 해안가를 따라 부둣가로 올라갔다. 언제나 선두에서 정찰을 담당하던 조은영은 오늘부터 후미에 처져 공대원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낯선 임무라 조금 거북스럽겠지만, 조은영 빼면 근접전투가 가능한 공대원이 없어 다른 대안을 찾을 때까진 어쩔 수가 없었다.
수화(手話)로 위치를 정해준 후 글라디우스를 뽑아들고 부둣가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냄새를 맡은 쥐새끼들이 신선한(?) 먹잇감에 반응해 은신처를 빠져나와 몰려들기 시작했다.
섬엔 두목인 제리도 한 마리 있었다. 제리는 레드마우스완 달리 매우 신중하고 영악한 놈이었다.
그러나 천적이 없는 외딴섬에 사는 제리는 조심성을 잃어버리고 부서진 건물 옥상에 누워 한가로이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었다.
붉은 혈기탄이 빛의 속도로 날아가 놈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뭔가 서늘한 기운이 가슴에 스며들었다고 느낀 순간 혈맥이 터져나가며 오공에서 피가 솟구쳤다.
“펑~”
두목이 죽자 머리를 잃은 레드마우스들이 우왕좌왕하며 모두 밖으로 몰려나왔다. 산책을 나온 아저씨처럼 어슬렁거리며 레드마우스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침을 질질 흘리며 쫓아오는 쥐새끼들을 살살 약을 올리며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서쪽으로 유인해갔다.
은비가 만든 빛의 기둥 속으로 뛰어들자 멍청한 쥐새끼들이 함정인 줄도 모르고 우르르 따라 들어왔다.
10m짜리 커다란 에너지 파동을 일렬로 세 개나 깔았지만, 입구가 80m나 돼 절반도 막아내질 못했다.
뒤를 바짝 쫓아온 놈들과 달리 중간에서 따라온 놈들은 수상쩍은 빛을 피해 우릴 위협했다.
조은영은 속사와 무빙 샷에도 재능이 있어 3초마다 화살을 날리며 다가오는 쥐새끼들을 빠르게 잡아냈다.
소연은 최하급 레드몬은 8마리까지 동시에 홀드 시킬 수 있어 근처에 다가온 놈들을 묶어놓고 푸지오를 사용해 목을 그었다.
소연이 승무도를 수련하며 가장 많이 연습한 동작은 홀드와 함께 푸지오를 사용하는 것으로 멘탈리스트라도 힘이 33이라 레드마우스의 연한 목 부위는 충분히 잘라낼 수 있었다.
소연과 은비, 조은영이 제 몫을 다하는 동안 아영과 이서인은 전투가 전개되는 모습을 눈으로 익히고 있었다.
당장 전력에 보탬은 안 되지만 둘 다 미래엔 큰 힘이 되어줄 재목이라 눈으로라도 전투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했다.
“쑤웅~쑤웅~쑤웅~”
파동을 피해 좌우에서 몰려들던 레드마우스들이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바닥에 우수수 쓰려졌다.
총알이 뚫고 나간 가슴과 머리엔 동전 크기만 한 큰 구멍이 뚫려있었다.
상처가 워낙 커 회복하길 기대할 수도 없지만, 맞는 순간 포스가 온몸에 퍼져나가 내장을 파괴해 손을 쓸 시간도 없었다.
운 좋게 팔다리에 탄환을 맞아도 침투경에 의한 상처라 포스가 혈맥을 타고 들어가 내장을 파괴해 살아남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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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