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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65화 (65/505)

00065  KM의 여마두 정한숙  =========================================================================

65.

“우아~”

“어때? 멋있어?”

“언니! 정말 멋있어요. 멋있다 못해 황홀해요.”

“으하하하~ 내가 원래 좀 멋있어.”

은비도 소연처럼 산삼과 훈련의 성과로 연속해서 발사할 수 있는 에너지 파동의 숫자가 6회에서 10회로 늘어났다.

하지만 아쉽게도 데미지와 마비 효과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고 보면 소연의 홀드 스킬도 상대를 묶어 놓을 수 있는 시간은 전과 같았다.

멘탈포스양이 증가했음에도 데미지와 효과가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등급이 오르거나 일정량 이상의 멘탈포스가 올라야 데미지와 이상 상태 효과도 향상하는 것 같았다.

“첫 사냥에 갔다 온 소감이 어때?”

“한 마디로 끝내줬어요. 정말 멋있고 박진감이 넘쳤어요.”

“무섭지 않았어?”

“무섭긴요? 오빠와 언니들이 있는데 왜 무서워요. 하나도 안 무서웠어요.”

10년 이상 레드몬을 상대한 베테랑들도 레드몬을 두려워하는데, 이제 막 각성을 끝낸 왕초보가 레드몬을 무섭지 않다고 말하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아영이 무섭지 않다는 말한 건 나와 함께 있는 게 좋다는 뜻이지 레드몬이 무섭지 않다는 뜻은 결코 아니었다.

“같이 있는 게 그렇게 좋아?”

“네! 오빠랑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앞으론 어딜 가든 따라다닐 거예요. 저 놓고 다닐 생각하지 마세요. 찰거머리처럼 착 달라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니까요.”

“그러려면 먼저 실력을 쌓아야지. 안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게 될 거야.”

“내일부터 언니들이 하는 훈련에 저도 끼워주세요.”

“너무 빨라. 적어도 3개월은 기초 훈련을 쌓고 서서히 레벨을 올려가야 해. 처음부터 무리하면 근육이 다칠 수도 있어.”

“능력자는 회복력과 재생력이 뛰어나 힘든 훈련을 해도 문제없다고 하셨잖아요.”

“넌 아직 완벽한 능력자가 아니야. 능력자가 돼가고 있는 과정 중에 있어.”

“어쨌든 전 열심히 노력할 거예요. 훈련도 두 배로 할 거고 노력도 두 배로 할 거예요. 죽도록 열심히 노력해서 오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거예요.”

“알았어. 하지만 서두르면 안 돼! 어떤 일이든 단계가 있는 거야. 급히 서두르면 모든 걸 망칠 수도 있어.”

“전 잘할 자신이 있어요. 안 되면 될 때까지 쉬지 않고 할 거예요. 두고 보세요. 6개월 안에 오빠에 꼭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테니까요.”

“......”

앙다문 입술과 강력한 눈빛 그리고 굳게 쥔 양손에서 아영의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아영은 평소 내 말이라면 뭐든 잘 듣고 시키는 대로 잘하다가도 한 번 결심을 굳히면 황소고집이 따로 없었다.

고집을 부리는 게 모두 나를 위하는 것이긴 했지만, 말려도 안 되고 달래도 안 되고 벽창호가 따로 없었다.

「만만한 여자가 하나도 없네. 아이고~ 머리야!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네요.”

“사장님이 저희보다 훨씬 아름다우세요.”

“욕하는 거죠? 레벨이 차제가 틀린데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아니에요. 정말 정말 아름다우세요. 얼굴에서 광채가 솟아나잖아요.”

“진짜요? 아이~ 나보단 은비씨 얼굴이 훨씬 반짝이죠. 전 그에 비하면 반딧불이에요”

“사장님은 얼굴만 반짝이는 게 아니라 몸 전체에서 빛이 나요. 후광이 너~무 눈부셔 쳐다볼 수가 없어요.”

“호호호~ 은비씨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말도 정말 예쁘게 하네요.”

“아이~ 언니만 하겠어요. 호호호~”

“누군 정말 좋겠어요. 아름다운 미인을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데리고 살고, 얼굴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마음마저 아름다운 미인이잖아요. 복 받은 사람이에요.”

“고마워요. 언니! 호호호~”

추켜세우기 대회를 나가면 1등은 이미 확보했다고 할 만큼 정한숙과 은비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서로의 미모를 칭찬했다.

보고 있는 내 얼굴이 민망하고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인데, 칭찬하는 당사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셀프칭찬을 이어갔다.

그것도 잠깐이라야 참을 수 있지 30분 넘게 주거니 받거니 칭찬 릴레이를 이어가자 온몸에 닭살이 돋아 가려워 미칠 지경이었다.

소연과 아영이 동참하지 않아 다행이었지 둘마저 합류했다면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지도 몰랐다.

정한숙 사장을 만난 다음 날 저녁 청진에서 가장 유명한 횟집에 앉아 낯간지러운 여자들의 수다를 초인적인 인내로 참아내고 있었다.

뭐가 그리 급한지 면담이 끝나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김관웅 사장을 통해 약속 날짜와 시간을 알려왔다.

심기를 거스를 경우 KM 그룹 회장인 정근욱도 감당할 수 없는 여자라 군소리 없이 약속에 응했다.

“아이들이 정말 예쁘네요. 원산 주민이라고 했죠?”

“출생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대유 그룹에서 웬일이죠? 북한 주민들을 노예로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혹시... 돈을 주고 빼 왔나요?”

“네.”

“아오~ 정말 나쁜 놈들이네요! 조선 시대도 아니고 사람을 돈에 팔다니 돈이면 마누라도 팔아먹을 놈들이네. X같은 것들!”

아영과 아이들을 원산에서 빼내기 위해 일 인당 1억 원을 대유 그룹에 납부했다. 또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소연의 동생으로 입적한 후 청진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정부는 국제인권위원회(The United Nations Commission on Human Rights)에서 권고한 북한 주민에 대한 생활 개선과 대한민국 국민 자격 부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1961년 자유를 위해 건배한 2명의 포르투갈 학생에게 유죄를 선고한 일에 격분한 영국의 변호사 피터 베넨슨(Peter Benenson)에 의해 시작된 국제인권위원회는 국적, 인종, 신앙의 차이를 초월한 인권 보호와 신장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통일 후 8대 거점 도시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을 조사한 국제인권위원회는 노예나 다름없는 비참한 생활상을 목격하고 국제연합 경제사회이사회(ECOSOC)에 이를 보고했다.

경제사회이사회의 요청에 따라 국제인권위원회는 극악한 인권유린을 사태를 지적하고 바로 잡을 것을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제인권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무시한 채 재벌에게 나눠준 특혜를 유지하기 위해 언론을 힘으로 틀어막아 국민의 귀와 눈을 멀게 했다.

한술 더 떠 대유 그룹은 1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내걸고 이를 납부한 원산 주민에 한해 원산을 떠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당장 굶어죽을 판인 주민들에게 1억 원은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돈이었다.

이들을 대신해 누군가 돈을 납부하기 전엔 자유의 몸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남쪽에 연고가 있다고 해도 1억 원을 구하기란 하늘이 별 따기나 다름없어 사실상 평생 노예로 부려 먹겠다는 소리와 같았다.

“공대장님! 궁금해서 그러는데 한 달 안에 정말 나진시를 정리할 수 있으세요?”

“최대한 노력해야죠.”

“어제 사무실을 다녀가신 후 공대장님의 배포를 믿고 늦어도 6월 말까지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KM 그룹 전체에 지시를 내렸어요.”

“감사합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공대장님만 바보가 되는 게 아니에요. 저 역시 놀림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무슨 뜻인지 아시죠? 우린 이제 한 배를 탄 거나 다름없어요. 공대장님이 실패하면 둘 다 같이 망하는 거예요.”

“곤란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습지 않나요?”

“뭐가 말입니까?”

“오성 공대 김일권 공대장이 그런 말을 했어도 믿지 않았을 거예요. 오성 공대를 전부 동원한다면 모를까 1개 공대론 어림없는 일이니까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박지홍 공대장님의 말속에서 확신을 느꼈어요.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에요. 얘길 들으면 들을수록 나도 모르게 믿고 싶어졌고, 믿어야한다고 제 마음이 계속 제게 말을 걸었어요. 이상하죠?”

“.......”

“달랑 세 명이서 레드몬이 우글거리는 도시를 공략하겠다고 하는데, 그 말을 믿게 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저 자신이 이해가 안 돼요.”

“입장이 바뀌었다면 저라도 안 믿었을 겁니다.”

“그렇죠? 제가 이상한 게 아니죠.”

“네!”

“미래 레드몬이 정부로부터 북쪽 지역을 이양받을 수 있었던 내면엔 미래 정밀을 파산시키는 목적이 숨어있다는 걸 이쪽 계통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가장 미워하는 최광석 회장님께 그 넓은 땅을 내줄 이유가 없죠. 알고 계시죠?”

“예. 알고 있습니다.”

“근데 전 잔머리를 쓴 그놈들이 뭔가 크게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지홍씨를 만나기 전까진 저 역시 그들과 같은 생각이었어요. 회장님이 노망이 드셔서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뭔지는 모르지만, 성공할 거란 강한 확신이 들고 있어요. 제가 미친 건가요?”

정한숙은 소주 한 병에 취했는지 점점 말이 많아지고 있었다. 거기다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지껄여댔다.

할아버지가 함경북도 북쪽 지역을 정부로부터 넘겨받자 기업들은 미끼를 물었다며 통쾌해 했다.

심한 경우 욕심 많은 늙은이가 망령이 들어 감당할 수 없는 땅을 이양받고 조만간 망할 거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뻔질나게 드나들며 만류할 만큼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성공할 수 없는 일로 확신했다.

KM 그룹 정근욱 회장과 정한숙 사장도 공사비를 미리 준 상태라 우리 요구에 응하고 있었지, 돈을 주지 않았다면 공사 준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바람이 들어 갑자기 내 편을 드는지 알 순 없지만, 회장이나 다름없는 정한숙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면 앞으로 우리 터전이 될 나진시 개발에 탄력이 붙을 수 있어 술주정쯤은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었다.

“난 남자가 싫어요. 나보다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면서 남자란 이유만으로 뻐기는 모습이 정말 보기 싫었어요. 내가 신분을 속이고 대학에 들어가자 여자라고 나를 우습게 보고 내 몸을 노리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죠. 그러다 내가 KM 그룹 정형운 회장 딸이라 걸 알고는 벌벌 기었죠. 심지어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싹싹 비는 놈들도 있었어요.”

“.......”

“정말 역겨워서 볼 수 없었어요. 약자에겐 으스대면서 강자에겐 개처럼 기는 모습이 구역질이 났어요. 그랬던 내가! 남자 보기를 개 같이 보던 내가! 왜? 왜? 왜? 당신은 남자로 보이죠?”

“많이 취하셨네요. 그만 일어나시죠.”

“나... 나 안 취했거든요. 평~생 처음으로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이런 내가 취한 것처럼 보이나요?”

“아닙니다.”

“뭐가 그렇게 잘나서 내 앞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한 마디도 지지 않는 거죠? 왜 사람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거예요? 당신이 뭐라고?”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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