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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67화 (67/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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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나진시 공략 전에 저희와 손발을 맞춰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아침 9시에 출발하겠습니다. 준비하고 계십시오.”

“네! 그럴게요.”

내 눈을 맞춘 채 새색시처럼 다소곳이 말하며 손으로 귀밑머리를 쓸어 올리는 모습이 너무나 고혹적이었다.

이서인은 섹시한 매력과는 거리가 멀지만, 남성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동작 하나하나에도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마력이 있어 자꾸 눈이 따라가게 됐다.

“오빠! 아까운 고기 다 타겠어요.”

“어? 그래? 미... 미안! 내... 내가 정신이 없어서 그만...”

“서인이 언니 얼굴 그만 보고 고기나 구우세요. 얼굴 뚫어지겠어요.”

“아... 아.. 알았어.”

아영이 눈을 새파랗게 뜨고 나와 이서인을 번갈아 쳐다봤다. 아영의 눈빛은 조강지처가 바람난 여자와 서방을 잡아다 놓고 심문하는 살벌한 눈빛이었다.

허리를 손을 척 걸치고 눈에 힘을 주고 있는 아영의 모습은 귀엽다 못해 깜찍해 깨물어주고 싶은 모습이었다.

각성 후 몸이 자라며 이목구비가 뚜렷해지자 눈은 동그래졌고, 코는 작지만 오뚝해졌다.

은은한 갈색의 긴 머리카락과 흰 목선이 매우 잘 어울렸고, 작고 귀여운 입술이 자꾸만 내 입술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난적 출현에 이서인은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은비는 배꼽을 잡고 웃어젖혔고, 소연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지홍씨! 저 왔어요. 은비야! 소연아! 나 왔어. 아영아! 안녕!”

“.......”

“언니! 전화 한지가 언젠데 이제 와?”

“미안! 결재해줄 너무 많았어. 최대한 빨리한다고 했는데 조금 늦었네. 나 먹을 고기는 남겨둔 거지?”

“걱정하지 마. 내일모레까지 먹을 수 있을 만큼 엄청나게 많아.”

“오예~”

생각지도 못한 불청객 정한숙이 나타났다. 은비가 나 몰래 맛난 고기 먹으러 오라고 전화를 넣자 하던 일을 모두 팽개치고 득달같이 달려왔다.

“새로운 분이 계셨네.”

“서인이 언니라고 전에 같은 공대에 있었어. 오늘부로 우리 공대에 들어왔어. 나랑 친자매 같은 언니야 서인이 언니! 인사해. KM 레드몬 사장님인 정한숙 언니야.”

“안녕하세요. 이서인입니다.”

“반가워요. 정한숙이에요.”

이서인과 정한숙이 손을 맞잡고 눈을 마주치는 순간 나만 느꼈는지 몰라도 눈에서 불꽃이 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서인과 정한숙의 표정은 한없이 따뜻하고 자애로웠지만, 눈에선 번개가 쏘아져 나가 공중에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얘는 왜 부른 거야? 술 먹으면 또 엉겨 붙을 텐데. 아~ 정말 싫다. 그리고 둘은 만나자마자 왜 이러는 거야?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야? 원수라도 돼? 왜 눈싸움을 하고 지랄이야. 미치겠네. 대체 왜들 이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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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엄마가 급성맹장염이라 수술 끝나는 거 보고 오느라 늦었어.”

“어머니는 어떠세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행히 수술이 잘 되서 며칠 내로 퇴원하실 거야.”

“정말 다행이네요.”

“걱정해줘서 고마워!”

“아니에요. 큰일 치르셨는데 어머니 병간호도 못 하고 오시게 해서 죄송해요. 좀 더 어머니 곁에 있다 오셔야 하는데.”

“괜찮아. 아빠도 있고 오빠도 있고 언니들도 있고 돌봐줄 사람 많아. 우리 집 3남 7녀 대가족이야. 거기서 내가 막내고. 나 하나 없어도 표시도 않나.”

“부럽네요. 전 달랑 무남독녀 외동딸인데.”

“난 네가 부럽다. 형제자매가 많으면 막내는 사람대접도 못 받아.”

“에이~ 설마요. 이렇게 예쁜 막내 동생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 식구 중에선 언니가 가장 인기 많을 것 같은데요.”

“정말이야! 나 집에서 완전 찬밥이야. 내놓은 자식이라고.”

조은영은 이서인보다 하루 늦은 5월 26일 청진에 도착했다. 소연은 혹시 몰라 조은영과 1시간 넘게 잡다한 내용으로 수다를 떨어댔다.

오랜 기간 신선 공대에서 활동하며 대유 그룹 관계자들과 안면이 있는 조은영이 서울을 오가는 사이에 대유 그룹에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소연이 독심술을 사용해 조은영을 살피는 동안 난 기감을 사용해 조은영의 몸속 변화를 관찰했다.

기감력이 정보획득 수준으로 발전하며 심장박동, 체온변화 등 신체변화를 좀 더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면 상대의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맥박, 호흡, 손에 흐르는 땀 등을 바탕으로 거짓 유무를 판단하는 거짓말 탐지기(Polygraph)와 비슷한 원리로 심장박동수와 체온의 급격 변화를 토대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라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거친 소연의 독심술만큼 정확하진 않았다.

좀 더 시간이 지나 데이터가 쌓이고 인간에 대한 심리파악이 가능해지면 소연의 독심술만큼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다행히 조은영의 말과 행동, 신체변화에서 이상함을 발견할 순 없었다. 조은영이 합류로 아영을 포함해 총 여섯 명이 미래 공대 초대 공대원으로 등록하게 됐다.

1992년 5월 27일 기감을 통해 본 능력수치

박지홍 : 힘-344 민첩-362 체력-442 총합-1,148 멘탈포스-750

민소연 : 힘-33  민첩-33  체력-48  총합-114   멘탈포스-486

최은비 : 힘-29  민첩-29  체력-44  총합-102   멘탈포스-423

윤아영 : 힘-14  민첩-10  체력-16  총합-40    멘탈포스-45

이서인 : 힘-18  민첩-15  체력-18  총합-51    멘탈포스-125

조은영 : 힘-75  민첩-119 체력-89  총합-283   멘탈포스-20

6개월 동안 난 5% 정도 능력치가 고르게 상승했고, 소연과 은비는 산삼의 효과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지 15% 정도 능력치가 올랐다.

소연은 멘탈포스가 486으로 500인 중급에 14만 남겨 놓고 있어 늦어도 1~2개월 안에 중급 멘탈리스트로 승급할 것으로 생각됐다.

은비 역시 성장 속도가 빨라 늦어도 내년 중반까진 무난하게 중급 멘탈리스트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영은 각성 후 24일 만에 일반인의 두 배에 달하는 피지컬 능력치와 최하급 멘탈리스트에 버금가는 멘탈포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상당히 이래적인 일로 멘탈리스트로 각성한다고 해도 빨라야 3~4년 후에나 가능한 능력치였다.

아직 초기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이 상태로 꾸준히 발전하면 세계에서 유일한 상급 멘탈리스트인 마샤 타니엘라에 필적하는 능력자가 될 수도 있었다.

이서인은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하급 멘탈리스트로 침묵 스킬을 빼면 이렇다 할 특별함이 없었다.

멘탈포스도 간신히 최하급을 넘은 수준으로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실력을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2~3년 안에 미래 공대 안에선 잉여 능력자가 될 수 있었다.

조은영은 매우 뛰어난 하급 피지컬리스트로 체력이 민첩을 따라가진 못했지만, 민첩이 중급 수준인 100을 넘어 좀 더 노력하면 완전하진 않지만 고유 스킬을 얻을 수도 있었다.

하급 피지컬리스트 중에는 조은영처럼 한 가지 능력치가 월등히 높아 하급인데도 불구하고 고유 스킬을 가진 능력자가 간혹 있었다.

중급 능력자가 사용하는 스킬만큼 완벽하진 않지만, 스킬 본연의 효과는 발휘할 수 있어 전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은영씨의 민첩력은 스킬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아직 스킬이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체력만 올리면 스킬을 얻을 수 있겠네요?”

“민첩력만큼 체력을 올려야 스킬이 나올 겁니다.”

“감사합니다.”

“서인씨는 멘탈포스도 낮지만, 체력이 너무 낮아 스킬을 사용할 때 생기는 반작용 충격을 몸이 버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 지속되면 능력치가 상승하는 게 아니라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몸에 이상이 올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다신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인 말에 이서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말은 안 했지만, 소연보다 느린 발전 속도로 마음고생이 심했었다.

그런데 이젠 발전이 아니라 후퇴, 그것도 최악의 경우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듣자 하늘이 노래졌다.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은 멘탈리스트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스킬이 없는 멘탈리스트는 레드몬 사냥팀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이서인이 사냥팀에서 쫓겨나면 몸을 파는 것 외엔 달리 할 일도 없었다.

“지홍씨! 고칠 방법이 없을까요? 도와주세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 이서인이 손을 모아 쥐고 날 쳐다봤다. 순간 품에 안고 내가 책임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올 뻔했다.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통해 체력 수치를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와 동시에 약한 체력을 보완해줄 보약도 함께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하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나요?”

“지금보다 체력 수치를 1.5배 이상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몸이 버텨낼 수 있을 겁니다.”

“.......”

중급 레드몬 레드보어를 가볍게 잡는 모습을 보여주자 날 대하는 태도가 180도로 달라졌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백날 입으로 떠드는 것보다 한 번 실력을 보여주는 게 효과가 확실했다.

실력을 보여준 후 하급 레드몬을 상대로 조은영과 이서인의 장단점을 파악했다. 그 결과 조은영은 스킬만 없다뿐이지 하급 레드몬을 상대로 자기 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하급 레드몬만 사냥하면 지금 실력으로 충분하지만, 중급 레드몬을 사냥하려면 최대한 이른 시간에 고유 스킬을 얻어야 했다.

이서인의 경우 총체적인 부실로 낮은 멘탈포스도 문제지만, 형편없는 체력 수치로 인해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버거운 실정이었다.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생기는 반작용 충격을 몸이 소화하지 못해 무리가 오고 있었다.

이서인에게 한 말은 겁을 주려는 게 아니었다. 지금은 능력이 향상하지 않는 정도지만,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하면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큰 고통에 시달리다 종래엔 몸이 망가져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었다.

“서인씨와 은영씨 두 분 모두 나진시에 도착하면 저희와 함께 훈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주시면 저희야 고맙죠.”

“감사합니다.”

“은영 언니! 서인 언니! 나라면 절대 같이 훈련한다고 말하지 않을 거야. 우리 훈련하는 거 보면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쏙 들어갈 걸.”

“훈련을 어떻게 하는데 그래?”

“하나만 알려줄게. 내가 훈련할 때 입고하는 쇠 옷 무게가 자그마치 100kg이 넘어. 소연 언니는 나보다 더 무겁고. 참고로 오빠는 1ton이야. 그걸 입고 강도 높은 서킷 트레이닝을 한 시간도 넘게 해. 할 수 있겠어?”

“멘탈리스트가 서킷 트레이닝을 해? 그것도 100kg이 넘는 쇠로 만든 옷을 입고?”

“응! 그래도 아침엔 맨몸으로 가볍게 20km 정도 뛰어줘. 전속력으로. 덕분에 능력치는 팍팍 올라. 대신 매일 지옥을 경험하고 있지. 우리야 둘이 하는 것보단 넷이 하는 게 아무래도 위로가 되니까 환영할 만한 일이지. 안 그래? 흐흐흐~”

“.......”

은비의 겁주기에 이서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조은영은 피지컬리스트라 체력 훈련을 꾸준히 해왔지만, 이서인은 숨쉬기 운동 빼고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 생초보에게 100kg이 넘는 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상상은 은비의 말처럼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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