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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문 진화의 시작-63화 (6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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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KM의 여마두 정한숙

해안선을 따라 20km를 올라가자 폐허가 된 항구가 나타났다. 바닷가라 그런지 화산재의 영향을 적게 받아 건물 형태가 많이 남아 있었다.

마을 규모는 대략 500여 가구 정도로 레드마우스 300여 마리가 사람을 대신해 마을을 차지하고 있었다.

300마리면 실험하기엔 아주 적당한 숫자였다. 마을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자 먹잇감이 제 발로 걸어 들어 온 줄 알고 쥐새끼 서너 마리가 입맛을 다시며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실험을 위해선 최소 100여 마리 이상이 필요했다. 빠른 발을 이용해 놈들을 끌고 다니며 숫자를 불리기 시작했다.

잡힐 듯 잡힐 듯 아슬아슬하게 도망 다니자 약이 바짝 오른 쥐새끼들이 입에 거품을 물려 달려들었다.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소란을 떨자 150여 마리가 모여들었다. 침을 뚝뚝 흘리며 괴성을 질러대는 모습이 제법 포악하게 느껴졌다.

“으악~”

지난번과 같이 살기를 가득 담아 있는 힘껏 고함을 쳤다. 귀를 먹먹하게 할 만큼 큰 소리가 퍼져나가자 거칠게 달려들던 레드마우스들이 모두 바닥에 엎드린 채 벌벌 떨어댔다.

살기에 노출된 충격이 컸는지 오줌을 질질 싸고 침을 질질 흘리는 등 도망가지도 못한 채 바닥을 기고 있었다.

「효과는 확실한데, 포스 소모가 너무 크네. 서너 번 소리치면 탈진해 쓰러질 수도 있겠어. 그리고 생각만큼 고함이 미치는 범위도 넓지 않고, 포스 소모량과 비교하면 위력도 크지 않네.」

살기가 깃든 고함은 반경 50m가 한계인지 그 너머론 살짝 겁만 집어먹고 달아나는 정도였다.

또한, 최하급 레드몬을 상대로 이 정도 효과밖에 없다면 중급이나 엘리트 레드몬에겐 전혀 소용이 없다는 뜻이었다.

포스 소모를 줄이고 더욱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이번엔 고함 대신 적의를 가득 담은 기감력을 레드마우스에게 투사(投射)했다.

강력한 살기를 투사하자 경련을 일으키던 레드마우스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숨이 끊어졌다.

외부의 청각이 아닌 기를 타고 내부로 직접 파고들어간 살기가 쇼크(shock)를 일으키며 심장이 멈춘 결과였다.

고함보다 포스 소모량이 10분에 1 이하고, 거리도 네 배나 길어 효용성이 훨씬 높았다.

고함은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고 소음으로 인해 레드몬을 끌어들일 수 있어 정숙을 요구하는 전투엔 어울리지 않았다

360도 전 방위를 한꺼번에 공격할 순 없지만, 원하는 상대만 골라 공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기감을 이용해 공격하는 방식이라 속도가 빠르고 은밀해 피할 방법이 없고, 평소 기감할 수 있는 최대 숫자인 100마리까진 동시에 살기를 투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수에 살기를 투사하면 몸에 무리가 오고 효과도 떨어져 20마리 정도가 적당했다.

결정적으로 살기를 투사하면 기감을 통해 사람의 능력치를 알아내는 것처럼 레드몬의 전투력과 지능을 알아낼 수 있었다.

레드마우스

전투력 : 183

지능 : 41

스킬 : 알 수 없음

살기투사(殺氣投射)를 사용해 마을을 정리하며 부수입을 챙기곤, 좀 더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

기감에 걸린 하급 레드몬인 암놈 레드와피티와 레드무스텔라를 상대로 살기투사를 사용했다.

레드와피티

전투력 : 808

지능 : 70

스킬 : 알 수 없음

레드무스텔라

전투력 : 732

지능 : 74

스킬 : 알 수 없음

전투력 500이 넘어가자 경련과 발작을 일으키긴 했지만, 레드마우스처럼 심장마비로 숨이 끊어지진 않았다.

그래도 쇼크와 두려움으로 움직임이 크게 둔화되며 전투력도 절반으로 떨어져 사냥은 땅 짚고 헤엄치기만큼 쉬워졌다.

레드와피티

전투력 : 1415

지능 : 80

스킬 : 알 수 없음

중급 레드몬인 레드와피티 수놈은 살짝 겁을 먹긴 했지만, 하급 레드몬과 같은 경련과 발작 증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적대감을 크게 키워 꼬리에 불붙은 소처럼 길길이 미쳐 날뛰게 하였다. 그래도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았는지 지나친 흥분으로 자기 조절이 안 돼 미쳐 날뛰다가 제풀에 지쳐 쓰려졌다.

「중급 레드몬부턴 전혀 도움이 안 되네. 엘리트 레드몬쯤 되면 흥분이 아니라 콧방귀도 안 뀌겠는데. 흐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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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말 잘 듣고, 언니 말 잘 따르고, 말대꾸 좀 그만하고, 잘난 체하지 말고, 나서지 말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군말하지 말고 열심히 해. 알았어?”

“알았다고. 다 알았으니 인제 그만 좀 하고 가. 할아버지 때문에 배가 출발을 못 하잖아. 다른 사람 피해주지 말고 어서 가.”

“가지 말라고 해도 갈 거다. 걱정하지 마라.”

“걱정하지 않을 거니까 어서 가기나 해!”

“조심해 내려가십시오.”

“할아버지! 도착하시면 전화주세요.”

“난 자네 믿네. 내 마음을 알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소연아! 은비 잘 부탁한다. 저 녀석 말 듣게 할 사람은 너밖에 없다. 알지?”

“네! 걱정하지 마세요. 잘 돌볼게요.”

“그래! 고맙다. 아! 깜빡할 뻔했군. 나진시에 들어가긴 전에 KM 레드몬 사장은 꼭 만나보고 들어가게. KM 그룹 정형운 명예회장의 딸로 실제 청진을 맡은 시장이나 다름없네. 나선시 개발에 꼭 필요한 사람이니 만나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일주일간 청진항에 머물며 우리를 위해 애쓰신 할아버지가 서울로 돌아가셨다. 손녀가 눈에 밟혀 항구에서만 1시간을 지체했다.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억지로 떼고 배에 올라타는 순간 은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려내렸다.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노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배가 수평선 넘어 사라질 때까지 우린 망부석 되어 할아버지를 배웅했다.

같이 있을 땐 아웅다웅 싸우면서 떨어지면 보고 싶은 게 가족인지 은비는 오늘도 아이처럼 눈물을 뚝뚝 떨궜다.

「그냥 얼싸안고 울면 될 텐데... 참 어렵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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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안 그래도 한 번 찾아뵐 생각이었는데 먼저 오셨네요. KM 레드몬 사장 정한숙이에요.”

“반갑습니다. 박지홍입니다.”

정한숙은 KM 그룹 명예회장 정형운의 외동딸로 현 KM 그룹 회장 정근욱의 여동생이자 KM 그룹 최대주주였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경영 학부를 수석으로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한 천재로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스페인어까지 5개 국어에 능통했다.

아이큐가 200이라는 소문이 있을 만큼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로 일 처리가 깔끔한 커리어우먼이었다.

하지만 KM 여마두라 불릴 만큼 성질로 더럽고 남자 보기를 벌레보다 더 싫어해 33살 노처녀로 독수공방 중이었다.

“한 달 내로 나선시를 정리하겠다고 말씀하시던데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상황에 따라 좀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알기론 꽤 많은 레드몬이 나선시와 주변 숲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달랑 세 분이서 그 많은 레드몬을 처리하는 게 가능하겠어요?”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사장님께선 공사가 지연되지 않도록 도와주시면 됩니다.”

“그건 어렵지 않아요. 하지만 그쪽 사정으로 공사가 지연되면 그에 대한 비용과 손실은 모두 책임지셔야 해요. 알고 계시죠?”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키 171cm, 몸무게 52kg, 쌍꺼풀이 큰 사나운 눈과 짙은 눈썹, 날카로운 콧날, 두터운 입술, 열심히 운동했는지 군살이 없는 미끈한 몸매 그리고 상대로 깔보는 것 같은 음침한 눈빛.

정한숙의 첫인상은 깐깐하고 도도하며 강한 자부심이 철철 넘치는 모습이었다. 집안, 인물, 능력, 두뇌, 몸매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여자였지만, 가까이하고 싶은 여자는 절대 아니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난 너무 잘난 사람은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느꼈다. 가방끈이 짧은 콤플렉스가 원인으로 ‘난 잘난 사람이요.’ 이렇게 냄새를 팍팍 풍기면 말을 섞는 것은 물론 다가가는 것조차 꺼려했다.

“그럼 정리가 다 된 것 같은데... 또 다른 일이 있나요?”

“50층 고층 건물을 한 달 안에 짓는 방법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사전에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 블록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공사하면 가능해요. 그럴 경우 공사 기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죠.”

“KM 건설도 그런 공법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까?”

“물론 가능하죠. 하지만 한 가지 알고 계셔야 할 게 있어요. 설계부터 터다지기, 콘크리트 블록 생산까지 거쳐야 할 단계가 많아요. 건물을 올리는 공사 기간이 짧다는 것이지 총 공사 기간이 한 달이란 뜻은 아니에요.”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50층 건물을 한 달 안에 짓는다고 믿을 만큼 어리석진 않습니다.”

“흐흐~ 알고 계시다니 다행이네요.”

정한숙은 노골적으로 나를 깔보고 있었다. 아무리 사람 볼 줄 모른다고 해도 대놓고 비웃는 걸 모를 만큼 눈치가 없진 않았다.

최하급 능력자 한 명과 하급 멘탈리스트 두 명으로 공대를 결성한 것도 우스운 일인데, 그 인원으로 한 달 안에 나선시를 정리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배꼽 잡고 웃을 일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전력을 보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기엔 내 모습은 너무나 평범해 상대방의 의심을 살만한 건더기도 없었다.

사람의 겉을 보지 말고 속을 봐야 한다고 말하지만, 속을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겉을 보고 사람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한 길 사람 속을 모른다고 마음속에 품은 생각도 모르는데, 꼭꼭 숨긴 정체를 입고 있는 옷차림새만으로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선시에 50층 건물을 올리고 싶으세요?”

“그건 차후 조건이 되면 그럴 생각입니다. 지금은 우리 살집과 직원들이 거주할 공간을 빠르게 만들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오셨나요?”

“지도에 보면 나진만 우측으로 큰 암석봉우리가 보이실 겁니다. 사진이지만 봉우리 면적이 넓어 그 위에 집을 지어도 될 것 같더군요.”

“그리스의 메테오라는 생각하셨군요?”

“메테오라는 제가 생각하는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죠. 전 그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집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메테오라(Meteora)는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북쪽으로 약 400km 떨어진 테살리아 지방에 있는 하늘에 떠 있는 수도원을 말했다.

기암괴석이 즐비한 꼭대기에 지어진 메테오라는 14세기 초 성 아타나시우스가 최초로 수도원을 세웠다.

이후 수도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성기인 16세기엔 20여 개의 수도원이 생길 만큼 번창했었다.

그리스 성지 순례코스로 1988년 유네스코에 기묘한 자연경관과 종교건축의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복합유산(문화+자연)으로 지정돼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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