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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64화 (64/505)

00064  KM의 여마두 정한숙  =========================================================================

64.

소연과 은비에게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집을 선물하고 싶었다. 나진시와 동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아침 햇살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그런 예쁘고 아늑한 집을 주고 싶었다.

항구에서 우측으로 1km 떨어진 암석봉우리는 높이가 대략 200m 정도로 커다란 다섯 개의 암석으로 나뉘어 있었다.

넓이는 가로 1.25km, 세로 1.23km로 높이 차이가 거의 없고, 벌어진 틈이 넓지 않아 한 덩어리로 사용해도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이곳에 3층 건물 두 동과 커다란 수영장, 체육관, 직원숙소, 창고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출 생각이었다.

“전문가가 직접 확인해봐야겠지만, 사진으로 보면 가능할 것도 같네요.”

“대략적인 도안은 며칠 내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머물 숙소는 항구에서 1km 떨어진 하천을 중심으로 지어주시면 됩니다.”

“벌써 레드몬 정리가 끝난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뜻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나진시 개발 조감도를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음...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담당자에게 말은 해놓을게요.”

“감사합니다.”

“언제 출발한다고 하셨죠?”

“6월 1일 아침에 출발합니다.”

“이것저것 준비하려면 시간이 별로 없겠네요.”

“아닙니다. 할아버지께서 도와주셔서 거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가시기 전에 예쁜 아내분들하고 같이 소주나 한잔하죠. 앞으로 계속 얼굴을 맞대야 하는데 서로 친하게 지내면 좋잖아요?”

“.......”

“단 둘이 만나자는 것도 아니고 다 같이 소주 한잔 하자는데 왜 대답이 없나요? 내 제안이 이상한 건가요?”

“알겠습니다. 연락 주십시오.”

“전화 드릴게요. 퇴짜 놓으시면 안 돼요. 저 삐지면 아주 오래가거든요. 뒤끝 작렬이에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대화 내내 쌀쌀맞게 굴던 정한숙이 갑자기 술을 한잔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첫인상이 별로라 업무적인 자리도 부담스러워 죽겠는데, 술까지 같이 하자니 당황스럽기만 했다.

소연과 은비를 함께 초대하긴 했지만, 사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KM 그룹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거절할 수도 없었다. 혼자라면 일언지하에 ‘됐어! 싫어! 꺼져!’ ‘재수 없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따르는 사람들이 생긴 이상 내 기분대로 행동할 순 없었다.

「저 표정은 뭐야? 아까까지만 해도 재수 없다고 대놓고 빈정거리더니 갑자기 관심을 가지는 건 뭐야? 이거 완전 또라이 아니야? 아~ 정말 걸려도 더럽게 재수 없는 게 걸렸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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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각성한지 며칠 됐다고 사냥을 따라와?”

“절대 방해하지 않을게요. 조용히 따라만 다닐게요.”

“위험해서 안 돼! 적어도 1년 이상은 수련한 다음 생각해볼 일이야.”

“소연 언니 뒤에 딱 붙어 있으면 되잖아요. 한 번 만요! 구경만 할게요! 데리고 가주세요! 오빠앙~”

사냥에 따라오고 싶다는 아영의 끈질긴 애원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잠능자를 사냥에 데리고 나간다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주변을 세심히 살피고 안전을 위한 모든 방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빈틈과 실수는 항상 있기 마련이었다.

“절대 나서면 안 돼! 언니들 뒤에 딱 붙어 있어. 알았지?”

“네!”

“위험하니까 고개도 내밀지 마. 그러다 날아온 파편에 맞을 수도 있어. 알았어?”

“알았어요.”

“잡담 금지! 이런 곳에서 떠들면 안 돼! 레드몬이 들을 경우 공격받을 수도 있어. 무슨 말인지 알아?”

“네~ 알고말고요. 벌써 다섯 번째 듣는 얘긴 걸요.”

“오빠! 그만 좀 해. 한번 얘기했으면 됐지 같은 소리를 몇 번째 하는 거야? 말 많은 우리 할아버지보다 더하잖아. 했던 얘기 또 하고 했던 얘기 또 하고 아주 지겨워 죽겠어. 우릴 미쳐 죽게 하려는 거지? 그렇지?”

“.......”

딸을 물가에 내놓은 심정이라 나도 모르게 같은 얘기를 반복하게 됐다. 많이 한 것도 아니고 고작 3~4번 한 것뿐인데, 그걸 가지고 은비가 타박을 했다.

“지홍인 아영이가 걱정돼서 그런 거야. 너희가 이해해!”

“그래도 너무하잖아. 적당히 해야지 이해를 하지.”

“소연이 말이 맞아. 은비 넌 어떨지 몰라도 난 마음이 불안 불안하단 말이야. 그래서 평소보다 말을 몇 마디 더 한 것뿐이야.”

“그래도 적당히 좀 해. 좋은 소리도 계속 들으며 좋게 안 들려. 네가 지나쳤어.”

“.......”

내편을 들어주는 척하던 소연이 뒤통수를 강하게 내리쳤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항상 천사 같던 소연이 오늘은 악마처럼 보였다.

“뭐해? 빨리 안가고? 설마 기분 나빠서 그러는 건 아니지?”

“응? 아... 알았어. 가! 간다고.”

「둘일 땐 괜찮더니 셋이 되니까 분위기가 이상하네. 이러다 바보 되는 거 아니야? 조짐이 안 좋은데...」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12km를 이동한 후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계곡을 따라 내륙으로 2km를 들어갔다.

계곡 전체가 레드무스텔라(족제비)의 서식지인지 50마리 이상이 군데군데 흩어져  살고 있었다.

계곡 주변엔 버려진 민가가 많아 레드마우스가 많이 번식하고 있었다. 족제비는 예로부터 들쥐를 잡아먹는 대표적인 야서구제(野鼠驅除) 동물로 레드마우스의 수를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레드몬이었다.

쥐새끼를 잡아주는 고마운 레드몬이긴 했지만, 매우 사나운 녀석들로 민가에 나타나 인간을 공격하는 일도 간혹 있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그에 반해 족제비의 사촌인 수달은 공격성이 매우 낮고 영리해 애완동물로 키워도 될 만큼 사람을 잘 따랐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공격한 레드오터(수달)가 아직 신고댄 적이 없었다. 단, 남미 아마존 강에 사는 큰 수달은 레드카이만(악어)을 잡아먹을 만큼 흉악한 놈들로 한반도의 귀여운 수달과 같은 급으로 생각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오늘은 사냥보단 손발을 맞추게 목적이라 레드무스텔라 10마리 정도만 사냥하며 팀워크를 다지기로 했다.

“그전까진 연습이었지만, 이제부턴 확실하게 손발을 맞춰야 해. 우리가 차지한 나진, 은덕, 온성은 만주와 연해주에서 넘어온 최상위 포식자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야. 원산하고 질적으로 달라.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시작하기 전에 겁부터 주는 거야? 무섭게 왜 그래?”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야.”

“지홍이 말이 맞아. 호랑이와 곰은 최하가 중급 레드몬이잖아. 같은 중급이라도 담비나 스라소니완 전투력이 자체가 틀리고. 늑대는 몇십 마리씩 몰려다니는 경우도 많고. 조심해야지.”

지난달 광명 그룹이 맡고 있는 함경북도 부전읍에서 공대 전체가 전멸한 사고가 발생했다.

살아남은 사람이 없어 범인이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흐릿한 발자국으로 보아 레드타이거(시베리아 호랑이)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부전이면 나진에서 서남쪽으로 300km나 아래쪽에 있는 지역으로 한참 아래인 부전까지 레드타이거가 나타날 정도면 꼭대기인 경원, 은덕, 회령 지역엔 얼마나 많은 맹수가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백두산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 만주 호랑이, 조선범 등으로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는 수컷의 경우 몸길이가 3.3∼4.0m, 몸무게 250∼330kg으로 호랑이 중에서 가장 큰 종이었다.

1900년 무렵 한반도를 비롯한 만주와 몽골 북부, 러시아 극동지방에 걸쳐 많은 수가 분포했지만,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의 만행으로 1920년대 이후 살아있는 호랑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레드문과 함께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만주, 연해주, 한반도 북부에 걸쳐 수만 마리가 살고 있었다.

늑대나 곰보단 숫자가 훨씬 적지만, 커다란 멧돼지도 한방에 때려잡는 엄청난 힘과 빠른 속도, 기민한 몸동작 그리고 발걸음 소리도 없이 조용히 다가가 상대를 죽이는 은밀함까지 갖추고 있어 여전히 지상 최강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었다.

살기를 최대한 줄여 레드무스텔라에게 쏘아 보냈다. 경련과 발작 대신 적대감을 가득 담은 레드무스텔라 세 마리가 괴성을 질려대며 달려들었다.

레드무스텔라

전투력 : 708

지능 : 73

스킬 : 알 수 없음

사냥이 아닌 연습이 목적이라 살기를 조금씩 뿌리며 놈들을 유인했다. 내 모습이 보이자 소연의 손이 밝게 빛나며 연속해서 세 개의 빛이 놈들을 향해 날아갔다.

산삼과 훈련의 성과로 포스가 증가하며 홀드로 잡아놓을 수 있는 하급 레드몬의 숫자가 한 마리 늘어나 혼자 세 마리를 감당할 수 있었다.

“우아~ 언니 정말 멋있어요. 괴물을 움직일 수 없게 하다니 상상도 못 한 일이에요.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세 마리 모두를 잡을 수 있다니 정말 부러워요.”

“고마워 아영아! 너도 얼마 후면 나처럼 할 수 있을 거야. 아니 더 멋지게 레드몬을 상대할 수 있을 거야.”

“정말요?”

“그럼! 오빠가 가르쳐주는 대로 열심히 수련하면 더 멋진 능력자 될 거야.”

“알겠어요. 열심 노력할게요.”

아영이 멘탈리스트가 된다고 해도 소연과 같은 스킬을 사용할 확률은 100분 1 이하였다.

설령 1%의 확률을 뚫고 홀드 스킬을 얻는다고 해도 같은 스킬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작은 차이든 큰 차이든 사람의 성격처럼 스킬도 차이가 있어 100% 같은 효과를 나타내진 않았다.

가령 은비의 에너지 파동과 외형적으로 비슷한 효과를 내는 스킬이 있어도 마비 증상 대신 기절이나 홀드, 냉기에 의한 동결 등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상대를 공격할 수 있었다.

“몇 분이나 유지할 수 있는지 보고 풀리면 다시 홀드로 잡아.”

“알았어.”

“최대 몇 번이나 홀드를 사용할 수 있는지 그것도 파악해야 하니까 은비를 숫자 잘 세고.”

“응!”

전투의 기본은 상대를 아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을 아는 것이었다. 자신의 전투력을 정확히 알아야 상대의 전투력과 비교할 수 있었다.

자신의 능력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상대방의 전력 분석에 매달리는 짓은 시간 낭비이자 돈 낭비로 하등 쓸모없는 짓이었다.

15번째 홀드가 날아가자 소연이 비틀거리며 쓰러지려 했다. 가볍게 품에 안아 미리 깔아 놓은 풀밭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소연이 쉬지 않고 발사할 수 있는 홀드 숫자는 최대 15발이 한계였고, 한 발당 5분간 하급 레드몬을 묶어 놓을 수 있었다.

“수고했어. 쉬고 있어.”

“응!”

“은비야! 신호주면 중간 출력으로 발사해!”

“알았어!”

홀드 스킬의 효력이 다하기 직전 은비의 손을 떠난 에너지 파동이 레드무스텔라의 발밑에 떨어졌다.

연속 다섯 번이나 홀드에 묶이며 공포에 질린 놈들에게 진짜 죽음의 재앙이 불어 닥쳤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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